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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구성학회 원문보기 글쓴이: nucha
1920년대 중반까지
원자의 이상한 비밀이 우리에게 놀라운 속도로 알려지면서
연달아 과학 혁명이 일어났다.
1897년 마리 퀴리는
희귀 금속에서 나오는 이상한 선을 연구했고
그것을 방사능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1905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꽃가루가 물에서 움직이는 것을 연구하여
원자의 존재와 그 크기를 알아냈다.
몇 년 후
뉴질랜드 출신 어니스트 러더포드는
맨체스터에서의 실험으로 원자 내부의 모습을 밝혀냈다.
과학자들은 원자 내부가 거의 비어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리고 '텅 빈 원자에서 어떻게 단단한 물체가 만들어질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 해답은 덴마크의 혁명적인 물리학자들에게서 나왔다.
그들은 원자 세계는 인류가 전혀 보지 못한 완전히 다른 법칙을 따른다고 제안했다.
그 말은 우주의 기본 입자인 원자가 독특하다는 뜻이다.
어쩌면 인간의 이해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그리고 과학자들은 원자의 작은 중심, 원자핵을 연구했다.
그 안에서 강력한 에너지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로 인하여 우주 탄생에 대해 근본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묘하고 제멋대로인 원자를 이해하기 위한 여정은 시작에 불과했다.
원자
제3부 현실의 환영
1927년
캠브리지 대학의 수학과에서
한 젊은이가 연구를 하고 있었다.
수줍고 숫기는 없지만 놀라울 정도로 명석한 그의 이름은
폴 아드리먼 모리스 디락이었다.
폴 디락은 잘 알려진 이름이 아니지만
최근에 물리학자들에 의해
가장 위대한 영국의 물리학자에
뉴튼 다음으로 2위에 뽑혔다.
디락은 그만한 자격이 있다.
모든 핵 물리학 개척자들이 그의 뒤를 따랐고
그의 혁신적 사고와 대담함에 경악했다.
아인슈타인은 당시 24세였던 디락의 논문을 읽고 이렇게 말했다.
"난 디락의 생각에 찬성하지 않는다.
그의 천재와 광기는 아찔한 균형 위에 놓여 있다"
1927년,
누구도 모르는 이유로
폴 디락은 엄청난 규모의 임무를 자임하는데
바로 과학의 통합이다.
분화된 과학을 하나로 아름답게 합치는 것인데
무엇보다 그것은 역사상 가장 난해하고 직관에 어긋나는
두 이론을 통합하는 것을 뜻했다.
디락이 하려고 했던 일은 이것이다.
그 첫 번째는
원자와 그 구성 요소를 설명하는 수학 방정식으로 된 양자 역학이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인데
보기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인다.
공간과 시간의 성질 같은 고차원적인 문제를 다루니까...
그 중요한 결론 중 하나는
물체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면
그 성질이 매우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바로 떠오르는 의문은
그렇게 다른 이론을 왜 구태여 통합하려고 하는가이다.
1920년대 후반
양자 역학 방정식은
원자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전자를 설명할 때
계속 오류를 내고 있었다.
전자가 매우 빨리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디락에게는 훨씬 내밀한 동기가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물리학 이론에는 수학적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그에게,
양자 역학과 상대성 이론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은
단순히 불편함을 주는 게 아니라
정말 보기 흉했던 것이다.
그래서 1925년 경,
캠브리지에서
디락은 아인슈타인도 따라가기 힘든 자신의 두뇌를 집중한다.
디락의 서재.
벽난로가 있고...
바로 여기에서 디락이 물리학의 두 이론을 이해, 통합하려고 했다.
디락은 난로 앞에 앉아서
두 이론을 통합할 수 있는 하나의 방정식을 연구하곤 했다.
3년 동안 혼자 이 문제에 매달렸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그런데...
1928년의 어느 날 저녁
놀라운 것을 발견한다.
디락의 머리 속에서
양자 역학의 방정식과 특수 상대성 이론의 방정식이 통합되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시공간 이론은 기존의 원자에 관한 방정식을 변형시켜서
서로 영향을 받아 기이하고 놀라운 형태로 변했다.
자연법칙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자신의 굳은 믿음에 의해
디락은 원자 내부를 설명하는 완전히 새로운 하나의 방정식에 집중했다.
디락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는데
왜냐하면 수학적으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이것이 디락의 방정식이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보고 놀라면 된다.
