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경의 어휘 연구] 55. 혈루증과 고창병, 그리고 의사 누가 | 남대극 교수
안녕하십니까? 다시 '에스라 나무 강단' 성경 어휘 연구를 계속하겠습니다. 성경을 연구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어휘와 단어의 연구입니다. 단어 없이는 아무런 사상도 우리가 추천하거나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어휘를 올바르게 영감으로써 우리는 건전한 신학을 수립하게 됩니다. 그것이 성경 연구의 목적입니다.
오늘은 55번째 시간으로 '혈루증'이라고 하는 질병과 '고창병'이라고 하는 질병, 두 개의 병 이름(어휘)을 함께 연구하고자 합니다. 고창병은 무엇이며 혈루증은 무슨 병일까요? 먼저 이와 같은 병들을 포함하여 의학적으로 질병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대략 살펴봅니다.
과연 질병의 종류는 몇 가지나 될까요? 자료를 찾아보니 크게 선천성 질병과 후천성 질병으로 나뉩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그 질병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선천성 질병이고, 태어난 후에 감염이나 기타 이유로 생기는 병이 후천성 질병입니다. 또한 급성병과 만성병이 있습니다. 이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리고 부모나 조상으로부터 유전 형질을 통해 물려받는 유전병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의원병(Iatrogenic disease)'이라는 다소 낯선 용어가 있습니다. 여기서 '의원(병원)'이란 의사가 병을 치료하는 환경과 과정을 말합니다. 즉,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료 행위가 원인이 되어 새롭게 생겨난 질병이나 부작용을 의원병이라고 부릅니다. 이와는 또 다른 면으로 개인 특유의 질병을 뜻하는 '특발성 질병(Idiosyncratic disease)'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의 선천적인 연약함이나 특이한 감염 가능성 때문에 개인 특유로 생긴 병인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 나타나지 않고 옮겨지지도 않는 병을 말합니다.
그리고 치료하기가 매우 어려운 난치병과 아예 고치지 못하는 불치병이 있습니다. 거의 비슷한 말이지요. 또한 진행 단계에 따라 제1기, 제2기, 말기 등으로 구분하는 기별 질병이 있는데, 특히 암이나 폐결핵 같은 질병이 이에 해당합니다.
나아가 전염병과 유행병이 있습니다. 전염병은 공기나 환자와의 접촉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감염되는 병을 말합니다. 유행병은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지역에 널리 퍼지는 병입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거의 동시에 대유행하는 병을 '세계 유행병', 즉 '팬데믹(Pandemic)'이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지난 몇 년간 겪었던 코비드-19(코로나)가 바로 대표적인 세계 유행병입니다. 반대로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어 유행하는 병을 지방병 혹은 '풍토병(Endemic)'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병의 증세가 무거운 중병이 있고, 아주 경미한 질병인 '미양(微恙)'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억울함과 스트레스가 쌓여 육신의 병으로 나타나는 '화병(火病)'이 있습니다. 이는 세계 의학계에서도 한국인 특유의 문화성 문화적 결함 증후군으로 공식 등록된 특정 질병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연모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해 생기는 상사병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무수한 종류의 질병들이 존재하는데, 제가 의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구글에서 한번 찾아보니 영어로 된 질병 분류 목록에만 총 3,027종의 질병이 열거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이 전부도 아닐 것입니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질병만 취합해도 그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성경에 언급된 질병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요? 성경 속 질병 목록을 나열해 보니, 이질(Dysentery), 고창병(Dropsy)을 비롯하여 총 39종의 질병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성경 시대에는 예수님께 나아온 병자들을 치료하는 과정 등조에서 39가지의 병명이 기록되었습니다. 이를 볼 때 성경 시대에는 오늘날 우리 시대만큼 질병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았고, 의학이 발달하지 않아 병명도 많이 밝혀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질병의 분류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오늘 공부하기로 한 두 개의 병인 혈루증과 고창병에 대해 본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혈루증'을 보겠습니다. 한자로 피 혈(血) 자에 샐 루(漏) 자를 씁니다. 말 그대로 피가 몸 밖으로 흘러나오는 병, 즉 출혈이 멈추지 않는 병입니다. 신약 성경에는 혈루증이라는 단어가 총 4회(마태복음 1회, 마가복음 1회, 누가복음 2회) 나옵니다. 그리고 병명을 제외하고 '혈루(피가 흐름)'라는 표현 자체는 마가복음에 1회 더 나와서, 성경 전체를 통틀어 총 5회 사용되었습니다.
