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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의 사건수첩”The King's Case Note
한국영화, 장르:코미디,모험,액션, 개봉:2017.04.26
감독,각색:문현성, 원작:허윤미, 각본:강현성, 제작:영화사람
주연:이선균,안재홍, 관객:1,633,738명(2017.06.01.현재)
1. “예종대왕”
세종32년, 1450년, “세조”와 “정희왕후 윤씨”의 2남1여 중 차남으로 출생하였다 이름은 “황”(晄), 자는 “명조”(明照)이며 세조가 즉위하자 “해명대군”(海陽大君)에 봉해졌다 형인 “의경세자”(후에 덕종으로 추존)가 세자로 책봉된지 2년, 1457년(세조3년)에 사망하는 바람에 예종이 세자의 자리를 이어받아 왕위에 즉위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예종은 성품이 “영명과단”(英明果斷)하고 “공검연묵”(恭儉淵默)하며, 서책에 뜻을 두어 시학자(侍學者)로 하여금 날마다 세 번씩 진강(進講)하게 하고, 몹시 춥거나 더울 때도 그만두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즉, 총명하고 업무에 과단성이 있으며 공손하고 겸손하여 속이 깊고 침묵하는 리더십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덕업(德業)이 일찍 이루어지고 여망(輿望)이 날마다 높아지자 세조는 "세자가 육례(六藝, 禮·樂·射·御·書·數)에 이미 통하지 아니하는 바가 없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460년(세조6년), 예종은 세자 시절에 “한명회”의 장녀와 혼인을 하였지만 세자빈에 책봉된 이듬해 “인성대군”(仁城大君)을 낳은후 건강악화로 사망하였고, 후일 “장순왕후”(章順王后)로 추존되었다 예종은 둘째 부인으로 우의정 “한백륜”(韓伯倫)의 딸과 혼인하였다 1462년(세조8년), 예종 즉위 후 한씨는 “안순왕후”(安順王后)에 봉해졌고 “제안대군”(齊安大君)과 “현숙공주”(賢肅公主)를 낳았다
예종은 세조의 병환이 깊어졌을 때 수라상과 약을 직접 관할하며 극진히 간호하는 지극정성으로 자신의 건강이 해로울 정도였다 병세가 너무나 깊어져 죽음을 하루 앞둔 세조는 1468년(세조4년) 9월7일 예종에게 왕위를 이양했다 세조로부터 직접 면복을 이어받은 예종은 19세의 나이로 수강궁에서 즉위식을 거행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예종의 정치적 영향력은 모후인 “정희왕후”의 수렴청정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당대 최고의 권력가인 한명회를 비롯하여 신숙주, 구치관 등 원로들의 회집인 “원상”(院相)들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왕권은 약화된 지경에 있었다 이러한 훈신세력의 영향력은 사관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춘추관 사관 출신의 “민수”(閔粹)는 거대한 사옥을 건립하였지만 한명회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기록한 사초가 신경쓰여 수정하는 죄를 짓게 되었다 이 일로 예종은 민수를 비롯하여 강치성(康致誠), 원숙강(元叔康), 이인석(李仁錫)을 처벌하였지만 사관들이 왕보다 훈신세력을 더 두려워 한다는 측면에서 불만이 고조되었다
훈신세력과 함께 양대 정치세력을 갖춘 종친세력의 입지도 위험수준에 이르렀다 부친인 세조는 “이시애의 난”을 통해 훈신세력을 견제할 대항마로 “구성군”과 “남이” 등 난을 일거에 제압한 종친세력을 앞세웠다 구성군은 세종의 4남 “임영대군”(臨瀛大君)의 아들로 세종의 손자이다 그는 “적개공신”(敵愾功臣) 1등으로 봉해지며 병조판서와 영의정에 오르는 권력의 수직상승을 이루며 세조의 총애를 받았다 “남이”는 태종의 4녀인 “정선공주”(貞善公主)와 “의산군”(宜山君) “남휘”(南暉)의 손자이며 또한 훈신세력 “권람”(權擥)의 사위이기도 하였다 그 또한 27세의 나이에 병조판서에 올라 주위의 경계대상이 되었다
예종은 세조에게 “성상께서 구성을 지나치게 사랑하시니 신은 이를 그르게 여깁니다”라고 고언을 할 정도로 종친세력의 부상을 두려워 했다 그러던 어느날 “유자광”(柳子光)이 남이의 역모를 고발했고 분노한 예종은 남이를 체포해 문초를 했다 남이는 “유자광의 집에 가서 이야기 도중 책상에서 “강목”을 가져다가 혜성이 나타난 한 구절만 보았을 뿐이고 다른 의논한 것은 없습니다“라며 항변했지만 곳곳에서 남이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남이는 가혹한 고문에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공모자로 지목된 “강순”(康純) 등과 함께 처형되었다