인간 업적에 순위를 매겨 본다면
리어 왕이나 베토벤의 5번 교향곡 또는 종의 기원과 같은 수준이다.
이 기호들 속에 현실의 근본적인 원리가 완벽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연의 암호에 대한 열쇠이다.
완벽한 수학적 아름다움을 지닌 디락의 방정식은
원자 구성 입자를 어떤 속도라 할지라도 설명할 수 있다.
광속의 입자까지도...
그것은 디락 자신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방정식을 자세히 보았을 때
숨이 멎을 정도로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이것에 대해
그는 나중에 방정식이 자신보다 더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디락 방정식이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다른 우주의 존재를 의미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 방정식의 해(解)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기 때문이다.
첫 번 째 해(解)는 우리에게 친숙한 원자로 만들어진 우주이고
두 번 째 해(解)는 우주의 반영(反影)으로
반대 성질을 가진 원자로 이뤄져 있다.
SF 팬들은 아마 알고 있을 내용일텐데
디락의 방정식은
물질 외에 반물질의 존재를 예언했다.
디락의 이론에 의하면
우리가 아는 우주의 모든 원자, 모든 입자에는
그에 대응하는 반입자가 있다.
그 질량은 같지만 다른 모든 면에서는 정확히 반대이다.
마치 거울 속의 이미지처럼 반물질로 이루어진 우주는
우리 우주와 같은 모습이다.
광활한 우주의 어딘가에
반물질로 만들어진 별과 행성 심지어 생명체까지 있을 수 있다.
디락 방정식의 마지막 예언은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안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큰 에너지를 내며 사라지게 된다.
물질과 반물질의 질량은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수식 E = mc2에 따라
완전히 에너지로 변환된다.
따라서 만약 내가 나의 도플갱어를 만난다면
우리는 폭발해서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수백만 배의 에너지를 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반물질, 특히 전자의 반물질인 양전자는
현재 실험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양전자는 정교한 의료 영상 장치인
PET(양전자 단층촬영)에 쓰여서
두개골 속 뇌의 정확한 영상을 보게 해준다.
그러나 1920년대, 물리학자들의
디락 방정식에 대한 반응은 매우 회의적이었다.
디락조차도 자신의 결과를 믿기가 힘들었다.
반물질이란 정말 말도 안되는 개념으로 보였다.
그런데 디락의 방정식과 그 역설적인 함의에 대한 분명한 확증이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바로 우주에서...
1932년,
칼텍의 물리학자 칼 앤더슨은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된다.
그는 우주선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져 내리는 고 에너지 아원자 입자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안개 상자라는 장치를 썼는데
이것은 말하자면 수증기로 가득찬 상자로
입자가 증기 사이로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기장 속에서
그 궤적은 방향이 휘게 되고
양전하와 음전하는 반대 방향으로 가게 된다.
앤더슨은
전자와 같게 보이지만
반대 방향으로 가는 입자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는 디락의 반전자,
즉 반물질 입자를 찾은 것이다.
디락 방정식은 뛰어난 업적이다.
추상적인 수학만을 써서 반물질의 존재를 예언한 것만으로도
인류 역사에 큰 이정표를 세웠다 하겠다.
발표 후 몇 년 되지도 않아
디락을 필두로 여러 학자들이
그의 방정식이 뭔가 심오한 것을 나타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연의 전혀 새로운 면을 나타낸다는 것이었는데 그들의 생각은 옳았다.
그러나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는 데에는
위대한 지성의 각고의 노력으로도 30년이 걸렸다.
디락의 방정식에 숨어있던 문제는 이것이다.
비록 반물질의 발견을 촉발한 강력한 방정식이지만
그걸로는 하나의 전자밖에 설명할 수 없어서
여러 개의 전자가 있을 때에는 전혀 쓸모가 없게 된다.
여러 전자의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은 20세기 중반의 가장 난해한 문제였다.
그러나 그 해답은 예기치 못한 발견을 가져왔다.
칼텍의 위대한 리처드 파인만.
수많은 과학의 천재가 등장하는 이 이야기에서
20세기 위대한 물리학자 중
파인만은 아인슈타인 바로 아래에 있다.
파인만은 고만고만한 천재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마법사라 불렀고
그는 굉장히 영리하고 기발했다.
아인슈타인처럼
그도 신화적 인물이 되었고
누구나 아는 유명 명사가 되었다.
