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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일 (2017. 07. 23. 일) 新宿御苑(신쥬쿠교엔), 도청 전망대, 직원식당 점심, 皇居東御苑, 北の丸(키타노마루)공원. 가부키쵸(歌舞技町), 신쥬쿠 꼬치골목.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피곤하다며 일찍 잠자리에 든 황선생이 언제 일어났는지 세탁기에 빨래를 거의 다 빨아 베란다의 건조대에 널어 두었다. 일어나 대강 씻고 조리대의 있는 간이 가스레인지에 물을 끓여 가져간 컵라면에 안선생이 가져온 양념을 씻어낸 김장김치를 반찬삼아 하나씩 먹고 아침을 해결했다. 8시 20분에 아파트 문을 닫고 신에고타역을 향해 걸어가니 어젯밤에 제법 멀게 느껴졌던 것이 우리의 심리적 부담이 더 해졌던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보니 신에고타역 맞은편에 식품을 파는 마트와 일상용품을 파는 마트가 나란히 붙어 있어 오늘 저녁부터는 저 두 곳을 효율적으로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세 사람이 목욕, 샤워, 세수를 해야 하는 욕조가 얼마나 좁은지를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비교대상을 자처하신 안선생님. 아침의 햇볕이 붉은 셔츠에 반사되어 낯이 붉은 것이며, 저런 개그적인 포즈가 술이 덜 깬 상태라는 증거는 없음. 발 옆에 살짝 보이는 변기가 바로 오른 쪽 변기 사진으로 이어지니 얼마나 좁은지 이해가 갈 것이다. 욕조 높이가 허벅지 중간까지 오는 안선생은 쉽게 욕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으나 한, 황 두 사람은 반드시 안선생이 기댄 기둥을 잡지 않으면 욕조 안으로 들어 갈 수 없다. 실제로 어제 저녁 샤워하고 나오다가 수도꼭지에 걸려 황선생은 옆구리에 전치 1/2 주의 생채기를 내기도 했다. >
“한 번 전철을 환승 후 국민공원이라는 신쥬큐교엔(新宿御苑)에 도착했다.”라고 하면 집에서 나와 전철을 타고 바로 신쥬큐교엔에 들어간 듯하지만, 이 말은 실제로 그 중간 과정이 계속 도보로 걷고, 전철을 타서는 지금 서는 역이 어딘지, 몇 구간을 더 가서 내려야 하는지, 환승할 전철역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개찰구를 나와서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일행이 따라오고 있는지 등등 수없이 많은 생각과 행동이 생략된 표현임을 알아야 한다. 입장권을 200엔 주고 끊고 들어가니 우선 탁 트인 공간에 큰 나무가 무수히 우거져 있다. 아침의 조금 습기를 머금은 서늘한 공기가 우선 숨쉬기에 좋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 동경의 중심에 이런 넓은 녹지 공간을 개발하지 않고 둔다는 것이 대단하다. 일본인의 본받아야 할 점 중 하나다. >
< 꾸며진 연못과 잘 조경된 나무가 인간의 입장에서는 아름답게 보이는데 나무의 입장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관공서 정원에는 계단식 향나무가 거의 반드시 있었는데 요즘은 차츰 이에서 벗어나는 실정이다. 자연 그대로 자란 향나무를 보면 대단한 용트림과 횃불을 든 것 같은 강한 느낌이 있는데 이렇게 꾸며진 향나무는 다만 단정하게 꾸민 여성적 느낌을 줄 뿐이다. >
< 세 사람이 다 나오는 사진이 없어 셀카로 찍은 것을 한 장, 기념으로 붙인다. 여행 간다고 삼성 갤럭시 S7 엣지를 일부러 구입했더니 확실히 사진이 좋다. 입으로 “찰깍”하니까 핸드폰이 알아서 찍힌다. 새 기능인지 그런 기능이 원래 있었는데 내가 몰랐는지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자기 핸드폰으로 실험해 보도록. >
< 처진 벚꽃나무. 청도의 매전 동창천변 처진 소나무처럼 벚나무도 이런 종류가 있는 모양이다. >
< 공원을 나와 도청 가는 전철을 타기 위해 가는 중 시멘트벽에 이런 글이 적혀 있다. 보선구장과 역장과 경찰서장이 금지시킨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 물으니 종이를 붙이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만 일에 세 사람씩이나 나서서. >
< 이 판에 이번 여행에서 본 부착물에 대해 말하고 넘어가자. >
왼쪽의 것은 우리 숙소 가는 길 중간에 조금 움푹하게 들어간 곳에 붙어 있는데 과연 정말인지, 혹은 법적 근거가 있는지 궁금했다. 내용인즉 “쓰레기 불법투기는 범죄다. 불법투기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엔 이하의 벌금을 매기겠다. 관리회사 삼산상회(주)”라고 적혀 있다. 1,000만 엔이라면 우리 돈 1억인데 쓰레기를 불법 투기하려면 가계파산을 각오한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삼산상회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웃기고자 부착한 건 아닐 터인데, 오키나와에서 불법주차 시 1만 엔 벌금을 받겠다는 것은 이해가 갔지만 이건 조금.