예종은 즉위후 분경 금지, 겸판서 폐지, 대납 금지, 면책특권 제한 등 훈신 세력들을 견제하기 위한 일련의 정치적 결단을 실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훈신 세력을 견제하던 종친 세력이 “남이의 옥”을 계기로 권력에 타격을 입자 훈신 세력은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시작했다 예종은 훈신세력들의 권한을 제한하는 정책을 중단하지 않았고 이로 인한 양대권력의 정치적 대결은 불가피했다 이러한 상황속에 일어난 예종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훈신 세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1469년(예종1년) 11월28일, 원상들은 예종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였다 사망 1일전 정희대비에게 평상시와 같은 문안을 드리고 일상적인 업무를 보았던 예종의 죽음에는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희대비와 원상들은 예종 사망후 바로 의경세자이며 예종의 형이었던 덕종의 차남인 “자산군”(者山君)을 왕으로 지목하고 즉위식까지 마쳤으니, 그가 바로 조선의 9대 왕인 “성종”이다 그러나 왕위계승자로 볼 때 자산군은 후위에 있었다 첫째, 예종과 안순왕후의 원자 “제안대군”이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엄연히 존재하였다 둘째, 그가 너무 어려서 곤란하다면 의경세자의 장남인 “월산군”(月山君)이 있었지만 정치세력가들은 그들 대신 당대 최고의 권력자 한명회의 사위인 자산군을 왕위에 옹립한 것이다 이 일로 조선팔도에는 독살설 등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지만 즉위 1년2개월만인20세의 나이로 예종은 생을 마감해야 했다
2.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스토리 전체가 픽션(허구)이다 훈신세력과 종친세력 등 조선궁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암투극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예종”(이선균역)은 예리한 추리력과 총명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궁내사정에 관한 비선조직을 갖고 싶어 하는 예종은 비상한 재주를 가진 신입사관 “이서”(안재홍역)를 특채한다 이서는 뛰어난 학식과 가문 그리고 탁월하지 않은 외모를 가진 보통의 조선미남이다 의욕보다 과욕이 앞서는 이서는 언제나 실수 투성이다“직제학”(주진모역)으로서 이서를 특채한 그는 예종의 비서실장과 같은 역할을 하며 경호실장 “흑운”(정해인역)과 함께 예종의 왕권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조선궁내 사정을 정탐하던 왕의 밀사 두명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한양 바닥에는 괴이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허수아비가 마을 중심에 나타나 민심을 흐트려 놓고, 왕립 호수에는 귀신 물고기가 나타나 사람의 목숨을 노린다 얼굴에 화상을 입고 숨을 거둔 밀사를 해부하는 과학수사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예종은 논리적 추론을 바탕으로 사건의 중심부를 향하고 있다 정치권력의 암투극에 대한 전조등처럼 보여주는 예종의 비밀공간은 검안실이자 화학실험실, 비상정치회의 장소로 그 적합성을 보여준다
“5보” 또는 “3보”라는 별칭을 부여받은 이서와 함께 저작거리 잠행을 나간 예종은 “선화”(경수진역)라는 무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과학적 탐구력과 예리한 수단으로 꽃병위의 동전을 흔들거리며 수많은 저작거리 흉흉한 소문의 진원지가 된다 그 또한 권력가들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며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카멜레온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언제나 우위를 선점하는 것은 예종의 몫이다 예종의 씽크탱크를 자임하는 이선의 역할은 그냥 똘마니다 예종을 따라다니는 충성파일뿐 크게 도움은 되지 않는다 귀가길 예종앞에 나타난 괴한을 처리한건 이선이 아니라 비밀 경호실장 흑운의 몫이다 비상한 칼솜씨를 보여주며 날렵한 기술은 당대 최고의 무사임을 증명한다
왕권과 대결하는 “영의정”(김홍파역)과 “좌의정”(김응수역), 그리고 “우의정”(조영진역)과 왕의 사형인 “남건희”(김희원역)의 치밀함은 왕의 수와 겨룰만한 경쟁구도로 자리하고 있다 이들의 중심에는 어린 “자성군”(엄지성역)과 그의 어머니 “수빈”(장영남역)이 존재하고 있다 권력은 적당한 크기로 나눌 수 있는 케잌 조각이 아니다 언제나 상대편의 권력이 더 커보이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두뇌게임의 승자는 누구일까? 남건희를 예의 주시하며 그의 동태를 살피던 예종은 그를 병조판서에 입각시키며 근접한 거리에서 그를 추적하고 있다