파인만은 튀어 보이는 괴짜였고
자신에 대한 일화를 퍼뜨리기를 좋아했다.
그는 스트립 클럽에 드나들었으며
자기 학생과 염문을 뿌리기도 하고
난잡한 생활을 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물리학에 가장 크게 기여한 바는
양자 역학을 다음 단계로 발전시킨 일이다.
파인만과 동료들은 폴 디락을 따라
원자에 대한 이해를 말 그대로
양자 도약 시킬 수 있는 이론을 세우려 했다.
디락의 반물질 방정식처럼 새 이론의 목표도 통합이었다.
그들은 전자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려 했다.
즉 만물이 전자기장을 통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아내려 했다.
그들은 이 통합 프로젝트를
양자 전기 역학(QED)이라고 불렀다.
이 프로젝트는 커다란 도전이었으나 그 결과는 대단했으니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정확한 과학 이론 중의 하나가 되었다.
예를 들면
QED는 전자의 자기모멘트라는 성질의 값이
2.002319304라고 예언했는데 실험결과 정확히 같은 값이 나왔다.
이론과 실험이 100억 분의 1 수준까지 일치했는데
이것은 전례없는 정도의 정확도이다.
마치 머리카락만큼의 오차로 런던과 뉴욕의 거리를 재는 것과 같다.
QED의 이 엄청난 정확도는
그것이 물리 세계의 모든 것의 기반임을 보여준다.
QED는 만물의 이론에 가장 근접한 형태이다.
그것은 원자 세계의 자연 법칙을 거스른다.
QED는 모양, 색, 짜임, 만물의 구성과 상호작용을 설명하고
생화학부터 우리가 산산조각 나지 않는 이유까지 모든 것을 아우른다.
그렇다면 QED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여기에서부터 아주 어려워진다.
QED는 뛰어난 과학적 이론일지는 모르나
파인만이 그 이론으로 무엇을 했는지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의 이론을 소개할 때 파인만은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외면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이 내 목표입니다.
내 학생들도 이해를 못하는데 그건 나도 이해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만든 사람이 이해를 못하는데 나머지에게 무슨 가망이 있겠는가?
그렇게 말은 했지만 그래도 설명은 해보겠다.
먼저 여러분은 자연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직관을 버려야 한다.
공간은 비어있다는 관념을 포기해야 한다.
만약 병 속의 공기를 모두 빼낸다면 그 안의 모든 원자를 빼낸 것이 된다.
진공 상태로서 완전히 비어있다.
QED는 이 생각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진공은 아무 것도 없고 아무 일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그 안은 역동적인 활동으로 꽉 차 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공간의 작은 한 점을 생각해 보자.
상식적으로 아무 것도 없겠지만
QED에 의하면
'평균적'으로만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이것은 현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공간을 평균적으로 비어있는 은행 계좌로 생각해 보자.
어떤 날은 100파운드를 넣을 수 있고, 어떤 날은 100파운드를 뺄 수도 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잔고는 0이다.
공간도 비슷한 이치가 적용되는데
돈이 아니라 에너지가 그 대상이다.
아주 빨리 되갚을 수 있다면 미래에서 에너지를 빌려올 수 있다.
실제로는 빌려온 에너지를 입자와 반입자를 만드는데 쓰고
공간에서 만들어진 그것들은 순식간에 서로를 파괴하고 소멸한다.
어디선가 빌려온 에너지가 물질로 바뀌고
그 물질이 파괴되어 에너지로 돌아간다.
이와 같은 일이 공간의 어디에서나 일어난다.
실제로 디락의 반물질 이론에서처럼
진공은 무수한 물질과 반물질 입자들로 가득 차 있고
그것들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가장 작은 규모에까지
우주는 끊임없이 탄생과 파괴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물리학자들은 이것을 양자 거품이라고 부른다.
양자 거품 입자들은 너무나 빨리 점멸하기 때문에 우리는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이것들을 가상 입자라고 부르긴 하지만 시간을 거의 정지시킬 수 있다면
물질과 에너지가 생겨나고 없어지는 끊임없는 현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실의 구조다.
바로 여기에서 가장 경이로운 이론이 나온다.
QED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
우리가 보고 느끼는 세상을 만드는 물질은
단지 가상 입자들이 벌이는 활동에서 남은 찌꺼기일 뿐이다.
따라서 나와 여러분, 지구, 별, 그리고 모든 것은
상상 이상으로 심오한
무한히 복잡한 현실의 일부일 뿐이다.