그리고 오른쪽은 공명당에서 내건 정치 슬로건인데 “사립학교 수업료의 실질 무상화를 하겠다.”는 말 같은데, 공명당은 우리가 흔히 “나무묘호렌게쿄”를 일상적으로 암기하면 극락에 간다는 일련정종(一連正宗) 계열의 종교단체가 설립한 정치단체다. 세력이 상당하여 중의원과 참의원을 각 20명 정도씩 배출하는 정당이니 우리나라처럼 신앙심이 강한 나라에 아직 종교정당은 없는데 신앙심이 약하다고 하는 일본에 이런 종교정당이 성업 중이란 게 의외였다.
명태자(明太子)는 명태알이니 명란을 파는 점포인 ‘이팔(伊八)’이란 상점이 비협력 점포이고, ‘경고 3’은 이팔이 협조하지 않은 조항을 말하는지 아니면 세 번째 경고라는 건지 모르겠다. 협력하지 않은 게 도로 위에 물건을 내놓고 판매했다는 건지 호객행위를 했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아래 작은 글씨는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겠는데 이팔이가 계속 비협력적이면 공식 HP의 점포명을 삭제하는 등의 대응을 할 것이니 알아서 기어라 정도로 해석했다.
원래는 도청 전망대에서 구경을 하고 4층에 있는 직원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다. 그 직원식당이 가성비가 좋다고 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들 오는 핫 플레이스인 모양이다. 그러나 오늘은 일요일, 직원도 없는데 왜 직원 식당을 열 것인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전철역 안에 있는 오다큐 백화점의 스시 집이 눈에 띄었다. 돌아 다녀봐야 다리만 아프니까 무조건 들어가 800엔, 900엔, 1,300엔짜리 스시덮밥과 각자 생맥주 한 잔씩 주문했다. 아래의 세 가지 중 어느 것이 1,300엔이며 어느 것이 그것보다 500엔이나 싼 800엔짜리 스시인지 알겠는가?
< 이건 내가 먹은 것인데 주황색 연어알은 비리고 짜서 별로였다. >
<차라리 이 메뉴판에 있는 오른쪽 1번의 800엔짜리가 나을 뻔했다. 가격의 50%가 더 비싼 2번의 1200엔짜리와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 >
식사 후 전철을 타고 ‘고쿄 히가시 정원’ (일본어: 皇居 東御苑, こうきょひがしぎょえん 황거 동어원)으로 갔다. 동쪽에 있는 정원이라는 것으로 보아 이와 같은 것이 또 있는 모양이다.
