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선 의원인 김세연(47) 자유한국당 의원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자유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한 좀비정당”이라며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고 비판했다. (2019.11.17.) |
역설적이게도 문 정권의 폭주와 민주당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하는 최대 동력을 시대착오적인 제1 야당이 제공하고 있다. 민주당의 선거 승리를 돕는 최대 원군은 수구 정당 한국당의 존재 그 자체인 것이다. 적대적 공존 관계인 한국당과 민주당, 적대적 공생 관계를 맺은 '문빠와 박빠'가 민주공화국을 위협하고 있다.
수구의 틀을 떨쳐내지 못한 한국당은 지역 정당으로 축소되어 소멸할 것이다. 개혁 보수로 진화하고 중도로 지평을 넓히는 창조적 파괴만이 한국당을 구원한다. 자유한국당이 자유와 공화를 회복해야 나라의 앞날이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통합해 미래로 가는 정책 정당만이 민심의 절규에 응답할 수 있다.
한국당이 '살고자 하면 반드시 죽고,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현대사가 증명한다.
(조선일보 2019.11/15, 윤평중 한신대 교수)
============================================================================================
[선데이 칼럼] 한국당, 여전히 폐업이 답이다
“자유한국당은 폐업이 답”이라고 두 번 썼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직후와 2019년 2월 한국당 전당대회 직전이었다. 이제 총선을 다섯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세 번째 다시 써야할 것 같다. “한국당은 폐업 말고는 답이 없다.”
지방선거 참패는 예상된 결과였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개혁 아닌 연명(延命)을 택했다. 지방선거일 뿐인데 뭐… (내 목숨이 걸린) 총선은 좀 남았으니 그때까지는 어떻게 되겠지. 그렇게 완패했고, 완패의 ‘5대 공신’이 꼽혔다. 5등 공신이 가장 적절한 평가였다. ‘한국당 국회의원 전원’. 이런 당이 살아나겠나. 망하는 게 당연했고, 폐업하는 게 답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폐업 대신 외부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는 쪽을 택했다. 어떻게든 고쳐보려는 노력이었다지만, 병세는 악화될 뿐이었다. 원인 치료를 하지 않으니 나아질 리 없었다. 새로 시작해보려는 전당대회에 가문을 망친 탕아가 패거리를 끌고 와 행패를 부렸다.
가장조차 그 위세에 눌려 병원(病源)을 부인하고 탕아를 상석에 앉혔다. 치료가 거꾸로 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보수 아닌 반동 짓이 5공(共)을 지나 3공까지 향했다. 정말 폐업 말고는 답이 없었다.
그런데도 버텼다. 가치(설령 그것이 3공의 가치였다 하더라도)를 지키기 위함이 아니었다. 가치 따위야 아무래도 좋았다. 그들이 지키려는 건 오직 내 밥그릇, 내 자리였다. ‘절대 배지’를 달고 있으면 황무지에서도 웰빙이 가능했다. 내 배 부르고 내 등 따뜻하니 집안 기둥뿌리가 썩고 있는 건 관심도 없었다. 그러면서 상대의 헛발질만 기다렸다.
과연 정부·여당은 헛발질을 했다. 예상 못한 게 아니었다. 상대의 ‘똥볼’로 정권을 주웠으면서도, 제 잘난 덕인양 기고만장하니 당연한 결과였다. 예상보다도 더했다. 차는 것마다 치명적이었다.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이사장 말대로 국가를 지탱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가안보의 3대 기둥에 금이 갈 정도였다.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드러났듯 이 정권의 국민은 반쪽 우리편에 불과했고, 시대착오적 경제정책은 나라 경제를 고황지질(膏肓之疾)로 만들고 있으며, 출구 없는 한일 갈등과 흔들리는 한미동맹은 국가 운명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가뜩이나 울고 싶은데 청와대가 뺨을 때렸다. 비서 역할도 못해 문책해야 할 사람을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무능과 불통의 정수였다. 참다 못한 사람들이 광장에 다시 모였다. 3년만에 ‘대통령 하야!’ 구호가 울려퍼졌다. 감성팔이로 개혁에 반한 검찰의 저항으로 몰고가려던 문제의 인물은 한달 만에 사표를 내야 했고, 문제의 가족들과 함께 사법처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청와대에 한마디도 못하고 거들기만 하던 여당은 스텝이 꼬여 휘청거릴지언정 야당 눈치는 조금도 안봤다.
