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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속의 우리는
ㅡ 古 松
바람이 대단하게 분다
안개에 가린 현해탄(玄海灘)이
몸살을 앓는다
태풍의 위력이 만만찮은
대형이다
사방의 문을 모두 잠궈 버리니
집안이 열대지방으로 변한다
에어컨 마저도 켤 수가 없게
외기를 가동할 수도 없다
고층 아파트의 바람은 더 더욱 빌딩풍으로 거세진다
멀리 보이던 오륙도의 실루엣이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눈을 가린 장님이 된다
육신의 눈을 가리면
마음의 눈을 뜨게 되니
잊었던 나의 성품을 만난다
집을 나갔던 탕자(蕩者)는
다시 제 집을 찾아다니다가
잃어버린 소를 발견한다
반가움에 환하게 웃으면서도
자괴감(自愧感)에 빠진다
시심마(是甚磨)
이 것이 무엇인가
나는 무엇인가 를
화두로 들고서도 자기 소를
지금까지 찾아만 다녔다
내가 나를 찾아서 밖으로만
돌아 다닌 어리석음이다
보는 이 것인데
듣는 이 것인데 도
보는 놈이 보이는 놈만 찾고
듣는 놈이 들리는 것만 쫒았다
이러고 한 평생을 살았으니
주인공이 누구인 줄을 몰랐다
자기가 자기를 모르고 찾았으니 눈을 뜬 장님이고
내가 내 소리를 모르고 구하니
멀쩡한 귀머거리다
보는 그 자리를 보고
듣는 그 자리를 들어보라
면전을 보고 목전을 살펴라
더 알려고 하지말자
생각을 일으키지 마라
모든게 망념(妄念)으로 변한다
형상을 따르거나
음성을 쫒게 되면
말짱 허상(虛相)이다
알겠는가
이 공(空)의 도리(道理)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