< 오테몬(大手門). 매우 견고하게 지어져 있다. 옆의 성벽은 돌들을 짜 맞추어 만든 석벽인데 매우 마음에 든다. 사람이 없을 때 찍으려 했지만 영화촬영을 하는지 그 자리에서 사진을 계속 찍고 있다. 저 아가씨 마음에 들 때까지 찍으려면 아마 한 여인의 일대기를 찍게 되겠다. >
입장은 무료였지만 나갈 때 반납해야 하는 플라스틱 입원표(入園票)를 받아들고 들어가니 마침 비가 와서 박물관에 들어갔다. 여러 가지 황실에서 만들거나 받은 선물들을 보면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다가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 나오니 휴게소가 있다. 자판기에서 아이스커피를 뽑아 마셨다. 1잔에 120엔인데 아침에 신주쿠 공원의 찻집에서는 1잔에 360엔을 주었으니 값 차이가 3배나 난다. 그래서 앞으로는 자판기를 이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관광객들은 외국인이 대부분이었고 더러 일본인들도 보였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아주 신기한 것 중 하나가 중국 여행객을 거의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중국인이라 하더라도 젊은 아가씨 몇을 보았을 뿐이다. 이 말을 왜 굳이 하느냐 하면 이번 여행이 아주 조용한 가운데 흘러갔다는 이야기이다.
궁성 정문 앞 니주바시(二重橋)를 보자는 황선생의 말은 또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대로 패스시키고 ― 우리 팀의 문제가 가이드는 열심히 안내해 주고자 하나 여행객은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전철을 타고 오치아이(落合)에서 하차하여 나카이(中井)에서 일본 오면 남들이 많이 사간다는 약을(9쪽 참고) 구입했다. 면세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5,000엔 이상 구매를 해야하여 모두 황선생이 사는 걸로 하여 5%의 혜택을 보았다. 그리고 전철역을 물어서 걸어가다가 우리 식으로 보면 각종 채소와 음식물, 빵, 해산물 등을 파는 재래시장과 마트가 혼합된 형태의 상점을 발견하고 바로 오늘 저녁을 먹을 시장을 보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서 가장 좋은 점이 회도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손질해서 판다는 점이다. 그래서 장어구이도 사고 단품 회도 사고 모둠 회도 샀다. 총 3,607엔
원래 동어원(東御苑) 관광 후 北の丸(키타노마루) 공원에 갔다가 가부키쵸(歌舞技町)를 구경하고 신쥬쿠 꼬치골목에서 저녁 먹고 들어올 계획이었으나 우리 나이에 가부키쵸(歌舞技町)를 보기에 입장료 대비 성능적(性能的) 문제가 있어 그만 두기로 했다. 하루 종일 걷고 전철로 이동하니 피곤하여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와 씻고 한잔 마시고 9시 조금 넘어 모두 취침했다. 여름의 동경이란 걸어 다닐 곳이 아니다. 황선생은 천장 불을 꺼주었건만 12시경에 혼자 일어나 나가서는 청소차를 만나 왜 운전기사가 혼자 모든 일을 다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고 Anytime 휘트니스 센터에 가서는 문전 박대를 당하기도 하고 길가에 개가 눈 똥을 보고 분노하기도 하고 패밀리 마트에 가서 새벽부터 술값을 알아보는 등의 엽기행각을 벌이다가 3시 가까이 되어 들어 왔다고 하나 집에 있는 두 사람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더라.
