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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방위산업의 성장과 한국 방위산업 대응전략. 1편
작성일: 2017-12-15 19:18:19
형제에서 경쟁자로?!
터키 방위산업의 성장과 한국 방위산업 대응전략
황재연 군사연구 전문연구위원
8월 2일에 대우조선해양은 ‘옥포조선소에서 건조한 배수량 1,400톤급 잠수함 1번함을 인도네시아 국방부에 인도하는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 잠수함은 2011년에 인도네시아 국방부로부터 수주한 1,400톤급 잠수한 3척 가운데 처음 완성된 초도함으로, 인도네시아 해군은 본 함정을 나가파사Nagapasa 함으로 명명하였다. 그러나 현재, 인도네시아의 후속 차기 잠수함 사업에는 터키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추가되었다. 어느새 터키가 잠수함 분야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각 분야에서 대한민국 방산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터키 방위산업의 현황과 대응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 1] 지난 8월 2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한 배수량 1,400톤급 Nagapasa함을 인도네시아 국방부에 인도하는 행사를 열었다.
• KAI 태국에 FA-50TH 수주성공!
지난 7월 29일, KAI는 태국 정부와 2억 6,000만 달러(약 2,900억 원) 규모의 고등훈련기 T-50TH 8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T-50TH는 T-50의 태국 수출형 모델로, 태국 공군은 앞서 2015년에 T-50TH 4대를 구매한 바 있다.
KAI는 2019년 11월 2대 납품을 시작으로 2020년 5월까지 마무리 추가 계약 물량 인도를 완료할 계획이며, 이번 계약에는 항공기 외에도 지상 지원장비, 수리부속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 2] KAI는 태국 정부와 2억 6,000만 달러(약 2,900억 원) 규모의 고등훈련기 T-50TH 8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차이야푸럭 디다샤린 태국 획득위원장(대장)은 계약식에서 ‘T-50TH는 효율성이 뛰어난 항공기’라고 평가하면서 추가 계약 배경을 밝혔다.
이번 수출계약으로 T-50의 수출 실적은 64대, 29억 3,000만 달러(3조 3,000억 원)를 기록하게 되었으며, 지금까지 인도네시아(16대)와 이라크(24대), 필리핀(12대) 등에 T-50을 수출한 바 있다.
국내 방위산업은 이렇게 괄목한 만한 성과를 내고 있으나, 앞으로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이룩하지 못할 경우, 강력한 신흥 경쟁국에 밀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신흥 경쟁국인 터키가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터키의 방위산업에 대해 분석해 보고 터키와의 경쟁에서 한국 방위산업이 승리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방법에 대해서도 분석해 보기로 한다.
• 터키 방위산업 현황
터키는 대한민국과 같은 OECD 국가이며 동시에 개발도상국이란 중간자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투루크는 동유럽과 이집트, 중동지역 대부분을 장악한 거대한 제국이었으나,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제국은 산산조각 났다.
심지어 자신의 식민지였던 그리스가 독립함과 동시에 서방의 지원 하에 발칸 전쟁을 일으켜 터키가 점유하고 있던 지중해 섬 대부분을 장악하였으며, 한때 오스만투루크 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탄불이 함락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터키의 새로운 지도자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Mustafa Kemal Ataturk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갈리폴리로 침입한 영국군을 몰아냄은 물론, 그리스 독립전쟁 당시에는 그리스와 서방 연합군을 물리쳐 현재의 터키 공화국 영토를 지켜냈다.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1923년 10월 29일, 터키 공화국을 수립함과 동시에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근대화되지 못한 오스만 트루크 제국이 어떠한 치욕을 겪었는지, 자국의 독자적인 방위산업 역량이 없을 경우에 어떠한 희생을 치러야 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에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이슬람 국가들 중에 처음으로 강력한 정교분리 및 세속주의 정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군을 세속주의 정부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삼음과 동시에, 군과 방위산업을 발전시키고자 많은 노력을 했고, 그 노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 터키 방위산업의 시작
터키의 방위산업 발전 과정은 대한민국 방위산업 발전 과정과 매우 유사한 행보를 가진다.
터키는 냉전시기 NATO의 일원으로 구소련의 남쪽 국경에 대한 방어와 견제 임무를 담당했으므로 주로 미국과 독일을 통해 대규모 군사원조를 받았다.
