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청산도 해돋이
싱싱한 새벽바다, 뇌관에 방금 접지를 끝낸
하늘에서 쏟아낸 불기둥입니다, 저 완도 바다는
태양의 DNA가 살아 숨쉬는
태초의 어머니, 청산도
태초의 아버지, 범바위
그 바닷물에 목욕한 물의 여신, 머리카락에
아득히 베어있는 미역향기
우주의 첫날,
새 빛줄기
네모난 손수건처럼 접힌, 저녁노을에는
아릿아릿, 섬 처녀의 땀 냄새가 고여 있습니다
뱃사공 눈빛은 섬난초 꽃처럼, 아득히 피어납니다
푸른 바다의 중심을 껴안고,
밀치고, 부딪치며, 용솟음쳐 오르는, 물의 힘
바다를 섬기며 견디고 살아낸, 순한 백성
흰 갈매기 떼, 입에 생선을 물고
하늘로 힘차게 솟구쳐 오릅니다
우주의 나선형 계단에 서서
신은, 청산도 바람의 마디들을 어루만집니다-
잔잔한 푸른 바다, 청산도
비릿한 태초입니다,
파도의 꽃잎에 첫 입맞춤을 하는, 하얀 손
범바위가 굽어보는, 예지(豫知)의 정원
아름다운 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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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 서 도
점 하나의 외로운 섬
여서도
돌담 쌓아 바람 막고
누구도
허락하지 않았다.
해녀의 자맥질에
돌돔이 파닥거리고...
한 광주리 은빛 갈치
앞에 들고
손자가 뒤 따른다.
밤하늘 바닷가
별 하나 나 하나
여서도가 내어준
갈치구이 하얀 쌀밥에
시름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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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하나되는 길
탯줄을 끊고 나온 곳에
파란하늘이 열리고
갯내 나는 숨소리가
파도처럼 철석거린다
하늘에서 내리는 땀방울과
눈물로 피어나는 흔적이
하나되는 길은
바다를 통해 숙성되는
삶의 무게이다
햇살 속에 펼쳐지는
내 고향 완도는
온 몸을 통하는 심장이구나!
난 오늘도
파도소리 바람소리에
알파와 오메가를 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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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완도가 나를 불러서
이 나이에도 입덧을 한다
물어물어 찾아온 완도 바닷가
해삼 한 점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결혼하여 첫 아이 임신했을 때와 같이
기대의 설렘은 짭조름한 바다를 맛보고 있다
많은 생명을 품고 파도로 덮어버린 완도 바다는
내게 빨대를 대고 빨아서 바닷속을 더듬게 마취시켜 버린다
고래나 식인상어가 불쑥 나타날 것 같은 두려움
풍어를 싣고 들어오는 뱃고동 소리에 놓아 내리고
갈매기도 한 점 얻으려는 듯 합창으로 날이 선 완도 국제박람회
젖은 옷을 입고 바다를 생선처럼 다루는 자랑스러운 업장 앞에
내 몸 속에서는 이미 태아가 양수 속에서 발길질해댄다
상상만 해도 금은보화로 출렁거리는 완도 해조류
하늘을 배회하는 꽃구름 마당까지 풍어 발을 펼쳐놓고
해산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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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완도에 가면
푸른 바닷물 속
미역, 다시마, 전복, 소라, 멍 개
생명이 넘실거리며
푸른 하늘에는
갈매기 떼 날아오르며
물고기와 숨 박 꼭질 하는 완도
세상 시름에 얼룩진 영혼
완도에 가면
푸른 바다, 푸른 하늘처럼 씻기여 진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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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청산도
별 밭의 푸른 파도소리는
꽃 피는 봄날이다
갈매기 요란히 우짖는 소리에도
버릴 것 없는 마음
인연의 끈을 비비고 꼬아 자리 잡고 있다
더 이상 바람으로 사라질 수 없는 자리에 서서
살과 뼈를
따뜻한 체온의 불로 사랑하며
하늘도 산도 푸르게 흐르는 섬이다
당신과 나를 감싼 흰 보자기를
묶거나 풀었다가
생은 꽃망울, 해당화 물로 번진다.