♠제 3 일 (2017. 07. 24. 월) 原宿 明治神宮, 츠키치(築地)시장, 센소지(淺草寺), 吉原(요시와라) 유곽거리, 아사쿠사 유람선(1시간 정도)→도쿠가와 여름 별장
오늘의 계획은 위의 일정표를 보듯 어마무시하다. 그러나 계획은 세울 때 유기적으로 조직하고 상상하는 즐거움을 주는 것에 의미를 둘 뿐 나그네는 계획에 얽매이지 않는다. 게다가 오늘 오후에는 황선생이 옛날 젊은 시절, 일본에서 고된 삶을 살아갈 때 여러모로 도움 주신 분을 찾아가야 하는 계획이 잡혀 있어 오늘의 모든 것은 상당히 유동적이다. 유동적이란 말은 이 방문이 황선생 혼자의 방문이므로 우리 두 사람은 계획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말이다. 가이드 성화 때문에 여행객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6시 15분, 평소 같으면 아주 이른 시간이지만 일본 최대 수산시장이라는 츠키치(축지 – 築地)시장에서 아침을 먹기 위해 전철을 타러 출발했다. 일단 계획상에 있던 명치신궁(明治神宮)은 패스하고 아침 5시에 문을 열어 정오에 문을 닫는다는 바람에 괜히 급한 생각이 들어 츠키치 시장에 가기로 했다. 이곳의 스시집이 아주 유명하여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일찍 가야 ‘SOLD OUT’을 면할 수 있다. ‘축지’라는 말은 ‘흙을 쌓아올리다’는 뜻이니 아마 바다를 매립하여 만든 시장일 것이다. 여기서는 운 좋으면 참치 경매와 참치 해체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하니 나는 다만 운이 나쁘기를 바랄 뿐이다. 머릿속 상상으로도 다 그려지는 것을, 텔레비전에서 몇 번 본 것을 굳이 실물로 보기 위해 여러 사람들 틈에 끼여 고개를 쭉 내밀 필요가 있을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제법 이른 시간인데도 어느 시장이나 마찬가지로 이곳도 아주 활기에 넘쳤다.
< 시장 상인들이 이런 모양의 일인용 개방형 짐차를 끌고 시장을 종횡무진 다니고 있다. 핸들 아래 둥근 원통이 아마 천연가스 통처럼 보였는데 전기 축전지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배기가스가 전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친환경 짐차인 것 같았다. >
<2,500엔에서 2,700엔 짜리 스시를 주문했다. 이건 내가 먹은 것인데 가장 비싼 것으로 내가 주문 후 바로 ‘SOLD OUT’. >
아침에 기린맥주를 프레미엄 1병과 클래식 2병을 마셨더니 황선생은 식사보다 대화에 충실하다. 앞에서 응대하는 젊은 주부 스타일의 튼튼하게 생긴 아줌마는 그래도 일일이 다 대답해 준다. 우리나라 해장국집 아줌마라면 당장 “아저씨, 밖에 기다리는 사람 안 보여욧!” 여기서는 상당한 금액이 나와 10,040엔이었다. 주문할 때마다 영수증을 한 장씩 추기하는 바람에 영수증 챙기는 것을 잊어버려 무엇을 얼마 주고 먹는지 알 수 없다.
< 와사비를 판다 왼쪽 두 번째는 한 박스 1,000엔, 그 다음은 1개 800엔, 1,000엔, 1,200엔짜리까지 있다. 사고 싶었지만 사도 문제라 그만 두었다. >
츠키치 시장에서는 사야할 싱싱한 회는 사지 않고 500엔짜리 구운 참치 대가리 뼈를 하나 샀는데 이런 이상한 행동은 세 사람 모두 이미 비이성적 상태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벌써 해는 바짝 떠서 우리를 덥게 했다. 길가 다방 비슷한 게 있어 정신도 깨울 겸 커피 한잔하려고 값을 물으니 350엔이란다. 깜짝 놀라 나오니까 일본 여자는 우리가 전철역을 오가며 이틀째 보고 있는 보도 위 세 덩어리의 개똥을 씹은 표정이다. 시장 휴게소가 보여 아이스커피 한잔씩 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니 300엔이다. 우리도 이젠 바보가 아니다. 어쨌든 일단 아침 반주에 얼큰하기도 하고 너무 일찍 일어나 새벽부터 바삐 다녔는지라 전부 피곤이 몰려와 일단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 참, 길을 예쁘게 깔아 두었다. 거의 예술 수준의 보도라 할 만하다. >
일본여행에서 늘 느끼는 부럽고 본받아야 할 몇 가지는 교통에 대한 것이다. 길가의 불법 주정차가 없는 것은 늘 불법주정차를 하기도 하고 보아온 나에게 낯선 풍경으로 다가왔고, 보도 블럭을 깐 ‘솜씨’라기보다는 ‘정성’은 “참 대단하구나.”하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 블록을 깐 평범한 노동자의 보이지 않는 사소한 정성에 사람은 감동을 하는 것이다. 자전거가 보도에서 차도로 횡단을 하더라도 거의 충격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연석 차이를 두었고 보도의 기울기 자체가 보행자가 특별히 주의하지 않아도 될 만큼 완만하여 걸려 넘어질 일은 전혀 없고 그런 일에 신경 자체를 쓸 필요가 없도록 해 두었다. 이야말로 장인의 솜씨이고 이런 남이 소홀히 생각하고 넘어갈 사소한 일에도 빈틈없이 자기의 능력과 정성을 다 하는 것이 일본인의 저력인 것 같다.
