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사인암에 들렀다
사인암은 우리 동복오씨 운암 오대익 공이 운선구곡가를 남기고 신선처럼 살다 가신 곳이다
역(易)이 동(東)으로 왔다. ‘역’이란 동양의 우주론적 철학이다. 역은 변역(變易), 즉 ‘바뀐다’는 뜻으로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원리를 설명하고 풀이한 것이다.
변역의 원리를 통달하면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는 혜안을 갖게 되어 길흉을 미리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주나라 때 정립된 주역(周易)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역이 탄생한 본고장 중국에서 해동국인 고려로 그 중심이 넘어왔다는 것이다.
그 주인공이 바로 고려의 우탁으로 역에 능통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역동(易東) 선생이라 불렀다.
단양팔경 중의 하나인 사인암은 역동 우탁에 의해 명명된 경승이다. 고려 말 정주학의 대가였던 우탁은 단양군 현곡면 적성리에서 태어났다.
충선왕이 부왕의 후궁인 숙창원비와 통간하자 당시 감찰규정이었던 역동은 흰 옷을 입고 도끼를 든 채 궁궐에 들어가 자신의 말이 잘못되었을 때는 목을 쳐도 좋다는 이른바 지부상소(持斧上疏)를 올렸다.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생각하고 군주의 비행을 직간한 역동의 기개와 충의를 본 충선왕은 부끄러운 빛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듯 우탁은 강직한 성품을 지닌 선비였다.
그는 벼슬을 버린 후에는 후학양성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우탁이 ‘사인(舍人)’이라는 관직에 있을 때 사인암 근처에 초막을 짓고 기거했다.
그래서 조선 성종 때 단양군수로 부임한 임재광이 우탁을 기리기 위해 이 바위를 사인암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 자리에 청련암이란 암자가 자리하고 있다
다시 조선후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 정조 때 운암 오대익 공이 서애 유성룡이 과거 관장하던 이곳에 다시 수운정이란 정자를 중건하며 일가를 이끌고 은거하게 된다
그리고 운선구곡이라 명명하며 운선구곡가를 남긴다 이어 운암과 절친했던 해좌 정범조 선생도 그 운을 받아 역시 운선구곡가를 남긴다
雲仙九曲歌-오대익
雲仙洞裏有仙靈: 운선동 계곡에 신선의 령 있을 것만 같은데
丹壁參差玉澗淸: 노을에 젖은 층층 절벽 옥같이 맑은 푸른 물이여
欲識主人行近遠: 신선인 주인 찾고자 하나 간곳을 알지 못하니
漁歌試聽九曲聲: 고기 낚는 촌부의 노래로 구곡가를 부르네
단구주인 운암(吳大益)이 무이구곡시 운에 화운하여 단구구곡사를 지었는데 그 운을 사용하여 지어서 드리다
丹丘主人雲巖。和武夷九曲詩韻。作丹邱九曲詞。用其韻賦呈。- 해좌 정범조
단구가 무이산의 신령함을 길러서
산 중턱을 터서 아홉 굽이 맑음을 만들었네
멀리서 생각컨데 봉우리마다 서리 내린 뒤라서
방아소리와 양치질소리가 모두 가을 소리이리라
丹邱分毓武夷靈。山腹疏爲九曲淸。遙想萬峰霜落後。舂珠潄玉盡秋聲。
一曲大隱潭대은담 -오대익
一曲幽深不用船: 일곡은 그윽히 깊어 배를 탈 일 없고(벼슬살이에 연연할 일 없고)
三時花瀑墳瓊川: 삼시사철 꽃같은 폭포에 옥같은 물 부셔지네
山靈恐漏眞消息: 산신령도 참소식이 전해질까 두려워 눈물나고
長鎖蒼翁去浚炳: 푸른 늙은이의 맑고 깨끗함 오래도록 막아버리네
일곡 대은담-해좌 정범조
一曲大隱潭
수원은 굽이지고 외져서 배가 통하지 않나니
물이 모여 깊은 연못 이루고 흘러 시내 만드네
괜히 운로의 자취를 찾아가지 말지어다
소나무 덩굴이 빽빽하고 인가의 연기 적으니라
水源回僻不通船。滙作深潭瀉作川。莫謾去尋雲老跡。松蘿蒙密少人烟。
二曲黃庭洞황정동 -오대익
二曲東南兜率峰: 이곡은 동남쪽에 도솔봉이 있는데
座來每日不從容: 항상 앉아 모습 하나 흐트리지 않는다
祇綠一字黃庭誤: 궁궐안 잘못된 한글자 기록은 토지신처럼 되었고
管領雲山千萬重: 수많은 운산에 무겁게 소리 퍼지니 헤어날 길 없도다
이곡 황정동 -해좌 정범조
二曲黃庭洞
조복을 벗어 던지고 봉우리 속에 누웠나니
반은 야위고 차가워져서 산택 모습이 되었네
도경 필사를 마치면 한 가지 일도 없으며
