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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머니
1. 나 버는 법 (1) - 이 낯선 세계가 나를 지독하게 한다
나는 지독한 남자다.
나에게서 나는 냄새도 지독하지만, 나는 독하게 돈을 번다.
이 세계에서 독하게 돈을 벌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내가 이 세계에 언제 왔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이 세계에서는 나를 벌어야만 돈을 벌어 살 수 있다.
나를 버는 법은 간단하지 않다.
나는 하루종일 노동을 한다.
쓰레기가 가득한 거리를 빗자루로 쓸며, 화장실의 변기를 닦기도 한다.
내가 하는 일은 매일 달라진다.
때로는 하늘의 구름을 닦아야 될 때도 있다.
그럴 때 나는 날아가는 쓰레받기를 보조도구로 지급받는다.
이 세계에서는 이렇게 나를 벌어야만 살 수 있다.
나를 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로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에 붕붕 떠다나는 건물을 수리를 하기도 한다.
오토바이에는 수리에 필요한 스패너가 가득하다.
오로지 스패너만 가득한 오토바이.
때로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지겹다.
내가 지겨워 한다는 사실이 반장의 귀에 들어간다면 나는 더 이상 나를 벌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이 두려워 나는 아무에게도 이 말을 하지 않는다.
나를 번 후에 내가 해야 할 일은 반장이 주는 반찬을 먹는 일이다.
그 반찬은 온통 빨간색이다. 무슨 반찬인지 모른다.
나는 그 반찬을 먹으면서 나를 벌고 하루하루를 간신히 살아가고 있다.
그 반찬은 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나는 그저 나를 벌기 위해 그 반찬을 먹을 뿐이다.
이 지독한 세계에서 나는 나를 참 잘도 버티어 낸다.
나는 이 지독한 세계에서 탈출하고 싶다.
탈출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탈출하지 않으면?
이 지독한 세계에서의 삶이 끝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나는 이 지독한 삶을 끝낼 수 없을지 모른다.
이 지독한 냄새까지 없애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을 거라는 사실은, 나를 절망에 빠뜨린다.
나는 이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
1. 나 버는 법 (2) - 나랑 대화하기 싫어?
이 세계에서 탈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나는 이걸 택했다.
“경량씨, 나랑 대화하기 싫어?”
“아닌데요?”
“근데, 왜 아무 말도 안해?”
“지금 저한테 시비 거는 거예요?”
“시비 거는 건 아니고.”
“그럼, 청소 좀 해요!”
“하고 있잖아!”
“지금 손으로 하고 있잖아요!”
“그럼 손으로 하지, 발로 해야 돼?”
“그럼요, 발로 해야 깨끗이 닦을 수가 있죠!”
“말이 돼?”
“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
“지구”
“그러니까, 그 모양이지.”
“뭐라고?”
“여기선, 발로 해야 깨끗이 닦을 수 있다고요.”
“그런데 말이야.”
“뭐요?”
“발로는 어떻게 하는 건데?”
“양말 벗어서 발에다 걸어놓고요. 그럼, 발이 막 날라 다닐 텐데.”
“그게 돼?”
“돼요, 한번 해 봐요.”
나는 양말을 벗어서 발에다 걸어놓고 걸레를 발가락 사이에 끼워넣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안 되는데?”
“이렇게 하면 안 되고요. 발가락 위에 걸어야죠.”
발가락 위에 양말을 걸었다. 양말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발이 날아다닌다며?”
“아저씨는 참 특별한 능력을 지니셨군요.”
“특별한 능력이라니?”
“아저씨는 양말에다 영혼을 불어넣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셨어요.”
“그럼, 내 반찬이 맛있는 걸로 바뀌나?”
“그럴 리가요. 전 맛있게 먹는데, 반찬이 맛 없어요?”
“근데, 너 사장 아니야?”
“사장이 뭔데요?”
“먹을 걸 주는 사람”
“그럼, 저 사장 맞네요.”
“근데 왜 반찬이 맛이 없냐고!”
“왜 다른 얘기해요?”
“뭐?”
“아저씨는 영혼을 불어넣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셨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더 큰 일을 하셔야죠?”
“어떤?”
“앞으로 근무시간을 늘릴께요.”
“야!”
1. 나 버는 법 (3) - 아저씨 쓰는 법은?
“밥 벌기 싫으세요?”
“반찬을 벌고 싶지, 밥 벌기는 싫으네.”
“그럼, 반찬을 더 드리면 되잖아요!”
“아니, 반찬이 맛있어야 반찬을 먹지!”
“반찬을 맛있게 하는 특별한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사장 녀석인 줄 알았더니, 웬 꼬맹이, 아니 정확히는 키가 작은 한 녀석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뭔데?”
“반찬을 안 먹는 거예요.”
“야, 반찬을 먹어야 맛을 알지!”
“꼭 먹어야 돼요?”
“반찬이 맛있으면 당연히 먹어야지!”
“꼭 그래야 돼요?”
“그래야 되지.”
“사장님, 이 아저씨 뭐하는 사람이에요?”
“지구에서 왔대.”
“지구가 어딘데요?”
“몰라, 그런 데가 있나 봐.”
“아저씨, 반찬을 왜 먹어요?”
“뭐야, 넌 반찬을 안 먹어?”
“반찬을 먹으니까, 맛이 없죠.”
“그럼, 넌 반찬 안 먹고 어떻게 밥을 먹어?”
“전 밥도 안 먹고, 반찬도 안 먹어요.”
“그게 말이 돼?”
“여기 반찬 먹고 밥 먹는 사람, 손 들어 봐!”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이것 봐. 반찬을 안 먹으면 어떻게 살아? 말이 돼?”
“지구에서는 밥도 먹고 반찬도 먹나 보죠?”
“아주 맛있게 먹지! 근데, 여기선 밥도 안 먹고 반찬도 안 먹고 어떻게 살아?”
“저희는 그냥 밥과 반찬을 보기만 해요.”
“응?”
“보기만 해도 맛있으니까.”
“보기만 한다고?”
“네, 저희는 반찬을 보기만 해요. 밥도 보기만 하고요. 그걸 먹진 않아요. 저희는 물만 먹고 살아요.”
“아저씨, 그럼 여태까지 밥과 반찬을 먹었던 거야?”
“그게 말이 돼?”
“어떻게 그걸 먹을 수가 있지?”
“그럼, 너흰 화장실은 왜 가?”
“저희는 화장실에 눈물 흘리러 가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물 마시면 자꾸 눈물이 나서, 눈물 흘리러 가요.”
“맞아, 혼자 울어야 되니까.”
“그럼, 화장실 가는 게…”
“아저씨, 화장실에 눈물 흘리러 가는 거 아니었어요?”
“난, 싸러 가지.”
“뭘 싸요? 음식을 싸나요?”
“아니, 그런 게 있어.”
“그런 거라뇨?”
“말할 수 없어.”
“말할 수 없는 거예요, 말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말해도 모를 거 같아서.”
“지구와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가 보네.”
“지구는 이상한 곳이네.”
“그러게.”
“아저씨, 그럼 우리에게 보여줘요.”
“뭐, 뭘?”
“화장실에서 뭐하는지.”
“아니, 그걸 어떻게 보여줘?”
“보여줄 수 있는 거 아니예요?”
“아니, 이 사람아! 너희 눈물 흘리는 걸 함부로 보여주지 않지?”
“네, 맞아요.”
“나도 내가 흘리는 걸 마음대로 보여줄 수 없다고!”
“아, 그래요?”
“그래, 이 사람들아!”
“이제 그만하고 일하자고!”
“네, 사장님.”
“사장이라고 부르게?”
“우리 이제부터 사장님이라 부를게.”
“그래요!”
“그래요!”
졸지에 사장님이라고 불리게 된 그 녀석의 표정이 묘해졌다.
“사장님, 나도 일할게. 반찬 더 줘!”
“알았어요. 반찬 더 줄게요. 앞으로도 밥과 반찬을 먹으실 건가요?”
“난, 먹어야 산다고!”
“알았어요. 한번 보고 싶네요. 어떻게 먹는지.”
“그래, 언젠가 한번 보여주지!”
“그래요. 이제 일해요”
“그래요”
나는 사장 녀석의 양말을 내 발에 걸어놓았고, 그 양말도 같이 날라다니기 시작했다. 이 사장 녀석이 하는 말이 참 가관이다.
“아저씨 쓰는 법, 참 다양해서 좋네요.”
나 원참, 기가 막혀서.
1. 나 버는 법 (4) - 놀랬지?
“아저씨, 저기…”
“얜 또 왜 이리 심각해?”
“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내 이름?”
“네.”
“이름은 알아서 뭐하게? 여태까지 물어보지 않다가 갑자기 이름은 왜 찾아?”
“아저씨라고 계속 불러요, 그럼?”
“아니야, 내 이름은 말이지.”
“네, 이름은요?”
“내 이름은 이름이야”
“이름이 이름이라고요?”
“그래, 이름이 이름이야. 이름이라고 불러.”
“아저씨, 장난치지 마시구요.”
“장난 아니라, 진짜로 이름이 이름이라니까.”
“그럼, 이름 아저씨라고 불러요?”
“야, 아저씨라고 부르지 말랬잖아!”
“그럼, 이름씨라고 불러야 돼요?”
“그렇지, 바로 그거지!”
“이름씨요? 누가 이름씨래?”
“이 아저씨 이름이 이름이래요.”
“야, 아저씨 빼라고 했잖아.”
“아저씨.”
“또?”
“미안해요, 아저씨.”
“아니, 그게 지금 사과라고 하는 거야?”
“입에 달라붙어서.”
