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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행(四川行) 46
시간이 꽤 흘렀다. 이미 오시를 넘어 미시로 흘러가고 있었다. 허나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만큼 박진감 넘치는 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홋홋, 그래 할 수 없겠지.......이제야 나오는가...”
홍관주의 나직한 혼잣말이 들렸다. 팔황일검 가자성, 그가 나오고 있었다.
무공이 높고 그 가진 의기는 높으나 그만큼 편협한 사고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었다. 무정과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었다. 무정이 어젯밤한 말에서 살기를 죽일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오늘은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었다. 죽이기로 마음먹는다면......... 필히 무정의 승리였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 싸움이 어떻게 시작되었든 어떻게 결말이 나든 이젠 상관하지 않았다. 점창, 그 위대한 이름만을 지켜야 했다. 그렇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릴 각오도 되어 있었다.
그는 눈을 치켜떴다. 저 사내를 죽이는 것만이 점창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않는 길이었다. 그의 몸에서 살기가 줄기줄기 뻗쳐 나갔다.
“아니, 왜?.....”
명각은 눈을 크게 떴다. 이것은 비무였다. 아무리 비무 중에 생사를 논할 수 없다지만 처음부터 살기를 띄는 법은 아니었다. 점창장문인은 지금 무정을 죽이려고 하는 것이었다.
“헛......... 좋지 않구나...”
정천혜불의 목소리가 조용히 흘렀다. 그도 점창의 처사를 명경에게 모두 들은 후였다. 이렇게 한다면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었다. 점창은 얼굴을 들 수 없을 것이었다. 점창장문인의 오판(誤判)이었다.
무정은 얼굴을 굳혔다. 이자는 지금 나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문득 그는 고개를 들었다. 구여신니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녀는 온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고 있었다. 무정은 신음했다. 적어도 그녀가 보는 앞에서는 살인만은 피하고 싶었다. 허나 상대는 봐준다고 끝낼 태세가 아니었다.
그의 몸에서 사장의 묵기가 피어났다가 사라졌다. 초우에 묵빛기가 서서히어리고 있었다.
오래 끌 생각은 없었다. 가자성의 내공이 십성이상 끌어 올려졌다. 그의 검에 파르스름한 빛이 조금씩 뻗어 나오고 있었다. 그의 검이 하늘로 치켜 올려 졌다.
“개인적으로 자네에게 감정은 없네...”
가자성의 말이 들렸다. 그의 검에서 일장이상의 검기가 뚜렷하게 흘러 나갔다. 검강이었다.
“그러나 점창을 위해서........”
그의 왼발이 앞으로 나왔다. 그의 신형이 서서히 앞으로 기울어졌다.
“자네가 죽어줘야 겠네!”
일갈이 터져 나오며 그의 검이 내리쳐 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가 바닥을 가르며 날아왔다.
"콰콰콰콰콰!.“
나무로 만든 비무대가 박살이 나고 있었다. 정확히 무정의 정면으로 오고있었다. 무정은 초우를 왼쪽어깨위로 올렸다. 그의 도에서는 검은 묵기가 일장이상 뻗어 나오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이 바닥을 훑듯이 휘둘러졌다.
반원형의 호선을 그리며 오른쪽 어깨와 수평하게 다시 올려졌다.
“꽈아앙!”
비무대 중간에서 폭음이 들렸다. 비무대에는 정자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가자성의 눈에 그의 도에 묵기가 서려 있는 것이 보였다. 검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컸다.
검강이었다. 그것도 자신과 동등한 힘이었다. 그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신형을 박차고 나아갔다. 검강을 시전한 채......
“허허..... 나와의 일전 때도 봐주고 있었군...”
처량한 웃음이 흘러 나왔다. 섬전검 유직이었다. 그 옆의 마교진도 별반 다르지 않은 표정이었다. 무인의 한사람으로써 참담하기만 한 그들이었다.
“쾅,,콰쾅, 쾅....”
