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0.
긴장했던 교사 연수가 무사히 잘 끝났다. 사회문화관점을 소개하는 강연은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매번 긴장이 된다. 더구나 지식 전달 수업에 익숙한 교사들에게 지식 구성도 아닌 비판적 사고를 소개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도전이다.
강의실에 들어가는 순간 나를 반겨주는 일찍 오신 세 분 선생님 덕분에 긴장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분들과 가볍게 담소를 나누는 동안 다른 분들도 오셔서 강의실이 시끌시끌해졌다. 지난 3일 동안 연수를 함께 해서 그런지 선생님들이 서로 친숙해보여 좋았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에 한 분이 수줍게 웃으시며 나에게 말씀하셨다.
"교재를 보니 오늘 수업이 가장 어려울 것 같아 조금 걱정이예요."
옆에 있는 분들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비판적 사고라는 단어도 낯설고 사회문화관점도 생소하니 왜 안 그러겠는가.
"교사는 언제나 학생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니 다들 웃으셨다.
오전에 3시간, 오후에 3시간 강연은 사실 긴 시간이다. 오전 강연은 내가 내용을 주로 소개하고 오후에는 모둠 토론을 실시했다. 오전 강연에서 모든 분들이 내용에 집중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얼마나 힘이 났는지 모른다.
점심 식사 시간에 옆 자리에 앉은 선생님께서 상담을 하면서 늘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는데 오늘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고 말해주셨다. 모둠을 다니며 선생님들과 대화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그동안 고민하고 답답했던 부분들이 조금은 해소된 것 같다고도 하셨다. 아이들에게 비판적 사고가 정말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시는 선생님 말씀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장거리 강의여서 다소 힘은 들었지만 강의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판적 사고와 사회문화관점을 거부하거나 밀어내지않고 귀기울여주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고마웠다. 강의가 끝난 후 울산 배가 유명하다며 나에게 배 하나를 주신 분과 아들 문제로 속상했는데 오늘 강연이 도움이 되었다는 분도 잊지 못할 것이다.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이 존재함을 몸소 경험한 소중한 하루이다. 강의하는 동안은 신이 나서 몰랐는데 집으로 오는 기차 안에서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고 지쳐있었다. 그래도 마음은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한달 후 울산에 또다른 강연을 하러 간다. 내 강의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며칠 전 연구사님이 강연을 또 부탁하신 것이다. 나를 믿어준 연구사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강연이었길 바란다. 강사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도 사뭇 궁금하다. 2월에 있을 신규 임용 교사를 위한 강연도 기다려진다.
배움 중심 교육, 관계 중심 교육이 더디지만 꾸준히 교사들에게 퍼져나갈 수 있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