“그래, 그럼, 이름씨라고 백번만 해봐.”
“휴식 시간 끝났습니다.”
사장 녀석이 또 나의 달콤한 휴식을 방해하는구나.
“아저씨, 휴식 끝났어요.”
“알았다, 사장아”
“네, 그럼 오늘은 빗자루를 타고 날아서 구름까지 갔다 오세요.”
“구름까지? 내가 어떻게 빗자루를 타고 날아?”
“아저씨, 양말을 잘 이용해 보세요. 양말한테 부탁해 보든지.”
“그래, 양말이 내 부탁을 들어줄까? 근데 어떻게 부탁을 하지?”
“우선, 양말을 벗어야죠.”
나는 양말 한 짝을 벗고 사장에게 건넸다.
“이걸 왜 저한테 주세요?”
“부탁해 보라며?”
“저한테 말구요. 양말한테요.”
“그러니까, 양말한테 어떻게 부탁하냐구? 양말에 절이라도 할까?”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야, 지금 나보고 양말한테 절을 하란 소리야?”
“뭐라도 해 봐야죠. 빗자루 타고 구름까지 가서 구름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해야 돼요.”
“그러니까, 그걸 왜 날 시키냐고?”
“아저씨가 근무 시간이 제일 길어서요.”
“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다른 사람들은 다 퇴근할 시간이에요. 아저씨, 근무시간 늘려드리기로 했잖아요?”
“근무시간 늘리는 게 좋은 거야?”
“여기선, 근무시간 아무한테나 늘려주지 않아요. 정말, 일 잘하는 사람한테만 근무시간 늘려서 반찬을 많이 제공해주죠.”
나참, 이놈의 사장이.
“아저씨”
“이름씨라고 부르라니까.”
“이름씨 아저씨, 양말한테 절을…”
“알았어, 알았다고! 하면 되잖아!”
“여기, 양말”
사장 녀석이 양말을 내게 다시 건네더니,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 쳐다봐, 구경났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요.”
“날아본 적 없지?”
“네”
“야, 근데 나보고 어떻게 날아가라는 거냐?”
“아저씨, 할 수 있으세요! 충분히요!”
“야, 사장이 날아본 적 없는데, 어떻게 일개 직원이 날아다녀. 말이 돼?”
“말이 왜 안 돼요? 여기선, 제가 할 수 없는 걸 다른 직원이 많이 하는데요?”
“어떤 걸 하는데?”
“예를 들어.”
“예를 들어?”
“화장실을 안 간다든지.”
“그걸 어떻게 해?”
“저는 못하는 걸 어떤 직원이 하던데요?”
“그래?”
“그래요.”
“못하는 걸 직원이 한다?”
“그래요, 이름씨 아저씨 충분히 날아갔다 오실 수 있어요.”
“양말 줘봐.”
“아까 줬잖아요?”
“어, 어디 갔지?”
“저기 봐요!”
양말이 날아다니면서 너풀거리고 있었다.
“양말한테 절해야죠!”
“알았다, 사장아!”
나는 양말을 향해 절을 했다.
그러자, 양말이 내게 오더니, 사뿐히 내 손에 내려앉았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
“아저씨, 좀 기다려 봐요.”
“양말에게 절했어?”
“이름씨 아저씨, 드디어 나는 거야?”
“그런가봐.”
“아저씨한테 빗자루 좀 드려봐.”
“알았어”
누군가 나한테 빗자루를 갖다 주었다.
“같이 타요”
“뭘?”
“양말을 빗자루 손잡이에 감고 둘 다 손잡일 잡아”
“그래!”
“이렇게 하면 돼?”
“그래요!”
양말을 빗자루에 감고 빗자루의 손잡이를 잡고, 나의 동료 중 한 명이 내가 잡고 있는 빗자루의 손잡이를 잡자, 양말이 갑자기 커다래지더니 둘이 앉을 수 있는 큰 방석모양이 되었다. 우리는 그 방석을 타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신나서 소리를 질렀다.
“야호! 나 드디어 날아올랐다!”
1. 나 버는 법 (5) - 구름이 난다
“아저씨, 꽉 잡아요!”
“이름을 불러!”
“이름 아저씨, 꽉 잡아요!”
“구름이 보이네?”
“구름 청소하러 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구름을 청소하냐고?”
“아저씨, 아저씨는 할 수 있으세요!”
“아 그러니까, 어떻게 할 수 있냐고!”
“아저씨, 그걸 저한테 물어보면 어떻게 해요?”
“내가 알아야 뭘 하지?”
“아저씨, 아저씨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계시다고 사장님께서 그러시던데요?”
“영혼을 불어넣는? 말이 되는 소릴 해라! 나 일 시킬라고 작정한 거지!”
“아니에요 우리 사장님은 그런 분이 아니에요!”
“그런 분이 아니면 어떤 분인데?”
“우리 사장님은 저희한테 어떻게든 반찬을 더 주시려고 노력하는 분이에요!”
“그러니까, 반찬을 더 주려면 일을 더 시켜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맞아요 우리의 특별한 능력을 발견하시려고 노력하시는 분이죠!”
“그래서 나한테 연장근무까지 시키는 거냐?”
“저도 아저씨 덕분에 연장근무 하고 있어요. 반찬 더 주신대요!”
“좋냐?”
“네, 좋아요. 저 이렇게 반찬 많이 벌어 본 적은 없어요.”
“그러냐?”
“네에!”
구름이 가까워졌다. 바람이 살살 불어와서, 구름을 이리저리 흔들어대고 있었다.
“구름이에요! 다 왔어요!”
“근데, 이거 왜 이렇게 흔들려?”
“아저씨, 물은 가져오셨죠?”
“이 무거운 물을 듣느라고 내가 이 고생을 하고 있잖아!”
“줘 보세요!”
“응?”
“아저씨, 물 좀 주세요”
“물 줘?”
“네.”
“물을 마셔?”
“아니요.”
“그럼, 물은 왜 달라고 해?”
“청소하게요!”
“이 물로?”
“구름을 이걸로 청소해야 돼요”
“아까 청소하는 법 모른다며?”
“제가 모른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요? 저한테 물어보시면 어떻게 하냐고 했지”
“아, 그랬지. 그래서 말인데!”
“왜요?”
“청소, 그냥 네가 하면 안 될까?”
“제가요? 어떻게요?”
“안다며?”
“제가 안다고는 했는데, 할 수 있다고는 안 했어요.”
“방금 물 달라며? 청소하게!”
“청소하게 물 달라고 했어요. 아저씨, 물 들고 청소하시게요?”
“야, 그럼 나보고 하라고?”
“네! 제가 알려드리면 되잖아요. 어떻게 청소하는지”
“구름을 이걸로 청소해야 한다며?”
“그러니까, 제가 알려드린다고요. 물 주시고 손 줘 보세요.”
“왜?”
1. 나 버는 법 (6) - 구름이 또 난다
“정말로 청소 안 하실 거에요?”
“손은 왜?”
“물을 손에 부어 드릴테니, 손으로 구름을 닦으시면 돼요!”
“야! 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산 사람이야!”
“그럼, 이제부터 묻히고 사시면 되겠네요!”
“아, 진짜!”
나는 할 수 없이, 그 녀석의 말을 따라 손에 물을 묻히고 구름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구름이 잘 닦이는 건지, 안 닦이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이거 닦이는 거 맞아?”
“아저씨, 잘 하고 계세요!”
“정말, 닦이고 있는 거 맞아?”
“맞아요. 잘 닦이고 있어요!”
“그걸 어떻게 확인할 수 있지?”
“아저씨, 그걸 저한테 물어보시면 어떻게요?”
“그럼 누구한테 물어봐?”
“아저씨, 잘 닦이고 있는 거 안 보이세요? 지금 구름이 깨끗해지고 있는데?”
“응? 그게 보여?”
“제 눈엔 정말 깨끗해지는 게 보이는데요?”
“아, 보이는구나”
나는 구름을 확인해 보았다. 정말로 깨끗해진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녀석이 깨끗해 보인다고 하길래, 그런가 보다 했다.
“근데”
“네?”
“우리 언제 내려가?”
“다 닦아야죠!”
“닦이는 건지 안 닦이는 건지를 알아야 내려가지!”
“아저씨, 제가 확인할 수 있다니까요!”
“그러니까, 확인해 보라고!”
“아저씨가 확인하셔야죠, 왜 제가 확인을?”
“닦였는지 안 닦였는지 볼 수 있다며?”
“아저씨, 저는 그냥 청소 잘하나 안 하나 확인만 하면 된다고 사장님께서 얘기하셨어요.”
“뭐야, 반찬 더 받는다며? 근데, 넌 확인만 하고 난 왜 이딴 고생을 해야돼?”
“사장님이 시키신 일만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아, 그렇긴 하지.”
“저는 그래서 사장님이 시킨 대로 하는 건데요?”
“그래서 보기만 하겠다고? 안 도와주고?”
“네, 전 보기만 할 거에요. 가서 사장님께 보고해야 돼요.”
“뭐야? 내가 청소 잘하나 안하나 확인하고 그걸 보고한다고?”
“네!”
“그럼, 그만 가자!”
“아니, 청소 아직 안 끝났는데, 어딜 가요?”
“그냥 보고해. 청소 잘 못했다고!”
“괜찮으세요? 그래도? 이름 아저씨?”
“나, 연장근무 빼줘!”
“아저씨, 반찬 더 받고 싶지 않으세요?”
“그런 거 필요 없어. 그냥, 연장근무 빼줘!”
“아저씨, 연장근무가 문제가 아니라요!”
“왜?”
“아저씨, 제가 청소 잘 못한다고 보고하면은요.”
