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 데이>
아이들 과자 중에 「빼빼로」라는 과자가 있다. 작은 밀가루 막대에 초콜릿을 입히고
겉에 땅콩가루를 붙였다. 그 과자 이름에 day(날)을 붙였다. 우리 부부가 몸을 계속
날씬하게 유지하자는 의미이다.
매달 11일이면 집에서 혈압, 체중, 배 둘레를 재고 기록한다. 별 변화야 없지만 매달
자신의 건강상 수치를 확인하자는 의미로 퇴직 후 아내와 정하고 지금까지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혈압계는 퇴직하니 공무원 연금관리공단에서 퇴직선물로 준 것이다.
그래서 그달부터 재기 시작했다. 언제나 조심스럽게 확인하는 것은 역시나 혈압이다.
아직까지 수축기 혈압이 140은 넘지 않아 아무 약도 먹지는 않는다. 하지만 확장기
혈압이 80을 넘는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낮아서 그런지 겨울은 물론 여름을 빼고
봄 가을에도 귀와 발이 시리다. 집안에서도 양말을 꼭 신고 있고 웬만하면 귀를
덮는 귀걸이(귀마개)도 계속 하는 편이다. 밤에 잘 때도 무엇으로든지 귀를 가리고 잔다.
그리고 체중을 재는데 2006년에는 57~8kg정도이더니 차츰 줄어들기 시작하여
올해에는 52~3kg이다. 5월 어느 날 아침에 얼굴을 씻고 거울을 보니 오른쪽 눈꺼풀이
쑥 들어간다. 20년 전 위암수술 하기 전, 몸에 살이 꽤 있어 눈꺼풀이 두툼해서 쌍꺼풀
수술을 할까 할 정도이었는데 이제는 너무 얇아져 눈이 퀭해 보였다. 겁이 벌컥 났다.
아내한테 이야기하고 병원에 갔다. 의사를 만나 사정이야기를 하니 피검사를 해보잔다.
피를 뽑고 다음날 가서 결과를 들어보니 이런 저런 의학용어를 이야기하면서 아무 이상이
없단다. 3만 원 넘게 검사비만 내고 나오면서 별 이상이 없다니 다행이다 싶었다.
배가 자꾸 나와 걱정을 했었는데 이제는 많이 줄었다. 배 둘레도 2016년에는 85cm가
넘었는데 올해는80cm를 넘나든다. 키가 160cm도 안되는데 그래도 다행이다. 요사이는
운동을 나가서 매일 축구장 3바퀴를 먼저 걸은 다음 3바퀴(1,2km, 9분을 넘지 않는다)를
달리고 들어온다. 물론 왔다 갔다 하는 거리는 계산하지 않는다.
역시나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고 했으니 잘했다고 혼잣말을 하면서 병원 문을 나섰다.
<멜빵바지>
퇴직을 하고 집에서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바지허리가 작아 배를 조이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불편했다. 그러니 앉으면 답답하여 자꾸 허리 단추를 풀어놓게 되었다. 또 어디서인가 들은 바에 의하면 꼭 끼이는 옷은 피가 잘 돌지 못하여 건강에도 좋지 않단다.
그래서 혁대를 빼고 멜빵을 만들어 입으니 아주 편해졌다. 집에 들어오는 물건의 포장용 끈을 모아서 멜빵을 만드니 원하는 만큼의 길이와 같은 모양의 끈이 많지는 않아 쉽게 만들 수가 없었다. 집에 있는 대로 모아서 만들어 사용했다.
어느 날 사고 싶은 책이 있어 동대문 5가 고서점 사이에 있는 책방으로 가서 책 몇 권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그곳에는 끈을 파는 가게가 많다. 팔다가 남은 자투리 끈을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지 싸게 판다. 그래서 진한청색, 진한회색, 그리고 밝은 회색 등 색깔별로 3종류를 몇 천원에 사왔다. 그날부터 그 끈으로 멜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냥 100 cm(고리 포함)씩 자르고 양끝이 풀리지 않게 접어 꿰맨 다음 3cm를 접어 고리를 만들었다. 다음 두 끈이 32대 62정도의 엑스(×)자 모양으로 교차하도록 꿰매면 끝이다. 워낙 바느질 하는 길이가 짧아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 바지에 붙이고 입어보니 그런대로 편하고 괜찮았다. 다만 손으로 만든 것이라 모양이 나지 않아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남의 눈치를 보지 않기로 했다. 우선 2개를 만들어 입어보니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멜빵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것이 또 번거로웠다. 가는 끈으로 연결하는데 가능하면 매듭이 안 보이게 하려니 매듭이 작아서 매고 푸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하나 둘 자꾸 만들어 옷마다 하나씩 붙여놓고 입었다. 옷이 많지는 않지만 계절마다 옷이 달라지니 첫해에는 일 년 내내 몇 개씩 만들어 붙여놓았다. 그러고 보니 모두 10개도 더 만들었다.
