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主事禹範 주사 홍우범
一理覺來萬念空 하나의 이치를 깨달으니 온 생각이 헛된데도
世人何事紛忙中 세상 사람들은 무슨 일로 그리 바쁘게 보내는지?
盈虛有數深看月 허망함이 가득하여 달을 세심히 자주 바라보고,
吹息無窮靜聽風 숨이나 오래 뱉으며, 바람소리나 조용히 듣자구나!
自憐高竹經寒綠 높이 자란 대나무가 늦가을에도 푸른 게 可憐하고,
忍作狂花向暖紅 모질게 이겨낸, 철 지난 꽃이 더욱 붉게 핀다네!
終年八十窮堅守 생을 마칠 나이인 팔십에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니,
誰識渭濱直釣翁 위수에서 낚시했던 늙은 姜太公인지 뉘 알겠는가?
※有數: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몇몇 中에 들 만큼 두드러짐. 定하여진 運數나 順序가 있음. 寒綠: 늦가을에 초목이 푸르디푸른 것을 이르는 말. 狂花: 제철이 아닌 때 피는 꽃. 結實이 되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많이 핀 꽃.
※渭濱(위빈): 위수 물가. 周 文王이 어진 보필을 얻을 꿈을 꾸고, 사냥 가서 渭水에서 낚시질하고 있는 姜太公을 만났다는 고사가 있음.(史記 卷32 齊太公世家). 直釣: 낚싯바늘이 없는 곧은 낚시. 빈 낚시: 미끼를 꿰지 아니한 낚시. 주로 낙지를 잡는 데 쓴다.
※崔瀣(최해,1287-1340)作 太公釣周(강태공이 주나라를 낚다.) 當年罷釣釣無鉤 意不求魚況釣周 終遇文王眞偶爾 此言吾爲古人羞(곧은 낚싯바늘로 낚시하던 당시, 고기도 주나라도 잡지 않고, 마침내 문왕을 만난 것이 참으로 우연이었다는, 이런 말에 姜太公은 부끄럽겠네!)
話隣里生徒 이웃 마을 생도와의 대화
特立九苞鎭白城 특별히 백성(안성)에 구포진을 세우니,
居人淳朴脫塵情 주민들이 순박하게 사는 게, 世俗에서 벗어났네!
滿地黃花兼露馥 온 땅에는 노란 꽃들이 이슬에 젖어 향기를 내고,
遠林紅葉向風鳴 저 멀리 숲속 붉은 잎들이 바람 소리를 내고 있네!
養老盡心耕野事 정성껏 노인을 봉양하고, 들에 나가 열심히 일하며,
敎兒餘力讀書聲 짬을 내어 아이들 가르치니, 글 읽는 소리가 들리네!
董生遺業家家得 동중서가 내놓은 儒學을 집집마다 받아들이고,
桐栢靑山與重輕 오동과 측백이 靑山과 함께 짙고도 엷게 어울렸네!
※塵情(진정): 깨끗하지 못한 속된 마음. 蕫(董)生: 前漢 中期 董仲舒(BC176∼BC104)를 말하며, 衰退期(쇠퇴기) 儒敎를 발전시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