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종교 상황에서 그리스도교인이 가야할 길은 무엇인가?
철학적 신학자, 신학적 철학자 정재현의 종교신학 강의
탈종교 시대, 세속화 시대를 강조하며 종교가 시대 저편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한 이들이 있었다. 분명 종교의 가치를 부정하는 반종교인, 종교에 무관심한 무종교인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종교는 많은 이의 삶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일상에서, 그리고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은 ‘종교’를 통해 이 세상을 해석하고, 이 세상을 넘어서려 하며, 자신을 표현하며 때로는 자신의 ‘종교’의 이름을 걸고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 ‘다른’ 신념을 가진 이들, 심지어는 같은 종교를 가진 이들과 갈등하고 충돌한다. 종교들의 관계, 종교의 의미는 여전히 인류가 씨름해야 할 중대한 과제다.
철학적 신학, 종교신학, 종교철학 등의 분야에서 종교적 인간의 실체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관심을 두고 학문해 온 지은이는 이 책에서 이 문제를 차분히 되돌아보고 있다. 특히 그는 종교 간 관계를 다룬 대표적인 그리스도교 신학자들의 문헌과 글을 살핌으로써 지금까지 그리스도교가 다른 종교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지금, 여기’에서 그리스도교인이 지향해야 할 정체성과 관계성을 모색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신학과와 연합신학대학원에서 진행한 종교신학 강의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단순히 서구 그리스도교계에서 행해지고 있는 ‘종교신학’을 소개한 책이 아니다. 그는 현재까지 서구/그리스도교권에서 진행된 논의들을 통시적/공시적으로 분석하며 그 논리 구조와 한계를 면밀히 살핀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요구되는 서구 사상사의 흐름, 종교의 탄생과 전개, 의미까지를 아울러 살핀다. 그렇기에 이 책은 ‘종교신학’이라는 하나의 신학 분야에서 개진되고 있는 움직임을 비판적으로 성찰한 책이며, 동시에 사상의 흐름이라는 맥락에서 특정 입장을 지닌 텍스트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한국 그리스도교인은 서구/그리스도교권과는 달리 비서구/비그리스도교가 주를 이루는, 그러면서도 현대라는 지평 위에서 신앙을 영위하고 있는 이들이다. ‘지금, 여기’에서 자신의 신앙적 정체성과 관계성을 고민하는 이들, 그 진지한 물음의 여정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자신과 세계, 더 나아가 하느님에 대해 보다 넓게, 또 깊게 볼 수 있는 렌즈를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