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천택지법』에 나타나고 있는 택지법
『범천택지법』(T910)은 작자 미상의 짧은 한 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대정장』 제18책에 수록되어 있다. 『범천택지법』에는 총 42가지의 택지에 대한 조건이 서술되고 있는데, 우선 이 경전의 모두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타나고 있다.
삼가 대범천왕의 내밀한 비밀경에 의거하여 말하면, 여래가 깨달음에 이르기 전 오백만 중생 가운데에서 주술하는 한 선인이 있었는데, 모든 이름있는 산의 청정한 곳에서 은거하면서 항상 범천과 감응하여 그를 위호하였고, 또한 천룡팔부도 몸을 나타내어 그를 보호하였다. 비록 상서로운 모양을 지녔으나 마군의 방해로 하고자 하는 바를 결국 완성하지 못했다. (…) 만다라 작단을 위한 땅을 구하지 못해서 그 불사는 모두 완성되지 못하였다. 지금 이 경에 근거하면 만다라 건립에 적당한 42종의 택지법이 있다. 이에 의지하면 원하는 바를 완성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면 해와 달이 사라질 것이다.
라고 하면서 택지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부처님이 수행 단계에 있을 때 한 신선을 보았는데, 그 신선은 자신의 도를 완성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였으나 결국 이루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결국 수행의 결과가 있을 수 있는 적당한 저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광경을 목도한 부처님은 그 신선을 예를 들어 42가지의 택지법을 들어 설명하는 것이다.
1)『범천택지법』의 42가지 택지법
『범천택지법』에 나타나고 있는 42가지 택지법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첫째, 산속 동굴 깊은 곳에 4면이 돌로 둘러싸여 있고 그 가운데에는 흙이 있어 사람이 기거할 만한 곳이어야 한다. 그곳은 성인이 도를 완성하는 장소이다. 땅 가운데는 귀한 꽃이 피어있는 곳이 제일이다. 거기서 단을 쌓고 진언을 가지하면 여러 부처님의 성취를 감득하여 이룰 수 있다. 계를 수지한 비구는 당연히 택지의 법을 이루게 된다. 계를 수지하지 않으면 택지에 따르는 것을 이룰 수 없다.
둘째, 깊은 산속에 큰 짐승과 사자 등의 맹수가 앉는 자리가 있다. 그 땅에는 풀이 자라지 않는다. 필시 그 자리가 성인이 앉는 자리이다. 많은 짐승과 더불어 탑의 신을 외호하는 그 땅은 만다라를 여법하게 작단할 수 있다. 내가 개원 5년(717년) 광주에 들어갔을 때 깊은 산속에 이러한 땅이 있었다. 여법하게 계를 수지하자 금색의 몸에 흰 옷을 입은 키가 아주 큰 한 사람을 크게 놀라 두려워하자 그 사람은 내가 대불정신이다. 지금 그대가 앉을 복된 땅을 보라. 그 땅에서 너는 나의 몸과 같이 그 법을 받으리라.
③셋째, 높은 산의 정상에 갈아놓은 것같이 평편한 큰 바위에 올라갔을 때 그 사람은 성인이 되는 길상의 바위이다. 백모초에 서북쪽에 앉아 진언을 외면 성취를 이뤄낸다. 계를 수지 하지 않은 비구는 거기에 앉을 수 없다.
④넷째, 산중의 사방에 풀과 나무가 우거져 있고 그 가운데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마치 사람이 소재한 것과 같이 깨끗한 땅에서 만다라를 작단하면 반드시 성취하게 된다.
⑤다섯째, 산중에 청ㆍ황ㆍ적ㆍ백ㆍ흑색의 오색 바위가 만다라의 방향에 맞게 놓여 있는 곳은 성인이 수행하는 자리이다. 이 자리에서 사천왕에 이르기까지 만다라를 작단하면 반드시 수승한 성취를 이룬다.
⑥여섯째, 깊은 산 정상이 뱀 대가리 모양의 평편한 바위에 뱀이 누워 있고 풀이 없어 사람이 가면 일어나 가버리는 곳에는 만다라 작단을 최소로 한다.