“응?”
“아저씨, 밥벌이가 쉽지 않으실 텐데요.”
“날 연장근무 시켜놓고, 날 해고하겠다는 소리야?”
“그게 아니라요!”
“아니면?”
“드리는 반찬이 반으로 줄 거에요!”
“이유는?”
“구름을 청소 안해서요.”
“구름하고 반찬하고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거지?”
“상관관계가 무슨 뜻이에요?”
“그러니까… 무슨 연결고리가 있는 거냐고?”
“아, 반짓고리요? 반짓고리를 반찬으로 살 수 있는데요.”
“반짓고리를 반찬으로 살 수 있다고?”
“네!”
“반짓고리를 주고 반찬을 받으면, 내가 사는 게 좀 나아지나?”
“반짓고리를 주고 반찬을 받는다는 소리가 아니라요!”
“그럼?”
“반짓고리란 반찬이 있어요”
“그런 반찬은 또 뭐하는 반찬이야?”
“풀로 엮어 만든 반찬 있어요.”
“그런 반찬이 있어?”
“네 사장님께서 반짓고리를 특별히 챙겨주실 거에요.”
“아, 나, 이런. 이봐, 경량씨! 나, 청소할게! 기다려!”
나는 열심히 구름의 여기저기를 닦아내었다.
“다 닦으셨어요?”
“확인은 네가 해야지, 왜 나한테 물어보냐고!”
“아저씨가 청소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렇지, 맞아. 내가 청소하는 사람이지!”
“네, 맞아요. 아저씨가 청소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말인데!”
“네에!”
“청소 잘했다고 보고 좀 해줘.”
“확인해 볼게요.”
“그래”
1. 나 버는 법 (7) - 나 잘했찌!
“이름 아저씨, 저쪽 안 닦였어요!”
“또 어디?”
“저기 구름 한가운데요!”
“구름 한가운데가 어디야?”
“저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려고 하는데요!”
“빗방울?”
“네!”
“그래?”
“네!”
“빗방울이 떨어지면 우리 어떻게 해야 되지?”
“왜요?”
“빗자루가 물에 젖잖아?”
“그게 왜요?”
“빗자루 물에 젖으면 우리 떨어지는 거 아냐?”
“어디로요?”
“밑으로”
“아니에요. 비 와도 돼요.”
“아니야, 분명 문제 있을 거 같은데, 빨리 내려가자”
“아니에요. 이거 마저 해야 돼요. 비 와도요. 빗자루는 플라스틱으로 된 거라 안 젖어요”
나는 경량이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이 사실이 너무도 비참해서 경량이 앞에서 우는 척을 했다.
“이름 아저씨, 왜 우세요?”
“내가 말이야,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슬픈 적은 없었어.”
“왜 슬퍼요?”
“내가 말이야. 빗자루가 안 젖는다는 사실이, 이렇게 슬플 줄은 몰랐어.”
“정말이세요? 그럼, 빗자루가 젖길 바라세요?”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럼, 왜 그렇게 슬프게 우세요?”
“그러니까, 빗자루가 안 젖는 게 왜 슬프냐면…”
“네에…말씀하세요”
경량이는 내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경량씨.”
“네에, 이름 아저씨.”
“내가 말이야.”
“네에…”
“인생에서 이렇게 슬픈 적은 없었는데 말이야.”
“네에…”
“그게 말이야…”
“빗자루가 비에 젖지 않아서 아직도 슬프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네, 말씀하세요…”
“내가 말이야…”
“왜 말을 잇지를 못하세요? 그렇게 슬프세요?”
“아니, 그게 아니고…”
“이름 아저씨, 비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비? 어디?”
“가운데에서 떨어지고 있어요.”
“청소해야 돼?”
“네”
“비 오는데?”
“네, 거기 빨리 청소해야 돼요. 아까 안 하셨잖아요!”
“비 오는데 거기 가서 청소하라고? 비 맞으면서?”
“네, 그러셔야 돼요!”
“알았어, 알았다고, 하면 되잖아!”
“아저씨?”
“응?”
“청소 빨리 하세요.”
“알았다고.”
나는 손에 물을 묻히고, 비가 오는 그곳으로 향했다.
“이름 아저씨.”
“비 올 때는요.”
“응”
“물을 안 묻히셔도 돼요!”
“왜?”
“내리는 빗물을 두 손으로 받아서 닦으시면 돼요!”
“빗물을 받아서 닦으라고? 싫어!”
“그럼, 계속 부어드려요?”
“그래, 그래 줘”
“알았어요. 부어 드릴께요.”
나는 경량이가 부어준 물을 받은 손으로 비가 오는 그곳으로 향했다.
“이름 아저씨!”
“또 왜?”
“아까 전에 물 묻히셨는데, 왜 또 저한테 부어달라고 하셨어요?”
“내가 그랬나?”
“네, 그러셨어요!”
“그럼, 이번엔 빗물도 묻혀야지!”
“이름 아저씨!”
“왜?”
“세 번씩이나 물을 묻혀서 뭐하시게요?”
“이러면 반찬이 더 많이 나오지 않아?”
“아닌데요.”
“그럼, 뭐라고 보고하게? 나 열심히 했다고 보고 안 할 거야?”
“아니요. 열심히 했다고 보고는 드려야죠, 사장님한테.”
“그래? 그래주면 좋지.”
“근데요!”
“근데 왜?”
“일을 아주 잘했다고는 말씀 못 드려요!”
“열심히 했으면 된 거 아니야?”
“제대로 해야죠!”
“지금 제대로 하고 있잖아!”
1. 나 버는 법 (8) - 나 못했어?
“물을 세 번씩이나 묻히는 이유가 대체 뭐에요?”
“나름대로 철학이 있어서야”
“무슨 철학이요?”
“나름대로… 그런 게 있어!”
“그런 게 뭔데요?”
“그러니까… 그게… 나름대로 있다고!”
“그러니까 이유가 뭐냐고요!”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말을 해 주셔야 알죠?”
“그래?”
“그럼, 말로 할게. 대신, 이거 좀 도와줘!”
“어떻게요?”
“구름을 잡아봐!”
“구름을요? 구름은 왜요?”
“잘 잡아봐.”
“구름 못 잡아요.”
“어, 왜?”
“구름은 잡는 게 아니에요.”
“그럼?”
“구름은 닦기만 해야 돼요. 잡으면 안 돼요!”
“정말 닦기만 해야 돼?”
“네, 구름은 닦기만 해야 돼요!”
“그래?”
“네, 그런데요, 이름 아저씨!”
“왜 그래?”
“비가 점점 더 많이 오는데요?”
“우린 안 맞잖아!”
“그래도 밑에 있는 사람들은 많이 맞을 텐데요?”
“그래서, 어쩌라구?”
“청소를 빨리 해주세요.”
“아 잠깐만!”
나는 물 묻힌 손으로 구름을 싹싹 닦아내었다.
“이제 되었지?”
“청소 잘하시네요?”
“실컷 구박할 땐 언제고!”
“제가 언제요?”
“구박한 적 없다고?”
“이름 아저씨는 제가 구박한 걸로 들리세요?”
“응 그래!”
“그래요? 사장님께 말씀드릴게요.”
“뭘 말하려고?”
“제가 구박해서 이름아저씨께서 청소를 못 하셨다구요!”
“청소를 못했다고?”
“네!”
“네가 구박한 거랑, 청소를 못한 거랑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거야?”
“반짓고리를 더 받고 싶으세요?”
“아니다… 내가 말을 말아…아니지… 말을 안 하면 안 되지…”
“이름아저씨, 무슨 말을 하시려고요?”
“그러니까 말이다.”
“네, 아저씨!”
“내가 말이다…”
“네에…”
“그러니까 말이다…”
“네에…”
“청소를 잘 한 거냐고, 못한 거냐고?”
“청소요?”
“응, 청소!”
“이름아저씨, 처음치고는 잘 하신 거에요!”
“뭐야, 너도 처음 온 거 아니야?”
“맞아요”
“근데, 네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어떻게 알아?”
“알 수 있어요. 전, 청소작업반장이니까요!”
“그러냐?”
“네!”
1. 나 버는 법 (9) - 나, 드디어 반장 되다!
“작업반장이 되면 그런 거 알 수 있는 거냐?”
“아니요, 작업반장이 되면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경험이 많아야죠!”
“그럼, 경험이 많이 쌓이면, 작업반장이 될 수 있는 거냐? 그럼, 나 반장해도 되겠네!”
“경험 많으세요?”
“내가 이래뵈도 지구에서는 청소를 매일 했어.”
“그러세요? 어디어디 하셨는데요?”
“어디어디 했냐면…”
“혹시요!”
“응?”
“비 내릴 때도 청소해 보셨어요?”
“아, 그건…”
“그건 해 보신 적 없으시죠?”
“아니야, 해 봤어!”
“어떻게 하셨는데요?”
“비 올 때는… 비 올 때는…”
“아저씨, 비 올 때는 비 맞고 하면 돼요. 뭐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세요?”
“어려워!”
“뭐가 어려워요?”
“비 맞고 하는 거 너무 어려워!”
“아저씨, 비 올 때는 청소 한 번도 해 보신 적 없으세요?”
“그래, 없다, 어쩔래! 나 청소란 걸 싫어한다고!”
“싫어하세요?”
“그래, 싫어해!”
“근데, 왜 여기서 일하세요?”
“그럼, 먹고 살아야 되는데 어떻게 하냐?”
“사장님한테 말씀드려 보세요. 다른 곳에 배치해 주실지도 모르잖아요.”
“다른 곳?”
“네!”
“어떤 곳이 있는데?”
“청소 말고요?”
