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후기 (7월) 마지막 물놀이

[어치]

여름입니다. 여름은 더워야 하구요, 힘들기는 하지만 습기도 많아야 하지요.
뜨거운 태양볕을 받아 나무들이 열매를 익히고 습기를 빨아들여 온 몸의 기운을 돌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여름의 더위는 덥게 느껴야 하고, 여름을 잘 넘겨야 추운 겨울 건강하게 날 수 있다고 어른들은 이야기하신 것이지요.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더운 여름에도 만났던 거지요^^
덥다 더워~~ 아침부터 땀이 비오듯 흐릅니다. 

갈대 바람개비

아무리 더워도 요것은 전달하고픈 마음에 바람개비를 만듭니다. 그러나 쉽지 않지요? 갈대바람개비는 유*브에도 많이 소개되어 있어요. 장난감을 엄마손으로 만든다는 의미에서 알려드린 겁니다. 어치도 열개 만들고 손에 익었으니 갈대를 보시면 언제든지 도전해주세용~

쳐지지 않게 늘 바삐 앞서가는 어치랍니다.  그런 어치를 앞지를 기세로 친구들이 따라옵니다. 그래도 나를 너무 지나쳐가면 안돼~~~ 당부겸 안내를 하고 나니 어치와 나란히 나란히 가는 우리 친구들. 오늘 우리의 소통은 뻥~~ 뚫린 파이프네요.

어떤 버섯이든지 만지는 안되는 것으로 할게요. 독버섯인지 아닌지 잘 모르거든요. 버섯 갓의 아래쪽에 가루같은 포자가 들어있는데요, 이것이 알러지성분을 가진 것이 있어요. 흰색과 빨간색은 무조건 독버섯?  갈색은 무독한 버섯? 아니에요. 흰색과 빨간색도 식용이 있구요, 갈색도 독이 있는 것이 있을 수 있어요. 절대로 만지지 않구요, 발로 밟지도 않기로 해요. 버섯에 살고 있는 작은 생물들이 너무나도 많거든요. 

7월은 무궁화의 계절입니다. 수액이 풍부해 벌레가 들끓어서 요즘은 벌레없는 무궁화로 품종개량을 했다고 해요. 더운 여름 이렇게 큼직한 꽃들이 좀 보이죠. 능소화도 크고, 장미도 크고, 원추리도 크고, 참나리도 크고....

이렇게 큰 꽃들에는 나비들이 많이 찾아가더군요.  오늘은 우리 차지^^ 우리 친구들은 지금 무궁화귀걸이를 기다리고 있어요.

이든이, 서영이, 시현이까지 무궁화 귀걸이^^

밀잠자리종류의 유충입니다. 제법 큰 친구가 잡혀주었네요. 아주 깨끗한 모래속에서 만났습니다. 올 여름 성충으로 태어날 것 같은데요, 아주 컸지요.

계곡에 가면 비누를 만들어보리라~~ 비누나무열매를 땁니다. 올해에도 많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이 다섯알씩 충분히 가져보았지요. 

털매미의 허물입니다. 몇년을 땅속에서 살다, 어느 날 새벽 가장 좋은 날씨에 기어 올라와, 혼자 허물을 벗는 분투를 하며 드디어는 성충이 되었습니다. 모두 허물을 잘 벗는 것은 아니랍니다. 허물을 벗다가 죽는 곤충도 아주 많지요. 도중에 잡아먹힐 수도 있고, 어떤 이유로 허물이 벗겨지지 않아서 죽고 마는....

자신의 몸을 더 크게 보이려고 하는 애호랑거미의 어린 개체입니다. 저 흰색의 x를 숨은띠라고 하는데, 완전히 큰 거미가 되면 저 띠도 옅어진답니다. 

가중나무의 잎에서 냄새를 묻혀 옷에 바릅니다. 곤충이 싫어할테니까 모기도 오지 않겠지요?

세상에나~~ 밤송이도 어릴 적에는 이렇게 따갑지 않구나... 이것보다 더 작었을 때는 조금도 따갑지 않답니다. 어린 밤송이는 큰 나무에게 솎아내져 땅에 떨어졌네요.  나무는 자신이 뿌리내린 곳의 양분만큼만 열매를 생산하는 아주 합리적인 친구라서, 감당할 수 없는 열매는 이렇게 떨어뜨려버린답니다. 비와 바람이 칠때.

어치가 이야기하면 어쩜 이렇게 잘 들어주는지 어치는 매번 고맙기만 합니다. 고맙다 친구들아~~

오늘 만난 친구들을 한번에 모아봤습니다.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애호랑거미, 풍뎅이 애벌레, 모기유충....

숲속에는 처음보는 생물들이 참 많지요? 

어치와 옹기종기 모여서 물속생물을 찾는 모습이 참 정겹습니다. 이 좁은 계곡에도 작은 생명체들이 많다는 것 참 행복한 일입니다. 우리 친구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만날 수 있게 1급수가 그대로 보존되어야겠죠.

분성산에는 들어가서 놀만한 넓은 계곡은 없답니다. 이곳은 좁지만 복닥거리며 알차게 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들른 계곡이지요. 흔하지 않은 잠자리유충도 만나고, 옆새우가 뜰채에 수두룩 건져지는 1급수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물고기외에도 물속에는 많은 생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나들이였어요. 