물론 파인만이 그의 이론을 연구하던
1940년대 중반
그의 동료들은 경악했다.
당시에 QED는 완전한 실패라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었기 때문이다.
QED는 해답이 없었다.
방정식은 맞아 떨어지는 해가 없었고 수학적 측면에서도 통제불능 상태였다.
그러나 파인만은 복잡한 수학 문제만 극복하면
새로운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거만하고 젊은이다운 자신감에 차 있던 파인만은 난해한 수학을 돌파했다.
그는 혁명적이면서도 애들 그림같은 일련의 다이어그램을 만들어서 그의 이론을 설명했다.
충돌은 불가피해 보였다.
그런데 1948년
30세의 파인만은 논란이 되던 자신의 QED를
그 특이한 다이어그램과 함께
물리학계에 공개한다.
그는 가장 중요한 과학 학회로 그 시기를 정했다.
펜실베니아 해변의 쉘터 아일랜드 컨퍼런스에는
물리학계의 저명인사들이 모였다.
'핵물리학의 아버지' 닐스 보어와
반물질을 발견한 폴 디락,
그리고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도 참석했다.
학회 시작부터 분위기는 우울했다.
아무도 QED를 신뢰하지 않았다.
전혀 가망이 없어 보였다.
실망한 물리학자들은 해를 못구하겠다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리처드 파인만이 등장한다.
갓 30세가 된 그는
세계의 유명한 과학자들 앞에 서서
그의 새로운 다이어그램과 방정식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논쟁이 일어났는데
그 원인은 파인만의 이상한 이론이 아니었다.
물리학자들은 괴상한 것에 이제는 익숙해져 있었으니까...
그것은 파인만이 현실을 시각화하려 했기 때문이다.
케케묵은 복잡한 수학 대신
파인만은 가상 입자를
간단한 그림으로 설명했다.
소동이 일어났다.
양자 역학의 아버지 닐스 보어는 반대의 표시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파인만의 다이어그램은 그가 평생을 바친 모든 것을 부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입자는 어떤 경우에도 시각화할 수 없다고 믿었다.
파인만은...
다이어그램은 단지 자신의 새 방정식을 그려보는 걸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라며
자신의 이론을 옹호했다.
그러나 디락을 포함한 다른 과학자들은 그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
파인만을 양자 역학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얼간이라고 불렀다.
파인만은 상처를 입었으나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다이어그램과 방정식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단지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 날 저녁,
파인만은 젊은 물리학자 쥴리언 슈윙거를 만났다.
파인만과 동년배인 그는 12세에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두 사람은 연구도 각자 했고 그 접근 방법도 매우 달랐지만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들의 새로운 방정식은
QED의 해결책이었고
파인만의 다이어그램은 매우 강력했다.
그들은 닐스 보어와 전통파에게 전면 공격을 단행했다.
학회가 끝날 무렵
학회의 절망적인 분위기는
흥분과 이상으로 바뀌었다.
그 후 몇 년 간,
그들의 이론은 보강되었고
인류 역사상 가장 정확하고 강력한 이론이 되었다.
공간이
우리가 느낄 수 없는 에너지와
우리가 볼 수 없는 가상 입자로 가득 차 있다는 QED의 주장은
물리학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든다.
그리고 많은 회의론자들은
진공을 채우고 있다는 이 가상의 입자들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복잡한 수학 방정식을 푸는데 필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으로 실재한다고 할 순 없다.
현실과 전혀 상관없는 수학적인 환상에 불과할 수도 있으니까...
회의론자들에게 나쁜 소식이 있다.
1950년대 후반부터 공간이 비어있기는 커녕
수많은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실험실에서 계속 발견되고 있다.
그리고 공간이 비어있지 않다는 증거의 놀라운 점은 그 첫 단서가 마요네즈 병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1948년
물리학자 헨드릭 카시미르는
네덜란드의 필립스 연구소에서
콜로이드 용액을 연구하고 있었다.
콜로이드 용액이란
페인트나 마요네즈 같은 물질을 칭하는 이름인데
액체 속에 떠다니는 작은 고체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 때까지 아무도 마요네즈가 흘러내리지 않는 이유를 몰랐다.
왜 보통 용액과 다른 것일까?
마치 어떤 힘이 마요네즈 분자를 결집시켜 점성을 주는 것 같았다.