“응!”
“사장님께 물어보셔야죠!”
“아니, 아는 것처럼 얘기하더니?”
“아니, 제가 알 리가요! 그냥 사장님한테 말씀드려 보라구요. 그럼, 뭔가 애기해 주시지 않을까요?”
“그게 말이 돼?”
“왜 말이 안 돼요?”
“사장님은 나한테 일 시킬라고 안달이 난 사람인데, 나를 다른 데 배치한다고? 내가 원하는 일을 시킨다고?”
“그럴 리가요!”
“무슨 소리야?”
“제가 언제 사장님께서 이름아저씨가 원하는 일을 시킨다고 말씀드렸나요?”
“그럼?”
“그냥 말씀드려 보라구요!”
“아니, 그러니까, 그 얘기인즉슨, 내가 원하는 걸 해주실 거라는 의미 아니냐고?”
“아니라고요! 사장님께 말씀드리고 상담 받으시라고요!”
“아, 그 얘기야?”
“네!”
“싫어!”
“왜요?”
“사장님이 나한테 뭘 해 줄 리가 없으니까!”
“그래요?”
“그럼요…”
“응, 왜?”
“사장님을 부를까요?”
“응? 여기로?”
“네!”
“여기로 어떻게 불러? 여기도 핸드폰이라는 게 있나?”
“그게 뭐에요?”
“그런 게 있어! 그런데 어떻게 부르려고?”
“잠시만요”
경량이 녀석은 밑을 향해 팔을 흔들더니, 새끼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밑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녀석, 뭐하는 거지?
“경량씨, 지금 뭐하는 거야? 밑에서 이게 보여?”
“우리 사장님은…”
“응, 보여?”
“저기 있어요! 밑에서 보라고 한 게 아니에요!”
“응?”
“어디?”
“저쪽에”
“어디어디?”
“안 보이세요?”
“어디에? 어디에 사장님이 있어?”
“사장님 안 보이세요?”
“안 보이는데.”
“사장님, 사장님이 안 보인대요!”
“그래, 성공했구만!”
경량이 뒤에 있던 사장님이 내 앞으로 나타나더니, 나를 향해 너무도 환하게 웃으면서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이름 아저씨, 청소 정말 열심히 하시는 거 봤어요! 이름 아저씨는 참 훌륭한 사람이 되실 거에요!”
“그래서?”
“그래서 말인데요!”
“그래서 먼데?”
“내일은 구름 두 개를 청소하시는 거에요!”
“그래, 알았다, 사장아!”
“네, 반짓고리 반찬이 필요하세요?”
“그거 먹는 거야?”
“말씀드렸다시피~”
“반찬을 먹지 않는다고?”
“네.”
“난 먹어야 된다고 이 사람아!”
“그러세요?”
“그래!”
“먹는 거면 뭘 드려야 할까요?”
“여기는 나물이나 고추장 같은 거 없어?”
“고추장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나물은 있어요!”
“그걸로 줘!”
그때 경량이가 나서서 나를 만류했다.
“이름아저씨, 나물 드시면 후회하실 텐데요?”
“왜?”
“왜냐하면요…”
사장이 끼어들었다.
1. 나 버는 법 (10) - 나물의 눈물
“경량씨, 뭐 아는 거 있어? 이름 아저씨가 나물을 먹어야 한다는데?”
“그래서, 지금 말씀드리려고요!”
“뭔데?”
“나물이요, 지구에서 말하는 그 나물이 아니에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제가 지구를 가본 적이 있는데요, 거기서 말하는 나물은 아주 부드럽잖아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
“경량씨, 이름아저씨가 말한 나물은 그 나물이야?”
“네, 사장님.”
“안 되겠네!”
“안 되겠죠, 사장님?”
“맞아!”
“대체 여기 나물은 뭐길래?”
“여기 나물은 몹시도 딱딱하고요, 보기만 해도 배부른 거예요.”
“그래?”
“네!”
“그럼 말이지!”
“네!
“나물 줘”
“진짜 드려요?”
“보기만 해도 배부르고 싶어”
“그래요? 그럼, 내일부터 구름 두 개 청소요?”
“그래! 그렇게 하지!”
“청소는 다 하셨나요?”
“그래, 다 했어!”
“그럼, 내려갈까요?”
“나, 드디어 퇴근인 거야?”
“퇴근이 그렇게 하고 싶으세요?”
“응, 나 퇴근이 무척 하고 싶어!”
“그래요?”
“응, 퇴근이 무척 그리워.”
“그럼, 바로 퇴근하시죠.”
“여기서?”
“네.”
“나더러 혼자 가라고? 이 높은 곳에서?”
“네, 이름 아저씨는 충분히 하실 수 있으세요!”
“그래요, 사장님 말씀이 맞아요. 이름 아저씨는 충분히 하실 수 있으세요!”
“이 빗자루는 누가 타고 갈 건데?”
“당연히, 저희들이 타고 가야죠!”
“그럼, 나는?”
“날아가셔야죠!”
“내가?”
“네!”
“내가 어떻게 날아?”
“날아갈 수 있어요!”
“내가 어떻게 나냐고!”
“충분히 가능해요!”
“어떻게 날아?”
“사장님 말씀이 맞아요. 아저씨 충분히 가능해요!”
“그러니까, 어떻게 나냐고?”
“양말을 벗어보세요!”
“양말을 또 벗어야 돼?”
“네, 충분히 양말 벗으실 수 있으세요!”
“여기서?”
“네! 충분히 가능해요!”
“그럼, 여기서 양말 벗으면 내가 날아서 퇴근할 수 있다는 거야?”
“네, 충분히 가능해요!”
“그래? 그럼.”
“네에, 벗으실 거죠?”
“나물부터”
“나물부터요?”
“그래, 나물을 줘야, 집에 가서 배가 안 고프지.”
“배가 안 고픈 게 뭐에요?”
“아, 먹고 싶지 않아진다고!”
“아, 그거요!”
“그래!”
“그럼, 나물부터 구해야겠네요.”
“뭐야, 지금 있는 거 아니었어?”
“구해야 돼요!”
“구해야 된다고? 그럼, 나 또 연장근무 해야 돼?”
“근무시간에 포함 안 돼요!”
“아니, 사장이 직원들 월급 준비도 안 해 놓고 나물 구하러 다니면, 그게 연장근무 아니고 뭐야?”
“이름 아저씨?”
“응?”
“월급이 뭐예요?”
“여태까지 주던 거… 아참…여긴 돈이란 게 없지…”
“돈이요? 그런 것도 있어요, 지구엔?”
“아, 제가 지구에 갔을 때는 돈이란 거 없었는데?”
“경량씨, 몇 살이야?”
“나이는 왜 물어요?”
“나보다 많은 거 같아서”
“글쎄요, 제가 몇 살인지는…”
“그럼”
“네”
“지구에 가서 뭘 봤는지를 말해 봐”
“지구에 가서요?”
“네”
“지구에 가서 돌도끼 같은 걸 봤는데…”
“그때 갔어?”
“네”
“나는 그때 있지도 않았는데?”
“그래요? 그럼 그때 있지 않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있어요?”
“그러게, 난 지금 왜 있지?”
“이름아저씨, 경량씨랑 나물 찾으러 안 가실 거에요?”
“찾으러 가야 돼?”
“네, 찾아야 돼요!”
“뭐야, 있는 거 아니었어?”
“경량씨?”
“네, 저는 좋아요. 이름아저씨랑 나물 찾으러 간다니까 신나는데요.”
얜 또 왜 신나고 그래? 미치겠네.
“이름아저씨, 나물 찾으러 같이 가요. 찾으면, 그거 다 드릴게요.”
“다? 얼마나 되는데?”
“글쎄요. 아마 한 개 이상은 될 거에요.”
“한개 이상이면, 두 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야?”
“두개면, 두 개 다 드릴게요!”
“아, 두 개면… 근데…”
“네에?”
“두 개여도 배부른 건 똑같잖아? 한 개나 마찬가지잖아.”
“네, 맞아요.”
“근데, 한 개만 있으면 되는데, 두 개나 가져가서 뭐해?”
“두개 가져가면요. 저희 같은 경우는요.”
“응, 두 개 가져가면?”
“한개는 보고 있고요.”
“또 한 개는?”
“또 한 개는 그냥 놔둬요.”
“왜 그래?”
“왜 그러냐고요?”
“응, 왜 그래?”
“그냥 놔두면 좋아요.”
“그냥 좋아?”
“네, 좋아요.”
“그냥 놔두면요. 아주 마음이 편해지고 그래요.”
“나물을?”
“네!”
“딱딱하고 먹지도 못하는데?”
“네!”
“딱딱하고 먹지도 못하는데, 놔두면 마음 편해진다고?”
“네!”
“이유는 알아?”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래?”
“네”
“그럼”
“네”
“나물 찾으러 가자.”
“가시게요? 정말로요? 근무가 아닌데도요?”
“그래, 가자고!”
“네, 그럼 가요! 나물 캐러요”
“경량씨?”
“네!”
“잘 갔다 와!”
“네!”
“사장은 안 가?”
“네, 저는 따로 할 일이 있어서”
사장은 그러면서, 양말을 벗더니, 양말을 나풀나풀 날리면서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경량이 녀석이 말했다.
“이름아저씨, 이 빗자루 타고 가면 돼요! 출발해요! 꽉 잡아요!”
“알았다, 이 녀석아, 조심해라!”
“네에~”
2. 나 버는 법 (11) - 너도 벌자!
하늘을 날아가서 어딘가에 닿는다는 느낌이 이렇게 황홀한 것인지 몰랐다. 경량이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계속해서 웃어댔다.
