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요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남긴 서른 두 편의 피아노 소나타 중 서른 번째 작품으로1820년에 작곡되었다. 베토벤이 남긴 최후의 삼부작 피아노 소나타의 하나이다. 간결하나 신비로운 E장조의 조성을 가진 풍부한 악상의 작품이자 베토벤의 독창적인 음악성의 일단을 보여주는 명작이다.
◆ 작품 배경 12년간 베토벤의 비서로 일했으며, 1840년 베토벤 전기를 사상 최초로 발표했던 안톤 펠릭스 신들러(Anton Felix Schindler)는 베토벤 최후의 피아노 소나타 삼부작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1820년 여름동안 마이들링(Meidling)에서 보낸 베토벤은 빈으로 돌아오자마자 꿀벌같이 산 속을 돌아다니면서 모은 악상을 단숨에 곡으로 완성했다.그것이 바로 최후의 피아노 소나타들인30번(Op.109) 31번(Op.110) 32번(Op.111번)이다.”
한편,베토벤도 슐레징거(Schlesinger)출판사 앞으로 보낸 9월20일자 편지에서 세편의 소나타가 곧 완성될 것이라고 밝힌 뒤 그 중 한 곡은 거의 완성되어서 조금만 손을 보면 된다고 적었다. 따라서 베토벤이 세 편의 피아노 소나타 작곡을 동시에 진행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베토벤 사후 발견된 자필 악보나 스케치에는 30번만 1820년에 작곡되었을 뿐 나머지 31번과 32번은 1821~1822년 사이에 완성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곡의 작곡 과정을 유추해볼 수 있는 기록은 한 가지 더 남아있는데,베토벤의 제자였던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카를 체르니의 증언이다.그는“E장조의 신비스러운 조성에 대해 선생님께서는 별이 빛나는 달밤에 무한한 높이의 하늘을 바라보다가 힌트를 얻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이3부작 소나타가 완성되는 3년 동안 베토벤의 삶은 힘겨운 나날의 연속이었다.고질적인 건강문제에 재정문제가 겹쳤고,여기에 유일한 혈육인 조카 칼(Karl)을 둘러싼 양육 분쟁까지 그를 곤혹스럽게 했다.하지만 평생 삶의 고뇌를 예술로 승화시켜온 베토벤은 이때에도 음악을 향한 변함없는 헌신과 열정을 보여주었다. 1820년의 경우 야심작인《장엄미사(Missa solemnis in D major, Op. 123)》의 작곡을 진행하는 가운데《디아벨리 변주곡(33 Variations on a Waltz by Anton Diabelli in C major, Op.120)》을 완성했으며,최후의 피아노 소나타3부작 중 하나인 이 곡도 완성했다.이 곡의 악보 출판은1821년 이루어졌으며,자필 악보는 현재 미국 국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에 보존되어 있다.곡은 음악학자들이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 후보 중 한 명으로 유력하게 꼽는 안토니에 브렌타노(Antonie Brentano)의 딸 막시밀리아네 브렌타노(Maximiliane Brentano)에게 헌정되었다.
■ 음악 구성 전체 3악장으로 되어 있다.특이하게도 신비로운 E장조의 조성으로 되어 있으며, 마지막 악장을 론도가 아니라 안단테로 마무리하는 점도 이례적이다.
◆ 1악장 Vivace Ma Non Troppo(지나치지 않게) -Adagio Espressivo(표정있게) 템포가 다른 두 개의 주제를 파격적으로 사용한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의 악장이다.친근하고 편안한 제1주제에 이어 장중하고 무거운 제2주제가 등장해 강한 대조를 이룬다.전개부에서는 제1주제만이 흐르며,재현부에서는 제1주제가 옥타브 위로 반주되다가 제2주제가 변주된 형태로 나타난다.코다에서는 제1주제가 등장한 후 아름다운 화음이 펼쳐지고 한 번 더 제1주제를 조용히 재현한 후 끝을 맺는다.
◆ 2악장 Prestissimo 일종의 스케르초의 성격을 가진 짧고 강렬한 악장이다. 1악장에 이어 쉼 없이 이어지는 데4마디씩 두 개의 악절로 되어 있는 제1주제가 치솟는 느낌으로 강하게 나타난다.이어B플랫 단조의 제2주제가 고요하게 등장했다가 다시 요동치듯 전개되어 나간 후 스타카토로 힘차게 마무리된다.
◆ 3악장 Andante Molto Cantabile Ed Espressivo 숭고한 아리아 풍의 주제와6개의 변주로 되어있는 악장이다. 악보에 독일어로“게장폴 미트 이닉스터 엠핀둥(Gesangvoll, Mit Innigster Empfindung:노래하듯이,마음속으로 깊은 감동을 지니고)”라는 지시가 쓰여져 있다.그만큼 가장 핵심이 되는 악장이자 베토벤의 원숙한 음악성을 엿볼 수 있는 악장이다. 제1변주는 몰토 에스프레시보(Molto espressivo)로 왈츠풍의 리듬에 실린 풍부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인상적이며,제2변주는 레제르멘테(Leggiermente)로 16분음표의 경쾌한 변주가 펼쳐지나 우아한 변주도 함께 나타난다.제3변주는 알레그로 비바체(Allegro Vivace)인데, 2/4박자로 바뀌어 8분음표의 스타카토에 16분음표의 활기찬 전개가 더해지고 있다. 제4변주는 운 포코 메노 안단테(Un poco meno andante)로 악보에는‘주제보다 약간 느리게’라고 적혀있다. 9/8박자로 바뀌면서 잠시 몽환적인 환상의 세계에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제5변주는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Allegro, ma non troppo)인데, 2/4박자로 푸가풍의 생기발랄한 주제를 다소 딱딱하게 변주하고 있다.제6변주는 템포 프리모 델 테마(Tempo primo del tema)로 먼저 처음의 주제와 같이3/4박자로 주선율을 제시하고,계속 세분화시키며 전개해간다.마치 멀어져간 연인을 회상하는 듯한 선율이 나타났다 사라진 후 처음의 주제를 조용히 재현한 후 끝을 맺는다.
<출처: 두산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