이것이 카시미르를 사로잡았다.
놀라운 통찰력으로
카시미르는 마요네즈 분자를 붙잡아두는 미지의 힘이
가상 입자와 관련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에 더해
그는 우리가 볼 수 있게 그 입자들을 드러내는 실험을 고안했다.
그 실험을 실행하기까지 10년 동안 실험실에서 개선을 해야 했지만
알고 보면 사실은 간단하다.
진공 속에서 두 금속판을 아주 가깝게 매단다.
이 판은 자기나 전기를 띠지 않으므로
서로 영향을 주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미세한 힘에 의해 판은 서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힘은 진공을 채운 가상 입자에 의한 것임을 카시미르는 입증했다.
배의 돛을 미는 바람처럼 진공을 채우는 물질이 판을 밀어낸다.
아무 것도 없는 완벽한 진공에서
약하지만 실재하는 힘이 나온다는 사실은
참으로 자연의 대단한 마술 중 하나이다.
물리학자들이 이 진공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이 힘을 이용해 인류가 은하계 사이를 여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한 것이다.
혹시 가능할 지 누가 알겠는가?
마요네즈에서 우주 여행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더글러스 애덤스('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저자)도 인정할 만 하다.
QED는 어느 면에서나 정말 위대한 발견이다.
50년 과학 연구의 결정판이자 우리 이야기의 위대한 정점이다.
QED를 이용하여 우리는 우주의 많은 것을 놀라운 정확도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원자로부터 얻었다.
그러나 40년대 후반 QED의 등장 이후
우리 이야기는 난잡하고 이상해졌다.
QED의 결과로
과학자들은 우주의 대부분은 단지 두 가지로 이루어졌다고 확신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원자와 빛이다.
빛은 광자라는 것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원자는 전자, 양성자, 중성자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그리고 반물질인 반양성자, 반중성자, 그리고 양전자가 있다.
약간 이상하지만 보기 좋게 대칭을 이루고 있다.
QED로 인해 물리학계의 모든 것은 장미빛을 띠게 되었다.
그런데 물리학자들을 괴롭히는 문제가 일어났다.
새로운 이상한 입자들이 갑자기 떼로 나타나 분위기를 잡친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론과 맞지 않는 이상한 입자들이 너무 빈번하게 발견되어
이름을 붙이기에도 바빴다.
중성미자, 양π중간자, 음π중간자, Κ중간자, Λ중간자, Δ중입자, ...
이 모두는 각자 반물질을 가지고 있었다.
뮤온이 발견되었을 때
어느 물리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뮤온 시키신 분?"
모든 것이 난장판이었고
물리학자들은 이것을 '입자 동물원'이라고 불렀다.
마치 과학자들이 자연의 신비를 풀수록
입자는 훨씬 더 괴상한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였다.
몇 년 만에 핵물리학자들의 자신감은 혼란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여러분도 이젠 짐작하겠지만
또 다른 과학 혁명이 필요했다.
이 이야기의 세 번째 천재는 머레이 겔만이다.
신동 겔만은 15세에 예일에서 물리학을 공부했으며
20대 초반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놀라운 지능은 주위를 경악하게 했다.
그는 여러 언어에 능했으며 무엇을 물어도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60년대 초반에 칼텍에서 만난 리처드 파인만처럼
겔만도 수학 너머의 자연의 비밀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겔만과 파인만은 훌륭한 콤비가 되었다.
파인만의 연구실.
그 하나 건너에 머레이 겔만이 있었다.
두 거인 사이에는 라이벌 의식이 있었지만 서로의 창의력에서 영감을 얻었다.
두 사람의 성격은 매우 달랐는데 파인만은 광대 역할, 겔만은 고상한 엘리트 역할을 맡았다.
겔만은 파인만의 큰 목소리를 싫어했고, 파인만은 그를 놀리기를 좋아했다.
1960년대와 70년대
칼텍의 두 천재는 입자 물리학의 세계를 지배했다.
그들의 경쟁의식은
두 사람이 상상력을 극한까지 발휘하게 했고
특히 겔만은 '입자 동물원'을 정리함으로써 자신의 우월함을 입증하려 애썼다.
칼텍의 뜨거운 학구열 속에서 겔만은 아주 이상한 일을 시작한다.
그는 다른 형태의 수학을 이용해서 아원자 입자의 다양함을 연구했다.