그런데도 한국당은 속수무책이었다. 단 한번도 지지율을 역전시키지 못했다. 민심이 떠났다는 얘기였다. 대안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는커녕 ‘릴레이 단식’에서부터 ‘삭발’, ‘조국 전쟁 셀프 포상’, ‘패스트트랙 공천 가산점’ 같은 조롱거리만 재생산해냈으니 안 그럴 수 없다. 동반 퇴진론에 직면한 당 대표는 뜬금없는 단식을 시작했다. 안에서 먼저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밖에서만 걸겠다고 하니 보는 사람이 안쓰럽다. 이러니 밖에서는 ‘대통령의 야당 복(福)’이란 조롱이 나오고, 안에서는 ‘존재 자체가 민폐’라는 탄식이 나오는 거다.
첫번째 칼럼에서 한국당이 문을 닫아야 하는 이유로 ‘척박한 땅에서는 씨를 뿌려도 싹이 나지 않는다’고 썼었다.
“완전히 갈아엎고 불을 놓아야 한다. 야초와 잡목을 태워 지력을 회복하는 화전 말고는 방법이 없다. 유권자들이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스스로 불에 타 재가 쌓여야 한다. 정치는 감동이다. 그런 감동이 없으면 결코 싹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너도나도 불을 놓겠다고 덤벼들기만 하지, 스스로 재가 되겠다는 인물이 없을 테니 하는 얘기다.”
이후 1년 6개월이 지나가지만 달라진 게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까 조금씩 긴장하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내 것을 내려놓으려는 생각은 없어 보인다. 자기 희생을 하면서 반성과 쇄신을 요구하는 사람을 오히려 욕한다. 그야말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형국이다. ‘50% 공천 탈락’이라는 카드를 내밀긴 했지만 감동이 없다. 결국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그러니 어쩌겠나. 폐업 밖에 답이 없다.
“한국당은 문을 닫는 게 맞다. 태극기당이든 박근혜당이든, 네 개든 다섯 개든 쪼개져서 각자의 길로 가는 게 낫다. 그래서 눈치 보지 말고 오락가락하지 말며 선명하게 제 주장하는 게 낫다.”
(중앙일보 2019.11.23.) 이훈범 대기자/중앙콘텐트랩
================================================================================================
[최훈 칼럼] 진정 죽어야 되살아날 좀비, 자유한국당
“문재인 정부 잘하는 게 거의 없는데 왜 자유한국당은 맨날 이 모양이냐.” 만나는 지인들의 잦은 궁금증이다. 황교안 대표가 삭발 단식 까지 감행하고, 청와대의 심장부에서 터진 관권 선거 개입 의혹까지 일파만파인 터다. 하지만 제1야당의 ‘반사이익’ 지지도는 요지부동. “내년 총선은 문 정부의 총체적 실정에 대한 심판”이라는 한국당의 구호는 늘 머쓱하다.
왜일까. ‘한국당은 과연 심판자의 자격이 있는가’라는 시대의 반문(反問) 때문이다. “혁명에 준하는 현역 대통령 탄핵을 부른 한국당 세력은 진정 와신상담(臥薪嘗膽)의 반성과 희생을 겪었는가.” “지금의 한국당으론 다시 권력을 안겨준다 해도 똑같은 보복과 오만, 불통을 반복할 뿐….” “박근혜 정부에서 진박이라 호가호위하던 의원들 중 감옥에 있는 최경환 빼곤 도대체 누가 보속(補贖)의 고통을 겪었느냐.”
그러니 문 정부도 밉지만 허구한 날 문 정부 욕만 하고 자신들은 아무 것 바뀐 게 없는 이 정당의 비호감도는 무려 65%(한국갤럽 11월 조사)다. 그렇게 비난하던 조국의 반대 수위를 넘어 푸틴 대통령(61%)보다 높다. 청년기에 이 당의 북풍, 차떼기 사건 등을 목격했던 40대(비호감도 79%)는 미사일 쏴대는 김정은 위원장(82%) 만큼이나 싫다고들 하니…. 참혹하다. 민심 인지 감수성이 워낙 낮은 곳이라 이걸 알고 있는지조차 궁금하다.
‘미운 놈 떨어트리기’인 선거판에 뭔 염치로 표 달라 하겠는가. 이 와중에 자진 불출마 하겠다는 분들은 달랑 4명(김무성, 김세연, 김성찬, 유민봉) 이다. 탄핵 때 분명 죽었는데 자기들은 살았다고 돌아다니니 ‘좀비 정당’ 맞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기억은 그들에겐 큰 업보(業報)다. 이 당 의원들은 역사적으로도 자생력이 없는 권력자의 머슴들이었다.