< 식당 아르바이트생 모집 판이다. 내용은 18세 이상 950엔, 22시 이후 1188엔, 18세 미만 940엔이라 적혀 있다. 우리나라는 최저 시급이 현재 6,470원이고 내년에서야 7,530원이 되니 현재 우리와 시급이 3,000원 이상 차이가 나니 하루 8시간으로 보면 적어도 2만 4천원, 한 달 20일 일하면 48만원의 차이가 난다. 그러니 우리의 젊은 세대가 부모보다 못한 최초의 세대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
전철에서 내려 건너편 ‘마루에츠’란 마트에 갔다. 늘 마시던 720ml의 ‘칸노꼬’ 소주 2병과 삿뽀로 맥주 긴 것 6개들이 하나와 안주될 만한 것으로 생강튀김과 야채튀김, 샐러드 등을 4,805엔에 사서 집으로 왔다. 오늘은 나이 역순으로 샤워 후 다시 술 탁자에 앉으니 겨우 오전 11시밖에 되지 않았다. 오전 11시 밖에 되지 않았다면 어떻다는 말인가? 여전히 사회인, 직장인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바로 이런 무의식적 자책감이다. 이런 자기 검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면 결코 진정한 자유인, 영원한 나그네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자유인으로서의 나그네가 되기 위한 술자리에서 황선생은 배탈이 난듯하다고 하여 바로 정로환을 주고 안선생과 25°짜리 보리소주 깐노꼬를 마시도록 배려했다. 나는 배만 불러오는 삿뽀로 흑맥주 긴 캔을 두 개 마시고 주종을 바꾸기로 했다. 츠키치 시장에서 산 참치 대가리 뼈에서 예상 외로 많은 고기가 나왔다.
< 앞에 보이는 붉은 것이 생강 튀김이고 오른쪽 갈비 같은 것이 참치 대가리 뼈이다. 그리고 샐러드, 튀김과 오가피와 머위 잎 절인 것. >
오후에 황선생은 나이 많은 선생님을 만나야 하니 술을 조금 덜 마시도록 끊임없이 충고했다. 게다가 그 분 집에서 음식을 준비한다고 하니 어느 정도 배를 비워 가는 것이 예의일 듯하다. 4시 20분경에 황선생이 팔십 고령이라는 코사까(小坂)선생을 만나기 위해 간다고 일어섰다. 별로 할 일이 없는 우리도 일어나 황선생이 꽃 사는 동안 저녁 먹을 것을 사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괜히 뒷길을 이용해 와 보았더니 동네 자체가 부촌인지 조용하고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아니, 조용하고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기 때문에 부촌이라 느낀 것 같다.