⑦일곱째, 산속에서 흰 사슴이 누워 있는 자리에 근처 사방에 초목이 없는 곳 또한 만다라 작단을 할 수 있다.
⑧여덟째, 산중에 흰 호랑이가 누워 있는 자리 사방에 초목이 없는 곳과 같은 곳에 만다라를 작단한다.
⑨아홉째, 산중에 키가 크고 검은색 옷을 입고 얼굴에 눈이 네 개 달린 어떤 사람이 바위 위에 누워 있고 그 바위는 청명한 사람의 얼굴 모양을 하고 있으면 비구는 그 위에서 반드시 성취한다.
⑩열째, 산중에 백발의 한 노인의 눈이 가리키는 곳이 있다, 그 땅은 초목이 전혀 없어서 만다라 작단을 할 수 있을 만큼 약간의 초목이 있다.
⑪열한째, 산에 바위나 흙 속에 오색의 구름이 유출되는 것을 비가 오지 않을 때 보이면 이곳은 반드시 성인이 앉는 자리이다. 묘한 만다라를 작단하라.
⑫열둘째, 산중의 바위 안에 사자나 맹수가 있어서 초목이 자라지 않는 땅에 작단하라.
⑬열셋째, 산중의 넓직한 곳에 풀이 자라지 않고 그곳에 발자국이 일척이나 되는 사람이 오면 거기 작단하라.
⑭열넷째, 산의 계곡에 들어가서 풀이 난 자리에 매일 사람이 앉았던 것같이 그 풀의 끝부분이 아래쪽으로 구부러져 있는 곳에 작단하라.
⑮열다섯째, 산에 올라 정상에서 아래쪽에 기이한 꽃이 사방에 펴있고 가운데에 가히 팔척(의 사람)이 올 수 있는 공지, 그곳은 묘한 자리이다.
⑯열여섯째, 산중에 꽃이 필 자리에 다만 성인이 앉아 있거나, 사계절 동안 항상 신 이한 꽃이 피나 그중에서도 특히 빛나는 꽃이 피는 그 장소가 묘한 자리이다.
⑰열일곱째, 산중에 주문을 가지할 때 땅 위에서 흰 광명이 유출하나 사방에는 풀이 없는 그곳이 묘한 자리이다.
⑱열여덟째, 산중에 때아닌 향기가 나고 땅에는 연기 같은 것이 나오는 그곳이 묘한 자리이다.
⑲열아홉째, 산중에 오색의 빛이 땅에서 나오거나 바위에서 나오는 것이 보이는 그곳이 묘한 자리이다.
⑳스물째, 산중에 공작새나 여러 새들이 있고 길가에는 풀이나 많은 꽃이 피어있는 그곳이 평온한 땅이다. 성인이 나타날 좋은 장소이다.
㉑스물한째, 산중에 오색의 흙이 있는 곳에서 다음날 새벽까지 오색의 빛이 나오는 것을 보면 그곳은 편안한 자리이다.
㉒스물둘째, 산중에 흰색 학 네 마리가 서로 앉아 있는 자리에 풀이 나 있지 않으면 그곳이 단을 쌓을 장소이다.
㉓스물셋째, 산중에서 (사라)쌍수가 함께 있는데 그 중간에 사람 같은 형태가 있는 그곳이 편안한 자리이다.
㉔스물넷째, 산중에서 황소를 보거나 흰소가 땅에 누워있는 그곳에 풀이 나지 않아 사람이 사용할 것 같은 그 땅이 편안한 자리이다.
㉕스물다섯째, 산중에 어떤 바위를 두드려 종소리가 나면 그곳이 편안한 자리이다.
㉖스물여섯째, 산중에서 굴을 가는 중에 서로 불렀으나 진동이 없는 곳, 즉 진동이 있는 곳은 좋지 못하다.
㉗스물일곱째, 산중에 있는 절에서 보았을 때, 그 땅에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오 색의 빛이 나는 곳이 편안한 자리이다.
㉘스물여덟째, 산중에서 신선이 천의를 입고 나오는 그곳이 편안한 자리이다.