겔만은 군론(群論)이라는 난해한 수학을 이용했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숫자와 기호의 무리를 분석해서 간단한 패턴으로 정리하는 이론이다.
추상적인 형태의 종이접기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써서 겔만은 모든 발견된 입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는데
그는 그것을 불교 용어를 빌려, 팔도설(八道說, Eightfold Way)라고 불렀다.
거기서 그는 자신의 가장 뛰어난 발견에 이른다.
자신의 이론이 원자의 법칙을 다시 쓸 수도 있는 심오한 수학적 진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신의 팔도설에 모든 새로운 입자들이 맞아떨어지기 위해서는
더 심오하고 근본적인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다시 한 번 현실은 보이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물리학자들은 원자가 3종류의 입자로 구성되었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핵과 그 주위를 회전하는 전자가 그것이다.
겔만은 대담하게도
양성자와 중성자도 더 기본적인 입자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는데
그는 그것을 쿼크라고 불렀다.
겔만은 교양있고 거만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자신이 없었다.
원자의 괴상함에 익숙한 동료들에게도 쿼크는 너무 앞서 나간 개념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어쨌든 쿼크에 대한 증거도 전혀 없었으니까...
자신의 새로운 이론을 말도 안된다고 할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에
겔만은 자신의 발견을 묻어 두었고
과학의 위대한 발견이 그렇게 잊혀질 뻔 했다.
그때 그의 연구실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북쪽에서 대단한 일이 일어났다.
그곳에 스탠포드 선형 가속기가 있었다.
거대한 전자 총이 있는 셈이다.
발사된 고 에너지 전자는 언덕에서부터 시작해
고속도로 밑으로 뚫린 3km가 넘는 터널을 통해 다시 이곳까지 온다.
이곳은 실험 지역인데 회색 빌딩 종착지 A로
그곳에서 물리학의 중요한 발견이 이루어졌다.
1960년에 건설되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지구상 가장 긴 건축물이다.
지은 지 4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건설 중인 곳이 있고 지금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선형 가속기 안이다.
오른쪽 빨간 물체가 클라이스트론이다.
6m 아래의 전자 빔을 가속한다.
그 가속력은 대단해서 전자는 몇 미터 지나기도 전에 광속의 99%까지 도달한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총알이 총을 떠나기도 전에 전자는 3km를 지날 것이다.
거의 빛의 속도로 움직여서 전자는 목표 지점에 도달한다.
1968년엔 바로 여기에 큰 탱크가 있었고
그 안에 수소, 그러니까 양성자가 들어있었을 것이다.
전자는 양성자에 부딪히고 튜브를 통해 흩어져서 밖에 있는 커다란 검출기에 잡혔을 것이다.
그 순간 물히학자들은 '입자 동물원'의 근간을 이루는
더 심오한 법칙이 있을 수 있다는 중대한 확증을 얻었다.
고 에너지 전자가 흩어지는 모습에서
과학자들은 양성자가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를 얻었다.
즉 양성자는 더 기본적인 입자로 이뤄져 있는 것이다.
그것이 겔만의 쿼크이다.
놀라운 순간이었다.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은 원자 핵의 구성 요소인 양성자와 중성자가 가장 기본적인 입자라고 믿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어떤 것의 증거가 최초로 발견되었다.
쿼크는 알아내기 어려운 존재이다.
6종류 또한 향(香, flavor)의 쿼크가 있는데
업(up), 다운(down), 스트레인지(strange), 참(charm), 탑(top), 보텀(bottom)이다.
또한 쿼크는 홀로 존재하지 않고 오직 다른 쿼크와 함께 존재한다.
따라서 직접 보기가 불가능하고 오직 그 존재를 추측할 뿐이다.
그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쿼크는 '입자 동물원'에 질서를 가져온 것처럼 보인다.
최근에는
쿼크를 이용하여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단순하면서도 설득력있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우주의 모든 것은 원자로 만들어졌고 원자의 구성 요소는 쿼크와 전자 그 뿐이다.
이 정도면 거의 최신 이론까지 다룬 셈이다.
1967년 쿼크의 발견은
새로운 기본 입자를 실험으로 발견한 마지막 경우였다.
쿼크를 이루는 더 이상한 입자를 발견할 수도 있다는 사람도 있다.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여기까지이다.
아인슈타인이
원자를 발견한 1905년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경이의 연속이었다.