엄마가 떠난 뒤 우리들만의 놀이가 시작됩니다.  무엇을 하면 재미있을까 여러 시도를 해 봅니다. 땅도 파보고, 그리고 물을 퍼서 머리에도 써 보고, 돌로 댐을 만들기도 합니다. 물줄기를 차지한 시현이는 누나와 형들에게 감질나게 맛보게 선심을 씁니다. 그러나 곧 큰 웃음 날리며 공동의 물줄기로 공유합니다. 

어치는 지켜보기만 합니다. 엄마가 없으니 위험한 행동은 스스로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몸을 사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심스럽습니다.  온 몸이 흠뻑 젖은 채로 놀다보니 입술이 파래집니다. 엄마에게 가서 옷을 갈아입고 싶다고 너도 나도 이야기합니다.  그래~  놀이의 시작도 끝도 너희들이 스스로 정해서 보기 좋다.  실컷 놀아야 미련도 없지요. 

더위가 한창인 놀이터입니다. 정자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자유시간을 즐깁니다. 어린이들과 강아지는 같아요. 땡볕도 더운 줄 모르고 노니까요^^

네트그네를 두고 이든이가 '떼'를 쓰는 듯이 보입니다.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든이는 토돌이를 태워주고 싶은데, 언니 오빠들은 자꾸만 타려고 했다네요. 사정을 설명한 이든이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합니다. 대신 토돌이가 다 탄 뒤에 언니가 탔을 때는 밀어주기로 약속을 합니다. 아무리 어린 동생이라도 놀이는 규칙을 지켜야 분쟁이 생기지 않아 재미있게 놀지요. 

이든이는 토돌이를 실컷 밀어주고, 착한 서영이언니는 끝까지 기다려주었습니다.  

지아는 네트그네가 비었을 때 혼자만의 놀이를 즐기고, 남자친구들은 조금 격하게 밀어주기를 하고 있네요. 너무 강하게 밀면 안되기 때문에 어치가 강도조절을 해 줍니다. 어치가 여기서 다쳤었거든요.... 네트위에 앉았는데 친구들이 갑자기 밀어서 그만 모래밭에 떨어졌고 그만 엄지손가락을 크게 접질러서 아직까지 낫지 않았답니다. 어언 세달전의 일....

이것이 어린이놀이터에 있는 것은 좀 위험해 보여요. 어치보다 몸이 가벼워 덜 다치겠지만, 바닥에 얼굴을 박기가 아주 쉽거든요.  친구들에게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놀 수 있는지 방법을 전수하였습니다. 순서를 지켜서 너무 세지 않게 밀기....

조금 나른하면서도 탄 듯한 얼굴... 셋이 같은 젤리를 먹고 있네요. 지아가 동생들에게 나눠주려고 아주 많이 들고 왔네요. 이제 탐험대에서 언니오빠와 함께 할 우리 지아가 벌써 일곱살이라니... 믿어지지가 않네요^^

그냥 흙놀이는 심심해서 간식을 숨기기로 했지요. 자신의 간식을 숨기고 남의 간식을 찾아먹자고 했는데, 이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겠지요? 모두 자기것을 먼저 찾아먹고 남의 것을 찾으려고 하니, 어치의 것만 모두 빼앗기고 말았답니다^^;;

몇번 더 숨기고 찾기를 하면서, 가을에는 좀 더 업그레이드해서 모래놀이를 해야겠다는 아이디어까지 생성해냈어요.

여기 모래는 참 놀기 좋네요.

풀잠자리의 유충입니다.  자신이 벗은 허물이랑 주변의 쓰레기까지 모두 지고 삽니다. 어떤 친구들은 배설물도 싣고 다니지요? 왜 그럴까요? 이 험난한 생태계속에서 온전히 자기를 지키려면 남이 싫어하고 기피하는 것을 지니면 덜 잡아 먹히겠지요. 이런 지혜는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어치가 이 곤충을 알고 있기에 들여다보았지, 얼핏 보면 그냥 왠 허연 껍질이 나뭇잎에 붙어있구나~~ 할 정도로 작고 움직임이 보이지 않습니다.

자연에서 놀다 보면 작은 움직임을 구분할 줄 알게 되고 마음과 몸이 섬세해집니다.  몸이 섬세해진다는 것은 어떤 자극에든 적절히 예민해진다는 뜻이고, 사람들과의 소통도 원활해지지요.  마음이 섬세해진다는 것은 배려와 연결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치와 숲활동을 했던 친구들이 과학경진대회도 많이 뽑혀 나가고, 과학고에도 많이 간다는데....  숲체험활동이 작은 것까지  보게 하고, 그것이 선생님들에게 '자질'과 '능력'으로 비춰지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어치의 딸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부디 이 순수하고 소중한 관심과 섬세함이 오래 유지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어린이들에게 주어지는 너무 많은 과제들에 치이지 않도록 지켜주시구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보셨나요?  어린이해방군 방구뽕씨의 이야기를 다룬 제 9화에서 어치는  울고 말았답니다. 그 방구뽕씨의 마음이 제 마음과 너무나 같아서요. 

더운 여름 잘 보내시고 놀기좋은 때 다시 만나겠습니다. 그동안 애쓰셨습니다.

[두루미]

놀기 좋은 때 꼭 다시 뵐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