영어 성경 번역본들을 보면, NRSV나 NASB 같은 번역본들은 이를 'Hemorrhage(출혈)'라는 다소 전문적인 의학 용어로 번역했고, NIV 등은 'Bleeding(피 흘림)'이라는 대중적인 단어로 번역했습니다. 'Hemorrhage'라는 의학 용어는 피를 뜻하는 헬라어 명사와 '피가 흐르다'라는 헬라어 동사 '하이모레오(Haimorrheo)'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Bleeding'은 순수한 영어 표현입니다.
혈루증의 헬라어 원어는 '하이모루아(Haimorrhoia)'인데, '루아(rhoia)'는 흐른다는 뜻이고 '하이마(Haima)'는 피를 뜻합니다. 즉, 피가 흐르는 증세입니다. 성경 구약 레위기 15장에 보면 '유출병'이라는 질병이 자주 언급되는데, 유출병은 혈루증과 똑같은 단어가 아닙니다. 유출병은 몸에서 소중한 액체가 밖으로 흘러나오는 모든 증세를 통칭하는 거시적인 개념이며, 혈루증은 유출병이라는 넓은 범주에 포함되는 여러 질병 중 하나입니다.
의사들이 사용하는 참고 서적을 보니, 혈루증은 하혈이나 출혈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거나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부인과 질병의 일종입니다. 주로 자궁 내부의 질환이나 호르몬 등 기능상의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하는 비정상적 출혈을 가리키며, 현대 의학 용어로는 '만성 자궁 출혈증'이라고 부릅니다. 구약 모세의 율법(레위기 15장)에 의하면, 이처럼 몸에서 피가 유출되는 병을 가진 여인은 종교적·위생적으로 심히 '부정하다'고 규정되어 격리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신약 시대에 예수님께서는 무려 12년 동안이나 이 뼈아픈 병으로 고생하던 여인을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고쳐 주셨습니다. 마태복음 9장, 마가복음 5장, 누가복음 8장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주님은 사회적으로 부정하다 낙인찍힌 여인의 간절한 소원과 믿음을 보시고 "딸아 안심하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하시며 온전히 구원해 주셨습니다. 구약 당시의 정함과 부정함이라는 율법적 장벽에 개의치 않으시고, 고통당하는 여인을 불쌍히 여겨 치유해 주신 감동적인 모습입니다.
마가복음에 기록된 혈루증 환자의 치유 극적인 장면을 자세히 읽어보겠습니다. 마가복음 5장 25절부터 34절입니다.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앓아 온 한 여자가 있어 많은 의사에게 많은 괴로움을 받았고 가진 것도 다 허비하였으되 아무 효험이 없고 도리어 더 중하여졌던 차에 예수의 소문을 듣고 무리 가운데 끼어 뒤로 와서 그의 옷에 손을 대니 이는 내가 그의 옷에만 손을 대어도 구원을 받으리라 생각함일러라 이에 그의 혈루 근원이 곧 마르매 병이 나은 줄을 몸에 깨달으니라 예수께서 그 능력이 자기에게서 나간 줄을 곧 스스로 아시고 무리 가운데서 돌이켜 말씀하시되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시니 제자들이 여짜오되 무리가 에워싸 미는 것을 보시며 누가 내게 손을 대었느냐 물으시나이까 하되 예수께서 이 일 행한 여자를 보려고 둘러보시니 여자가 자기에게 이루어진 일을 알고 두려워하여 떨며 와서 그 앞에 엎드려 모든 사실을 여쭈니 예수께서 이르시되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
참 신비롭고 위대한 기적입니다. 온 동네 병원을 돌아다니며 재산을 다 탕진해도 고치지 못했던 고질병이, 예수님의 옷깃을 만지는 순간 혈루의 근원이 곧 말라 버렸습니다. 여인은 남몰래 옷을 만졌기에 혹시 잘못한 것이 아닐까 두려워 떨며 엎드렸으나, 예수님은 도리어 그녀의 큰 믿음을 대중 앞에서 칭찬하시며 "평안히 가라, 병에서 놓여 건강하라"고 축복해 주셨습니다. 주님은 이처럼 인간의 깊은 고통과 질병을 깨끗이 없애주시는 자비로운 분이십니다.