“경량씨, 뭐가 그렇게 신나?”
“이름 아저씨는 안 신나요?”
“지금 내가 신나게 생겼어?”
“안 신나는데 왜 나물 찾으러 가자고 하셨어요?”
“아니, 나물 찾으러 가자며?”
“그러니까, 왜 안 신나는데 나물 찾으러 가자고 하셨냐고요?”
“아니, 찾으러 가자며!”
“아니, 신나지 않으면 거절하셨어야죠?”
“아니, 이것봐 경량씨!”
“왜요?”
“신나서 찾으러 가자고 할 땐 언제고!”
“그러니까, 제가 신난 거지, 이름아저씨가 신난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안 가겠다고 한 거 같은데?”
“아저씨!”
“이름자는 왜 빼?”
“아저씨, 안 간다고 한 적 없어요!”
“아니야, 분명 안 간다고 했다고!”
“아니에요, 그런 적 없다고요!”
“아니야, 분명 있어!”
“아니, 그런 적 없다니까요!”
“경량씨!”
“네?”
“지금 나하고 싸우자는 거야?”
“싸우자는 게 아니라!”
“아님, 뭐야?”
“정확히 말을 짚고 넘어가자는 거예요!”
“아니, 정확히라니?”
“분명히, 안 가겠다고 말씀하신 적 없다고요!”
“아니야, 분명히 안 가겠다고 했다고!”
“사장님께 확인해 볼까요?”
“아니, 여기서 사장이 왜 튀어나와?”
“저기, 튀어나오네요!”
“아니, 또 어디?”
“여기 있어요, 이름아저씨!”
“아니, 사장, 넌 또 어디 있다 나타난 거야?”
“아직 근무가 안 끝났는데, 제가 어떻게 퇴근을 해요?”
“아니, 이거 근무 아니라며?”
“아니, 이름아저씨 말구요! 제가 근무 중이라고요!”
“아니, 그런 경우가 어딨어?”
“연장근무 하시게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은 다 퇴근했는데, 사장이 퇴근 안 하는 경우가 어딨어?”
“저는 자주 그러는데요?”
“뭔가 잘못됐어! 이럴 리가 없다고!”
“아니에요, 잘못되지 않았어요!”
“뭐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거야?”
“사장님, 이름 아저씨가 여기 오겠다고 한 적 없대요? 사실이에요?”
“경량씨!”
“네에, 사장님?”
“이름아저씨가 그렇게 얘기했어?”
“네에!”
“이름아저씨!”
“사장, 나 나물 찾겠다고 한 적 없다니까!”
“알아요!”
“그럼 내 말이 맞는 거지?”
“아니요!”
“아, 그런 말 한 적 없다니까!”
“이름아저씨, 나물 벌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여기에 나물이 어딨어?”
“여기 오겠다고 하신 적 없으세요?”
“그래, 나물 찾으러 가겠다고 했지…”
“그러니까, 하신 적 있는 거잖아요!”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라…”
“사장님!”
“경량씨, 왜?”
“그러니까, 제 말이 맞는 거죠?”
“아, 맞아! 경량씨 말이 맞아!”
“아니, 이것 봐, 사장! 도대체 나한테 왜이래?”
“이름아저씨!”
“왜?”
“이름아저씨는 충분히 할 수 있으세요!”
나 원 참. 빗자루가 점점 더 땅에 가까워졌다. 허공에서 날라 다니고 있는 사장의 모습이 새롭게 보였다.
“이름아저씨?”
“응?”
“이름아저씨는 뭐든지 할 수 있으세요!”
“나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나물도 찾으실 수 있으세요!”
“나, 나물 찾으러 간다고 한 적 없다고!”
“그래서 제가 따라왔잖아요!”
“아니, 다른 볼 일 있다고 할 땐 언제고?”
“다른 볼 일 끝났어요!”
“끝났어?”
“네!”
“그럼”
“네!”
“이제부터 나물을 찾는 거야?”
“네, 맞아요!”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네!”
“다른 볼 일이 뭐야?”
“아저씨 뒤에서 쫓아가는 일이요!”
“아니 그게 뭔 경우야?”
“이름아저씨!”
“응?”
“제가 봐 드릴께요!”
“뭘?”
“앞으로 계속 봐 드릴께요!”
“사장아, 뭘 보겠다는 거야?”
“청소 잘하는지요!”
“경량씨가 보는 거 아니야, 그런 거?”
“사장님이 보셔야 맞는 거 같은데요?”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뭐가 그럴 리 없다는 거에요?”
“사장이 그런 거 보고 그러는 거 아니라구!”
“이름아저씨?”
“왜?”
“정신 차리세요!”
“내가 뭘 어쨌길래?”
“지금 근무시간 아니에요!”
“그래서?”
“지금 보겠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사장이 그걸 왜 보냐고!”
“사장이 그걸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청소 잘하는지 못하는지!”
“아니야, 사장은 그런 거 하는 거 아니라고!”
“그럼, 사장님은 뭐해야 돼요?”
“그러게, 저는 뭐해야 돼요?”
“그냥 나물이나 찾자고!”
“갑자기요?”
“그래, 갑자기, 빨리 찾자고!”
“네, 알았어요!”
2. 나 버는 법 (12) - 사장아, 나 좀 어떻게 안 되겠니!
“사장님!”
“응?”
“여기 나물이 있어요!”
“드디어 찾았구나, 경량씨!”
“이름아저씨, 이리 좀 와 보세요!”
“어디 있는데?”
“여기요!”
“이게 나물이야?”
거기에는 갈색으로 되어 있는 잎 같은 게 보였다.
“만져 보세요!”
“왜 이리 딱딱해!”
“딱딱하니까, 나물이죠!”
“나물이 딱딱해야 돼?”
“네, 저희 나물은 딱딱해야 돼요!”
“왜?”
“보관하기 좋아서요!”
“보관하기 좋아?”
“딱딱하지 않으면 금방 시들어져서 폐기처분하기 힘들어져요!”
“여기서도 폐기물이 있나?”
“있어요! 폐기물이 뭔지는 아시는 거죠?”
“그래, 알지! 근데, 여기서는 폐기물 처리를 어떻게 하지?”
“쓰레기차가 와서 담아가요!”
“쓰레기차가 있어?”
“한번 보실래요?”
“쓰레기차를?”
“혹시 모르잖아요. 거기서 일하고 싶어질지!”
“아니야, 됐어. 안 봐도 돼.”
“한번 보세요!”
“아니야, 됐다니까!”
“정말로 안 보실 거에요?”
“응, 안 봐!”
“그래요?”
“경량씨, 왜?”
“그럼, 이름아저씨, 쓰레기차가 뭔지는 아시는 거죠?”
“당연히 알지, 쓰레기 담아가는 차.”
“맞긴 맞는데, 아니에요!”
“아니, 그건 또 무슨 헛소리야?”
“쓰레기차가 쓰레기를 담아가긴 하는데요!”
“그런데?”
“옷이나 신발을 담아가진 않아요!”
“지구에서도 그런 거 모아두는 데 따로 있거든!”
“이름아저씨!”
“왜?”
“옷이나 신발을 담아가진 않는데요!”
“근데?”
“아저씨 같은 사람을 보면!”
“왜왜? 나 같은 사람도 담아가나?”
“아니 그게 아니라요!”
“그게 아니라 뭐야?”
“아저씨 같은 사람을 보면, 말을 건다고요!”
“아니, 일은 안 하고 나 같은 사람하고 노닥거리고 있다고?”
“노닥거리는 게 뭐예요?”
“그거 지구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냥 얘기 나눈다고!”
“이름아저씨!”
“왜?”
“어려운 말 쓰지 마요!”
“어려운 말이었어?”
“네! 쓰지 마요!”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하고 왜 대화를 하고 그러냐고!”
“그것도 쓰레기차의 일이니까요!”
“그게 일이라고?”
“네!”
“근데!”
“네!”
“나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아저씨 같은 사람이요?”
“그래, 어떤 사람이야?”
“영혼을 불어넣는 사람이요!”
“무슨 헛소리야?”
“헛소리가 아니라요!”
“그래, 무슨 헛소린데?”
“아저씨는 우리에게 영혼을 불어넣어주시고 있어요!”
“대체 영혼을 불어넣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 거야?”
“아주 좋은 사람이요!”
“내가?”
“네, 이름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언제부터?”
“아저씨! 나물 안 캐요?”
“말 돌리지 말고!”
“사장님, 나물은 캐는 거예요? 찾는 거 아니에요?”
“지금부터 나물을 캐자고!”
“아, 그래요?”
“이름아저씨!”
“왜, 사장!”
“우리 나물 캐요!”
“내가 언제부터 좋은 사람이냐고 묻잖아!”
“앞으로 좋은 사람이 될 거에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나 좋은 사람이라며!”
“그러니까요!”
“아니, 그게!”
“이름아저씨, 좋은 사람 맞아요. 앞으로 좋은 사람 될 거니까요!”
“아, 놔, 정말!”
“아저씨, 같이 나물 캐요!”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구름이 갑자기 나를 놀래켰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니. 구름이 웃겠네.
“이름아저씨!”
“왜?”
“얼른 와요!”
“나도 캐야 돼?”
“같이 캐야죠!”
“도대체 나물은 어디 있는 거야?”
“사장님! 어떡하죠?”
“찾으면 나올 거야, 찾아 보자!”
“이름아저씨, 얼른요!”
“알았어, 알았다구!”
2. 나 버는 법 (13) - 나물이 있다
“사장님!”
“왜, 경량씨?”
“나물 또 찾았어요!”
“그래? 그럼 캐서 이름아저씨 드리면 되겠네!”
