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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우리에게도 자원은 있다 (7)남도인의 손맛 |
'음식=전라도' 브랜드화 '음식 관광' 상품화 서둘러야 '맛.멋 색의 조화'에 외지인 부러움 한식명장 없고 국적불명 퓨전화 전락 식단 표준화.청결 유지 등은 과제로 |
전남일보 입력시간 : 2007. 12.21. 00:00 |
남도음식의 특징을 표현하는 것중 '개미가 있다'는 말이 있다. 전라도 지역에서 통용되는 이 단어는 정확한 정의는 어렵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색다른 맛'을 뜻한다. 그 무엇은 후덕한 인심과 음식에 녹아든 남도인의 손맛이 정확일 듯 싶다.
이처럼 맛깔스럽고 독특한 맛으로 대표되는 남도음식은 자연환경과 밀접하다. 기름진 평야에서 생산되는 곡물, 청정해역과 갯벌에서 잡아올린 싱싱한 해산물 등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공급된 식재료들은 남도음식의 주요 요소이다. 이렇게 천혜 환경에서 무궁무진한 식재료가 공급되다 보니 남도는 오래전부터 다양하면서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당연히 남도의 상차림은 외지인들이 놀라는 것처럼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풍성하다.
남도음식은 색깔도 중요시한다. 그저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색깔을 음미하고, 색깔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내 음식의 멋을 내기도 한다.
즉 남도 음식은 원천을 제공하는 자연과 이를 다루는 사람의 손길이 조화, 맛깔스럽게 빚어진 것. 여기에 한가지가 더 보태진다. 지역 사람들의 인심이다.
남도음식의 맛은 뭐라해도 젓갈류 등 발효식품의 곰삭음과 깊은 관련이 있다. 발효 음식의 대표로는 우선 김치를 꼽는다. 미래의 세계 식탁을 풍미할 맛으로 떠오른 김치는 한국인의 대표음식이지만 지역마다 특성이 있다. 남도김치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감칠맛을 낸다. 남도 김치가 깊은 맛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젓갈이다. 서해에서 생산된 천일염을 이용해 1년 내내 섭씨 10~15도를 유지한 채 적절히 발효된 젓갈은 밑반찬을 비롯해 남도음식 맛을 좌우하는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발효음식을 바탕으로 한 전라도 음식에서 외지인들을 사로잡는 것은 한정식이다. 갖은 재료를 이용해 그야말로 '상다리가 부러질 듯' 차리는 한정식은 전라도 맛의 축소판이자 문화의 진수다.
순천, 해남, 보성, 완도, 강진 등은 한정식을 맛있게 차려내기로 이름 높은 곳이다.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재료를 이용하므로 반찬 가짓수나 종류는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맛깔스럽기는 매한가지. 바다와 육지에서 나는 재료를 고루 배합하기 때문에 밥상에 앉아 전라도 산과 바다, 들판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식탁에 오르는 한정식 메뉴는 생선회, 전복회, 대합탕, 장어, 육회, 더덕구이 등 가짓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이다. 홍어, 돼지 수육, 묵은 김치가 어우러진 삼합도 빠질 수 없다.
여기에 남도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특색있는 음식들이 입소문나면서 전국에서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영광 굴비백반, 나주 곰탕, 담양 대통밥, 담양ㆍ광산 떡갈비, 순천 고들빼기, 돌산 갓김치, 벌교 꼬막 등. 이름만 나열해도 군침이 돈다. 전국 여행사에서는 남도의 먹거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상품까지 개발, 판매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남도음식의 상품화는 이젠 시작단계이다. 오히려 타지에서 남도를 이용한 음식 브랜드화가 활발한 상황이다.
