“80대 어르신도 키오스크로 음식 주문하고 앱으로 진료 예약할 수 있게”
디지털 배움터에서 디지털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전희정 씨는 국민 모두가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우수강사 전희정 씨
스마트폰, 태블릿PC, 키오스크(무인주문기계) 등 디지털 기기가 일상인 시대를 살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택시를 예약하고 인터넷뱅킹으로 은행일을 본다.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고 기차표 구입이나 병원 진료 예약까지 앱으로 하는 시대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일상을 사는 건 아니다. 디지털 취약 계층은 병원, 택시, 식당 등 생활 필수 영역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
디지털 취약 계층으로 꼽히는 이들은 저소득층, 장애인, 고령층, 농어민, 북한이탈주민, 결혼이민자 등이다. 그중에서도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가 가장 심각하다. 2023년 3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2022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종합 수준은 평균 69.9로 농어민(78.9), 장애인(82.2), 결혼이민자(90.2) 등 취약 계층 중에서도 가장 낮았다.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국민 수준을 100으로 놓고 비교한 것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 가능 여부, 이용 능력, 활용 정도 등을 조사한 수치다.
정부는 ‘디지털 배움터(디지털배움터.kr)’를 통해 이러한 디지털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디지털 배움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으로 국민 모두가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온·오프라인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2023년에만 99만 6000명이 이 교육을 받았고 누적 수강자 수는 287만 명에 이른다.
이를 위해 많은 디지털 강사와 서포터스가 활동하고 있다. 디지털 강사는 교육 코디네이터와 교육, 교안 개발 등의 역할을 하고 서포터스는 교육 보조와 디지털 배움터 방문자 대상 디지털 이용 관련 애로사항을 해결한다. 매년 NIA와 각 지역 사업단은 디지털 강사와 서포터스를 모집한다. 디지털 역량 강화교육은 강사와 서포터스가 짝을 이뤄 진행한다.
지난 1월 과기정통부가 개최한 ‘2023년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우수사례 보고회’에서 우수강사로 선정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을 수상한 전희정 씨는 2021년 서포터스로 시작해 디지털 강사가 됐다.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수행기관인 에이럭스 소속으로 지금까지 서울 지역 복지관과 양로원, 초·중·고등학교와 온라인에서 2700여 명의 교육생을 만났다. 전 씨는 “디지털 역량 교육은 디지털 취약 계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뿐 아니라 누구나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배우고 특기를 찾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며 “우리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며 앞으로 더욱 확대·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3년에만 100만여 명이 교육을 받았다.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지 않으면 불편한 세상이 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디지털 기기 사용이나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디지털 배움터’를 활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누구나, 무료로, 집 근처에서 편하게 배울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주민센터나 도서관 등 접근이 쉬운 다양한 생활 공간을 교육 장소로 활용하고 장애인 시설이나 노인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농어민지원센터, 다문화가정지원센터 등 디지털 취약 계층에 친화적인 장소에서 교육이 이뤄진다. 온라인으로도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활용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주로 어떤 교육을 하나?
디지털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교육을 한다고 보면 된다. 단 교육은 디지털 역량에 맞게 기초부터 생활·심화 과정으로 구분하고 있다. 기초는 주로 스마트 기기(스마트폰, 태블릿PC, 인공지능 스피커 등) 사용법부터 비대면 화상솔루션, 누리소통망(SNS)과 친숙해지고 디지털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과정이다. 생활 과정은 교통·금융·전자정부·공공서비스(복지서비스,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정부24)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거나 경제·사회 생활에 도움이 되는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를 학습한다. 스마트폰으로 영상 편집하기, 팟캐스트, 코딩, 챗GPT, 인공지능, 앱 개발 등을 배우는 심화 과정이 있다.
그만큼 교육 받는 사람도 다양하겠다.
나이부터 직업까지 정말 다양하다. 내 경우 복지관과 양로원의 어르신,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대면 수업을 했다. 온라인으로 초·중·고등학생부터 일반 시민, 자영업자, 직장인, 학부모도 만났다. 교육생 중에는 디지털 관련 강좌를 하는 현직 강사도 있다. 디지털 배움터는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교육의 장이다. 그만큼 참여하는 연령, 직업이 다양하고 원하는 교육이나 교육을 받는 이유도 다르다.
맞춤 교육이 필요하겠다.
복지관이나 양로원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은 스마트폰 사용법이나 사진 편집 등 스마트폰 관련 교육을 선호한다. 스마트폰 쓰는 게 뭐가 어렵냐고 할 수 있겠지만 어르신들은 기계를 다루는 걸 어려워하고 반응 속도도 느리다. 한 번 수업한 걸 금세 잊기도 한다. 그래서 반복학습이 중요하다. 집에서 복습하며 익힐 수 있도록 자료를 꼭 제공한다. 자료는 큰 글씨로, 어려운 용어는 잘 풀어서 설명하는 편이다. 다음 수업 때 복습하면서 막혔던 부분은 다시 해보고 처음부터 반복하는 과정을 거친다.
2021년부터 디지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국어 강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보습학원 운영, 독서지도 등을 하며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다. 지인이 디지털 배움터에서 강사·서포터스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게 잘 맞겠다고 추천하더라.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무료로 정보를 알려주고 실생활에 어려움 없을 정도로 쓰게 하겠다는 디지털 배움터의 모토가 마음에 들었다. 디지털 자격증은 있었지만 전문지식은 부족하다고 생각해 서포터스로 일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디지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디지털 강사가 되기 위한 조건이 있나?
교육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질이 우선이지만 디지털 방면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 기본적인 커리큘럼뿐 아니라 자신의 강의에 맞는 자료를 준비하고 연령이나 상황에 따라 교육 방식을 달리하는 노하우, 식지 않는 열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강사로서 수강생들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는 것이다. 강사가 어떤 종류든 편견을 갖는 순간 교육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 열린 마음으로 교육생을 이해하다 보면 조금 더디게 따라오는 사람이라도 그분 편에서 조금 더 효과적인 교육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그럼 그 진심이 전달되기도 하고 교육생도 강사에 대한 믿음이 생겨 결국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교육을 하다 보면 보람을 느낄 때도 많을 것 같다.
2022년부터 서울 은평구의 한 고등학교 특수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보기술자격(ITQ) 한글 자격증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 친구도 있고 여러 번 반복 설명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처음엔 다가가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열심히 따라와줬고 2023년 자격증반 학생들이 모두 시험에 합격했다. 특히 실기 점수를 잘 받았다고 하더라. 그 소식을 듣고 정말 행복했다. 보람도 느꼈고.
이 사업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디지털 교육은 단순히 정보에 접근하는 것뿐만 아니라 검색, 분석, 비판적 사고 등 정보 활용 능력을 향상시켜 정보 홍수 시대에도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 면에서 개인의 역량 강화는 물론 사회 참여를 확대해 삶의 질을 높이고 나아가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활성화를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정보 소외 계층은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 소외 지역 주민 등으로 다양하고 그룹별로도 디지털 능력이나 교육 수준, 흥미, 필요한 교육이 다르다. 단순히 연령이나 계층에 따라 프로그램을 구분하기보다 개개인의 디지털 능력, 교육 수준, 학습 목표, 흥미 등을 고려해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교육 방식도 온·오프라인별 가이드를 만들어 강의, 실습, 토론, 1대 1 튜터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습자의 참여도를 높이고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강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