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9. 08
더위는 살아 있어도 절기상으로는 엄연한 가을이다. 건강은 지금 같은 계절에 더욱 살펴야 한다. 더욱이 올 여름은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사투로 체력이 바닥 그 자체다. 힘겨운 체력 손실로 인해 보양식 섭취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특급 가을 보양식 붕장어를 추천한다.
장어는 크게 뱀장어와 붕장어로 나뉘는데, 붕장어는 바닷장어로도 불리며 우리에겐 일본식 이름인 '아나고'로 더 친숙하다. 정약전 선생님의 자산어보에서는 '바다의 뱀장어'라 하여 '해대려(海大)'로 표기했다. 모양상 붕장어는 갯장어와 먹장어 사이의 중간 크기로 등쪽 몸 빛깔이 암갈색을 띠며 배지느러미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영양학적으로 붕장어는 체내 독소를 배출하는 효능이 있어 개중엔 붕장어를 즙으로 만들어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칼슘, 인, 철분 같은 미네랄이 풍부해서 허약한 체질이나 노인들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 또한 시력 향상에도 좋고 피부 점막을 튼튼하게 하며 바이러스 같은 외부 유해물질의 침입을 막아주는 비타민 A가 풍부하다. 또 비타민 B, C도 많이 들어있어 손상된 피부 점막을 진정시켜 주며, 윤기를 주고 소화 작용을 활발하게 도와주는 성분인 뮤신이 풍부해 남성 뿐만 아니라 갱년기 여성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붕장어는 그 밖에도 필수 아미노산을 고루 함유하고 있으며 뇌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돕는 EPA와 DHA도 풍부하다. 세포재생에 효과적인 비타민 E도 풍부하다.
특정 증상을 돕는 효능 측면에서 붕장어를 말하자면 사실 장어의 그것과 거의 동일하다. 한의학에서 만려어(鰻魚)로 불리는 장어는 소화기관을 보하고 호흡기를 이롭게 하는 효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예부터 오장이 모두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만큼 병약한 사람들에게 장어는 최고의 보양식으로 이용됐다. 허준 선생님의 동의보감에서는 장어가 '영양실조와 허약 체질에 좋고 각종 상처를 치료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 고대 의약 서적에는 '붕장어가 밤의 귀족으로 스태미나 향상에 최고'라고 극찬하며 최고의 정력식으로 꼽았다.
그런데 섭취법에 있어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붕장어는 예로부터 회로 인기가 높았다. 참고로 회를 퍽 좋아하는 일본인들이지만 붕장어 만큼은 날 것으로 먹지 않는다. 붕장어 혈액에 독 성분이 있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붕장어 핏속의 이크티오톡신이란 성분이 체내에서 독으로 작용하게 되면 자칫 구역질이나 피부 염증 등을 유발할수 있다. 따라서 붕장어를 횟감으로 이용할 때에는 반드시 물에 깨끗이 씻어 핏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이렇게 손질한 붕장어를 회로 뜨면 특유의 오돌오돌한 식감과 고소한 맛 때문에 즐겨 찾는 미식가들이 많다. 껍질을 벗기고 잘게 썰어 물기를 꼭 짜낸 붕장어회를 초고추장에 쓱쓱 비벼 먹기도 한다. 개중엔 초고추장에 콩가루를 넣고 붕장어와 버무려 먹는 방법을 별미로 친다. 붕장어는 대부분이 자연산인데 생존력이 탁월하고 힘이 좋아 보양식으로는 안성맞춤이다. 붕장어는 성장할수록 점점 더 깊은 바다로 내려가는 성질이 있어, 2년생까지는 수심 10m 정도, 3년생은 30m까지 내려가고 4년생이 넘어가면 먼 바다로 나간다고 한다.
이러한 붕장어는 원기회복이나 면역력 증진, 정력 향상 효과가 있다. 민물 장어 하면 흔히 전라도 고창 일대, 특히 풍천장어를 꼽지만, 붕장어는 남해안 경남 통영 일대에서 많이 잡히며 옛날부터 부산의 기장 붕장어가 유명하다. 보통 민물 장어 구이는 여름 한철 복날에 보양식으로 선호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붕장어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부터 시작해 다소 찬바람이 불 때 싱싱함과 더불어 그 맛을 절정으로 여긴다. 취향에 따라 이른바 아나고 구이도 좋고 회나 회무침으로 먹어도 별미다.
한편 일부 문헌에 의하면 붕장어는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현대에 이르러 대중화된 보양식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1908년 간행된 '한국수산지(韓國水産誌)' 제1집에는 '붕장어는 우리나라 전 연안, 특히 남해안에서 많이 잡히는데 일부러 잡지는 않았다'고 쓰여 있다.
김연수 / 푸드테라피협회 대표
자료출처 :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