“잠깐 잠깐!”
“왜 그러세요?”
“도대체 나물을 몇 개를 찾은 거야?”
“이름아저씨 다 드릴게요!”
“아니 아니, 그렇게 많이 필요 없다니까!”
“아니에요, 필요하실 거에요!”
“아니야, 아니야, 필요 없다고!”
“아니에요, 필요하실 거에요!”
“사장아, 경량씨! 도대체 왜들 이래?”
“네?”
“도대체 나한테 왜들 이렇게 못되게 구는 거야?”
“저희가 못 되게 굴었어요?”
“그래, 필요 없다니까! 정말 필요 없다니까! 하나면 된다고! 배부르면 된다고!”
“이름아저씨!”
“응?”
“저희도 알아요!”
“아니, 아는 사람들이 왜들 그러는 거야?”
“왜들 그러다니요?”
“왜 필요 없다는데, 자꾸 주려고 하는 거야?”
“아, 그거요!”
“제가 말씀드릴게요!”
“그래, 경량씨, 말해 봐.”
“아저씨가 필요 없다고 하면요!”
“그래, 필요 없다고 하면?”
“아저씨한테 꼭 필요한 거에요!”
“그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뚱딴지가 뭐에요?”
“왜 헛소리냐고!”
“아, 그 소리요?”
“그래!”
“아저씨한테 꼭 필요한 소리네요!”
“아니,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야?”
“아, 아저씨, 화나셨어요?”
“그래, 화났다!”
“아저씨, 드디어 화를 내시네요?”
“정말로 화났다니까!”
“이름아저씨!”
“왜?”
“이름아저씨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에요!”
“화났다니까! 나 좋은 사람 안 한다고!”
“정말로 나물이 한 개만 필요하세요?”
“그래, 한 개만 필요하다고!”
“그럼, 경량씨!”
“네, 사장님?”
“한개만 드리고 나머지는 경량씨가 가져갈래?”
“저야 좋죠!”
“잠깐 잠깐!”
“왜요, 이름아저씨?”
“나한테 한 개만 주고 경량씨를 다 준다고? 이 많은 걸?”
“네, 왜요?”
“정말로 경량씨가 다 가져갈 거야?”
“네, 정말로 가져갈 건데요?”
“이름아저씨!”
“왜?”
“혹시 마음 바뀌면 말씀해 주세요. 경량씨가 좀 드릴 거에요!”
“아니아니, 그러니까, 이게 원래 내꺼 아니야?”
“경량씨 꺼에요. 하나만 빼고!”
“아니, 왜 갑자기 경량씨꺼가 됐어?”
“이름아저씨, 사장님께서 저 가지라고 하셔서 제꺼가 된 거잖아요?”
“원래 내꺼잖아?”
“필요 없다고 하셨잖아요!”
“아니, 그러니까…”
“이름아저씨!”
“왜, 사장?”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건 나도 알고 있고!”
“그러니까, 경량씨가 가져가면 되는 거죠?”
“이미 줘놓고 왜 물어봐?”
“아저씨,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경량씨까지 왜 이래?”
“아저씨, 그럼, 저, 다 가져도 돼요?”
“내꺼까지?”
“아니요, 아저씨꺼 하나는 빼고요!”
“아니야, 다 가지면 안 돼!”
“왜요?”
“필요해졌어.”
“갑자기요?”
“그래, 갑자기, 필요해졌어!”
“어디에 쓰시게요?”
“나도 그냥 놓아두려고!”
“안 드실 거에요?”
“딱딱하다며?”
“저희는 이름아저씨가 먹으시는 줄 알고 다 드리겠다고 한 건데요?”
“잠깐잠깐! 이건 또 무슨 얘기야?”
“이름아저씨!”
“경량씨까지 대체 왜 그래?”
“사장님, 그런 거 아니에요?”
“아, 경량씨, 그런 거 아니야!”
“아니에요?”
“응, 그런 거 아니야!”
“아, 그럼 왜 다 드리겠다고 한 거에요?”
“경량씨!”
“네, 사장님!”
“이름아저씨가 좋은 사람이라서 다 드리려고 한 거야!”
“아, 그래서에요?”
“응, 그래서야!”
“이보게 사장!”
“네, 이름아저씨!”
“그게 이유라면, 내 받지!”
2. 나 버는 법 (14) - 방법도 있다
“아, 받으시게요?”
“경량씨, 이름아저씨가 다 받겠다는데?”
“아, 그럼 다 드리면 돼요?”
“그래! 다 받지!”
“먹으려고 하시는 거 아니었어요?”
“그런 거 아니야. 내 받지!”
“받아서 뭐하시려고요?”
“그냥 놓아둔다니까!”
“이름아저씨!”
“왜?”
“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 알지!”
“아저씨, 그럼 이거 어떻게 들고 가실 거에요?”
“안 도와줄 거야?”
“제가요?”
“경량씨가 도와주면 되잖아!”
“아저씨, 제가 왜 도와드려야 돼요?”
“아니, 왜 안 도와줘?”
“아저씨, 저한테 하나도 안 주실 거잖아요?”
“그래서?”
“그럼, 저도 안 도와드릴 건데요!”
“아니, 그럼 하나 주면 도와줄 거야?”
“아니요!”
“그럼?”
“하나 빼고 다 주셔야 도와드리죠!”
“아니, 그럼 그게 도와주는 거야?”
“그게 도와주는 게 아니고 뭐에요?”
“그게 어떻게 도와주는 거야?”
“그럼 뭐가 도와주는 거에요?”
“내가 이걸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해 줘야지!”
“왜요”
“왜라니?”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왜 도와줘요?”
“아니, 나 도와주는 거, 그런 거 아니야?”
“이걸 제가 날라드려야 돼요? 왜 그래야 돼요?”
“나 혼자 가져가기 힘드니까!”
“전 혼자 다 가져갈 수 있는데요?”
“아니, 어떻게?”
“알려드려요?”
“사장아, 방법이 있어?”
“네, 방법이 있어요!”
“그래?”
“네! 있어요!”
“어떤 방법이 있는데?”
“양말을 벗어보세요!”
“양말?”
“네!”
“양말을 또 벗어야 돼?”
“네, 양말 벗어보세요!”
“그래, 양말 벗고!”
“나물, 저 안 주실 거에요?”
“기다려 봐, 경량씨”
“네, 사장님!”
“양말을 이렇게 펼치시고…”
나는 양말을 벗어서 사장이 시킨 대로 양손으로 양말의 양쪽을 쫘악 당겼다. 양말은 대책 없이 늘어났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겠으나, 양말은 마치 보자기처럼 아주 커졌다.
“양말이 왜 이렇게 커졌어?”
“양말을 이용하면 참 많은 걸 할 수 있어요, 이름아저씨!”
“그래, 그럼 여기다 싸 가면 되겠네!”
“이름아저씨!”
“왜?”
“정말로 다 가져가시게요?”
“그럼, 다 가져가야지!”
“이름아저씨, 정말로 다 필요하세요? 아까 필요 없다고 하셨잖아요!”
“필요할 거라며!”
“제가 필요할 거라고 한 건…”
“응 또 뭐야?”
“누군가 줄 사람이 있을 거 같아서에요.”
“내가 쓰는 게 아니고?”
“네.”
“그럼, 이거 경량씨 주면 되는 거야?”
“하나만 빼고요!”
“이름아저씨, 정말 저 주실 거에요?”
“잠깐 잠깐”
“왜요?”
“아직 주겠다는 말은 안 했어. 생각 좀 해보고!”
“이름아저씨는 정말 좋은 분이에요!”
“아니, 그러니까 생각 좀 해보자고!”
“뭘 생각해요?”
“내가 좋은 사람인 거랑, 내가 경량씨한테 이 나물을 주는 거랑 어떤 관계가 있는 거지?”
“그러니까요! 이름아저씨께서 저를 주시면요!”
“그래, 뭐지?”
“제가 정말 기뻐하니까요!”
“그게 내가 좋은 사람인 거랑 어떤 관계가 있는 거야?”
“이름아저씨!”
“사장아, 왜?”
“아저씨는요!”
“왜?”
“정말로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왜 그러냐고!”
“좋은 사람이니까요!”
“그러니까 왜 좋은 사람이냐고?”
“아저씨가 경량씨한테 나물을 주실 테니까요!”
“아, 진짜!”
“아저씨, 또 화나셨어요?”
“아니야, 화난 거 아니야…”
“그럼 이번엔 뭐에요?”
“이번에?”
“아까는 화난 거고, 이번에는 화난 게 아니고 뭐에요?”
“화난 거 아니고… 그러니까…”
“아저씨, 아저씨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 알았다! 경량씨, 가져가라!”
“정말이죠, 이름아저씨?”
“그래, 정말이다. 네가 그렇게 갖고 싶다는데 줘야지!”
“아저씨, 하나는 가져가실 거죠!”
“그래, 나도 배부르고 싶다!”
“그럼, 여기!”
“나보고 들고 가라고?”
“네!”
“여기 같이 싸서, 하나 우리 집에 갖다 주면 안 돼?”
“안돼요!”
“왜?”
“집이 다르잖아요!”
“우리 집에 들렀다 가면 되잖아?”
“이름아저씨?”
“왜?”
“정말 그래도 돼요?”
“응?”
“이름아저씨 집에 들렀다 가면 된다고 하셨잖아요?”
“아, 참.”
“그럼, 아저씨 집에서 아저씨 먹는 것도 보고 화장실 가는 것도 보고 그래도 돼요?”
“안 돼!”
“그럼 어떻게 집에까지 가져가요?”
“싸가지고 가면 되잖아!”