(이와 관련하여 로마에 가면 그리스도인들이 박해를 피해 지하 동굴을 파고 숨어 살던 '카타콤(Catacomb)' 유적지가 많이 있습니다. 그중 마르첼리노 카타콤의 어두운 지하 벽면에는 당시 신앙을 지키던 성도가 그린 벽화 한 폭이 전해집니다. 바로 《혈루증 여인을 치유하시는 그리스도》입니다. 두려움에 떨며 주님의 옷자락을 붙잡는 여인의 눈빛과 주님의 자비로운 손길을 포착한 그림입니다. 음산한 지하 동굴 속에 그려진 벽화이지만, 기적의 치유 순간을 아주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두 번째 질병인 '고창병'을 살펴보겠습니다. 고창병의 헬라어 원어는 '히드로피코스(Hydropikos)'입니다. 이 단어는 신약 성경 전체를 통틀어 단 한 번만 사용된 아주 희귀한 단어입니다. 성경에 단 한 번만 나오는 단어를 신학적으로는 '하팍스 레고메논(Hapax legomenon)'이라고 부릅니다. (두 번 나오면 디스 레고메논, 세 번 나오면 트리스 레고메논이라 합니다.)
다른 복음서 기자들은 이 단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오직 누가복음에만 등장합니다. 누가는 본래 직업이 의사였기에, 자신의 전문적인 의학 지식에 비추어 볼 때 그 환자의 증세가 명백히 '히드로피코스'임을 확신했기에 이 단어를 정확하게 기록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말 '고창병(鼓脹病)'이라는 단어는 한자가 너무 어려워 대중에게 낯섭니다. 고(鼓) 자는 본래 벌레 충(虫) 자 세 개 위에 장독이나 쟁반 명(皿) 자가 결합한 독한 고 자가 아니라, 북 고 자를 씁니다. 즉 배가 북처럼 팽팽하게 불어난다는 뜻입니다. 창(脹) 자 역시 팽창한다 할 때 부을 창 자를 씁니다. 따라서 한방에서 말하는 고창병은 뱃속에 가스나 물이 차서 헛배가 불룩하게 부풀어 오르는 '창만(脹滿)' 증세를 뜻합니다. 질병이 만성화되면 뱃속에 특별한 음식물이 없는데도 늘 북처럼 부풀어 있습니다.