서방의 군사원조를 바탕으로 터키 역시 한국과 비슷한 1970년대부터 군수산업 기반을 구축하였으며, 냉전종식 후에는 방위사업청SSMSavunma Sanayii Mustesarligi 개청과 동시에 독자무기 개발 역량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터키 독자무기 개발의 가장 큰 기폭제는 쿠르드족 문제였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사담 후세인 정부가 붕괴되자, 이라크 북부와 터키 동남부에 거주하고 있는 쿠르드족의 독립운동도 함께 가속화되었다.
참고로 쿠르드족은 터키의 아나톨리아 반도 동남부와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이 접경을 이루는 약 30만 km²의 산악지대인 쿠르디스탄에 주로 거주하는 민족이다. 인구는 약 3,300만 명으로 독자적인 국가를 가지고 있지 않은 민족 중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다.
터키의 입장에서 쿠르드족의 독립은 영토와 주민의 상실을 넘어, 터키 국경에 적대적인 국가의 탄생을 의미했으므로 이라크 국경을 월경하면서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 활동을 강화하였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쿠르드족 학살사건 등의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하자, 전통적인 동맹이었던 미국과 서유럽은 터키에 대한 군수물자 판매는 물론, 군사기술의 도입까지 차단하였다.
대표적으로 터키는 독일에서 PzH 2000 자주포 체계기술을 구매하려 했으나, 독일 정부가 터키의 쿠르드족 학살을 이유로 무기수출을 금지함에 따라, 대신 한국의 K9 자주포 체계기술을 구매한 바 있었다.
당시 K9 자주포는 PzH 2000와 경쟁할 수 있는 충분한 성능과 보다 우수한 가격 경쟁력이 있으나, 한국의 낮은 인지도로 인해 수출되지 못하고 있던 것이 터키 덕분에 현재와 같은 대규모 수출의 물꼬를 튼 것이다.
[사진 3] 터키가 K9 자주포 기술력을 기반으로 개발한 T-155 푸트나 자주포
터키는 게릴라전 작전능력과 정찰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에게 군사용 무인공격기 구매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으며, 여전히 서유럽을 통해 핵심 군사장비 및 기술도입을 차단당하고 있다.
여기에 대응해 터키 방위사업청(SSM) 청장 Ismail Demir는 “2023년까지, 우리는 외국 시스템 및 하위 시스템에 대한 의존성을 없애려 한다”고 발표하였다.
여기서 2023년이란 시간은 터키 탄생 100주년을 반영한 상징적 연도이며, 터키의 방위산업은 2000년대 초반 25%의 자급률에서 현재 60%의 자급률을 충족하는 등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터키의 방산 프로그램은 실제 눈에 띄는 수출 증가를 가져오기도 했다. 터키 방산 및 항공우주 수출은 2011년에 8억 8,300만 달러였지만, 2016년에는 16억 8,000만 달러로 거의 두 배 성장한 것이다. 터키의 방위산업 발전전략은 자국군의 수요 충족을 넘어 해외수출시장 개척을 중시하고 있어 향후 수출시장에서 한국의 방위산업과 격렬히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아니, 터키와 수출경쟁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현재도 인도네시아 차기 잠수함 사업에서 한국과 터키는 경쟁하고 있다. 터키 방위산업의 현황과 저력에 대해 자세히 분석해 본다.
• 악몽의 시작점! 말레이시아 장갑차 사업
1991년 냉전의 종식과 동시에 유고슬라비아에서 대규모 내전이 발생했다. 유고슬라비아의 핵심세력인 세르비아는 독립을 원하는 수많은 민족들을 탄압함과 동시에, 무엇보다 보스니아 지역 무슬림에 대한 잔혹한 인종청소를 시작하였다.
무슬림 국가들은 크게 분노했지만 당시 걸프 전쟁이 겨우 종식된 상황에서 아랍지역 무슬림 국가들은 함부로 군대를 동원하기가 곤란하였다. 이에 이슬람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Gulf 주변 국가들은 아시아 무슬림 국가에게 보스니아 지역에 대한 UN 평화유지군 파병을 요청하였다.
