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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나의 야간학교 시절은 비록 힘들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아름다웠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나는 야간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일기에 이렇게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시절 나의 사랑은
그 시절 나의 사랑은
어디를 향하고 있었던 걸까
꽃과 같은 어둠속에서
초저녁별이 뜨던 날
처음 느껴본 설레임
근원을 알 수 없는 떨림
눈부심
순백의 화원
아카시아 꽃향기
보리밭을 가르는 바람소리
그리고 쏟아지던 별, 별, 별
아니 아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나는 지금도 두근거려
생각나니?
전혀 새로운 세상에 온 것만 같던 그 밤이
나는 비밀을 감춘 듯 혼자 웃으며
늘 그 날을 생각하지만
지금도 그 느낌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
그것은
연분홍빛 수줍던 가슴에 피어나던
말 못할 그리움은 아니었을까
아련한 봄날 진달래꽃 향기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기억나니?
날마다 환희로 가득했던 그 소년의 눈
어둠을 벗어나 비로소 당도한 빛의 세상
안도하던 그 입술을
난 다만 숨죽이고 바라보아야만 했어
그 시절 나의 사랑은
한낱 사치에 지나지 않았지
그땐 그랬어.
무겁고 힘겨운 생(生)의 한가운데서
새로운 희망을 찾은 기쁨이 얼마나 컸을까
처음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었어.
처음으로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
그때 난 달빛이 눈부신 들에 앉아서
혼자 엉엉 울었다.
모든 것이 꿈만 같았으니까
산다는 것이 의미 있고 값진 것임을
처음 알았으니까
그리고 그 소년은 부쩍 자랐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잊혀지지가 않아.
나는 왜 아직도 그 시절을 못 잊는 것일까
지금도 난 두근거려.
낡은 시집을 뒤지며 잠 못 드는 밤이면
그 시절의 일들이 생각나.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기에 더욱 그렇겠지.
그리고 세월이 한참 더 흐른 후에는 내가 야간학교 시절 동급생이던 아내를 처음 만나던 시절을 생각하며 이런 시를 쓰기도 했었다.
첫사랑
향기로운 봄날
가슴을 휘젓고 지나는
한 줄기 바람
그 바람결
떨어지는 꽃잎 속에
어리는 얼굴
사는 동안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는
(2022. 6. 25.)
2024. 1. 24일, 나는 12번째 가곡으로 「그 시절 나의 사랑은」과 「첫사랑」, 두 편의 시(詩)를 놓고서 가곡의 가사를 써보았다.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지만 여러 번 고치다보니 이런 가사가 탄생하였다.
첫사랑
우리 처음 만나던 날 그 날을 기억하니?
눈부신 봄날의 화원 근원을 알 수 없는 떨림
보리밭을 가르는 바람소리 진달래꽃 향기
그 바람결 떨어지는 꽃잎 속에 어리는 얼굴
두근대며 살아온 한 평생 잊어본 적이 없는
(간주)
생각나니? 전혀 새로운 세상에 온 것만 같던 그 밤이
기억하니? 까닭도 없이 젖던 눈망울, 떨리던 입술을
그 바람결 떨어지는 꽃잎 속에 어리는 얼굴
두근대며 살아온 한 평생 잊어본 적이 없는
두근대며 살아온 한 평생 잊어본 적이 없는
나는 이 곡의 마지막 부분 “한평생 잊어본 적이 없는”이라는 마무리에서 고민을 많이 하였다. 사실 마무리를 “없는”으로 하는 것은 이상했다. 차라리 “없네”라고 하거나 “없다”라고 하거나 해야 문장이 끝나는 느낌이 들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원시(原詩)를 그대로 살리고 싶었다. 내가 쓴 시이지만 원시에 “없는”으로 끝냈으니 가곡도 그대로 “없는”으로 끝내는 것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첫사랑」이라는 제목의 가곡은 작곡가 김효근이 작곡한 유명한 곡이 이미 있었다. 그래서 「첫사랑」이라는 제목의 가곡을 만들어도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나만의 가곡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하여 이 가곡은 2024. 2. 16. 구광일작곡가를 만나 채보를 하였고, 2024. 5. 3. 편곡이 완료되었으며, 2024. 7.10. 장충신세계레코딩스튜디오에서 소프라노 신승아의 가창으로 녹음되었다.
https://youtu.be/tMX4mxgd16U?si=PEoCQofBfk64KYdE
첫댓글
김성만작가 님
나의 첫사랑이야기
아름다운 작품에 강추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