언젠가 섬으로 왔다가 뭍으로 가는 사람
애써 뒷모습을 보이느라 애절한 눈물이다
소리 없이 찢어지는 절규
참을 수 없어 잔잔한 파도는
그렇게 울었다
누가 보이는 울음을 만들었는가
밤의 껍질을 껴안고
범바위의 눈부신 하얀 속살 같은 그리운 소리가
들끓는 침묵을 안에 가두고 있다
반쯤 열려있는 창문으로 황혼이 번지고
바람과 바다의 침묵이 몸살을 한다.
그들의 색조가 길 따라 마주친다.
유채꽃 사이로 오는 나비
가슴에 그녀의 사랑
아리아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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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대 완도 찾아서
검푸른 남녘 바다
꿈속 그리움 쫓아
정겨운 그대 찾아왔네
수호신 되어 지키고 있는 장보고 목책
한 치의 땅 넘보지 못하게
두 눈 부릅뜨고 있구나
그대 가슴속 품고 있는
온갖 해양의 보고寶庫
피와 살 되어
청춘의 활력 불어넣어주는구나
붉게 타오르는 동백꽃 닮아
온 몸으로 해풍 맞으며
장모 사랑 느끼게 해주는
그대는 진정 내 사랑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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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보길도에서
원림 가는 길
몸 부벼가며 야윈 바람이 불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밟아 본 보길도
낙서재 지나 두 물줄기 연못은
비홍교 동백 아래 말이 없고
검은댕기 해오라기 한 마리
저 혼자 너럭바위에 앉아 물잠자리 날릴 때
아, 노송 그늘에 세연정(洗然亭) 지어 은거한
고산의 떨리는 눈빛
오백 년 새겨 넣은 누대 따라가면
저 남한산성 굴욕 조선 하늘 보기 두려워
몸 안의 길 따라 한 점 섬처럼 떠돌고 싶었던 그
살아서 꿈 꾸었던 바다와
죽어서 가 닿았던 사시사(四時詞)의 경계는
정작 어떻게 달랐을까
아득히 날리는 뱃고동 소리
연신 솔숲에 눈 찔려 떨어지고
표정을 남기지 않은 붉은 눈시울 하나
빈 누각 저녁 물빛에 홀로 젖어
노을 지는 물소리 자박자박 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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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말뚝
신라 장보고 장군의 용맹이
동양 3국의 바닷길을 장악
당나라에 무역 전진기지를 만들어
해상 무역을 독점 하던 때
천혜의 섬 완도 앞 장도에
난공불락의 청해진 요새를 축성
해상 무역을 통할하던 곳
섬 앞 갯벌 속에 남은 말뚝
그날의 영광을 되새기며
힘차게 쭉쭉 뻗어 나가라
썰물처럼 채근 한다
유구한 역사에서
바다를 주름 잡던
장보고 같은 불세출의 영웅은
지금 왜 없을까?
세계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반도는
태평양 과 인도양을 향해
두 팔을 벌려 웅비 하는 형상
우리의 큰 유산 3면 바다를 활용
용트림하듯 대양을 지나 세계로
더 넓은 지구를 향해 나갈 발판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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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청산에 살으리
푸른 바다의 아침 햇살이
여울져 오는 바람결에 반짝이며
하늘 산 바다가 함께 어울어
푸른뫼 섬 청산도라 하였을까
나그네의 삶이 더딘 풍경이 되어
세계 슬로길 1호로 탄생하였도다
서편제 촬영한 당리 고갯마루는
보리밭 돌담길 옛 지혜에 놀라고
비탈진 산허리 구들장 논은
유채꽃 빛갈에 또한번 감탄 하도다
푸르른 지리 해수욕장 송림에서
지는해 서녁하늘 우두커니 바라보니
붉게타는 노을은 어늬 빛이 이만하랴
해노을 그림자는 내 마음을 유혹하고
대모도 산너머로 석양은 저무는데
청산은 나를 보고 청산에 살라하네
첫댓글 낭송대회가 끝난 후에 낭송가를 공개하려고 하다보니 메일 정리과정에서 착오가 있었습니다.
이제 제목과 인명을 최종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