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나눔 문학가 산책. 2022. January Vol.551
실버 택배
김덕남
어깨를 짓누르는 수신처가 빽빽하다
빌딩에 잘려버린 달빛을 짊어지고
싸늘한 삼각김밥을 꾸역꾸역 밀어 넣는
늦봄을 배달하다 꽃그늘에도 허리 숙여
헛디딘 시간들이 지문을 지워간다
불끈 쥔 낡은 주먹을 들었다 다시 놓고
아파트 불빛들이 따로 홀로 벽을 쳐도
숨 한 번 고를 새 없이 삭은 몸을 지피다
입 벌린 밑창을 끌며 발의 설움 달랜다
이승은의 시 이야기(Jini-221@hanmail.net)
한국 사회에서 인생 2막을 규정하는 중요한 나이, 바로 만 65세입니다. 그러나 노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자타가 인정하지 않는 나이라서 70세는 되어야 명함을 내밀 수가 있다지요.
노년기에 접어들면 은퇴와 같이 사회에서 물러나는 과정을 겪습니다. 평생 일한 직장을 떠난다는 상실감에 은퇴 후 우울증과 무기력감을 겪는 사례는 혼합니다. 하여, 활기찬 노연을 위한 해법으로는 지속적인 사회 활동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요. 바빠서 밀쳐두었던 자신의 취미생활을 한다거나 외국어 공부, 혹은 악기나 요리 등을 배우러 다니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가진 자의 일상이고 여기 실버 택배를 호구지책으로 삼는 어르신이 있습니다.
늦은 저녁 '달빛을 짊어지고 / 싸늘한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 우며 '불끈 쥔 낡은 주먹을 들었다 다시 놓는 어르신 '숨 한 번 고를 새 없이 삭은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우리의 이웃 어르신이 불현듯 떠오릅》 2022. 1월호 니다. 어지간히 운동화도 닳았는가 보네요. '입 벌린 밑창'이니 말입니다. 그동안은 당연히 받는 택배려니 했는데···. 이쯤에서 생각하니 왠지 뭉클해집니다. 혹여 늦거나 굼뜨는 행동이 보여도 우리 부모님을 생각하며 더운 눈빛을 나눠주시길.
각 지자체마다 시작 시점은 다르지만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마련된 '실버 택배'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 마을 단위로 택배를 전달받으면 동·호수 분류, 근거리 배송을 실버 택배원이 요구하는 장소까지 직접 배달해줍니다. 전 국에 활동하시는 많은 어르신들이 70~80대 고령의 나이에 도 매서운 겨울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택배 사무소는 활기가 넘친다고 합니다. 그런데 흐뭇하면서도 쓸쓸한 것은 왜일까요.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북구민 여러분께도 무상으로 택 배가 왔지요?
'365일 소중한 시간이 Happy New Year!
김덕남 시인 : 2011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으로 『젖꽃판』, 『변산바람꽃』, 『거울 속 남자』 100인 선집 『봄 탓이로다』. 이호우·이영도 시조문학 신인상, 올해의 시조집상 수상
- 《행복나눔》 2022. 1월호. 대구광역시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