이러다가는 비무대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이곳저곳에서 송판이 튀어 오르고 있었다. 검강대 검강의 대결이었다. 위험할 정도였다. 무정의 눈이 좁혀졌다. 발을 디딜 곳조차 얼마 안남은 상태였다. 그와 반대로 그의 신형은 허공에서 몸을 틀면서 회전하고 있었다. 점창의 흐르는 구름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유운신법(流雲身法)이었다.
가자성은 지금 의도적으로 비무대를 깨고 있는 것이었다.
가자성은 진기가 서서히 가늘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막대한 진력이 소모되는 일전이었다. 애당초 그는 무정의 움직임을 봉쇄할 생각이었다.
지금 비무대는 몇 번만 더 한다면 바닥의 송판이 없어질 것 같았다. 저자가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할 것이었다. 그렇다면 승기는 자신에게 있었다.
유운신법은 공중에서도 몸을 트는 신법이었다. 그의 주위를 돌며 공격일변도의 비무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
가자성의 눈이 커졌다. 무정의 도에서 묵기가 확 줄어들었다. 도에 맺힌 묵기는 그대로였지만 기껏해야 일척정도의 크기였다. 그가 쏜살같이 자신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근접전이었다. 이대로는 가자성의 의도대로 딸려 가는 것뿐이었다. 무정의 신형이 수많은 잔상을 남기며 가자성에게 폭사되었다.
“쩌엉.....”
둘의 병기가 서로 부딪혔다. 가자성의 검강도 사라졌다. 그야말로 근접전이 시작되었다.
“쩡, 쩌정, 팡, 파파팡, 쩌엉~”
온갖 소리가 난무하면서 두 사람의 신형이 폭풍처럼 회오리 쳤다. 수시로 자리를 바꾸면서 사방 일장이상의 공간을 떠나지 않았다. 문득 무정의 눈에 가자성의 일 장여 뒤의 모습이 들어왔다. 오척 정도의 기다란 각목이 비죽이 솟아 있었다. 그의 눈빛이 빛났다. 환영을 그리면서 뒤로 돌아가 섰다.
“ ! ”
가자성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무정이 간 쪽은 자신이 박살낸 곳이었다. 그는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이장 위로 높이 솟구쳤다. 그의 검에 다시 검강이 맺히려 하고 있었다.
무정의 신형이 위로 솟구쳤다. 머리위로 초우를 든 상태였다. 아무런 초식도 없이 그냥 머리 위를 막으며 오고 있었다. 가자성은 공중에서 그대로 무정을 내리 쳤다.
“쩌엉~”
무정의 몸이 왔던 곳으로 다시 튕겨 갔다. 가자성은 내력을 끌어 올리면서 두발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신형이 좌측으로 미끄러졌다. 위로 올라가는 것은 안 되도 옆으로 이동하는 것쯤은 할 수 있었다. 그때였다.
“쉬이이익”
“!”
공기를 가르는 도음이 들렸다. 그는 눈을 크게 떴다. 무정의 초우가 자신의 눈앞 삼척에 이르렀다. 그는 아연해 졌다. 그도 공중에서 몸을 튼 것인가?
무정은 머리위로 누르는 엄청난 압력에 이를 악물었다. 내리치는 것은 좌우로 치는 것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의 압력이었다. 그는 올라갈 때보다도 더 빠르게 내려섰다.
“탓....”
무정의 오른발이 무엇인가에 올려졌다. 가자성이 무정의 키에 가려 못 본 사척의 각목이었다.
“후우....”
그는 내력을 오른발에 집중했다. 그리고는 오른발이 구부려졌다가 힘차게 펴졌다.
“파아아앙”
보이지도 않는 신형이 다시 위로 튕겨졌다. 각목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아예강을 건넜던 그의 신법이 다시 펼쳐졌던 것이다. 그의 눈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가자성의 모습이 눈 안 가득 들어왔다. 무정의 오른편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순간적으로 그의 목을 향해 초우가 폭사 되었다.
