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령산과 장산
● 거칠산국, 산이 거칠어 거칠산
장산국과 거칠산국은 어떤 관계일까? 황령산에 오르면 장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 보고 있다. 비록 수영강이 가로질러 흐르고 있지만 황령산과 장산 주변에 살던 고대인(古代人)들이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상대편을 바라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거칠산국은 본디 황령산에서 그 이름의 유래를 찾는다. 거친 산이라 거칠산국이 되었고 또 황령산이 되었다고 기록에 나와 있다. 부산의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황령산은 정상에 오르면 부산 시내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 특히 검은 바다 위를 환하게 비추는 광안대교 불빛과 화려한 시내 야경을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황령산 정상을 찾는다.
● 봉수대 대신 송신탑이 자리해
황령산은 부산에서 산 정상으로 가장 쉽게, 또 가장 빠르게 오를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차량으로 정상 아래 주차장까지 약 10분, 그리고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약 10분, 도합 20분이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정상에 서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스키돔이 시야에 들어온다. 황령산 중에 지극히 일부분인 저 좁은 곳에서 벌어진 갖가지 시비를 아직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사방으로 빽빽한 빌딩 숲에서 눈길을 조금만 앞으로 당기면 물만골이 보인다. 수원이 풍부해 골짜기로 물이 많이 흘러내린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주변 도심에 비해 60년대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마을 풍경이 그대로 산속에 묻혀 있다.
황령산은 예부터 봉수대로 이름이 높았다. 현재 복원된 봉수대에 굴뚝이 5개나 된다. 조선시대에는 봉수로 급한 소식을 전달했다면 지금은 무수한 송신탑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황령산의 소식 전달책으로서의 존재감은 아주 큰 셈이다.
● 거칠산국과 장산국의 관계는?
먼 옛날 가야에서 장산국으로 향하던 옛사람들은 황령산 근처를 지나왔을까? 아니면 수로를 통해 해운대에 도착한 것일까? 그 어떤 경로로 해운대로 왔건 눈앞의 황령산 지역과 교류하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장산국과 거칠산국은 서로 우호적인 형제국이었을지도 모른다. 굳이 장산국과 거칠산국을 따로 떼서 연구할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한 관계로 보면 어떨까?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관계로 보면 좀 더 실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예성탁 발행 ·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