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반도체 보조금… 美 요구땐 핵심공정도 공개해야
美, 세부 신청기준 발표… 까다로운 조건 내걸어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입력 2023.03.02 03:18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백악관에서 반도체 공급망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그로부터 1년 만인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미 상무부는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기업에 총 520억달러(약 68조원)의 지원금을 내걸고 구체적인 신청 절차와 지원 기준을 발표했다. /로이터 뉴스1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520억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미국 정부에 반납하고, 10년간 중국 내 시설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미국의 경제 안보를 위해 보조금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조치이지만, 초과 이익 공유부터 수익성 지표 제공, 반도체 핵심 공정 접근 허용 등 사실상 경영 기밀 공개를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 탓에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총 520억달러 규모의 미 반도체 지원금 중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지급하는 390억달러(약 51조7000억원)에 대한 신청 절차와 기준을 발표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향후 5년간 52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지원금을 마련했고, 이 중 390억달러는 생산 시설 투자에, 130억달러는 반도체 연구와 인력 개발에 지원할 계획이다. 미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반도체 지원금을 기대하며 미국에서 진행 중인 생산 관련 신규 투자 프로젝트는 40여 개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4000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초과 수익은 반납하고 자사주 매입도 안 돼
미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반도체 지원금 신청 요건은 상당히 까다롭다. 기금지원공고(NOFO)에 따르면 반도체 지원금을 신청하는 기업은 현금 흐름, 내부 수익률, 수익성 지표, 예상 수익을 포함한 자세한 재무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예상을 웃도는 초과수익을 낼 경우 이를 미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상무부는 “공유된 초과수익은 미국 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쓸 것”이라며 “수익 공유는 지원된 보조금의 75%를 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미 반도체 보조금 지급 요건
미 반도체 보조금 지급 요건
미 상무부는 또 보조금 신청 시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향후 5년간 자제하겠다는 약속을 받을 계획이다. 시설 건설에는 적정 임금을 지급하는 현지 건설 노동자를 이용하고 미국산 철강, 건축 자재도 사용하도록 했다. 건설 및 공장 근로자를 위한 사내 보육 지원 계획도 제출해야 한다.
이미 예고된 대로 보조금을 받을 경우 향후 10년간 중국 또는 관련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지 못한다. 상무부는 중국 관련 세부 규정을 이달 중순 다시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이 조건을 끝까지 지킬 수 있도록 여러 안전장치를 시행할 것”이라며 “우리는 백지수표를 쓰지 않는다”고 했다. 상무부는 지원하는 직접 보조금이 해당 사업 총 설비투자액의 5~15%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투자 금액 170억달러를 감안하면 최대 25억5000만달러(약 3조3600억원)를 직접 보조금으로 받을 수 있다.
◇난감한 반도체 기업들...”미 당국과 협의 계속할 것”
미 상무부가 밝힌 반도체 지원금 지급 기준은 미국 내에서도 너무 까다롭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경제혁신그룹의 애덤 오지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에 “너무 많은 요건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것을 훨씬 어렵게 하고 있다”고 했다. 까다로운 요건으로 반도체 업체들의 미국 내 투자 열기가 식을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또 현금 흐름, 수익성 지표 등 회사 내부 기밀과 미국 국가안보기관에 미국 내 생산 시설에 대한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반도체 핵심 공정 기술 등 경영 기밀까지 공개를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제한 사항을 보면 미국 내 투자를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 측과 협상을 지속하며 중국 투자 금지 등 세부 조건을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기업 경영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미 관계 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실리콘밸리 특파원.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놓치면 안되는 뉴스를 정확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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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퍼맨
2023.03.02 05:52:16
미국이 이렇게 반도체에 매달리는 것은 반도체가 미래경제에도 핵심이기 때문인 것인데... 좌파정권은 5년내내 반도체 전문기업을 두들겨 패 댓으니 얼마나 근시안적 경제관을 가졌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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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자
2023.03.02 03:44:19
이제 열린 세계가 얼마나 소중한 줄 알겠지. 좌파들은 항상 철부지들이지. 미국이 도움이 될 때는 죽어라 반미하더니, 미국이 약탈적으로 변하는 데 그자들은 북한, 일본 타령만 해대는구만. 미국은 참 구리게 변하는데, 미국 정신 차리게 하는 묘책은 없네. 결국 유럽과 일본 그리고 호주 등과 협력해서 미국을 견제하는 수밖에.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에 순응하고 추종하는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지. 미국에게 족쇄를 채우는 묘안이 필요한 단계구만. 미국이 추하게 변하는 세상이 두렵고 어지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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猫한 사랑
2023.03.02 06:26:44
미국이 위험한 짓을 한다. 기업들은 이런 조건들을 들이미는 미국을 조심하고 여차하면 원점에서 재검토 하고 아니면 철수하라. 우리가 안보 이외에 위험하고 고자세의 미국에 경제도 속국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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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알파
2023.03.02 06:10:03
빛 좋은 개살구이자 독이 든 사과이다. 반도체 연구센터나 성의표시하고, 유럽에 반도체 공장을 분산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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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데스키트럭스밴드
2023.03.02 06:20:50
초과이익 환수라니 누가 공산당인지 모르겠네. 바이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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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2023.03.02 07:08:10
한국, 대만 3개사가 타겟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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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dom36
2023.03.02 06:56:55
투자하는 기업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다. 부당한 조건에 관해서 협상이 결렬되면 보조금을 거부하고 투자 여부를 재고해야 할 것이다. 단편적 사실을 바탕으로 반미 감정을 자극하는 듯한 이런 보도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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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벌자
2023.03.02 06:29:03
조폭의 고리대금 이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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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10년이가장중요
2023.03.02 06:51:30
저런 보조금을 받아야 하나?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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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구름
2023.03.02 06:44:37
미 제국주의 냄새.. 향기냐.. 악취냐..?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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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봄까치꽃
2023.03.02 06:19:24
이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있을수 없는 일이다. 차라리 보조금을 받지 말아라.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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