상당수 타지에서 전라도 간판을 사용하는 음식점의 경우 업소 주인이나 음식맛이 전라도와 상관이 없으면서도 전라도를 영업전략으로 적극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 이는 역설적이지만 '음식=전라도'라는 등식을 타지에선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는데 반해 정작 우리지역에서 전라도를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있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역음식이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인식한 광주시와 전남도는 '전라도 맛'의 관광 상품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양 시,도는 '음식명가'를 선정하고 이를 소개하는 남도음식 맛 기행 책자와 지도를 만들어 배부하고 있다. 또 신문, 방송, 인터넷사이트는 물론 국내ㆍ외 관광설명회와 팸투어 등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전남도는 최근 '맛 기행'이 국내 여행시장의 새로운 인기상품으로 부상하고 있음에 따라 남도음식을 최고의 전남 관광상품으로 집중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국내여행사연합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남도음식명가'를 탐방하는 '음식관광' 상품을 개발해 전남관광을 선도하는 관광상품으로 적극 육성해 나간다는 것.
하지만 지자체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남도음식의 세계화는 여전히 2% 부족한 실정이다. 우선 현대화를 위한 명목으로 한정식이 일식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비용적인 면을 고려해 가짓수를 줄이고 퓨전 중심에 초점을 두면서 국적없는 한정식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또 국내에서 한정식을 취급하는 업소가 눈에 띄게 감소해 한식 전문가들이 제대로 양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내에선 기능사들의 최고 반열인 한식 명장은 한명도 없는 상태이다.
이는 일본이 전세계에 초밥 등 일식을 전파하기 위해 자국민이 해외에서 일본 음식점을 개설할 경우 창업을 지원하는 것과 큰 대조를 보인다. 특히 현대인의 취향에 맞는 남도음식의 개발과 함께 남도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식단 표준화, 주방ㆍ화장실 청결과 위생상태 유지도 아주 시급한 해결사항이다.
김지현 광주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남도의 미래 유망산업인 관광산업의 핵심은 음식을 통한 외지인을 끌어모으는 것인데, 이는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면서 "이를 위해 무엇보다 남도음식의 식단 표준화는 물론 뿌리깊은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명품으로서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글=이용규 기자 cyglee@jnilbo.com
사진=김기중 기자 kjkim@jnilbo.com
■ 김지현 광주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남도음식의 브랜드화 방안
<그림1왼쪽>우리나라 음식의 대표를 꼽는다면 궁중요리를 예로 든다. 이유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진상품으로 숙수 또는 주방상궁들이 최고의 음식 솜씨로 첩수, 모양 그리고 임금이 먹을 양을 격식에 맞춰 화려하게 차리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깊은 손맛으로 만드는 남도음식 또한 궁중요리의 맛에 견줄 때 손색이 없을 것이다. 다만 상차림을 고급스럽게, 그리고 첩수라고 불리는 가짓수에 맞춰, 양을 조절한다면 남도의 향토음식이 한국을 대표할 음식이 되지 않을까 한다.
남도음식이 브랜드화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남도이미지를 대표하는 음식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세계화된 음식의 사회문화적 특징은 자국 식문화를 존중하며 즐기는 문화에 익숙하고 또한 우월성에 있다.
음식사업은 고정관념을 깨지 못하고 생계유지형 사업이 주류를 이룬다. 이러다보니 음식점은 비싸면 안되는 서민적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음식의 상품화는 고유의 음식 형태는 유지하되 맛의 개선과 교육과 계몽을 통해 세계수준급의 식문화를 창조할 수 있다는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
둘째, 음식의 양과 형식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후한 인심이 미덕은 아니다. 새롭고 다양한 고급식재료를 사용하여 최고의 맛을 선보이고, 배를 채우기 위한 식문화에서 멋과 맛을 즐기는 식문화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서양요리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정식은 5~8코스, 스테이크는 1인분에 고기 180g, 곁들임 야채 가니쉬는 3종으로 정해져 1인이 먹을 수 있는 양에 대한 개념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바쁘면 가짓수나 양을 줄이는 등 식당마다 제각각이다.
셋째, 음식에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광주ㆍ전남지역의 전통음식은 향토음식으로서의 지역적 특성만을 강조해 상업적인 면으로만 흐르는 경향이 있었다.
이젠 전통음식의 뿌리를 찾고 상품으로서의 혼을 불어 넣기 위해선 역사적 스토리(Story) 발굴이 필요하다. 또 향토음식이 그 지역의 뿌리 깊은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명품으로서의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야기와 음식이 연결된다면 이것이 음식의 이미지가 될 수 있고, 남도의 음식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주요한 소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