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 홍합 다음으로 흔해서 ‘서민의 조개’로 통하는 바지락은 명칭부터 재미있다. 껍데기들끼리 부딪칠 때마다 ‘바지락 바지락’ 소리가 난다고 해서 바지락이다. 반지락이라고도 불리는 바지락은 백합과 조개에 속한다. 대개 모래·진흙이 섞인 바닷가에서 채취되는데 한국·일본 등 온대성 바다는 물론 미국 북서부 등 찬 바다에서도 발견된다. 껍데기는 보통 길이로 4㎝, 높이로 3㎝까지 자라는데 길이가 6㎝에 이르는 것도 있다. 껍데기 색깔은 삶거나 오래 두면 잘 변한다.
속살은 흰색이 대부분이나 보라색인 것도있다. 주로 개펄에서 썰물 때 갯벌이 드러나면 호미나 갈퀴로 바닥을 뒤집거나 긁어서 잡는다. 손으로 잡을 수 없을 만큼 수심이 깊거나 조석 간만의 차가 적을 때는 바지락 채취기를 사용해 거둬 올린다.
제철은 3~5월이다. 7~8월 산란기를 앞 두고 속살이 탱탱하게 찬다. 산란을 대비해 해수(海水)의 유기물을 흡수하고 자라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6월이 지나 장마철이 오면 젓갈용으로나 쓰인다.
여름 바지락이 ‘속 빈 강정’인 것은 “오뉴월 땡볕의 바지락 풍년”이란 속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음력 오뉴월에 수온이 오르면 껍데기가 아주 커져 잘 자란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차 있지 않아 실제로 먹을 것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빛 좋은 개살구’처럼 외관은 그럴싸하지만, 실속은 거의 없음을 꼬집는표현이다. 또 산란기에는 중독의 위험이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바지락은 갯벌에 흘러드는 각종 오염원에 대하여 천연정화조 역할도 하여 독소가 들어 있을 수 있어서다.
저열량(100g당 68㎉)·저지방(0.8g) · 고단백 식품(11.5g)이란 것이 영양상의 장점이다. 바지락에 풍부한 아미노산인 메티오닌 · 타우린은 웰빙 성분으로 통한다.
둘 다 술꾼에게 유익한 성분이다. 술 마실 때나 다음날 숙취로 고생할 때 바지락 국물을 마시라고 권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메티오닌은 또 근육을 형성하는 단백질의 합성을 돕는다.
타우린은 바지락 100g당 1,500㎎이나 들어 있다. 조개류 중에선 전복·소라 다음으로 많다. 타우린은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고 간의 해독을 도우며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성분으로 알려졌다. 시력 개선·피로회복에도 유효하다. 피로회복제로 시판 중인 음료수에 타우린이 1,000㎎ 함유된 것은 이래서다.
철분 · 아연 · 칼슘 · 구리 ·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풍부한 것도 돋보인다. 철분(100g당13.3㎎)은 빈혈 예방, 아연은 성장기 어린이 발육, 칼슘(80㎎)은 뼈와 치아 건강, 구리(130㎎)는 체내 항산화 효소인 슈퍼옥사이드 디스무타아제(SOD)의 생산을 돕는다.
바지락껍데기는 칼슘 덩어리이다. 민간에선 껍데기를 말려 가루로 빻아 헝겊 주머니에 넣고 팔팔 끓여 먹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가루 속의 칼슘은 체내에서 흡수되지 않아 건강에 이로울 게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요리에 사용하기 전에 모래를 토하게 해야 한다. 바닷물과 비슷한 염도의 소금물에 하룻밤 정도 담가 놓으면 된다.
바지락은 달고 시원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된장국·칼국수 등에 바지락 몇 개만 넣으면 구수하고 시원한 맛이 우러나온다. 베타인·글루탐산 등 아미노산과 유기산들이 섞여 내는 맛이다.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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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민건강보험 블로그「건강천사」 원문보기 글쓴이: 건강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