“그러니까, 집에 가도 되냐구요?”
“안 된다고, 안 된다고, 안 된다고…”
“왜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지?”
“넌 또 언제 왔어?”
“우리 출근했어요!”
“뭐야?”
“출근시간인데 퇴근 안 하셨어요?”
“아, 일해야지!”
2. 나 버는 법 (15) - 나, 드디어 벌었다!
“아니, 출근 시간이라고?”
“이름아저씨, 날이 어두워졌잖아요!”
“아니, 그러니까 날이 어두운데 왜 출근을 해?”
“이름아저씨, 우리 어두워지면 출근해요!”
“사장아, 그럼 나도 밤 근무야?”
“이름아저씨는 새벽에 나오시잖아요!”
“그럼, 나 아직 출근시간 안 된 거지?”
“지금 새벽이에요!”
“아니, 새벽인데 왜 이렇게 어두워?”
“이름아저씨 왜 그러세요? 계속 어두울 때 출근하셔 놓고!”
“그럼, 나 퇴근 못해?”
“아니에요, 이름아저씨, 연장근무 하셨으니까, 퇴근하시고 내일 나오시면 돼요!”
“아, 그럼, 나, 가도 돼?”
“네! 쉬셔야 내일 또 구름 두 개를 청소하죠!”
“아, 참. 두 개, 그렇지!”
“근데 말이야!”
“네, 말씀하세요!”
“만약, 내가 퇴근을 안 하고 일하게 되면…”
“그러시면 안돼요!”
“왜 안 돼?”
“저희의 규칙에 어긋나요!”
“어떤 규칙?”
“연장근무한 사람은 하루 푹 쉬게 한다, 라는 저희만의 규칙이 있어요.”
“그런 규칙도 있어? 근데…”
“네에?”
“하루만 쉬어야 되는 거야? 24시간 근무했는데, 이틀 쉬면 안 돼?”
“24시간이 뭐예요, 사장님?”
“날이 밝고 그 다음날 날이 밝을 때까지야.”
“아, 그게 24시간이에요? 그럼, 이름아저씨는 24시간 연장근무하고 연장근무를 더하기 하겠다는 거네요?”
“그런 거지!”
“이름아저씨, 그럼 저랑…”
“왜?”
“저희 집에 가요!”
“응? 경량씨 집에?”
“저, 퇴근해야 되거든요!”
“근데? 경량씨 집에 가서 뭐하자고?”
“양말 안 돌려받으실 거에요?”
“양말?”
“네, 저, 양말에 나물 다 쌌는데!”
“잠깐!”
“왜요, 이름아저씨?”
“우리 집에 먼저 가면 안 돼?”
“안 돼요!”
“아니, 왜 안 돼?”
“짐이 너무 많아요!”
“아니, 경량씨, 힘 쎄잖아!”
“힘쎈 거랑, 짐이 귀찮은 거랑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거예요?”
“아니, 힘이 쎄면, 무거운 짐도 쉽게 들지 않나?”
“그럴 리가요!”
“아니, 그럴 리가라니?”
“힘이 쎄도, 힘들기는 힘들어요! 무거운 짐을 너무 오래 들고 있으면요!”
“아, 맞아. 이름아저씨, 자꾸 왜 그래요? 왜, 경량씨 힘들게 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이름아저씨!”
“왜, 경량씨?”
“이름아저씨는 좋은 분이예요!”
“아, 알고 있다고!”
“그러니까, 저희 집에 같이 가 주실 거죠!”
“양말 안 받으면 안 돼?”
“저희 규칙이에요!”
“그래, 사장, 무슨 규칙?”
“빌린 물건은 반드시 그날 다시 돌려줘야 한다, 라는 규칙이 있어요!”
“그런 규칙이 있다고?”
“네, 그런 규칙이 있어요!”
“그거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규칙이야?”
“안 그럼!”
“안 그럼?”
“경량씨의 반찬이 반으로 줄어요!”
“아, 그건 안 돼지!”
“맞아, 그건 안 돼!”
“이름아저씨 웬일이세요?”
“뭐가?”
“경량씨를 다 생각해주고?”
“아니, 이것 봐!”
“네, 이름아저씨?”
“나도 좋은 사람이라고!”
“아, 드디어 좋은 사람 되신 거예요?”
“그래, 그렇다고!”
“그럼, 좋은 일 하셔야겠네요?”
“좋은 일?”
“그래요, 이름아저씨, 저랑 같이 우리 집으로 가요!”
“사장은 안 가?”
“저도 가야죠!”
“그럼, 우리도 가는 거야?”
“그러시죠!”
“아니, 왜 갑자기 우르르 몰려간다고 그래?”
“이름아저씨, 이름아저씨가 궁금해서요!”
“뭐가 궁금한데?”
“이름아저씨가 경량씨 집에 가면!”
“가면?”
“뭘 먹고 뭘 싸고 그러는지!”
“야!”
“어, 이름아저씨,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지?”
“이름아저씨, 화나셨어요?”
“아니야, 아니라구! 화난 거 아니라구!”
“그럼요?”
“그럼, 오늘은 근무 없는 거야?”
“오늘 우리 다 월차 내자!”
“그래, 사장님!”
“모두 월차 내려고?”
“네!”
“경량씨 집에 가려고?”
“네!”
“그래, 그러자!”
“사장님은요?”
“나도 월차 내야지!”
“그럼, 가죠!”
“그래요, 가요!”
“이름아저씨, 가요!”
“꼭 가야 돼?”
“우리 이름아저씨 때문에 월차 냈는데, 안 가시려고요?”
“그래요!”
“알았다고, 가면 되잖아, 가면 되지”
“이름아저씨, 우리 정말 신나요!”
“왜 이 상황에서 신이 나고 그래?”
“아저씨가 같이 간다니까 정말 신나요!”
“제발!”
“왜 그러세요?”
“신나고 그러지 마!”
“아니에요, 저희 정말 신나요!”
“아니야, 그러지 마, 그러지 마!”
“아니에요, 저희 정말 신나요!”
“그래요, 아저씨 덕분에 정말 신나요!”
“그래요, 맞아요, 덕분에 월차도 냈고요!”
“오늘 일 안 해도 되고요!”
“나, 자야 된다고!”
“이름아저씨!”
“왜?”
“잠은요!”
“응?”
“휴가 내서 주무세요!”
“휴가도 있어?”
“네, 있어요!”
“그럼, 휴가 내면 돼?”
“네!”
“휴가는 며칠이나 있어?”
“하루 있어요!”
“뭐야, 1년에 하루?”
“월차가 달마다 있고요.”
“1년에 하루 있다고?”
“저희는 1년이란 거 모르고요!”
“그래서?”
“휴가는 평생에 한번 내는 거에요!”
“뭐, 그런 경우가 다 있어!”
“저희는 그래요!”
“그럼?”
“네, 말씀하세요!”
“나, 이번에 휴가 내면?”
“네?”
“다시는 휴가 못 내는 거야?”
“네! 그러니, 평생에 한번이니까, 이번이 이름아저씨가 내는 휴가는 이름아저씨한테 가장 중요한 날인 거죠!”
“아, 그렇게 되나?”
“그렇게 돼요!”
“그럼, 아저씨, 경량씨 집으로 가실 거죠?”
“그래야겠는데!”
“드디어, 결심하신 거에요?”
“그래, 결심했어!”
“그럼, 경량씨 집으로 가시는 거죠?”
“가긴 가는데!”
“네! 말씀하세요!”
“내 양말에 꼭 싸 가야 돼?”
“그럼 어떻게 해요?”
“나, 그럼 양말 없이 가야 돼?”
“이름아저씨!”
“왜?”
“이름아저씨는 좋은 분이에요!”
“알았어, 알았다구, 가자구!”
“드디어 출발이야?”
“그래, 가자”
“사장님, 가요!”
“그럽시다, 여러분 출발합시다!”
하늘의 구름이 둥둥둥 맑게 떠다녔다. 그나저나 내 양말. 이놈의 양말. 나 어쩌지? 경량씨 집에 빨리 가서 양말부터 달라고 해야지, 내 인생 참, 왜 이러는 거야!
2. 나 쓰는 법 (1) - 경량씨 집에는 없는 게 없다
나는 좋은 남자다.
나에게서 나는 냄새가 너무 좋지만, 나는 돈을 적당히 번다.
이 세계에서는 독하게 돈을 벌 필요가 없다.
내가 이 세계에 언제 왔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이 세계에서는 나를 쓰는 법을 알려준다.
나를 쓰는 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나는 가끔 노동을 한다.
하늘의 구름을 닦기고 하고,
거리의 청소차들이 지나가면 가서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 세계에서 이렇게 나를 쓰면 나는 살맛이 난다.
나를 쓴다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때로 나는 동료들의 집에서 머물기도 하며,
사장의 웃음소리에 진절머리를 내기도 한다.
너무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은 사실…
너무도 지겨운 일이다.
그렇지만, 좋은 일이기도 하다.
내가 지겨워한다는 사실이 사장 귀에 들어가고 반장 귀에 들어가도 괜찮다는 사실은 나를 안심시킨다.
나를 쓸 때 내가 해야 할 일은 사장이 주는 반찬을 보고, 먹으라고 권하는일이다.
나를 쓰고 하루하루를 간신히 하루를 살아가는데, 나는 왜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할까. 내가 울상을 짓는 걸 보고 경량이가 말했다.
“이름아저씨, 어디 불편하세요?”
“아니, 아니야!”
“근데, 왜 눈물을?”
“경량씨 집에는 왜 없는 게 없어?”
“네?”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네, 알았어요…”
“드디어 간다!”
“그러게, 드디어 간다!”