우리는 그 크기와 모양에서부터
핵 안에 숨어있는 우주의 비밀까지
원자 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원자를 연구하면서
반물질을 발견하고
공간이 절대 비어있지 않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과거에 우주의 구성 입자라고 생각했던 것 속에서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입자를 찾아냈다.
하지만 그 모든 놀라운 과학의 발견에도 불구하고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과학자들을 놀라고 걱정하게 하는 두 가지 이상한 현상이 있다.
첫번째는 현재 세계의 이론 물리학 최전선에 있는데 가장 오래된 과학 원칙과 관련이 있다.
중력은 아인슈타인 이후로 완전히 이해했지만 지금까지 원자 이론과는 무관했다.
갑자기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론들에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는 끈(String) 이론으로, 아원자 입자들을 다차원의 우주가 갇힌 진동하는 끈으로 생각한다.
막 이론은 시간과 공간이 다중우주(Multiverse)를 떠다니는 막(Membrane)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루프 양자 중력(Quantum Loop Gravity) 이론은
어떤 것도 실재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시공의 작은 고리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중력을 양자 이론으로 설명하기 힘들긴 하지만
훨씬 더 끔찍한 것이 아직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물리학회가 끝나고 늦은 밤,
술집에 모여서 말도 안되는 생각들에 대해 토론하고 있을 때에도
정말 우리를 괴롭히는 문제가 있다.
그 중 주요한 것은
원자가 따르는 양자 역학 법칙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측정 문제(Measurement Problem)라는 것이 있다.
양자 물리학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보고 싶다면 '측정 문제'라고 말해 보라.
측정 문제란 이것이다.
원자를 측정하면 오직 한 위치에서만 나타난다.
다시 말하면 관찰자가 원자를 보기 전에는 원자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따라서 측정과 관찰이 전 우주를 만드는 셈이다.
얼마나 황당한 이론인지 보여주기 위해
전 과학에서도 가장 유명한 가상 실험을 여러분께 설명해 보겠다.
이것은 슈뢰딩거 고양이 실험이다.
1930년대 중반
그는 양자 역학의 터무니 없음을 보이기 위해 사고 실험을 고안했다.
상자에 밀폐된 청산가리와 방사능 물질을 넣고
방사능 검출기를 청산가리 용기에 연결한다.
방사능 물질의 원자가 입자를 방출하면 검출기에 잡혀서 청산가리가 퍼진다.
다음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인데
이 녀석은 귀여운 노르웨이 숲 고양이 도킨스이다.
음...
사실 이것은 진짜 청산가리가 아니다.
고양이를 넣고 뚜껑을 닫고...
그리고 기다린다.
여기에서 수수께끼...
전통적인 양자 역학인 코펜하겐 해석에 의하면
상자가 닫힌 동안 내부의 방사능 원자는 붕괴하여 입자를 방출할지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러므로 붕괴한 상태이면서 동시에 붕괴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 의미를 생각해보자.
방사능 입자가 청산가리의 방출을 결정하므로
고양이는 죽었으면서 동시에 죽지 않았다.
따라서 상자를 열고 고양이의 운명을 확인하는 측정을 하기 전까지
우리가 모른다기 보다는 고양이가 말 그대로 죽은 동시에 살아있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역설이다.
정말 그럴까?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과
측정 문제의 모순을 생각하면
원자 수준의 물체는 그들만의 아주 이상한 규칙을 따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더 큰 규모의 일상 생활에서는 그 규칙은 사라지고
그것과는 상이한 익숙하고 직관적인 규칙에 따른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혹자는
사실은 원자의 이상한 양자성이 우주 전체에도 해당되며
우주에 관한 모든 지식을 바꿔야 할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양자 역학의
다세계 해석의 강력한 지지자인 옥스포드 애학 데이비드 도이치 교수이다.
도이치는 현실이 심하게 오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 따르면
양자 역학은 하나의 우주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며
무한히 많은 평행 주주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것을 다중 우주라고 부르는데
우주의 모든 원자에 대해 가능한 모든 양자 역학적 결과물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원자와 전자는 다중 우주에 속하고 다중 우주를 양자 역학이 나타내는 것이다.
그 말이 맞는다면 양자 이론이 설명하는 현실의 평행 우주적인 측면이
인간과 별, 은하계까지 모든 것에 적용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이 이론을 평행 우주라고 부르고 평행 전자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이다.