“쩌어어엉”
금속이 부딪히는 음향이 줄기줄기 울렸다. 가자성은 중심을 잃었다. 검을 들어 막았지만 엄청난 속도에서 휘둘러지는 사척의 초우는 가공할만한 힘이었다. 좌측이 아닌 뒤쪽으로 신형이 밀렸다. 그는 공중에서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 위로 누군가의 발이 보였다. 철갑의 발에 가죽을 댄 형태였다. 그대로 자신의 얼굴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무정은 이를 악물었다. 갑자기 구여신니의 얼굴이 생각났다. 보통상대가 아니었다. 여기서 끝장을 봐야 했다. 잠시 갈등하던 그는 오른발을 접었다. 그의 오른 무릎이 가자성의 오른쪽 어깨를 찍어 눌렀다.
“퍼어어억~”
“커억....”
가자성의 몸이 공중에서 빙글 돌며 추락했다. 그는 부서져 버린 무대에 쳐 박혔다.
“콰아아앙!~”
무정은 조용히 내려섰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심지어 이 대회를 개최한 당문의 당세극과 당현도 입을 벌린 채 말이 없었다. 눈으로 볼 수 있을 만한 속도로 움직여주는 무정의 신형이었다. 마지막 한수는 못 봤어도 그것은 엄청난 무위였다.
한 달 전 그들이 무정을 보았을 때는 억수같은 비에 제대로 보지도 못한 그들이었다. 이제야 그의 무위가 어느 정도라는 것을 짐작하는 그들이었다.
“후우.....”
무정의 입에서 길게 호흡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몸 안의 기운이 막 따로 놀 참이었다. 확실히 공중에서의 접전은 상당히 힘든 그였다. 게다가 그의 육체는 휴식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의 힘이 어느 정도였든 간에 그 육체의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거의 반시진 동안 싸웠던 그들이었다.
처음과 합치자면 한 시진 반을 내리 싸웠던 그였다. 그의 눈에 서서히 일어서는 가자성이 보였다.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쓴 그였다. 그의 검은 왼쪽으로 이장 밖에 떨어져 있었다.
“허허허허......”
하늘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짓는 그였다. 점창의 명성이.......땅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두 눈에 작은 눈물이 맺히고 있었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살려줘서 고맙다고? 점창이 잘못했다고? 아니면 자신이 ...........패했다고?..........
“그렇게 침통한 표정 지을 것 없네. 가장문..”
“암격제?”
어느새 그의 옆에 당현이 서 있었다. 그는 만면에 그득한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그는 요위굉 삼형제도 꺾었다네.....”
“..........”
“뿐만 아니라 서장의 마라불도 그에게 졌네..”
“ ! ”
그의 눈이 커졌다. 마라불이라면 자신들의 숙적이었다. 언제나 나타나서 휘젓고 다니는...... 자신도 감히 이긴다 말 못할 상대였다. 허나 그는 이어 턱을 크게 벌렸다.
“게다가 들리는 말에는 나머지 계도불과 옥검불도 그의 손에 고혼이 되었다지?”
“그....그게....”
말을 잇지 못하는 그였다. 한참 위였다. 자신보다도 한참 위였다. 그저 강호의 어느 정도 한 수하는 낭인인 줄만 알았다. 절대로 그것은 아니었다.
“홋홋홋, 이봐 가장문, 이놈은 나도 못이기는 놈이야 홋홋” “ ............ ”
더 이상 놀랄 것도 없었다. 어느새 단상에 올라온 홍관주였다. 청백지강호의 한명이 이렇게 말하는데 뭐라 할 것인가? 그는 두 눈 가득히 침울한 빛을 담았다. 허나 부끄러운 빛은 이미 사라졌다.
“허허, 거룡을 앞에 두고 몰랐군요...... 부끄럽습니다. 제 아이들부터 잘 가르쳐야 되겠군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적어도 삼 년 정도는 강호에 나타나기 힘들겠군요...”
“.........”
나직한 그의 목소리에 당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사실상의 봉문(封門)이었다. 그것도 삼년이나.....
패배의 충격이 큰듯했다. 그런 그의 귀에 내공을 실은 가자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세 번의 비무에서 승리는 모두 무정대협이 가져갔소, 약속대로 점창은 더 이상의 은원도 없소이다. 이일을 다시 논하는 자는 점창의 적으로 간주하겠소....”
