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무주 적상산 늬우스
소소한 일상 (오월의 신록)-9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연두 애기순이 초록으로 물들어
가는 사이 연산홍 철쭉꽃이 지고
미세먼지.송화가루 내려 앉은 자리
모처럼 봄비가 제 할일을 해 주니
밝은 햇살하나 초록에 눈이 부시다.
꽃잎은 떨어져 있어도 곱다.
살그랑살그랑 댓잎 바람이
갑자기 치솟는 한낮의 기온을
시원하게 부대껴 주고 ..
연두에서 초록으로 물오르기 시작한
싱그런 오월의 푸르름속에
보기만해도 행복해지는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난다. 붓꽃.패랭이~
금낭화와 작약이 같이 어우러져
꽃무리가 풍성하다.
우려한 것과 달리 노지월동에 강한
클레마티스도 자태가 화려하다.
카네이션도 이쁘게 피기 시작하고
넝쿨장미도 개화를 시작하고..
토방에 내려 앉는 햇살에 겨워
달콤한 꽃향기가 살방살방
게으른 한가함을 친구하자 한다.
각기 다른 색깔과 모습으로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하며
묘한 매력이 있는 매발톱꽃~
아침마다 쪼그려 앉아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밑에서 올려다 보고
위에서 내려다 보던 ..
매발톱꽃잎도 이제 다 졌다.
지인이 나를 착한 농부상이라고
캘리그라피 글을 멋지게 써 주었다.
잡초와 풀들이 들꽃을 이긴다.
나도 풀들을 이기지 못한다.
꽃이 풀속에 파묻힌다.
착한 농부도 오월의 신록에 묻힌다.
2023년 5월 22일.고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