오다가 우리가 내일 쓰레기를 버려야 할 곳도 미리 보아두었는데 오마, 쓰레기 버리는 창고 비슷한 곳의 문 위와 좌우에 CCTV가 무려 네 개나 달려 있다. 하긴 쓰레기 무단 투기는 정말 양심을 버리는 일이고 그런 일이 ‘깨어진 유리창’이 되어 사회 전반에 퍼져나가면 그 사회는 속으로부터 무너져 범죄가 만연한 신시티(Sin City)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아예 싹을 잘라버린다고 할까, 철저하다고 하겠다. 얼마 전 어느 버려진 빌딩 옥상에 주변의 아파트 주민들이 쓰레기를 던져 옥상 전체가 쓰레기장이 되었다고 개탄하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거니와 그 시작은 어느 한 사람의 쓰레기 무단투기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여름 동경의 실내 옷차림은 나는 트렁크형 팬티 한 장, 황선생은 팬티 없는 반바지 한 장, 안선생은 티셔츠에 팬티에 반바지까지 완벽한 정장차림이다. 그래서 가끔 술 마시다 나와 황이 너무 예의가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생각은 몇 마디 대화 중에 곧 잊어버린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씻고 한숨 자기로 했다. 오후 5시경에 일어나 문득 이 집에 와이파이가 있더라는 생각이 났다. 가져온 와이파이는 황선생에게 지참해 보냈기에 집에 비치된 와이파이를 연결해 서로 연락이 되도록 해 두고 이 사실을 알리니 바로 보이스톡이 걸려온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진으로 보낸다. 이런 모든 일은 내가 자연계 고등학교를 나온 국어 선생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 저녁을 먹으며 안선생과 우린 일단 한국에서 가져온 참소주 한 병을 마저 비워 없애고 ‘칸노꼬’도 한 병 날리고 맥주도 마셔서 집에는 일본 소주 ‘칸노꼬’ 1병과 맥주 2캔이 남았다. >
남은 음식과 미소된장 국을 가지고 온다는 황선생의 귀가가 예상 외로 늦어져 안선생은 배도 꺼줄 겸 산책을 나갔다. 나는 이부자리에서 뒹굴뒹굴 구르며 온몸에 골고루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었는데 그 때 문득 이 집에 TV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아! 내가 너무 잡념이 끼어들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짜인 생활을 하다 보니 TV의 존재마저 잊고 있었구나. 한국에서 무슨 일이 생겼고 일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아예 모르고 신경을 닫고 살았음을 깨닫고, 이것이 바로 여행이라고 생각했다.
< 황선생이 가져오기로 한 음식들. >
10시 조금 넘어 황선생이 도착하자 산책 나간 안선생도 산책에서 돌아 왔다. 오늘 밤이 여행의 마지막 밤이므로 가급적 모든 것들을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남은 모든 술과 음식을 마시고 먹고 하다가 보니 술이 모자라 안, 황 두사람이 12시 넘어 술 사러 나갔다. ‘마루에츠’에서 안주 2점과 패밀리 마트에서 1,296엔을 주고 ‘칸노꼬’ 한 병을 더 사와서 마지막 밤을 장식했는데 언제 잤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 4 일 (2017. 07. 25. 화) 우에노 공원 동물원, 호수(不忍池) 11시 나리타행 출발 14:10 비행기 탑승
아침에 일어나 대강 아침을 먹고 따로 마련된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없어 남은 음식은 전부 잘게 썰어 화장실에 처리를 했다. 각자 짐을 꾸리고 세수를 한 후 빠진 것이 없는지 세세히 점검 후 8시 20분경에 아파트에서 나섰다. 우리 아파트 1층에 정말 ‘이자카야’가 있었는데 늘 마트에서 장을 봐와서 저녁을 해결해 한 번도 갈 기회가 없었다. ‘이자카야’는 퇴근길 회사원이 집에 들어가기 전 가볍게 한잔 마시는 술집으로 술보다 요리에 비중을 두고 조금씩 여러 가지를 자주 시켜 먹는 선술집 정도라 보면 되겠다. 그런데 그 간판에 증(蒸)자가 있어 뭘 찌느냐고 했더니 갑자기 황선생이 지나가는 할머니를 붙들고 질문을 시작했다. 할머니가 친절히 설명하고자 하나 아는 것이 없어 자기도 잘 모른단다.
우리의 출발역인 신에고타 역(이 역은 어떤 이유나 구조 때문인지 몰라도 늘 바람이 강하게 불어와 입구 쪽에 ‘강풍 주의’라 적혀 있다.)에서 9시 35분 출발해 우에노역에 도착해 코인락커에 캐리어를 넣어두고 ‘아메요코쵸’시장으로 갔다. 약국에서 각자가 필요한 약을 구입하고 황 선생은 ‘기사단장 죽이기’ 하권을 못 샀다며 그걸 사오겠으니 두 사람은 커피나 마시며 기다리란다. 어제 저녁 술로 정신이 어리어리하더니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니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 온다. 아! 그렇다. 갑자기 할 일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돌아온 황선생과 우에노 역 옆 공중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아래 사진을 찍었다.