“봐도 되나?”
“아니야, 보면 안 될 거야!”
이 지독한 세계에서 나는 나를 참 잘도 버티어 낸다.
나는 이 지독한 세계에서 탈출하고 싶다.
탈출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탈출하지 않으면?
이 지독한 세계에서의 삶이 끝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나는 이 지독한 삶을 끝낼 수 없을지 모른다.
나는 이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
2. 나 쓰는 법 (2) - 라디오도 잠을 자고 있지
“경량씨, 이거 뭐야?”
“라디오라는 건데요?”
“라디오가 뭐야?”
“지구에 갔을 때 가져온 거에요”
“지구 가본 적 없다며?”
“그게요…”
“가본 적 있는 거야?”
“이름아저씨랑 얘기하다 보니까, 제가 갔던 곳이 지구란 걸 알게 되었어요”
“나랑?”
“네!”
“예를 들어, 어떤?”
“그게…”
“아, 알았다!”
“뭔데?”
“이름아저씨, 신발이…”
“아, 맞다!”
“신발이 특이하지!”
“맞아요, 신발 때문이에요!”
“뭐, 내 신발이 어때서?”
“뭔가 이상해!”
“어디가?”
“신발에 끈이 달렸어!”
“그러게 이 끈은 왜 있는 거야?”
“끈이 왜 있다니?”
“이름아저씨, 끈은 왜 있어요?”
“신발에 끈이 있으면 안 되는 건가?”
“안 되죠! 신발이 숨을 못 쉬잖아요!”
“신발이 왜 숨을 쉬어야 되는데?”
“신발은 말이죠!”
“신발은 뭔데?”
“신발은 저희에게 아주아주 중요한 거라서요!”
“그래서?”
“신발을 아껴야 돼요!”
“그게 신발하고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건데?”
“이름아저씨!”
“끈이 있는 신을 가지고 다니면요!”
“그래, 말해 봐!”
“자꾸자꾸 묶게 되지 않아요?”
“그렇긴 한데, 그래서?”
“그래서 일하는 데 방해되잖아요!”
“그래서야?”
“그래요! 일하는데 방해돼요!”
“그럼, 신발에 끈을 풀러야 하나?”
“그래요, 맞아요!”
“신발에 끈을 푸르세요!”
“그래요! 신발에 끈을 풀러요!”
“그럼 사는 게 좀 나아지나?”
“많이 나아질 거에요!”
“왜 그러지?”
“그렇게 하면은요!”
“그래! 말해봐!”
“일하기 편해져요!”
“그래?”
“그래요!”
“사장도 그래?”
“전 그렇지 않아요!”
“그럼, 경량씨는?”
“전, 신발에 끈이 없는 게 편해요!”
“사장은 왜 달라?”
“저를 단단하게 묶을 수가 있어서 좋아요!”
“그럼, 다른 사람들은?”
“단단히 묶기 싫어요!”
“그래, 단단히 묶기 싫어!”
“묶이기 싫어!”
“맞아, 묶이기 싫어!”
“이름아저씨는 계속 묶을 거에요?”
“그건 나도 몰라!”
“정말요?”
“나는 말이지!”
“네, 이름아저씨는요?”
“묶을 때도 있고, 안 묶을 때도 있으니까!”
“근데, 이 라디오!”
“아니, 왜 또?”
“잠을 자는 거야? 왜 아무 소리도 안 나?”
“그거 지구에서만 되는 거야!”
“여기선 안 돼?”
“안 돼!”
“그럼, 이거 소용없는 거네?”
“그러게!”
“아니야, 소용 있어!”
“경량씨는 이거 어디에 써?”
“그냥 놓아 둬요. 가끔 보기만 하고요!”
“우리 반장 집에는 없는 게 없네!”
“그러게!”
“이것 봐!”
“왜요, 이름아저씨?”
“나한테는 관심 없어?”
“아참!”
“아저씨는 왜 묶을 때도 있고, 안 묶을 때도 있어요?”
“그야 나는 좋은 사람이니까!”
“그럼 우리는 안 좋은 사람이에요?”
“아니, 그 뜻이 아니고…”
“그럼, 우리도 좋은 사람 맞아요?”
“그래, 맞아!”
“좋은 사람 맞으니까!”
“맞아, 좋은 사람 맞으니까, 좋은 사람 해야지!”
“이름아저씨도 좋은 사람이에요!”
“맞아요, 좋은 사람이에요!”
“이름아저씨?”
“왜?”
“여기 양말이요!”
“짐 다 풀었어?”
“나물 나둬드릴까요?”
“아 좋지! 하나씩 주는 거야, 우리도?”
“가져가세요, 하나씩!”
“횡재했네!”
“그러게!”
“아니, 이것들 봐봐.”
“이름아저씨, 왜요?”
“나물이 그렇게 좋아?”
“이거 있잖아요!”
“응?”
“이거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에요!”
“어, 먹을 수 있어?”
“이거 물에 오랫동안 담가두었다가 구름에 말리면 먹을 수 있어요”
“아, 구름에 말리면?”
“네!”
“저희는 그래서 구름을 깨끗이 청소해야 돼요!”
“구름에 말리면…”
“네, 그래요!”
“이름아저씨, 앞으로도 저희 구름 청소해 주실 거죠?”
“잠깐잠깐!”
“이름아저씨, 왜요?”
“그럼, 앞으로 두개씩 청소해야 돼, 구름을?”
“네!”
“아니, 안돼!”
“왜 안돼요?”
“아니, 이럴 순 없어!”
“이름아저씨!”
“왜 또?”
“이름아저씨는 정말 좋은 분이세요!”
“알고 있다고!”
“앞으로도 구름 청소해 주실 거죠!”
“경량씨, 이름아저씨 청소 잘 하시지?”
“네, 너무너무 깨끗하게 닦았어요!”
“내가 그랬어?”
“네, 정말 깨끗하게 닦았어요!”
“이름아저씨, 앞으로도 계속 청소해 주실 거죠?”
“아니, 이게 아닌데!”
“그럴 줄 믿고 있어요!”
“그래요!”
“이름아저씨는 우리한테 꼭 필요한 분이에요!”
“알았어, 알았다구! 하면 되잖아!”
2. 나 쓰는 법 (3) - 나, 드디어 되었다!
나는 정말로 이 세계에서 탈출할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구름이 하늘에서 두둥실 떠다녔다. 나는 이 세계가 좋아졌다. 지구에서의 생활이 그립지 않았다. 아주 오래 전에 기억나는 어떤 순간들이 내게 지구라는 행성에서 멀어지게 했다. 기억났다.
“경량씨!”
“네, 왜요?”
“경량씨, 지구에 왔었다고 했지?”
“네, 그래요?”
“그 라디오 어디서 났어?”
“그게요…”
“솔직히 말해, 어디서 났어?”
“어떤 아저씨가 이 물건 가져가다 떨어뜨렸길래…”
“그래서?”
“그래서, 얼른 주워서 가져왔어요!”
“야!!!!”
“왜 그러세요, 이름아저씨?”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세요?”
“이름아저씨, 갑자기 왜 그러세요?”
“그거 나잖아! 내가 떨어뜨리고 간 거라고!”
“아니, 이름아저씨 거에요?”
“그래, 내꺼라고!”
“그럼, 아저씨, 가져가실래요?”
“아니, 이걸 또 들고 가라구?”
“그래요, 아저씨꺼면 가져가셔야죠!”
“아니야, 필요없어!”
“그럼, 저 그냥 주시는 거예요!”
“그래, 그냥… 아니, 좀 생각 좀 해보고…”
“생각해 보셔야 돼요?”
“이름아저씨!”
“왜, 사장?”
“아저씨는 좋은 분이에요!”
“아니, 정말로 알고 있다고!”
“이 라디오, 저 정말로 주실 거에요?”
“아직 주겠다는 말은 안 했어!”
“주실 거잖아요!”
“맞아요, 주실 거면서!”
“그래요, 주실 거잖아요!”
“그 라디오가 좋아?”
“네, 좋아요. 정말 너무너무 좋아요 보기도 좋고 만지기도 좋아요!”
“만져?”
“네, 가끔 닦아 놓아요. 그렇게 닦아놓으면 너무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
“이름아저씨, 어떻게 결정을?”
“좀만 더 생각해 보고!”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하세요?”
“그래, 더 필요해!”
“그럼, 있잖아요?”
“왜?”
“결정을 하고 생각을 하세요!”
“아니, 그런 법이 어딨어?”
“이름아저씨!”
“왜 또?”
“아저씨는 좋은 분이에요!”
“알고 있다니까!”
“화나셨어요?”
“아니, 좋은 분이라니까!”
“화난 거 아니라니까!”
“그럼, 화난 거 아니면 뭔데요?”
“그냥, 투정부리는 거잖아!”
“아, 이름아저씨, 그냥 투정부리는 거에요?”
“응?”
“그런 거에요?”
“응, 응, 그런 거야…”
나는 결국 이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오늘도 구름을 청소하다. 사장의 말이 점점 더 나를 미치게 한다.
“이름아저씨, 내일은 구름 세 개에 도전해 보시죠!”
“알았어, 알았다고, 나 좋은 사람인 거 알고 있다고!”
“이름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맞아요, 이름아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만, 그만하라구!”
“그럼, 세 개 청소하시는 거죠?”
“정말로 알았어, 알았다구!”
하늘에 구름이 몇 개인지 모르겠다. 하루에 하나씩 구름청소의 분량이 늘 것 같다. 결국 나는 이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내일도 구름을 청소할 것이고, 모레도 청소하고 있을 것이다. 점점 더 청소하는 게 좋아진다. 아, 놔,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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