우리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원자가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다면 인간도 다른 우주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우주에도 여러분과 내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 데이비드 도이치"
명망 있는 작가이자 물리학자인 폴 데이비스는 더 괴상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측정 문제의 특이함이 우주의 시초에 대해 설명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실험실에서 하는 측정은
50억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현실의 성질에 영향을 준다.
생물과 관찰자의 존재와 이를 있게 한 법칙과 조건 사이에 피드백 고리가 있다.
아니라면 우리와 같은 관찰자들이 우주를 측정하고 이해하도록
우주가 알맞은 법칙과 조건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양자 역학은 그런 시간적 피드백을 제공한다.
시간을 거슬러서 영향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인과관계는 아니다.
우리가 존재하도록 현재에서 과거를 고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양자 측정으로 과거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 --- 폴 데이비스"
이 논쟁에는 실용적인 면도 있다.
다른 과학자들은 이런 괴상하고 형이상학적인 추측이 측정과 실험을 도외시한다고 걱정한다.
닐스 보어 연구소의 앤드류 잭슨 교수는
해석이든 측정 문제든 고양이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른바 현실의 진정한 성질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론이 들어 맞는 걸로 충분하다고 한다.
"우리가 측정할 수 있는 모든 것에서 나오는 질문은 양자 역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해석할 필요없이... 따라서 양자 역학만으로 우리가 하는 모든 실험의 결과를 예측하고 설명할 수 있다.
그거면 된다.
쓸모가 없기 때문에 양자 역학에 특별한 해석이 필요 없다.
쓸모도 없고 새로운 것이 나올 수도 없다.
해석이 결과나 법칙을 바꾸진 않는다.
그래서 해석을 검증할 수도 없다.
지난 200년 동안 물리학에서의 큰 도약은
실험이 이론에 대립하고 그래서 새로운 이론이 나오고 그렇게 계속되었다.
해석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해석은 우리가 양자 역학의 내용을 이해한다고 믿는 방법만을 제시할 뿐이다.
내용은 이미 정해진 것이다.
새로운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관찰하지 않을 때 원자가 뭘 하는지 꼭 알아야겠다느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파인만인지 디락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말을 했다.
'닥치고 계산'
그러니까 그냥 수학을 쓰면 된다. --- 앤드류 잭슨"
닥치고 계산!
실용주의적 과학일까?
아니면 교조적인 근본주의일까?
"그걸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물리학의 초기 사건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수백 년 전, 지동설과 천동설에 대한 종교 재판이 있다.
그들은 갈릴레오와 타협을 해서 하늘의 별과 행성과 태양의 위치가 지동설에서 예언한 바와 같지만
별이 왜 거기 나타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아는 척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주제넘은 일이라고 판결하려 했다.
같은 일이 양자 역학에서도 일어났다.
양자 역학의 현실에 대한 해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들은 양자 역학의 예측만을 이용했다.
어떤 과학 이론이든지 그렇게 취급할 수는 있다.
현실을 설명한다는 걸 부정하는 것이다.
실험으로 그걸 반증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러나 철학적으로 보면 그건 막다른 골목이다.
무익한 일이다. --- 데이비드 도이치"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아원자 세계를 설명하는데 해석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고 양자 역학을 사용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자연은 특정한 한 가지 방식으로만 존재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많은 해석들 중 오직 하나만이 옳은 것이며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직 확실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을 '닥치고 계산'에 찬성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계산 중에 닥치고'의 관점을 택하겠다.
원자를 연구하는데 기꺼이 계산을 하겠지만
연구를 하지 않을 때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고심한다는 의미이다.
지난 100년 간
우리는 원자의 안 깊숙이 들여다 봤다.
우주의 기본 구성 입자인
이 작은 물체 안에서 우리는 이상한 세계를 찾았는데
그곳은 이성을 거스르는 듯한 별난 법칙이 지배하고 있었다.
원자는 우리에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원자는 입자로서, 파동으로서 존재할 수 있고 여러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원자는
우리가 과거와 미래, 원인과 결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그리고 우주가 어떻게 시작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말해 준다.
지름이 백만 분의 1밀리미터인 것에서 나온 것 치고는 놀라운 내용이다.
그래서 핵물리학의 아버지 닐스 보어는 이렇게 말했다.
"원자에 대해 말할 때, 언어는 시가 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원자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지만
우리의 여행은 시작일 뿐이다.
우리가 하나 혹은 몇 개의 원자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수 조 개의 원자가 어떻게 우리 주위의 우주를 이루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것이 미지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