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여름날의 싱그러움은 지쳐가고, 덜 익은 풋 열매들과 저만치에 서늘한 바람들이
서성대는 산골에서 문안드립니다.
폭염이 그 어느 때보다 심했지만 옥수수, 가지, 호박, 고추, 토마토... 모두모두 아랑곳 하지 않고
자라나는 것을 보며 인간이 가장 나약함을 보았습니다.
비도 자주 내려서 차가운 실개천물을 받는 우리마당의 수영장에 물이 넘쳤습니다.
더워더워를 외치던 식구들은 수영장에 들어가면 추워서 덜덜 떨며 나옵니다.
산골 사는 재미를 톡톡히 본 여름입니다.
14살 민지가 어제 새 식구가 되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살았지만 할머니가 요양원으로 가시게 되어 갈 곳을 찾아
물어물어 우리와 만나게 되었네요.
지적장애가 있지만 똘똘하고 말도 잘해서 자립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입니다.
다 낡아서 못 입힐 옷 몇 벌이 전부인 짐을 보며 민지가 살아온 시간들이 어땠을지
가늠이 되어 마음이 짠했습니다.
어색하다며 자꾸 고개를 숙이더니 봄이와 어진이, 하은이와 수영장에서 한바탕 놀더니 마음이 확 풀렸지요...
우리 식구가 되었으니 민지의 일상에 기쁨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문제아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했던 15살 봄이가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동네로 나가 길바닥에 누워 행패를 부리지만 예전에 비해 그 수위가 낮아져서
봄이가 기특하기만 합니다.
무슨 맘인지 예배 때 성가대를 하기 시작하더니, 지난주부터는 예배 전 찬양 인도하는 식구들 사이에
서서 찬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잘하지 못해도 함께 서서 참여한다는 것이 봄이에겐 기적이지요.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것은 은혜 중에 은혜입니다.
카페동산 소식입니다.
짧은 여름방학이 끝나고 더위 속에 아이들과 만났습니다.
7평 남짓한 카페는 스무명 정도 들어오면 꽉 차고 말지요.
한꺼번에 몰리니 다 들어 올 수도 없고 덥기는 덥고... 그냥 미안하지요.
그러나 서로 눈치가 생기니 살 길이 생기네요.
컵밥을 먹고 가는 중학생과 갖고 가는 고등학생들로 자연스럽게 나눠졌습니다.
10분 빨리 끝나는 중학생들이 자리를 먼저 잡으면서 생긴 변화입니다.
하나님은 돕는 손길을 통해 먹을 것이 떨어지지 않게 하시니 카페는 여전히 성업 중입니다.
감사가 넘치고 넘치고 또 넘칩니다.
고맙습니다...
2024년 8월 25일 나눔의 동산에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