< 우에노역 옆 공중 화장실에 이런 것이 설치되어 있었다. >
도착하던 첫째 날 남자화장실에 소변을 보기 위해 들어갔더니 남자 소변기가 세 개가 있었는데 두 개는 이미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중이고 좌식의 대변기는 두 개가 있었는데 둘 다 비어 있었다. 대변기 중 하나에 안선생이 들어가고 황선생은 남은 소변기 하나를 이용하려다가 마음을 바꾸어 대변기 쪽으로 갔다. 나는 순간 내 옆에 있는 위의 소변기를 이용하려다가 어린이용인 듯하여 황선생이 양보한 소변기로 가서 소변을 보았다. 그리고 돌아서니 웬 일본인이 내가 소변을 보려고 했던 곳에서 손을 씻고 있다.
원 계획은 우에노 공원 안에 있는 동물원과 불인지(不忍池)라는 호수를 볼 생각이었지만 우리의 시간은 그리 여유롭지가 않아 모두 포기하고 제 시간에 공항에 도착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기로 했다. 10시 54분발 케이세이 특급표를 1,030엔에 끊으니 황선생이 20년 전과 비교하면 20엔이 내렸다고 한다. 1년에 1엔씩 내린 셈인데 공공요금이 내리는 법도 있다니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으로는 신기한 일이다. 도쿄의 택시 값도 원래는 기본료가 720엔 정도였는데 너무 비싸 승객이 없자 이를 반값인 거의 420엔으로 내리고 기본 구간 이상 타게 되면 요금 구간을 좁게 해 급격히 요금이 올라가도록 하니 사람들이 조삼모사(朝三暮四)에 속아 택시를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12시 10분경에 나리타 공항역에 도착했으나 나리타공항 3터미널이었다. 그냥 타고 있으니 전철은 다시 출발해 나리타공항 2터미널에 도착한다. 우린 그럼 1터미널까지 가야하나 하고 멀뚱거리는 순간 황선생이 비행기 시간과 편명이 적힌 프린트에서 용하게도 작은 글씨로 된 2터미널을 찾아내었다. 급하게 내리니 전철은 곧 떠나버린다. 내릴 역을 모르고 1터미널로 갔다면 하지 않아도 될 고생과 걱정을 했을 터인데 평상시 안경을 쓰고 책을 보던 사람이 어떻게 안경도 없이 그 잔 글씨를 읽어내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번 여행에는 몇 번의 행운이 따랐는데 와이파이의 b를 찾아낸 일, 황선생은 선글라스를 흘렸다가 인도 여자가 알려주어 찾기도 하고 지하철 정기권을 전철에서 흘린 것을 일본여자가 알려주어 찾기도 하는 등의 행운이 따랐는데 생각해보면 이번 것이 가장 큰 행운이었다.
짐을 적당히 배분해 무게를 달아보니 세 사람의 짐 무게가 딱 30kg이다. 저가항공이라 짐도 10kg밖에 안주니 오버되면 오버된 무게만큼 짐 값을 더 내어야 한다. 일본소주 ‘칸노꼬’를 2병씩 사가려다가 어젯밤 잠시 든 이성의 시간에 가져가봐야 별로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아무도 소주를 사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술 부피만 720ml이니 6병이면 4,320ml에 병 무게까지 더 하면 6kg 이상 오버될 뻔했다. 짐을 부치고 면세점에 들어가 먹을 만한 곳을 찾아보았지만 별다른 곳이 없어 ‘Avion’이라는 일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 ‘동경 바나나’란 과자가 유명하대서 그걸 사고 각자 필요한 선물을 주섬주섬 산 후 14시 10분발 t’way 212기를 타니 16시 16분에 대구공항에 도착한다. 짐을 찾아 다시 각자의 가방으로 짐을 나눈 후 먼저 와이파이를 반납했다. 물론 할 말이야 많지만 젊은 종업원이 무슨 잘못이 있을까 해서 비밀번호가 잘못되었더라. 마지막 글자가 ‘a’가 아니고 ‘b’니까 반드시 바꾸고 확인하라고 당부하는 선에서 끝을 내었다. 안선생은 오늘 밤에 감독을 해야 해서 사모님이 바로 부산으로 모시고 가기로 했고 나는 동대구역까지 황선생 제수씨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시간이 있으면 감자탕에 소주 한 잔으로 마지막 회포를 풀련만 돌아오니 갑자기 나그네의 그 많던 시간이 다 사라져 버린다.