◆ 뜻밖의 기회, 말레이시아 파병
보스니아 이슬람 학살에 분노하고 있던 말레이시아는 걸프 국가들의 경제적 협력을 바탕으로 보스니아 지역에 대한 평화유지군 파병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이었던 말레이시아에게는 충분한 수량의 기갑장비, 무엇보다 평화유지 작전의 핵심적인 장갑차가 없었다.
말레이시아는 걸프 국가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장갑차를 긴급 발주했으며, 말레이시아가 영연방 국가였다는 특성상 가장 유력했던 모델은 영국제 장갑차였다.
그러나 영국을 비롯한 어떠한 서유럽 및 미국 방산기업도 요구된 시기 안에 장갑차를 납품하지 못한다고 통보했을 때, 신속하게 대우인터내셔널이 등장한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대우그룹의 수출업무를 담당하는 종합상사로, 당시 말레이시아군의 장갑차 발주 소식을 신속히 대우그룹 본사에 통지했다.
대우그룹은 국방부에 ‘한국 육군을 위해 생산중인 K200 장갑차 물량을 급히 수출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질의하였고, 국방부는 한국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물량 전용을 승인했다.
K200은 국내에서 독자 개발된 모델이기에 해외수출에 아무런 장애가 없었으며 탑재된 K6 12.7mm 중기관총도 국산모델이었다.
그러나 탑재된 M60D 경기관총은 미국제 면허생산품이었으므로 미국 국무부의 수출허가가 필요했지만, 미국 국무부 입장에서는 장래 경쟁자가 될 국가의 무기 수출을 지원해 줄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 결과, K200 장갑차가 수출을 위해 부산항에 집결했을 당시에도 M60D 경기관총은 수출허가가 나지 않아 한국 정부와 외교부가 급히 교섭에 나서는 등의 강력한 후방 지원사격 덕분에 겨우 수출할 수 있었다.
1993년에 K200 장갑차 42대가 말레이시아에 수출된 것을 시작으로 2년 후에 추가로 69대가 수출되어 모두 111대를 수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것은 최초의 한국형 기동장비 수출사례이기도 했다.
[사진 4] 대우종합기계는 국산 기갑차량 중에서 처음으로 말레이시아군에 K200 장갑차 111대를 수출했다.
보스니아 전장에 파견된 K200 장갑차는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함은 물론, 세르비아 민병대의 소총탄 사격도 방어하여 성능을 입증하였다.
당시 K200을 생산하던 대우종합기계(현 한화디펜스)는 방산수출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하여 총탄이 날아다니는 보스니아에 K200 장갑차 정비팀을 파견하여 말레이시아군을 크게 감동시키기도 했다.
• 경쟁자 터키의 등장
말레이시아군은 K200 장갑차를 보스니아 내전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함은 물론, 차후 게릴라 진압활동 등의 다양한 군사작전에 활용하였다. 이렇게 장갑차의 가치를 충분히 확인한 말레이시아 육군은 추가적인 장갑차 획득을 결정하고 1990년대 후반부터 차기 장갑차 사업을 시작하였다. 당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이미 111대가 운용중이었던 K200이었지만, 새로운 경쟁자로 터키 FNSS사가 등장한다.
◆ 터키 AIFV 프로그램
터키 FNSS사는 자국 육군을 위해 K200 장갑차의 기본 개념모델이었던 AIFVArmoured Infantry Fighting Vehicle를 1992년부터 면허생산하고 있었다.
여기서 AIFV는 미국 FMC사가 미국 육군의 차기 장갑차 프로그램인 MICV-65 계획에 맞추어 1970년에 완성한 XM765 모델을 수출용으로 전환한 모델이다. 당시 FMC사는 미 육군의 차기 장갑차 선정을 위하여 XM765를 개발했지만, 미 육군의 선택은 보다 무겁고 강력한 화력을 지닌 M2 브래들리였다.
미국 FMC사는 좌절하지 않고 M2 브래들리나 워리어와 같은 고가의 보병전투차를 채택하기 곤란한 중소국가를 위하여 XM765 개발을 지속, 결국 1975년 네덜란드 육군이 YPR765라는 명칭으로 880대를 발주하였다.
그 후, 터키도 1992년부터 AIFV(XM765) 면허생산을 시작함과 동시에, 미국 FMC사를 상대로 매우 성공적인 계약을 이끌어 낸다. 터키 FNSS사가 2,200대 이상 면허생산하는 대가로 AIFV의 지적재산권과 함께 수출권리까지 일괄적으로 확보한 것이다.
