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오른발을 바닥에서 몇 센티미터가량 들어 올려 허공에 내디디면서 왼발을 어느 정도 지났다 싶으면 거기에 발을 내려 놓는 것이 요령이지. 그게 전부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엘레나는 생각한다." (p.13)
"이사벨이 그녀의 말을 고쳐준다. 절대로라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 해당하는 말이 아니에요. 살다보면 우리는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p.216
"리타, 이제는 네가 어머니의 어머니가 될 차례라고. 우리가 아는 엘레라는 이제부터 아기가 될 테니까. 아기라고요?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요. 박사님?" p.233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엘레나, 그녀를 돌보는 딸 리타, 그리고 살다보면 자신이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일을 생각한 이사벨. 이 책은 이 세 여자의 서사이다. 이 세 여자를 통해 질병. 돌봄. 몸에 대한 권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허구의 소설이 누구에게나 닥쳐올 수 있는 일이라는 현실성을 가질 때 불편함과 무거움이 독서에 동반된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사유를 하게 한다. 그래서 이 책 <엘레나는 알고 있다>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처음 만난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작가는 아르헨티나 작가이다. 그녀는 <너의 것> <자라의 균열> <목요일의 과부들> <대성당> 등의 작품을 출판했는데 많은 작품이 영상화 되었다고 하는데 그또한 아직 보지 못 했다. <엘레나는 알고 있다>도 영상으로 만들어져서 넷플릭스에서 방영되었다고 하는데 넷플릭스가 없으니 볼 수가 없다; 책을 읽으며 엘레나의 하루를 따라 가다보면 그 모습이 이미지로 만들어지니 그나마 다행이다. (?)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엘레나에게는 하나뿐인 딸 리타가 있다. 어느 비 오는 날 그녀가 죽었다. 엘레나는 "비록 많은 사람들은 그녀와 다른 말을 하겠지만, 누군가 그 아이를 죽였다는 것을"(p.39) 알고 있다. 그녀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불편한 몸을 대신해줄 오래 전 도움을 주었던 이사벨을 찾아가기로 한다. 그녀는 약을 먹고 "약효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몸이 뇌의 명령에 따라"(p.14)야 움직일 수 있다. 이야기는 엘레나가 집을 떠나 이사벨을 만나는 과정을 오전, 정오, 오후로 구성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엘레나와 리타의 서사, 리타와 이사벨의 서사를 만날 수 있다.
숭례문학당 선택논제 연구모임에서 모임을 진행하는 김민영샘의 추천으로 4월 함께 했던 책이다. 6월 논제세미나에서도 함께 할 예정인 책이기도 하다. 선택논제에서 미처 다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을 논제세미나에서 새롭게 논제를 만들면서 할 수 있어서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토론하길 바란다. 이 책은 혼자 읽기보다는 읽고 꼭 토론을 해야 그 묘미를 알 수 있다. 각기 다른 문제를 안고 있는 세 여자의 서사를 따라가면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댓글
읽어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