남건희는 자성군을 납치하고 그를 새로운 왕으로 옹립하기 위해 감금하고 있다 자성군은 남건희의 요구대로 쉽게 응할 상대가 아니었다 이 모든 정황을 파악하고 있는 예종은 느스레를 떨며 아무일도 없는 듯 사태를 진정시킨다 양측의 두뇌싸움은 보다 치열해 지고 마지막 승자는 누가 될지 예측이 불가능해 졌다
귀신물고기를 잡으려면 그 물고기가 나타나는 현장으로 가야한다 예종은 대신들과 함께 낚시를 떠난다 가락국 어부를 은밀히 대기시킨 예종은 귀신물고기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다 드디어 귀신물고기의 정체가 드러나고 가락국 저격수와 예종의 화살이 정면으로 귀신물고기의 숨통을 조여 놓았지만 성과는 없다 분명 시체가 떠올라야 할 호수위에 떠오른 건 귀신물고기의 시체가 아니라 물폭탄이었다 거센 폭풍우가 휘몰아치며 가락국 선단과 왕의 선단을 뒤집어 놓았다 예종이 물러설 형국이 아니었다 호수 근처에서 출처불명의 가택을 발견하고 비밀의 열쇠를 추적해 간다 그곳에서 예종은 뜻하지 않은 성과를 거둔다 귀신물고기의 정체를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다시 뛰는 놈위에 나는 놈이 있다 이를 눈치 챈 남건희가 폭발물을 이용하여 가택을 제거해 버린 것이다
모든 상황은 종료되었다 왕은 죽었고 권력가들은 조선을 통째로 삼키며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축제는 조금 성급한 측면이 있었다 남건희가 예종과 이선이 비밀현장을 발견하지 못하고 폭탄에 산산조각이 났을거라는 예단이 빨랐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예종과 이선이 비밀장소를 발견했고 폭파직전에 자신들이 만든 귀신물고기를 타고 탈출에 성공한 것이었다 물론 복잡한 사정이 있었고 이런저런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그야말로 코미디다
축제의 현장은 어떻게 되었을까? 죽었으리라 생각한 이선이 나타나 “주상전하 납시오”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누구보다 당황한 것은 권력가와 남건희다 뒤이어 나타난 주인공은 예종이다 권력가들은 이 사태로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다 같은 아군끼리 칼을 겨누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새로운 독살음모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자성군의 어머니 수빈의 권력야욕을 이용해 예종 독살음모가 진행된 것이다 이것이 마지막 정점이다
역사는 이 사건이 성공으로 끝이난다 단지 이 사건의 내막은 영화와 다르고 밝혀진 바도 없다 그러나 이것은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은 이선보다 예종이 한수 위다 예종이 영화에서 지금 죽기에는 포스가 구겨진다 식사할 기분이 나지 않은 예종이 궁녀들이 가져온 차로 목을 축이고 있다 그 차에는 독이 들어가 있었고 예종은 깨어나지 못한다
지금까지 그저 먹으며 예종을 지켜왔던 이선이 지금부터 예종을 지킨다 궁내를 장악하고 있는 남건희를 피해 왕을 안전지대로 피신시키는데는 이선의 재치가 재료가 된다 이선은 예종의 마술도구로 궁을 무사히 빠져 나간 후 왕을 업고 어디론가 향한다 그러나 뒤쫓는자의 발걸음은 언제나 총알이다 남건희는 당대 최고의 저격수들을 이끌고 예종을 추적하고 있다 유일한 경호실장 흑운이 이들을 막아서지만 결국 실패하고 아마추어 칼잡이 이선이 막아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바로 그때 예종이 잠에서 깨어난다 예종은 조선 최고의 왕인 동시에 최고의 무사로도 명성을 날렸다 남건희는 언제나 2인자다 2인자는 1인자를 넘볼수 없다 게임은 끝났다 예종의 KO승으로 심판은 끝났다
궁으로 돌아온 왕은 더 이상의 피를 원하지 않는 자비를 베푼다 어쩌면 누군가를 제압할 능력이 없었을수도 있다 영화는 끝까지 왕의 포스를 구겨놓지 않는다 힘을 가진자로서의 자비를 베푸는 것으로 종식하려 한다 역모에 가담되었던 대부분의 신변은 안전보장되었고 수빈은 용서뿐만 아니라 자성군의 왕위계승까지 담보되는 행운을 거머 쥔다
이선은 어떻게 되었는가? 여전히 말단이다 후임이 없다 명석한듯해도 2% 부족이다 영화는 끝이 났다 확실한 코미디도 아니고 빼어난 추리극도 아니다 뭐랄까 코미디로도 부족하고 추리극으로도 부족하다 단지 흥행은 브레이크가 없다 오직 이선균의 몫이다 그리스도인은 이 영화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자비”다 원수에 대한 사랑이다 자신을 죽이기 위한 암투가 끊임없이 진행되는 가운데 모든 권력을 장악하지도 못했지만 피를 원하지 않는 예종의 마음에서 우리는 진정한 용서와 자비를 배운다 이것을 현실에서 적용해 가며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끊임없는 자성과 노력에서 스스로를 진정으로 돌아 볼 때 용서의 시작은 첫걸음을 디뎌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