성경 문맥에 나오는 이 고창병은 현대 의학 용어로 '수종병(水腫病)' 혹은 '수종'이라고 부릅니다. 몸 안에 물이 차서 퉁퉁 붓는 종기 질환입니다. 우리 몸속의 조직 내부 세포 간격이나 '체강(몸속의 비어있는 공간)' 내에 비정상적으로 다량의 조직액(수분)이 쌓여 몸이 붓는 상태를 말합니다. 헬라어 원어인 '히드로피코스'는 물을 뜻하는 헬라어 '히도르(Hydor)'에서 파생된 명사입니다. 즉, 몸에 물이 과도하게 차 있는 병이라는 뜻입니다. 그리하여 오늘날 개역개정판을 비롯한 대부분의 현대 한글 번역본들은 옛 개역한글판의 어려운 표현인 '고창병'을 버리고, 이해하기 쉬운 '수종병'이나 '수종'으로 바르게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고창병(수종병) 치유 사건의 전말은 누가복음 14장 1절부터 6절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안식일에 예수께서 바리새인의 한 지도자의 집에 떡 잡수시러 들어가시니 그들이 엿보고 있더라 주의 앞에 수종병 든 한 사람이 있는지라 예수께서 대답하여 율법교사들과 바리새인들에게 이르시되 안식일에 병 고쳐 주는 것이 합당하냐 아니하냐 그들이 잠잠하거늘 예수께서 그 사람을 데려다가 고쳐 보내시고 또 그들에게 이르시되 너희 중에 누가 그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졌으면 안식일이라도 곧 끌어내지 않겠느냐 하시니 그들이 이에 대하여 대답하지 못하니라."
예수님이 안식일에 바리새인 지도자의 집을 방문하셨을 때,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님이 안식일 법을 범하는지 감시하려고 매서운 눈초리로 엿보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 자리에 온몸이 퉁퉁 부은 수종병 환자가 서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속내를 꿰뚫어 보시고 "안식일에 병을 고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 하고 정문일침을 날리셨습니다. 바리새인들은 고쳐도 시비, 안 고쳐도 비판하려 했기에 묵묵부답으로 잠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의 침묵 속에 예수님은 당당히 수종병 환자를 데려다가 깨끗이 고쳐서 보내셨습니다. 그리고 "너희 자식이나 소가 안식일에 우물에 빠졌다면 당장 끌어내지 않겠느냐" 하물며 사탄에게 매여 몸에 물이 차서 고통당하는 이 하나님의 자녀를 안식일에 해방해 주는 것이 왜 잘못이냐고 반문하시니 그들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이 만든 교조적인 규칙에 얽매여 자비를 잃어버리는 분이 아닙니다. 안식일의 참된 정신은 영혼을 살리고 치료하는 것임을 친히 보여주신 현장입니다. (많은 중세 성화에서도 배가 불룩하게 부어오른 수종병 환자를 바리새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님이 사랑으로 치유하시는 기적의 장면을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이처럼 고창병(수종병) 치유 기적이 오직 누가복음에만 기록된 배경에는 사복음서 기자 중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의사 누가'의 훌륭한 특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누가는 사복음서 기자들 가운데 유일한 이방인이자 헬라인이었으며, 직업은 의사였습니다. 사도 바울은 골로새서 4장 14절에서 그를 가리켜 "사랑을 받는 의사 누가"라고 소개했습니다. 누가가 기록한 누가복음에는 다른 복음서에는 없는 아주 유수한 '독점 기사(누가복음에만 나오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누가복음 9장부터 19장 사이에 기록된 비유와 이적들의 대부분은 마태, 마가, 요한복음에는 나오지 않는 누가만의 독점 기록입니다. 오늘 배운 바리새인 지도자의 집에서 수종병 환자를 고치신 기적 역시 오직 누가복음에만 나오는 독점 기사입니다.
누가는 직업이 의사였기에 예수님의 치유 사역에 남다른 관심과 전문적인 배려를 가질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하여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에는 당대 그리스·로마 의학계에서 통용되던 전문 의학 용어들이 대거 사용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1882년 호바트(Hobart) 박사가 연구하여 발표한 유명한 결론이 있습니다.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문체와 어휘를 분석하여 당대 고대의 위대한 의학 학파들의 저술과 비교해 본 결과, 누가가 사용한 문장과 단어들은 고대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갈렌(Galen)', '아레타우스(Aretaeus)' 등의 의학 서적에 나오는 전문 의학 용어들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현대에도 의대생들이 졸업할 때 윤리적 의사로 선서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그 유명한 의학 학파의 단어들을 누가가 복음서에 그대로 쓴 것입니다.
