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저널 5월호] 신인상 심사기
시각적 이미지의 형상화와 언어 심사위원장 김 송 배(시인. 한국현대시론연구회장. 한국문인협회부이사장 역임)
요즘 현대시의 발상이나 이미지의 창출은 우리 주변 환경에서 착목(着目)한 사물로부터 영감을 얻거나 시각적으로 전개되는 현상에서 취택하는 경향을 다수 목도하게 된다. 그 사물에서 풍겨지는 풍광이나 내면에 감춰진 의미를 탐색하고 거기에 가미되는 시인의 감성이 표면화하는 경우를 간과(看過)하지 못한다. 이번 응모작품들은 일차적인 예심을 거쳐서 넘어온 지상규의 「연곷잎」 외 4편과 변춘자의 「히말라야 설산에 묻힌 세르파에게 보내는 편지」 외 4편, 두 분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읽어보았다. 시는 언어로 하여 주제 내용의 메시지를 전달하여 독자들의 공감을 흡인해야 하는 예술임을 감안하면 시인이 응시한 사물이 먼저 그 시인에게 어떤 이미지로 다가와서 감응을 제공했느냐 하는 데서 출발하게 된다. 이처럼 두 분의 작품들은 우선 언어들의 조합이나 배열에서 상당한 고심(苦心)이 엿보인다. 이들은 습작기간을 통해서 사물을 읽는 법과 이를 육화(肉化)해서 알맹이를 창조하는 기법을 남다르게 연마한 것으로 유추하게 된다. 지상규의 작품에서 「연곷잎」 「이팝나무」 「철쭉꽃」과 변춘자의 「별을 깨우는 밤」 「기다림」 「흐르는 유성을 따라」를 당선작으로 선한다. 지상규는 우리 주변의 지상에 산재하는 자연 사물에 대한 동화(同化)나 투사(投射)의 시법에 천착하고 있어서 친근감을 흡인하고 있다. 그러나 ‘3월에 눈이 내린다 순식간에’와 ‘눈꽂만 바라보고 있다 허공에 기대어’라는 어조와 같이 우리 맞춤법상의 도치법을 사용하는 표현법은 어떤 면에서는 언술의 효과를 거둘 수는 있겠으나 다음 행과의 연결에서는 약간 다른 의미를 제공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자연사물에서 시각적으로 획득하는 정서의 지향점이 ‘허공에 기대어’라거나 ‘허공으로 토해내고 있다’는 등 그가 심취하는 정서의 시점(視點)이 ‘허공’에 머물면서 긍정하고 수용하는 내면의 의식을 이해하게 한다. 변춘자는 보편적인 내적 관념에서 공유하는 메시지로 작품을 흡인하고 있다. 그는 일상적인 ‘기다리던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누군가를 / 기다린다는 것은’ 그리고 ‘오랜 기다림 후에 만날 수 있 있는 / 새벽의 노래’ 등 ‘기다림’에 대한 형상화하는 집념이 작품으로서 상당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항상 하는 말이지만 시는 간명하고 함축적인 언어의 조탁을 강조한다. 시는 언어의 예술이라는 기본 개념은 시적인 언어를 적절하게 구사하면서 시적 전개의 시법으로 주제의 진실을 명징(明澄)하게 창조해야 좋은 시라고 할 수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지상규가 자연현상에서 감지하는 인생적인 화해나 변춘자의 자연 생태와 인간들의 애환을 통한 잔잔한 시법들은 앞으로 가능성을 확인하는 좋은 시인의 행보를 가늠할 수 있게 하고 있어서 당선작품으로 천하면서 이를 축하하고 힘찬 정진을 기대한다.
ㅁ예비심사위원 임병현(시인 . 문학저널문인회 고문) 홍경흠(시인) 신영순(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