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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사랑방이야기 58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던 이진사 “유~세차 현~고 학생부군~” 밤은 깊어 삼경일 때 이진사댁에서는 이참판 제사상 앞에 일가친척들이 마루 가득히 엎드려 있고 제문을 읽는 목소리만 낭랑하게 퍼지고 있었다. 제주인 이진사가 유식을 하고 있는데 행랑아범이 고양이 걸음으로 옆에 다가와 귓속말한다. “그 아이가 또 왔습니다, 나으리.” 이진사는 서슴없이 명했다. “그 아이를 잡아라.” 신주 임자인 이참판은 학처럼 살았다. 법도에 어긋난다고 참판 벼슬을 헌신짝처럼 벗어던지고 낙향해 틈틈이 농사일을 거들고 사랑방에서 글만 읽다가 일어나지 못할 줄 알았을 때 유언으로 참판벼슬을 족보에 올리지 말 것을 당부해 제문에서도 학생부군이 됐다. 이참판이 죽은 지 3년, 작년 시월상달에 산소 제사를 지낼 때였다. 봉분 앞 상석 위에 제수 음식을 가득 올려놓고 제관들이 제를 올릴 때 동네 아이들은 떡 쪼가리 하나 얻어먹으려고 무덤 아래에 코를 훌쩍이며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그 와중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시작되자 아이 중에 대여섯살 되는 아이가 제관들이 서 있는 잔디밭 으로 올라와 제사가 진행되는 동안 제관들과 똑같이 절을 하고는 제사가 끝나자 아이들이 떡을 받으려고 고사리손을 받쳐 들고 있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솔숲으로 사라져 버렸다. 절을 하지 않고 제물을 관리하던 행랑 아범이 기이하게 여겨 이진사에게 그 얘기를 했던 것이다. 그 아이가 또 이참판 기일에 밤중에 혼자 와서 대문밖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먼발치에서 대청 위의 제관들이 절하는 걸 따라 제사를 지내다가 행랑아범이 잡자 “제사를 마치고 잡으시오” 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해 행랑아범이 곁에서 기다렸다가 그를 잡아 행랑방에 가뒀다. 제사를 마치고 제관들이 술잔을 기울일 때 이진사는 살며시 행랑방으로 들어갔다. 대문 밖에서 절을 하느냐?” 쪼그리고 앉은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대답이 없다. “고개를 들어봐라. 이진사는 신음을 뱉었다. 튀어나온 이마, 짧은 인중, 넓은 미간, 한눈에 한 핏줄임이 드러났다. 이진사는 행랑아범을 시켜 겸상을 차려오게 했다. “너는 내 동생이구나. 동생이 생겨 무척 기쁘다. 몇 살이냐?” “일곱 살입니다.” 나이 차이는 30년이나 됐지만 이복 형제는 마주앉아 제사음식을 먹었다. “이름이 뭐냐?” “신득입니다.” “누가 지어 줬느냐?” “아버님께서….” 묻는 말에 서슴없이 답하는 신득이는 눈망울이 초롱초롱했다. 행랑아범이 초롱불을 들고 그를 바래 다주고 돌아왔을 땐 새벽닭이 울었다. 그의 집은 아버지가 서당친구이자 한평생 문우로 지낸 백석골 우초시네 집으로 가는 도중의 어흘산 자락, 외딴집이다. 식구라곤 삯바느질로 어렵게 살아가는 과부와 아들, 단 둘이다. 이진사는 행랑아범에게 입을 다물것을 명했다. 하늘같이 우러러보고 있고 특히 이진사의 어머니는 한평생 이참판이 외도 한번 하지 않은 걸 큰 자랑으로 여겼기에 이제 와서 실망시켜 드릴 수가 없었다. 이진사는 몰래 행랑아범을 시켜 쌀가마며 돈을 보내다가 아예 논 열 마지기를 떼줬다. 몇년 후 이진사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자 이진사는 이복동생 신득이를 호적에 올렸다. 서자가 아닌 적자로 올렸다. 몇년 후, 신득이 모자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강산이 두번이나 변한다는 20년이 쏜살같이 흘렀다. 이진사는 죽어서 백골이 진토돼 잡초가 무성한 아버지 묘 아래 누웠고 이진사네 열두 칸 기와집 지붕엔 풀이 무성하고 마루짝은 꺼지고 문짝은 떨어진 채 고리대 금업자 최참봉 손에 넘어가 매물로 나와 있었다. 삼대독자는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해 마누라는 친정으로 도망치고 자신은 주막집 하인으로 폐인이 돼 아직도 노름판 뒷전에서 푼돈을 구걸하고 있었다. 젊은이가 외지에서 나타나 최참봉으로부터 집을 사서 목수들을 시켜 크게 수리했다. 주막에 가서 폐인이 된 이진사의 아들을 불러 앉혀 술 한잔을 권한 후 귀싸대기를 후려갈겼다. 그리고 품속에서 집문서와 문전옥답 쉰마지기 땅문서를 꺼내 술상 위에 놓고 사라졌다. 서너 살 아래 젊은이로부터 뺨을 맞은 이진사의 아들은 대성통곡을 하고 작두로 손목을 잘랐다 철원 ,포천 ,명성산ㅡ cafeapp 고귀한선물ㅡ =cafeapp 비상ㅡ cafeapp 마중ㅡ cafeapp 따라따라ㅡ cafeapp 나를 믿어봐.ㅡ =cafeapp 눈물 한방울로 사랑은 시작되고 ㅡ cafeap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