끈도 변형이 되지 않는 것이 있고 몇 번 빨아 보니 금방 변형이 되는 끈도 있다. 목화 면으로 만든 끈은 보풀이 생기듯 하얘지면서 끈이 흐늘흐늘해지기 시작했다. 폴리에스텔 천은 여러 번 빨아도 변색이 안 되고 모양도 그대로이다. 또 살 때 3가지 색을 택한 것은 입는 옷에 어느 정도 어울리어 멜빵이 눈에 잘 뜨이지 않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 불편한 점은 멜빵이 옷 위에 있지 않고 목 쪽으로 흘러나와 살에 닿으면 불편해 다시 옷 위로 올려야했다. 그러니 멜빵이 목에 닿지 않게 목이 약간이라도 올라오는 옷을 사 입었다. 여름철에는 겉옷을 입지 않아 멜빵이 보이지만 봄 가을 겨울에는 멜빵이 보이지 않아 괜찮았다.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만 있으니 허리가 늘어나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아 신경을 썼다. 그래도 허리는 조금씩 늘어나고 바지통은 점점 작아져서 새 바지를 사야했다. 가능하면 허리가 넉넉한 것을 샀다. 또 입던 바지도 허리를 늘여서 입으려고 했다. 주로 허리 뒤쪽을 풀어서 늘여 입었다. 그것이 어려우면 앞쪽에 단추를 하나 더 달아 늘였다. 웬만하면 재봉틀을 사용하지만 손바느질을 하는 경우도 자주 생긴다.
침대생활을 하게 되니 겨울에 이불이 들리면 춥다. 그래서 이불이 들리지 않도록 이불과 요에 작은 고리와 짧은 끈은 붙여서 둘을 연결한다. 이 일도 요와 이불이 계절에 따라 두께가 달라지니 심심찮게 바느질 할 일이 생긴다.
언제인가 몇 년 전부터는 귀와 발이 시리기 시작했다. 겨울이 아닌데도 춥다. 그래서 집에서도 모자를 쓰기 시작했다. 특히 잘 때에 모자를 쓰자니 얇은 모자부터 두터운 모자가 필요하다. 막상 얇은 모자를 찾으니 없어 손수건 중에서 넓은 것을 찾아 머리에 쓰고 손으로 매고 자다가 그것도 머리에 맞게 손바느질을 해서 쓰고 잤다. 일주일쯤 쓰고 나면 세탁을 하게 되니 하나 가지고는 교대로 쓸 수 없어 하나 더 만들어 쓰게 되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집에 손재봉틀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얻은 것이리라. 그래서 어머니는 바느질을 많이 하셨다. 옷이 귀할 때에 광목 한 필이 들어오면 팬티까지 만들어주셨다. 천이 목화솜으로 만든 천인데 청바지처럼 두껍고 뻣뻣했다. 맨 끝에 청색으로 제조회사 표시가 크게 들어가 있었다. 너무 두꺼워 불편하기는 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방직공장이 많지 않아 옷감이 많이 부족했다. 그래 아버지 은행에서 무슨 행사가 있으면 광목(1필 약 30m×약 33cm)을 상품으로 주어 받아오신 것이다.
그래서 나도 심심찮게 재봉틀을 만지고는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국민학교 동창회가 있어 참석하였다. 통 넓은 바지를 내가 줄여서 입고 간 일도 있다. 옷을 입다가 단추라도 떨어지면 어머니한테 이야기하지 않고 내가 달아 입었다. 경복 학교 명찰도 전부 다 내가 달아 입고 다닌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을 하니 양복이 필요한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양복을 사려면 양복점에 가서 맞추어 입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성복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양복을 맞추어 입을 처지는 아니어서 아버지가 입으시던 양복을 해체해서 옷감을 뒤집어서 다시 조금 작게 만들어 입기도 했다. 만들고 보니 윗주머니의 좌우가 틀리기 때문에 볼품이 없어 사실 입지는 못했다.
군복을 초록색 그대로 입을 수가 없던 시대이다. 그래서 검정색으로 물감을 들여서 많이 입었다. 그러니 지금은 없지만 그때에는 염색점이 꽤 있었다.
학생 때에는 활동량이 많아 신을 신는 시간이 길기도 했지만 질이 좋지 않아 오래 신지를 못했다. 학교 다닐 때에는 실내화가 있었지. 대개 검은 색 실내화, 위는 천이고 바닥은 가죽, 하지만 그것도 오래 견디지 못해 금방 너덜너덜 해지고는 했지.
퇴직 후 집에 있으면서 바느질을 내가 많이 했다. 집에 있는 반짇고리를 아내가 관리를 했지만 내가 많이 찾아 바느질을 하게 되니 번거로워 하는 수 없이 반짇고리를 하나 더 만들어 내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첫댓글 우리나이면 뱃살(똥배)이 나와서 걱정인데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는 모양이네요. 부부가 빼빼로데이를 정해 혈압,체중,배둘레를 잰다는게 재밋습니다. 멜빵을 재료를 사다가 직접 만들어 쓴다는건 알뜰하다고 해야하나....저는 집에서 고무줄 바지를 입는데 세상 편하고 좋습니다. 요즘은 등산바지도 고무줄로 많이 나오고 있는데 역시 편하고 좋더군요.
고무줄도 나온다니 괜찮겠네요.
달리기를 하는데 무릎 걱정을 하게 되더군요. 살살 달려봅니다. 괜찮겠죠?
감사합니다!
@유정민 체중이 무릎에 충격을 가하는 달리기 보다는 차라리 걷는게 좋지않을까요? 제가 아는 사람이 한강변에서 걷기를 하다가 갑자기 비가와서 뛰어서 집으로 갔는데 그때부터 무릎 연골이 나가서 지금은 잘 걷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김형두 그래서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걷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