웅혼한 소리가 널리 울려 퍼졌다. 중인들은 눈을 크게 떴다. 일개 개인이 문파를 이긴 것이었다. 그것도 완벽히...
가자성은 돌아섰다. 쓸쓸히 단상을 헤쳐 나가는 그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작게 보였다. 허나 이일도 점창은 크게 일어날 계기를 만든 것이었다. 삼년 후의 점창이 기대되는 홍관주였다.
“부탁이 있네. 무대협..”
“...........”
“단 한수의 비무를 해주지 않겠나?”
“.......!”
무정의 눈이 가늘어졌다. 당현이었다. 그의 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강한 자를 앞에 둔 무인의 모습이었다. 호승심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었다. 무정은 신형을 돌렸다. 그리고는 최소한 오장 뒤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는 몸을 돌렸다.
“?........!”
당현의 가슴에 파문이 일었다. 그가 뒤로 돌아서 왼팔을 앞에 놓고 비스듬히 선 것이었다. 승부였다. 처음엔 그가 반대하는 줄 알았다. 허나 아니었다. 자신의 무혼을 알아봐 준 것이었다.
그는 서서히 뒷걸음 쳤다 근 십여 장의 거리를 서로 격하고 있었다.
“부탁하네. 암영, 무대협의 뒤를 막아주게.....”
당현의 목소리와 함께 네 명의 암영들은 무정의 뒤쪽으로 나아갔다. 무정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당현의 암기에 다른 사람이 잘못 다치기라도 할까봐 미리 막는 것이었다. 그들은 단상의 제일 끝에 있었다.
“홋홋홋, 어이구 힘도 좋은 놈들이야....”
나직한 웃음을 흘리며 홍관주는 신형을 뽑았다. 순식간에 십여 장을 벗어나 구여신니의 옆에 떨어졌다.
“신니, 참 재밌는 놈이죠?”
“헛헛, 그렇게 이끌어주셔야죠. 홍어르신...아미타불”
가슴 깊이 무정에게 감사하는 신니였다. 그는 무정이 될 수 있으면 살인을 안 하려는 것을 지금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볼수록 대견한 그였다.
“아미타불,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이여.......그의 앞길에 한줄기 광영을 보내주십시오....아미타불..”
두 손을 꼭 잡고 불호는 외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를 홍관주는 넉넉한 웃음과 함께 고개들 돌렸다.
“단 한수만 펼치겠네!”
무정을 향해 오른팔을 앞으로 세우고 비스듬한 자세를 취한 그였다.
“지난번에 한번 펼쳤지만....”
그의 오른손이 크게 원호를 그려지고 있었다. 푸른 기운이 그의 장심이 모여졌다.
“정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였네......”
그의 손이 허리아래까지 내려가더니 서서히 올라왔다. 그러자 주위의 나뭇조각들이 서서히 딸려 올라오기 시작했다.
“조심하게...”
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눈빛을 굳혔다. 손 주위에 세찬 경풍이 거세지고 있었다.
“드드드드득...”
바닥의 나무판자가 통째로 뜯겨졌다. 엄청난 내공이었다. 잘게 부서진 나뭇조각들이 그의 손위에서 공 굴리듯이 작게 돌아가고 있었다.
무정은 눈빛을 빛내었다. 이건 엄청난 것이었다. 저 기제는 절대 홍관주의 아래가 아니었다. 그의 몸에서 엄청난 묵기가 쏟아져 나왔다.
“구오오오오오”
공기를 휘젓는 소리와 함께 근 육장에 이르는 묵기가 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최대한이었다. 그리고는 엄청난 살기가 줄기줄기 흘러 나갔다. 구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뒤로 분분히 물러섰다. 상귀와 하귀 고죽노인조차 헛바람을 들이키며 뒤로 물러섰다.
“!”
구여신니는 얼굴을 굳혔다. 위험했다. 무정은 지금 조절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의 몸이 살인의 의지를 불러 일으켰다. 당현 때문이었다.
그녀는 침중한 안색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직한 불호만이 되뇌어 지고 있었다.