물론 아직 남아 있는 한 가지 의문은 있다. 7월23일 즉, 둘째 날 핸드폰에 있는 만보계를 보니 20,757보를 걸은 것으로 나왔다. 그래서 이를 거리로 환산하기 위해 보폭을 조사하니 성인의 경우 자기 키에서 100을 빼면 된다는 견해가 많았고 그냥 75cm라는 것이 있었다. 옛날 교련 시간에 배운 보폭이 75cm였지만 60cm로 계산을 하니 12.5km이다. 황선생은 이에 동조를 하는데 안선생은 택도 없다는 것이다. 보폭이 40∼45cm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8월 5일에 만나 이를 다시 이야기했지만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이다. < 끝 >
< 2017. 08. 06 글을 마침. >
동경여행경비내역 (17.07.22-25) | ||||||
NO | 일시 | 품명 | 단가 | 금액 | 누적액 | 비고 |
1 | 6/29 | 와이파이 대여 | 4200 | 16,800 | 16,800 | 4일 |
2 | 6/26 | 솔잎식당 |
| 57,000 | 73,800 |
|
3 | 7/10 | 양지식당 |
| 29,000 | 102,800 | 34,267원 |
4 | 8/5 | 양지식당 |
| 5,5000 | 157800 | 52,600원 |
5 | 5/15 | 동경 숙소 | 11500 | 34,500 | 34,500 | 3일 |
6 | 7/22 | 코인 락커 |
| 900 | 35,400 | 우에노역 |
7 |
| 국립박물관 입장료 | 620 | 1,860 | 37,260 |
|
8 |
| 전철 티켓 |
| 4,500 | 41,760 | 3일 |
9 |
| 식당 |
| 4,636 | 46,396 | 기환수산 |
10 |
| 물 | 100 | 300 | 46,696 |
|
11 |
| 수퍼(저녁) |
| 3,592 | 50,288 | 적례당 |
12 | 7/23 | 입금 | 30000 | 90,000 | 39,712 |
|
13 |
| 신주꾸 어원 입장료 | 200 | 600 | 39,112 |
|
14 |
| 물 |
| 274 | 38,838 |
|
15 |
| 커피 | 360 | 1,080 | 37,758 |
|
16 |
| 커피 | 120 | 360 | 37,398 |
|
17 |
| 점심(스시) |
| 4,730 | 32,668 | 신교스시 |
18 |
| 수퍼(저녁) |
| 3,607 | 29,061 |
|
19 |
| 물, 맥주 |
| 852 | 28,209 |
|
20 | 7/24 | 아침(스시 덮밥) |
| 10,040 | 18,169 | 츠기치 시장 |
21 |
| 참치 대가리 |
| 500 | 17,669 |
|
22 |
| 커피 | 100 | 300 | 17,369 |
|
23 |
| 수퍼(점심) |
| 4,803 | 12,566 | Maruetsu |
24 |
| 수퍼(저녁) |
| 1,166 | 11,400 | Maruetsu |
25 |
| 패밀리 마트 |
| 1,656 | 9,744 | 신의 하 |
26 |
| 수퍼 |
| 436 | 9,308 | Maruetsu |
27 | 7/25 | 코인락커 |
| 900 | 8,4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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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 기차표 | 1030 | 3,090 | 5,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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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
| 점심(공항) |
| 2,810 | 2,508 | Avion |
30 |
| 인쇄 지대 |
| 2,508 | 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