[사진 5] 말레이시아가 선택한 터키 FNSS사의 AIFV 장갑차. 25mm 기관포를 기본 무장으로 한다.
미국 FMC사 역시 자국 내에서 생산 공장을 유지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터키가 AIFV 수출에 따른 적절한 로열티 지급을 약속하자 이를 흔쾌히 승인하였다.
◆ 터키 FNSS사의 수출 성공
터키 FNSS사는 같은 이슬람 국가인 UAE(아랍에미리트)에 면허생산한 AIFV 136대를 수출한데 이어, 2000년에 말레이시아 차기 장갑차 사업에 참가해 한국의 K200A1을 물리치고 211대를 수주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럼 왜 한국 K200A1이 실패하였는가?
말레이시아 육군은 정글전에 대응함과 동시에 주변국의 군사력 증강에 발맞추어 신형 장갑차에 20mm 이상의 중기관포 장착을 요청함과 동시에 무려 10가지 계열차량을 주문하였다.
당시 말레이시아가 요구한 차량은 ➊ M242 25mm 중기관포 탑재형부터 시작해, ➋ 중국제 Red Arrow 8 대전차 미사일 탑재 구축형, ➌ 40mm 유탄발사기와 7.62mm 경기관총 탑재형이 있었다. 이 외에도 ➍ 12.7mm 중기관총과 7.62mm 경기관총을 탑재한 병력 수송형, ➎ 구급차량형, ➏ 지휘형, ➐ 81mm 박격포 탑재형, ➑ 장갑차 회수형, ➒ 통신형, ➓ 카고형이 있었다.
당시 경쟁에 참가했던 대우종합기계의 K200A1 장갑차 화력은 12.7mm 중기관총에 머물러 있었으므로, 나름 해외에서 개발된 다양한 형태의 화력강화용 포탑 샘플을 도입해 장착하였다.
그러나 이들 화력강화용 포탑은 국내에서 생산 및 운용되는 품목이 아니었으므로 충분히 검증되지 못함은 물론, 가격하락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와 비교해 터키 FNSS사는 미국 FMC사의 기술협력을 바탕으로 말레이시아군이 요구한 다양한 계열차량을 성공적으로 개발하였다. 그리고 AIFV는 당시 터키 육군용으로 한참 대량 생산을 진행하고 있었으므로 K200A1과 경쟁할 수 있는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다. 결국 말레이시아는 같은 이슬람국가이면서 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한 터키 FNSS사의 ACU-300 ADAN 모델을 선정하게 된다.
말레이시아에 대한 K200 장갑차 수출은 국내 방산기업의 적극적인 해외개척 의지와 한국 정부의 강력한 측면 지원을 통해 이루어 낸 쾌거였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성공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부족하였으며, 새로운 경쟁국인 터키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마저도 취약하였다.
그나마 2006년 두산DST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DSA 2006 방산전시회에 참가, 1,000만 달러 규모의 K200 장갑차 성능개량사업을 말레이시아 국방부로부터 수주하였다.
말레이시아 육군의 K200 장갑차 성능개량사업은 280마력의 D2848 엔진과 T300 수동식 변속기를 갖춘 K200 장갑차를 한국 육군의 K200A1 사양으로 개량하는 사업이다.
즉, 기존 엔진을 350마력 출력을 가진 D2848T 엔진으로 교체하고 수동식 변속기를 X-200-5D 자동식 변속기로 교체하는 사업으로, 말레이시아에 수출한 K200 장갑차 111대 중에 22대를 사업대상으로 한다.
K200의 말레이시아 수출은 아쉬운 성공으로 남았지만, 장갑차와 같은 방산무기 수출은 지속적인 운용유지 부품 수출 효과와 함께, 향후 개량사업을 통해서 상당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겨 주었다.
• 한국 vs 터키 2차전, 인도네시아 차기 잠수함 사업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네시아 해군에 3척의 1,400톤급 잠수함을 수출하는데 성공했다.
2011년 수출계약 체결 당시 3척의 수주액은 약 11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로, 국내 방위산업 수출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으며, 이는 국산 중형 자동차 7만 3천여 대를 수출한 것과 동일한 액수이다.