물론 그로부터 약 30년 후 캐드버리(Cadbury)라는 학자가 보완 연구를 통해 "누가가 사용한 의학 용어 중 일부는 당대 지성인 수준의 일반인들도 쓸 수 있는 단어들이다"라고 다소 완화된 결론을 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가 마태나 마가, 요한 등 다른 복음서 기자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전문 의학 용어와 진단적 표현을 사용했음은 의학계와 신학계가 공인하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친숙한 전공 분야의 용어를 많이 쓰기 마련인데, 의사 누가가 복음서에 의학적 시선을 담아낸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상정입니다.
(중세 화가들이 그린 누가의 성화를 보면, 주로 안경을 쓰거나 의학 서적을 뒤적이며 약병을 옆에 두고 글을 쓰는 전형적인 고대 의사의 모습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의사 누가의 따뜻한 의학적 시선은 단순히 병명에만 머물지 않고, 환자들과 소외된 자들을 향한 깊은 '배려와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그리하여 누가복음은 인간으로 오신 예수님의 따뜻한 인성을 가장 깊이 있게 강조한 '인간 예수의 복음서'로 통합니다. 마태복음이 왕으로 오신 예수님을, 마가복음이 종으로 섬기시는 예수님을, 요한복음이 신성을 지닌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을 강조한다면, 누가복음은 우리와 똑같은 아픔을 이해하시는 인자(人子) 예수님을 입체적으로 부각합니다. 이 네 가지 시선이 온전히 합치될 때 비로소 예수님의 완벽한 초상화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누가복음에는 환자와 약자들을 향한 특별한 배려가 가득합니다. 복음서 전체의 치유 사건 18개 중 15개가 누가복음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치유 사역을 비중 있게 다루었습니다. 베드로의 장모가 걸린 병을 기록할 때도 그냥 열병이 아니라 의학적 진단 요건인 "중한 열병(High fever)"이라고 정확히 진단했습니다. 나아가 나병(한센병) 환자를 치료할 때 '깨끗하게 되었다'는 의학적 완치 표현을 썼고, 중풍병자, 혈루증 여인의 치유를 상세히 기록했습니다. 특히 예수님이 체포되시던 밤에 베드로가 칼을 휘둘러 대제사장의 종인 '말고'의 오른쪽 귀를 잘라버렸을 때, 예수께서 그 떨어진 귀를 손으로 만져서 즉석에서 치료해 붙여주셨다는 감동적인 치료 기사는 사복음서 중 오직 의사 누가의 복음서(누가복음 22:51)에만 유일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른 기자들은 귀를 자른 사건만 쓰고 흘려버렸으나, 의사는 치료하시는 예수님의 손길을 결코 놓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외에도 누가복음에만 나오는 보배로운 독점 기사들을 보면 의사 누가의 따뜻한 심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인성 과부의 유일한 아들(독자)을 살리신 사건, 18년 동안 허리가 꼬부라져 펴지 못하던 여인을 고치신 사건, 오늘 배운 수종병 환자의 치유 기적이 그것입니다. 또한 잃어버린 은화(드라크마)의 비유, 전 세계인들의 가슴을 울리는 누가복음 15장의 '탕자의 비유', 소외된 자의 위로를 다룬 '부자와 나사로의 이야기', 감사를 고백한 '열 명의 나병환자 치유 사건', 과부와 불의한 재판관의 비유, 바리새인과 세리의 기도 비유, 그리고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려 뽕나무 위에 올라간 키 작은 세리 '삭개오'의 이야기가 오직 누가복음에만 나옵니다.
심지어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옆에 함께 못 박혔던 사형수 강도가 회개하자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며 죽어가던 억울한 행악자에게 영생을 약속해 주신 자비로운 구원의 사건 역시 오직 누가복음에만 기록되어 있습니다. 누가는 이처럼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천대받고, 억울하고, 육신과 마음이 병든 낮은 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의사의 따뜻한 시선으로 복음서에 가득 채워 넣었습니다.