㉙스물아홉째, 산중의 흙에 마치 개미가 모여 오척의 높이만큼 이르는 곳이 편안한 자리이다.
㉚서른째, 산중에서 바위나 흙이 마치 용 모양을 하거나 땅 위가 마치 화실 같은 곳을 보았다면 그곳이 편안한 자리이다.
㉛서른한째, 산중에서 신선이나 뿔이 나 있는 짐승 모습의 사람이 보이면 그 땅이 편안한 자리이다.
㉜서른둘째, 시도 때도 없이 광명이 홀연히 출연하거나 실수로 불이 나도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 곳은 아라한이 득도하는 편안한 자리이다.
㉝서른셋째, 절에서 속인들과 함께 작단을 하면 산중의 백배 천배 미치지 못한다. 모름지기 중생이 택지를 하고자 한다면 절 최상의 자리에 땅을 2척 정도 깊게 파고 그 안에 있는 뼈 조각과 쓸모없는 것들은 반드시 골라낸 후 칠보를 땅에 묻은 후에 단을 쌓아야 한다.
㉞서른넷째, 땅을 깊게 3척 팔 때 아주 신기한 물건이나 보물을 습득하면 그 곳이 가장 편안한 자리이다.
㉟서른다섯째, 땅을 깊게 2척 팔 때 땅속에 아무 것도 없으면 작단한다. 그 땅의 깨 끗한 흙과 향가루를 함께 쌓는다.
㊱서른여섯째, 일찍이 그곳에 아무도 잠을 잔 흔적이 없는 곳이 편안한 자리이다.
㊲서른일곱째, 그곳의 조용한 굴 안에 부엌이 있거나 닭이나 개가 누워 있었던 곳이 아닌 곳이 편안한 자리이다.
㊳서른여덟째, 오경에 보았을 때 땅 안에서 검은 빛이 나오면 좋지 않고 흰색 광명이 유출되면 편안한 자리이다.
㊴서른아홉째, 만일 속가에서 작단을 할 때는 여법하지 않아 손상에 이를 경우가 많다. 주사 피차 모두에게 이익이 없다. 반드시 결계하여 작단하지 않으면 행자는 많은 손실을 입을 것이다.
㊵마흔째, 만일 결계와 작단을 한다면 병자는 몸을 청정하게 하고 매일 목욕한 후 깨끗한 새 옷을 입어야 하며 혼자 다른 방에 앉아 주사가 이르는 데로 택지하고 작단 한다. 전심으로 칭명하고 주송한다. 병자는 단 안에서 보아서는 안 되나. 만일 병자가 단 안에 있으면 주사고 손실을 입는다.
㊶마흔한째, 만일 계를 수지한 비구가 송주하고 작단한다면 속인의 백천배 수승한다. 또한 택지하여 한 작단을 성취한 후에는 그 땅은 재앙의 시간이 와도 파괴되지 않는다.
㊷마흔둘째, 수단을 작단하려고 하면 최상의 수승한 땅을 간택할 필요없다. 만일 땅을 구하지 못하면 결국은 성취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상이 『범천택지법』에서 말하고 있는 42가지 택지의 조건이다. 여기에는 관지상법, 관지질법, 치지법이 나타나고 있는데, 자세하게 살펴보면 ㊴서른아홉째, ㊵마흔째, ㊶마흔한째, ㊷마흔둘째 조건은 언뜻보기에는 택지법의 조건이기보다는 만다라 작단을 위한 택지법의 대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네 가지 대의 중 ㊷마흔둘째 조건에 나오는 '수단(水壇)'은 긴급한 질병의 창궐이나 전쟁 등 급박한 상황에서 좋은 자리를 찾아 야외에서 단을 쌓을 수 없거나 쌓을 상황이 되지 않을 때 긴급하게 집안에서 오직 쇄수(灑水)로 그 자리를 정화하는 작단법을 수단이라 한다. 따라서 이들 네 가지 택지법의 조건들은 수단을 나타내기 위해 『범천택지법』에서 마지막 네 가지로 요약ㆍ정리한 것이다.
<밀교 택지법 연구/구임모 위덕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석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