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정령과 만나다

[정슬]

잠시 후 ,   나무 뿌리로 만든 의자가 하나 더 나타나더니

고대 엘리멘탈과 유사해 보이는 두 번째 엘리멘탈이 그 의자에 앉았다.

두 번째로 등장한 물의 정령 

그의 얼굴에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

불의 엘리멘탈은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사라졌고 ,

그가 앉았던 의자는 다시 나무 속으로 흡수되었다.

물의 엘리멘탈을 향해 내 몸을 돌리자 ,

그의 가슴팍에 있는 짙은 푸른색의 파도 휘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눈은 불의 엘리멘탈과 매우 달랐다.

불의 엘리멘탈의 눈은 불로 번득이며 빛이 났다면 ,

물의 엘리멘탈의 눈은 깊고 푸른 바다의 평화를 담고 있었다.

내가 지금껏 다른 엘리멘탈에게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

이번에도 물의 엘리멘탈로 인해 마음이 평온해졌다.

"    바로 이런 게 필요했어요.   "

나는 깊이 숨을 들이 마시고 ,    그의 평화로운 오라 속으로 서서히 빠져 들고 있었다.

하지만 내 친구 레프리콘이 헛기침을 하며 나의 주의를 끌었다.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다물라는 신호를 보냈다.

'   이번 공부는 규칙이 또 다른가 보군.   '    나는 입을 꾹 다물며 생각했다.

"    지금까지 공부해보니 우리 세계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는가   ?   "

물의 엘리멘탈이 점잖게 물었다.

"   정말로 즐거워요.   "

내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나는 빙 돌려 말하는 그의 태도가 물의 엘리멘탈의 전형적인 특징인지 궁금해졌다.

그의 평화 속에 깊이 자리를 잡고 나니  ,    우리가 말을 하든 하지 않든  ,   점점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   인간이 지나치게 많은 물을 지니고 있으면 나타나는 현상이네.    "

물의 엘리멘탈이 몽상에 빠진 나를 깨우며 말했다.

"    그리되면 인간은 게을러지고  ,   마음은 굳지 못하며 ,   우유부단해지지.    "

나는 내가 여전히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평화 속에 잠잠히 가라앉은 기분을 끌어 올리며 그에게 물었다.

"    그렇다면 ,    얼마만큼의 물이 인간에게 적당한가요  ?   "

"    물의    '  존재 상태  '    와   불의    '  행위  상태  '   가  균형 잡혀 있을 때

올바른 균형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네.

물의 엘리멘탈이 대답했다.

나는 곁눈질로 내 친구 레프리콘을 힐끗 보았다.

레프리콘은 물의 엘리멘탈이 말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듯 했다.

"   나도 말할 수 있네.   "     물의 엘리멘탈이 정중한 말투로 레프리콘에게 말했다.

"   자네를 가르칠 때는 침묵을 선호하는 것 뿐일세.

만약 내가 자네의 인간 친구와 더 오래 있어야 한다면  ,

나는 그녀에게도 침묵할 거라네.     "

물의 엘리멘탈이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보다시피 나의 재능은 평화와 평온이네.     

     행위하는 것이 아닌 존재하는 것이지.      "

"   당신에게서 평화가 느껴져요.

하지만 졸졸 흐르는 개울과 사나운 물결의 강 ,    

그리고 폭풍이 치는 바다에는 당신이 말한 평화가 없는 것 같은데요.   "

그가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아  ,    그것은 물의 진정한 본질이 아니라네.

그러한 현상은 불이나 공기가 물을 휘저어놓은 것이지.

물은 이 지구 행성을 이루는 기본 원소이고 ,

인간의 몸 대부분도 물로 이루어져 있네.

물은 자네 몸 안에서 불 ,  공기  , 흙의 원소를 움직이게 하는 매개체라네.    "

그는 나를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    물은 자네 몸의 윤활유가 되어 몸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네.

맛을 느끼는 것도 다 입 속의 침 덕분이지.

자네 혹시 꿈을 현실로 만드는 잠재력이 있는  ,

무의식의 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   "

물의 엘리멘탈의 말을 들으니  ,

내가 여름에 호수나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가 떠올랐다.

그럴 때면 ,   지적인 사고와는 전혀 상관없는   ,    태고의 중요한 무엇인가가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가장 뛰어났던 나의 몇몇 통찰들은 샤워 중 명상을 할 때 떠올랐었다.

그런데도 나는 전반적으로 물보다는 불과 공기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물의 엘리멘탈이 내 생각을 중단시켰다.

"   모든 존재는 자신과 조화를 잘 이루는 특정 원소가 있네.

하지만 불의 엘리멘탈이 자네에게 말했듯이 ,   

창조자가 되기 위해서는 4 대 원소 모두를 관장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네.

계속 수영을 하게.    "

물의 엘리멘탈이 말을 마치자 ,     또 다른 존재가 그 옆에 나타났다.

물의 원소의 정령

아일랜드의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