보수 정당 원조 격인 자유당은 이승만 대통령이 업혀 가던 한민당의 내각제 세력을 내쫓고 자신의 대통령직 유지를 위해 만든 당이었다. 박정희 군부 정권의 집권을 위해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이 밀실에서 탄생시킨 게 공화당이다. 12·12 쿠데타 이후 신군부의 통치를 위해 보안사가 꾸며낸 건 민주정의당이었다.
지금 한국당의 뿌리라고 할 민주자유당 역시 여소야대가 고달픈 노태우 대통령과 차기 집권에 올인한 김영삼 총재 간의 밀실 작품이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에까지 오로지 1인 권력자가 좌지우지하는 문화. 이 조직의 DNA였다.
유전받은 한국당의 열성(劣性)이 바로 낙점(落點)과 굴종(屈從)의 영혼없는 떼거리 문화. 판·검사, 고위관료, 장성 등 안 그래도 수직적 문화나 기득권 유지, 자존감에만 익숙한 이들이 권력자의 ‘낙점’을 무르와 가득찬 집단이었다. 나의 영생(永生)만이 영혼없는 권력 머슴 집단의 캐릭터다. 권력자 입장에선 힘센 자 누구에게나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집단이니 미래의 보수를 이끌 지도자를 키울 고민조차 필요없다. 쓴소리? 바로 역적이다. 꼿꼿이 머리 세운 정두언, 유승민은 그 후 어떻게 되었나.
나라의 길, 보수의 가치와 철학 따윈 사치일 뿐이다. 권력자를 좇아 친이, 친박과 비박으로 파편화된 오늘날의 오합지졸 꼬락서니, 당연한 귀결이다. 생각들이 없으니 기억나는 당의 메시지나 이미지라곤 ‘문재인 욕’을 빼면 ‘5·18 망언’이나 ‘릴레이 단식’ ‘패스트트랙 점거농성 표창장’ ‘박찬주 영입 소동’ 등의 블랙 코미디 뿐이다. 40% 중도층을 스스로 “오지 말라”고 밀쳐 낸다. 문제적 정당을 넘어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정당인 듯싶다. 황 대표에 뒤이은 의원들의 동조 삭발, 단식 역시 “애처로운 공천 눈도장”이란 조롱의 대상이 되고, 당대표 단식 옆의 ‘할렐루야 찬송’은 비호감만 높였을 뿐이다.
한국당의 살 길은 단 하나. ‘자기 희생’이다. 정국의 분수령인 내년 총선은 민주당에 23석(지난 총선 때 안철수 국민의당이 호남 28석 중 차지한 의석)을 더 주고 시작하는 게임이다. 벌써 여야의 불출마 선언 의원들을 모아 판을 새로 짜보려는 30~40대 주축 신당설까지 나온다. 도대체 한국당은 무슨 미련이 남았길래 아직도 진저리나는 친박, 비박 타령인가. 탄핵을 찬성한 국민들은 81%(2016년 12월 한국갤럽)였다.
역설적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 재건의 대의를 위해 스스로 정리를 해주는 게 마지막 품격일 터다. 아니라면 황대표가 결단해야 한다. 탄핵을 불러 지난 2년 반 겪게 한 보수층의 처절한 고통을 생각한다면 그들은 스스로 뼈와 살을 도려내야 순리다.
황 대표 주변을 측근이라 에워싸고 다시 새 권력자의 낙점을 구하는 친박 핵심들. 구태와 인습, 지역구도에 절어있던 영남의 노장들은 이제 스스로를 내려 놓는 게 역사적 책무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새로운 보수의 재건을 꿈꾸는 신선하고 창의적이며 자생력있는 신인들로 확 체질을 바꿔야 마땅하다.
공화당·민자당부터 이어온 낙점과 머슴의 보수 정치를 미래의 새 보수로 일신하라. 보수의 맏형이 모든 걸 내려놓아야 탄핵 때 뛰쳐 나간 막내들과의 보수 대통합도 가능할 것아닌가. 다 버려야 산다. 진정 죽어야 산다. 그래야 실정의 심판자로 거듭날 수있다. 이 좀비 정당은…. 중앙일보 (2019.12.03.) 최훈 논설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