현재 두 번째 인도네시아 잠수함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연내 인도를 목표로 건조중이다. 세 번째 잠수함은 역시 옥포조선소에서 블록 형태로 완성된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기술 지원 아래 인도네시아 국영조선소에서 2018년까지 최종 조립될 예정이다.
◆ 터키 인도네시아에 잠수함 수출?!
얼마 전 UAE에서 개최된 IDEF 2017 당시, 인도네시아 해군은 터키가 건조한 214급 잠수함 도입을 위한 구매 의향서(LOI)에 서명하였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대응해 잠수함 전력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앞서 언급된 대우조선해양의 1,400톤급 잠수함 3척 도입사업도 신 해군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그리고 동시에 터키제 잠수함 구매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러할까?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나가파사Nagapasa함은 1980년대 기술로 개발된 209급 잠수함을 기반으로 한다. 이와 비교해 인도네시아 해군은 AIP(외기독립기관)를 갖춘 보다 발전된 잠수함을 원하고 있어, 터키를 통하여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독일제 214급 잠수함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 대우조선해양 잠수함 수출
대우조선해양의 3척의 1,400톤급 잠수함 수출 뒤에는 끊임없는 노력의 스토리가 존재한다.
인도네시아는 1981년에 독일 HDW사를 통해 KRI Cakra급(209급 1300형) 잠수함 2척을 도입하였다. 잠수함은 통상 7년 주기로 대규모 창정비를 수행해야 하는데, 자체 창정비 능력이 없는 인도네시아는 그때마다 209급 잠수함을 저 멀리 독일로 보내야만 했다.
이 때 대우조선해양이 접근한다. 대우조선해양은 독일 209급 잠수함 면허생산을 진행하면서 자체 창정비 역량을 이미 축적하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창정비를 수행한다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멀리 독일까지 가지 않고도 창정비가 가능하다고 인도네시아 해군을 설득했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한국의 조선산업 역량을 믿고 창정비 사업을 맡겼으며, 대우조선해양은 2006년에 KRI Cakra함에 대한 창정비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였다.
◆ KRI Cakra급 개량사업
인도네시아 해군은 대우조선해양의 창정비 능력을 높이 평가하였으며 이 때의 경험은 KRI Nanggala 402함에 대한 성능개량사업 수주로 이어졌다.
인도네시아 해군은 중국 해군력의 증강에 대응하여 잠수함 전력증강을 결정했지만, 자국의 경제력으로는 충분한 숫자의 신형 잠수함 확보가 곤란하였다.
이에 기존 잠수함에 대한 성능개량을 결정, 1981년에 발주한 2척의 209급 잠수함 중에 KRI Nanggala 402함을 선정해 대규모 성능개량 사업을 발주하였다.
[사진 6] 말레이시아는 대우조선해양의 창정비 능력을 높이 평가하였으며, 이 때의 경험은 KRI Nanggala 402함에 대한 성능개량 사업수주로 이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은 KRI Cakra함에 대한 성공적인 창정비 경험을 발판으로 사업에 참가, 결국 개량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하였다.
성능개량사업은 2010년부터 시작되어, 25개월에 걸쳐 기존 CSU 소나체계를 미국 L3사의 8300 수동소나 체계로 교체함과 동시에 전투지휘체계 역시 212급 잠수함에 적용된 노르웨이 Kongsberg사제 MSI-90U Mk2로 개량하였다.
성능개량은 내부 전투체계 교체에 머물지 않고 상부 복합재 구조물과 배관체계 교체를 통해 안전 잠항심도가 기존 200m 수준에서 257m로 강화되었으며, 최대속도 역시 기존 21.5노트급에서 25노트급으로 크게 강화되었다.
결국 인도네시아 209급 잠수함은 기골구조와 HY-80 강판 이외에 거의 모든 체계를 교체하는, 사실상 잠수함 재건조에 해당하는 대규모 개량이다.
◆ 국산형 잠수함 수출 성공!
대우조선해양의 성공적인 창정비와 성능개량 사업은 2011년 12월, 국내 최초의 잠수함 수주로 이어졌다.