“아미타불.......아미타불........아미타불......”
“이수내력 멸천하적!”
당현의 커다란 외침이 들렸다. 다래가를 떨게 했던 그의 최후 심득이 다시 펼쳐 진 것이었다.
“고오오, 구우우우. 콰콰콰콰콰....”
기괴한 음향이 들리면서 그의 나뭇조각을 이용한 암기의 덩어리가 쏘아져 나왔다. 이미 오장의 거리를 넘는 것이었다. 그 크기는 근 이척 이상이나 되었다. 그때였다.
“파아아앙”
그 덩어리가 엄청나게 크게 비산했다. 수많은 방향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무정에게 덮쳤다. 무정의 눈이 반짝였다.
무정은 공중에 신형을 살짝 띄웠다. 그의 몸에서는 옅은 묵기가 피어오르면서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흡사 깃털인양, 그의 몸이 한없이 가벼워졌다. 좌우로 엄청난 공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천천히 자신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초우를 들었다. 천천히 눈앞에 있는 것들을 헤집었다.
“슈와와와와....”
초우는 나뭇조각을 깨지 않았다. 조용히 그 흐름을 밀어내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무정 전면의 우측 어깨높이에 삼척에 이르는 구멍이 생겼다.
공기의 흐름을 밀어버린 초우였다. 그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스스스스슷!.....”
마치 유령처럼 무정의 신형이 늘어났다. 조그만 공기의 흐름들이 그를 밀어 내고 있었다. 그 흐름을 거슬러 한 개의 실처럼 그가 당현의 암기 막을 뚫고 나아가고 있었다.
“ ! ”
당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왼쪽상단에 조그만 구멍이 생긴 것 같았다. 거기서 무언가 검은 실 같은 것이 튀어 나왔다. 형체를 알 수 없었다. 너무 빨라 마치 살아있는 뱀을 보는 듯한 전혀 불규칙적인 움직임으로 눈 깜짝할 새에 자신의 면전에 들이 닥쳤다. 그와 함께 가슴이 울릴만한 엄청난 살기가 폭사 되었다. 그는 손을 들었다. 작은 단도가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 엄청난 살기에 자신의 몸이 저절로 반응하고 있었다. 오른손이 앞으로 내밀어지려 한 것이었다.
“ ! ”
당현은 말을 잇지 못했다. 무정의 초우가 자신의 오른쪽 어깨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의 단검은 이제 자신의 허리춤에서 올라가려 하고 있었다. 엄청난 빠르기였다. 눈도 깜박 할 수 없었다. 온몸을 울렸던 살기도 씻은 듯이 사라졌다. 문득 당현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후.......대단하군..... 내가졌네..”
무정의 머리가 터질 듯한 머리가 서서히 진정되어 왔다. 확실히 최후의 수단은 엄청나게 몸을 혹사시켜 버렸다. 그의 도가 조금씩 떨릴 정도였다.
두발바닥에서 올라오는 기운과 빠르게 치환되면서 그는 눈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양쪽으로 저었다.
“뒤에서 암격했다면 난 죽었소....”
“ ...... ”
무정의 말에 당현의 눈이 좁혀졌다. 맞는 말이었다. 거기에 독이라도 풀면 무정은 당하겠지, 그럴 것이었다. 자신의 별호도 암격제 아닌가?
하등 부끄러울 것이 없었다. 단, 무정이 대악무도한 죄인이라면......
“그런 일은 없을 걸세....”
“........”
나직한 당현의 말에 무정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걸었다. 오늘 처음으로 웃는 그였다. 그의 말이라면, 반드시 지켜진다고 봐야 했다. 그것이 무정이 느끼는 암격제 당현이었다.
그는 도를 내렸다. 등 뒤의 도갑에 그의 초우가 숨었다. 비무는 끝난 것이었다.
“아미타불,....세존이시여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얼굴 그득 노안에 웃음을 띄는 구여신니였다. 그녀의 양 눈가에 붉은 기운이 서려 있었다. 작은 물방울이 아랫눈썹 위에서 아주 작게 살랑거리고 있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