오늘 강의를 최종적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첫째, 우리말 성경의 '혈루증(Haimorrhoia)'은 만성 자궁 출혈증을 뜻하는 부인과 질환으로, 율법적으로 부정하다 격리당하던 이 병을 예수님은 여인의 간절한 믿음을 보시고 12년 고통의 근원을 단번에 말려 치유해 주셨습니다. 둘째, 옛 개역한글판의 '고창병(Hydropikos)'은 뱃속에 가스나 물이 차서 퉁퉁 붓는 질병으로, 현대 번역본에는 '수종병'으로 바르게 번역되었습니다. 안식일에 바리새인들의 매서운 감시 속에서도 예수님은 형식주의를 타파하시고 영혼을 살리시는 안식일의 참정신으로 이 수종병 환자를 깨끗이 고치셨습니다. 셋째, 이 수종병 기적은 사복음서 기자 중 유일한 이방인이자 전문 의사였던 '의사 누가'의 독점 기사입니다. 누가는 히포크라테스 학파의 전문 의학 용어들을 사용하여 질병들을 정확히 기술했을 뿐 아니라, 말고의 잘린 귀를 고치신 사건, 탕자의 비유, 삭개오 이야기, 십자가 위 회개한 강도 사건 등 소외되고 병든 약자들을 향한 인간 예수님의 따뜻한 치유와 자비의 사역을 의학적인 심장으로 누가복음에 가장 풍성하게 기록해 두었습니다.
오늘 55번째 연구를 통해 혈루증과 고창병이라는 두 질병의 정확한 성경 의학적 의미와, 이를 기록한 의사 누가의 사역적 특징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성경 속에 담긴 이러한 세밀한 역사적·의학적 배경을 이해하시면 예수님의 치유 사역이 우리 마음에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 또 다른 유익한 소중한 어휘를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 성도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 핵심 요약 정리
혈루증(Haimorrhoia)의 의학적 의미와 치유
피를 뜻하는 '하이마'와 흐른다는 '루아'의 합성어로, 현대 의학의 '만성 자궁 출혈증(하혈)'을 뜻하는 부인과 질환입니다.
구약 율법(레 15장)에 의해 '부정하다' 규정되어 사회적으로 격리당하던 질병이었으나, 예수님은 12년 동안 전 재산을 탕진하며 고통받던 여인의 간절한 믿음을 보시고 출혈의 근원을 즉석에서 말리시는 기적의 치유를 베푸셨습니다.
고창병(Hydropikos, 수종병)의 뜻과 안식일 논쟁
헬라어로 물(Hydor)에서 유래한 단어로 신약 성경에 단 1회 나오는 '하팍스 레고메논' 어휘입니다. 한자어 '고창병'은 배가 북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가스나 물이 차는 증세이며, 현대 성경에는 '수종병(수분 축적 질환)'으로 알기 쉽게 번역되었습니다.
안식일에 바리새인 지도자의 집에서 예수님을 엿보며 감시하던 종교 지도자들의 침묵 속에서, 예수님은 우물에 빠진 소를 건지는 것이 당연하듯 사탄에게 매인 영혼을 해방하는 것이 안식일의 참된 정신임을 선포하시며 이 수종병 환자를 깨끗이 치료하셨습니다.
'의사 누가'의 전문적 어휘와 따뜻한 복음적 시선
수종병 치유 기적과 말고의 잘린 귀를 붙여 고치신 사건은 오직 사복음서 기자 중 유일한 전문 의사였던 '사랑받는 의원 누가(골 4:14)'의 독점 기사입니다. 누가는 히포크라테스 의학 학파의 전문 의학 용어를 사용하여 질병과 완치 상태를 정교하게 기술했습니다.
누가는 의사 특유의 시선으로 탕자의 비유, 부자와 나사로, 삭개오, 십자가 위 회개한 강도 등 사형수나 천대받던 여성, 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인간 예수님'의 지극한 자비와 배려를 복음서에 가장 풍성하게 수록해 두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