흰 구름과 옥 같은 나무 그림자만 겹겹이네
朝衣拋擲卧中峰。半作癯寒山澤容。寫罷道經無一事。白雲瓊樹影重重。
三曲水雲亭수운정 -오대익
三曲巴流岩似船: 삼곡은 흐르는 수운정 물결 배와 같은 암석은
崖翁亭閣昔何年: 서애 유성룡 늙은이 정각과 같이 얼마나 오래이던가
仙人一笑雲中坐: 신선처럼 한번 웃으며 구름 속에 앉아 있자니
回首紅塵乙可憐: 되돌아본 세상 풍파 가련하기만 하여라
삼곡 수운정 -해좌 정범조
三曲水雲亭
떠있는 정자 형세가 마치 배 같나니
태고적부터 바위가 반석처럼 뿌리 내리고 있네
멀리서 애옹의 관물의 흥취를 생각해보건대
구름은 멈추어있고 물은 흘러서 다 좋아할만 하네
浮浮亭勢恰如船。有石盤根太古年。緬憶厓翁觀物趣。雲停水逝傡堪憐。
四曲鍊丹窟연단굴 -오대익
四曲硏然開兩岩: 사곡은 양 옆의 바위 사이 스스로 만들어진 굴
山光雲影看翠00: 산 빛과 구름 그림자 검푸르게 드리우네
仙童爲報丹砂熱: 선동이 붉은 모래로 불을 지피고 있다 하니
笑捲釣絲過碧潭: 웃으며 낚시줄 걷어 푸른 물가를 지나서 오네
사곡 연단굴 -해좌 정범조
四曲鍊丹窟
천공의 솜씨 교묘함을 하늘 뚫은 바위에서 생각해보나니
풀이 무성하게 둘러싸 있고 버들이 길게 덮고 있네
어디에다 연단하는 화로를 두어 밤 내내 태워볼까나
특이한 향기가 비와 섞여서 봄 연못에 가득 차는구나
天工巧思鑿穹巖。草繞茸茸柳覆毿。安措丹爐通夜燒。異香和雨滿春潭。
五曲道光壁도광벽 -오대익
五曲縈廻源復深: 오곡은 휘돌아치는 물굽이 근원은 더욱 깊은데
丹壁簇簇隱雲林: 붉은 병풍 같은 절벽(마음) 총총히 운림에 숨겨 있네
胸中自由光明舍: 가슴속에 쌓인 한이 이제 자유롭게 광명의 집으로 오고
休向空山證道心: 세상사 모두 공산과 같음 깨달아 도인의 마음으로 증거하네
오곡 도광벽 -해좌 정범조
五曲道光壁
길이 돌 때마다 경계는 더욱 깊어지나니
새 발자국 진탕도 숲을 더럽히지 못하네
벽 중간에 영롱한 기운이 서려 있나니
산사람의 안정된 마음이 드러나는 것이네
路轉迴時境轉深。禽泥不敢汚靑林。頃看半壁玲瓏氣。現自山人定後心。
六曲四仙臺사선대 -오대익
六曲仙亭徛曲灣: 육곡은 사선대 굽이친 물굽이 위에 의지해 있는데
衡門寂寂晝常閉: 기울어진 문 적적하게 대낮에도 닫혀 있네
丁寧玉子空山響: 간곡히 충고하는 옥자의 소리 빈 메아리로 돌리고
知是商翁盡日閑: 상산노인과 같이 깨닫고 하루하루를 한가함으로 다하네
육곡 사선대 -해좌 정범조
六曲四仙臺
바람 소리는 맑고 푸른 물굽이에 가득하며
석단의 깊은 나무는 구름 낀 문을 덮고 있네
네 신선이 승천했다는 말 믿지 못하겠나니
다만 사람 사이에서 자재하게 한가로우리라
風珮泠泠滿碧灣。石壇深木掩雲關。四仙未信昇天去。秖是人間自在閒。
七曲舍人巖사인암 -오대익
七曲前臨七星灘: 칠곡은 앞에 칠성여울이 임해 있는데
朝腫不厭百回看: 아침 저녁으로 백번을 보아도 싫지가 않네
世間詩畫那能此: 세상에 시와 그림인들 이보다 나을쏘냐
唯見潭心月色寒: 오직 차가운 월색처럼 담담한 마음 빛내리
칠곡 사인암 -해좌 정범조
七曲舍人巖
등나무 평상에서 맑은 여울을 굽어보고
떠나가는 새와 구름을 마음으로 쳐다보네
명리의 자취와 통했었다고 말하지 마라
푸른 바위를 찬 폭포수가 씻어버리네
藤床一面俯淸灘。去鳥歸雲盡意看。休道曾通名利跡。蒼巖洗却瀑流寒。
八曲桃花潭도화담 -오대익
八曲桃花兩岸開: 팔곡은 복숭아꽃 양 언덕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데
武陵漁子幾時回: 무릉도원의 고기잡는 어부 언제쯤 돌아올 것인가
三岩只得神仙字: 상·중·하선암이 다만 신선이라는 글자를 얻었는데
誰見眞仙入洞來: 참된 신선이 이 골짜기로 들어옴을 그 누가 보았느냐
팔곡 도화담 -해좌 정범조
八曲桃花潭
복사꽃이 무수히 연못을 둘러싸고 피었나니
바람이 물에 떠다니는 꽃 가다가 돌아오게 하네
오직 운옹만이 춘사를 관리하는 것을 허여하여
짚신으로 때로 붉은 복사꽃 밟으면서 오가네
山桃無數繞潭開。風掣漂花去復迴。獨許雲翁管春事。芒鞋時踏亂紅來。
九曲雲仙洞운선동 -오대익
九曲山開境曠然: 구곡은 산이 넓게 트여 경계가 훤히 보이는데
長林歷歷見晴川: 긴 숲이 역역히 드리웠고 그 사이 맑은 냇가 흐른다
丹邱赤是人間世: 이처럼 붉은 단양 같은 곳 인간 세상에 있다함은
不信人間別有天: 오직 하늘에만 존재할 것임에 그 누구도 믿지 않으리
구곡 운선동 -해좌 정범조
九曲雲仙洞
빙 둘러싼 봉우리가 갑자기 파열음을 내니
푸른 유수가 분방히 흘러 긴 시내를 이루었네
운선은 전신인가 아닌가
시종 하나의 동천으로 와서 거처를 정하네
廻合峰巒忽砉然。蒼流奔放作長川。雲仙莫是前身否。終始來占一洞天。
그렇게 운선구곡을 한참동안 즐기다 사인암과 이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