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은 지속되어 왔다. 과거 1970~80년대의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서 땀과 눈물과 피를 흘리었다. 그렇게 우리는 1차적인 투쟁인 정치 권력과의 투쟁에서 승리하였다. 이제는 두번째 투쟁의 차례이다. 바로 관습과 여론과의 투쟁이다. 관습과 여론은 분명 다양해야 할 사람들을 하나로 획일화 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오래된 관습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하거나, 여론의 흐름에 반대하는 사람을 무조건 비난하는 식의 여론몰이 등, 민주주의를 통해 자유를 얻어낸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자유를 빼앗으려고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밀은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였다. 틀에 맞춰진 사람들이 오로지 하나만 따르는 것. 밀은 이러한 비극을 타인과 어울리려는 경향을 가진 "사회성"과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자기 확신의 과잉"으로 이 비극을 분석하였다. 본디 사회는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법이다. 양팔 저울에서 양쪽에 같은 무게의 추가 있어야만 저울이 비로소 평형을 이루듯이, 사회도 진보와 보수, 찬성과 반대 등 반대되는 두 세력이 존재해야만 단점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사회는 그 자리에서 정체되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갈 뿐이다. 상대방이 존재해야만 양쪽 모두 건전한 이성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시간을 돌려 1차적인 투쟁 이전으로 돌아가 보자. 과거에는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적대 관계에 있는 것이 불가피했다. 이 적대 관계는 공동체 그 자체를 무너트릴 수 있었기에, 사람들은 권력에 제한을 두고자 했다. 이 제한이 바로 "자유"이다. 이 자유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첫째는 불가침 영역을 정하여 그 영역 안으로 권력이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나중에야 추가된 것이지만, 권력의 의사 표결에 민중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는 처음에는 완벽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후 문제가 대두되었다. 바로 민중의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A 정책에 찬성하지만 옆집 아저씨는 반대한다. 옆집 아저씨는 B 정책을 원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이 의견들 사이에서 가장 합리적인 것을 찾으려는 노력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에 나온 해결책이 바로 다수결, 즉 사람이 많은 쪽이 승리하는 것이다. 집단 지성이라는 것이 이때 발휘되는가 싶지만, 모두 알듯이 집단 지성은 언제나 완벽하지는 않다. 이 맹점이 바로 "다수의 횡포"이다. 쪽수로 밀어붙이는 인해전술과도 같은 다수의 횡포는 소수를 억압하였고, 때론 그릇된 목표를 밀고 가기도 하는 등 사회의 해악이 되었다. 이를 종합하면 권력에 맞서기 위한 자유가 또다른 권력을 불러온 것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권력을 막은 것은 자유라는 이름을 가진 또다른 권력이었고, 그것이 다수라는 새로운 권력을 낳은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차근차근 풀어나가 보자. 먼저 권력에 대항할 요소로 자유를 주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이 자유를 위해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는 상황은 일어나서는 안된다. 사람들 간의 자유의 선을 정한 것이 바로 "법"이다. 법은 때릴 자유와 맞지 않을 자유 중 후자의 손을 들어주고, 내 것을 지킬 자유와 내 것으로 하려는 자유 중 전자의 손을 들어준다. 법은 사회적 통념을 따른다. 길 가던 사람에게 사람을 죽이는 것이 옳으냐고 물으면 백이면 백 그릇된 행동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처럼 법은 사람들 간의 자유를 규정한다. 그렇다면 다수의 횡포는 어떻게 막는가? 이는 스스로의 계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횡포를 뜯어보면 진심으로 동의하는 사람보다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에 동조하는 사람이 더 많다. 스스로의 결정을 되돌아보고 진심으로 결정을 내린다면 균형을 이룬 사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진심에 의한 다수가 그릇된 결과를 가져온다면? 이는 예방이 어렵다. 다수 중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또는 그 예상이 소수여서 횡포에 눌리었거나. 물병을 엎질렀을 때 쏟은 물은 담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흐르지 않게 물병을 다시 세우고, 흐른 물을 닦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가 잘못된 선택을 하였고, 그 결과에 본인들 스스로 나서서 이를 바로잡는 모습을 지켜본 바 있다. 민주주의 사회이 일원으로서 자유를 가진 당당한 한 사람의 시민이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정당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명심하자.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