대우조선해양이 209급을 기반으로 설계한 수출형 잠수함은 수상배수량 1,460톤, 수중배수량 1,600톤, 최대속력 21노트이다. 그리고 내부 전투시스템은 훈련 및 정비체계 호환을 위하여 대우조선해양이 성능개량 한 KRI Nanggala 402함과 동일한 구성을 취하지만, 새롭게 중주파 대역을 탐지하는 FAS(프랭크 어레이 소나)가 추가되었다.
마지막 3번함은 인도네시아 국영 조선사인 PAL의 수라바야 조선소가 한국에서 보내 주는 잠수함 모듈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건조할 예정이다. 현재 많은 국가에서 기술력 습득 및 고용유지를 위해 잠수함이나 군용 선박을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필자가 만나 본 대우조선해양 전문가들은 수라바야 조선소의 시설이나 기술력을 점검한 결과, 향후 독자적인 창정비를 수행하거나, 성능개량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은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 한국 잠수함 산업의 도전과 응전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잠수함 수출에 성공했지만, 사실 어느 정도 한계점을 보여 주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해군의 차기잠수함 사업 당시, 러시아의 킬로 636급과 독일 HDW사의 209급, 대우조선해양의 DSME-1400 모델이 경쟁하였다. 이 중 킬로급은 배수량이 3,000톤이 넘는 대형 잠수함이므로 인도네시아 주변의 낮은 수심에서 운용하기에는 지나치게 대형이었으며 그 결과 HDW사의 209급과 대우조선해양의 DSME-1400급이 경쟁하게 된다.
◆ DSME-1400은 역설계?
대우조선해양의 DSME-1400급은 HDW사의 209급 잠수함을 역설계re-engineering한 모델로, 실제 대부분의 구조는 물론, 내부장비까지 거의 동일하다.
[사진 7]
그럼 질문이 제기된다. HDW사가 지적저작권을 침해받았다고 고소하지 않았을까?
할 수 없었다. 209급 잠수함은 HDW사가 1970년대부터 건조하기 시작한 모델로, HDW사는 209급 잠수함이 장기적으로 판매될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지적재산권 보호기간을 짧게 설정하였다.
지적재산권이 소멸됨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법적 문제없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209급 잠수함을 제안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사업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럼 왜 대우조선해양은 독자적 설계가 아닌 역설계 모델을 제안하였을까? 잠수함 독자설계 능력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훨씬 복잡하고 우수한 장보고-Ⅲ급의 핵심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사업자이며, DSME-1400급 이외에도 다양한 수출용 설계모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중을 항해하는 잠수함의 경우, 증명되지 못한 최신 설계보다는 실적과 신뢰성이 증명된 실적함의 존재가 무척 중요하다. 독일 HDW사의 최신 수출형 잠수함인 214급이 그리스와 한국에서의 초기 운용시 수많은 크고 작은 결함에 시달렸음을 보면, 실적함이 왜 중시되는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러한 실적함 우선 성향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신뢰성이 증명된 209급이 베이스인 DSME-1400급 설계를 제안하였으며, 덕분에 보수적인 인도네시아 해군에게 선택받을 수 있었다.
◆ HDW사의 복수?!
HDW사는 인도네시아에서의 패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한국의 잠수함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어 이를 견제할 필요가 있지만, 독일의 높은 인건비로는 향후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HDW사가 고민하고 있을 시기, 터키 해군은 한국 해군 다음으로 많은 6척의 214급을 발주함과 동시에, HDW사의 모(母)회사에 해당하는 TKMSThyssen Krupp Marine Systems 그룹에 해외 공동진출을 제안한다.
터키 STM사의 Golcuk Shipyard 조선소에서 터키 해군용으로 6척의 214급을 면허생산하고 있으므로 본 설비를 활용해 동남아시아의 신규 잠수함 사업에 공동으로 진출하자는 것이었다.
동남아시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은 중국 해군의 확장에 발맞추어 잠수함 전력증강에 노력하고 있지만, 동시에 제한된 경제력으로 인해 최신 잠수함 도입을 망설이고 있기도 하다.
터키에서 214급 잠수함을 조립 생산할 경우, 독일보다 훨씬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해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와 같은 이슬람 국가에 대한 접근과 로비면에서 유리할 수 있었다.
독일 방산기업의 입장에서도 독일 행정부의 엄격한 무기수출 제한조치로 인해 수출이 제한된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었기에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로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기도 했다.
