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설 두설
초저녁 골목길에
하얀 송이 내려온다
하루를 마감하고 돌아가는
골목 어귀에 반짝이는
하얀 간판 빨간 글씨
남포동 국수!
물기 먹은 나이론 비닐 잠바엔
하얀 송이 바람 따라 흩어지고
코끝을 간지럽히는 멸치 육수는
목젖 따라 침방울 넘어간다.
기억 속에 가물거리는 추억
아!
어릴 적 엄마표 물 국수다!
도둑고양이 번뜩이는 눈빛 뒤로하고
끼이잉 거리는 양철 문 힘겹게 열고 들어서면
부산항의 추억과
경상도 사투리가
만들어내는 부산식 물 국수
여기는 남포동이다.
하양, 노랑, 파랑, 빨강...
윤기 나는 국수위에 가지런히 놓인 고명
김 서린 안경 사이
뽀얀 육수는 하얀 아지랑이
와라바시 휘도록 힘껏 저어
입속으로 게 눈 감춘다
아!
이 맛이다!
입안은 엄마 냄새
아랫배는 국수로 볼록!
아무렇게나 버무린 김치 겉 저리
손맛인가, 정성인가!
난리라도 났을까
한 그릇이 금방 사라졌다.
삐걱거리는
의자 밀쳐내고
양철문 잡은 손엔 힘이 넘친다
내일 노가다는 힘들지 않을 것 같다
난 내일도 모레도
국수 먹고 가리라
부산 국수
남포동 국수
인적 끊어진 영성동 골목길엔
남포동 육수만 흐르고 있다.
카페 게시글
정덕진 시인
남포동 국수
정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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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7
21.07.11 01:0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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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람냄새 물씬 납니다.
노동으로 지친 노동자
남포동 국수 와라바시로 후루룩 먹고
볼록하게 나온 배 꺼~~억
든든하게 일어서는 모습.
詩感 보다 情感 이
부산의 남포동 이 천안의 영성동으로 옮겨졌지만
국수 맛은 여전히 남포동의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