2017년 4월 13일, Jane’s지는 터키 Golcuk 조선소와 TKMS 관계자들이 인도네시아 해군 본부를 방문해 터키가 건조한 214급 잠수함에 대한 브리핑을 실시했다고 보도하였다.
이어서 2017년 5월, 인도네시아 해군 관계자들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이 이스탄불에 도착함과 동시에, 터키 해군용 214급을 건조중인 Golcuk 조선소를 방문해 그 역량을 점검하였다.
그 후, 인도네시아 해군은 터키제 214급 잠수함 구매를 위한 구매의향서(LOI)에 서명하여 본격적인 잠수함 획득행보에 들어갔다. 터키의 최대 경쟁자가 바로 한국의 대우조선해양이다.
[사진 8] 터키는 214급 잠수함 6척을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중이다. 터키는 독일과 협력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고자 한다.
◆ 수출경쟁력 확보방법은?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추가적인 잠수함 수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독일+터키의 견제와 함께, 잠수함 기반산업의 부재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특수사업부 전문가에 문의한 결과, 터키가 독일과 협력해 낮은 인건비로 공략한다고 해도, 대우조선해양의 우수한 조선기반과 시스템을 활용해 건조비면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보았다.
실제 문제가 되는 것은 기존 209급보다 우수한 능력을 가진 실적함의 부재와 취약한 잠수함 산업기반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인도네시아 해군이 DSME-1400급을 선정한 것은 209급을 역설계한 모델, 즉 실적함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독일의 214급이나 프랑스의 스콜팬과 같은 AIP(외기독립기관)를 갖춘 신형 잠수함에 대항하기 위해 기존 DSME-1400급에 연료전지 모듈을 추가한 형태의 수출형 모델을 제안하고 있지만, 이는 실적함이 아닌 단순한 설계모델일 뿐이다.
잠수함 산업기반의 부재도 심각하다. 근래의 모든 무기 시스템이 그렇지만 잠수함 역시 함정 건조비용 자체보다 내부 소나와 전투지휘체계, AIP 추진체계 등이 훨씬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다.
[사진 9] 장보고-Ⅲ급 건조사업을 통해 잠수함 선체설계부터 시작해 전투지휘시스템과 소나시스템, AIP 시스템, 대출력 전동기에 이르는 핵심 구성체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잠수함 구성 체계를 국산화하지 못할 경우, 수출경쟁력 약화는 물론이요 발생한 수익의 대부분을 하부시스템 사업자가 가져가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 변화의 움직임
다행스러운 점은 잠수함 산업기반 부재에 대응해 방위사업청 주도하에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장보고-Ⅲ급 건조사업을 통해 잠수함 선체 설계부터 시작해 전투지휘시스템과 소나시스템, AIP 시스템, 대출력 전동기에 이르는 핵심 구성체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4년 7월 18일, 대우조선해양은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장보고-Ⅰ(209급) 잠수함 3척을 1,790억 원의 사업비로 성능 개량한다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었다.
개량사업 내용은 노후화된 ISUS-83 전투체계를 한국형 전투체계 2.31로 교체함과 동시에 잠망경 체계와 기타 지원시스템을 신형으로 교체하고 기타 무장운용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중형급 잠수함에 적용할 수 있는 전투지휘체계가 국산화됨은 물론, 외국제 소나와 무장체계에 대한 연동경험을 축적할 수 있게 되었다.
핵심기술에 해당하는 AIP 체계 역시 범한산업이란 국내 중견기업이 국산화를 진행하고 있다. 범한산업은 미래성장 산업으로 연료전지의 가능성을 보고 원래 GS칼텍스가 진행하던 잠수함 AIP 체계에 대한 특허권과 설비(대전 대덕연구단지), 기술인력 모두를 인수하였다.
범한산업은 이를 바탕으로 2018년 4월까지 장보고-Ⅲ급에 장착될 PEM(Proton Exchange Membrane : 양성자 교환막) 방식의 출력 500kW급 연료전지 체계를 납품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의 잠수함용 연료전지 기술은 독일 지멘스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비교적 일찍 개발 사업을 시작해 일본보다도 기술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덧붙여 방위사업청은 장보고-Ⅲ Batch Ⅱ급에 잠수함용 리튬전지를 채택할 것임을 발표하는 등 많은 잠수함 기술개발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쉽게도 그 시작이 조금 늦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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