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행복 하려면 삶의 고통이 없어야 하는데 생노병사를 겪으면서 실제로 고통없이 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생각과 마음가짐을 달리 하므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합니다.
그 방법은 우주의 원리를 직시하므로 세상의 모든 것은 사멸을 전제로 생겨나고 그것은 끝없이 반복되며 사멸해도 없어지지 아니하고 새로운 탄생을 위하여 변화 할 뿐 이다 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라 합니다. (본무자성)
고통은 욕심과 집착에서 옵니다. 욕심과 집착은 모든 것이 불변이고 영원하며 지속 되리라는 고집에서 옵니다.
지금 이야기는 LP 레코드에 대한 마음을 전하기 위하여 꺼냈습니다.
80년을 살다보니 수 많은 물건들과 함께 했습니다.
아마추어 무선도 좋아 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서 많은 오디오 기계들과 함께 지냈습니다.
기계를 사들이면 오래쓰기 위하여 스페어 파트도 사들이고 애착을 갖고 애지중지 하지만 곧 마음이 변해
처분하고 새로운 기계와 인연을 맺습니다.
대부분의 기계는 노후로 고장 나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추구하는 욕심에서 기계와 혜여 지게 됩니다.
오디오 장비에서 좋은 소리 만드는 방법 중에 에이징이란 과정이 있습니다.
새 기계는 적어도 몇 달을 사용 하면서 길을 들여야 좋은 소리가 납니다.
그런데 이것을 참지 못하고 바꿈질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디오 매니어들은 대분분 단골 오디오 가게를 정해놓고 거래를 하는데 오디오 가게에서는 고객이 물품을
사간 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판가격의 70% 가격에 인수하고 고객이 원하는 새 물건을 판매 합니다.
되판 물건은 또 다른 오디오 쟁이가 사갑니다.
기계도 무생물 이지만 오래 사용하면 정이 들고 쉽게 인연을 끈기가 어려워 지건만 이렇게 매정하게 정을
떼버리는 것은 끝없는 인간의 욕심 때문입니다.
오디오는 요물 입니다. 하느님이 좋은 곳에는 꼭 악마를 부쳐 주셔서 오디오에 따라 다닙니다.
오디오 가게에서 소리를 여러 번 들어 보고 돈을 지불하고 집으로 사오면 몇 일은 미친 듯이 좋아서 잠도 못자지만 한 달도 않되어 어느 날 갑자기 소리가 싫어 져서 도끼로 부셔 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어 있습니다.
오디오 자작을 할 때는 부품과 회로를 바꿔가며 땜질을 수 없이 밤새워 하면 어느 날 새벽에 드디어 마음 드는
소리가 나와 오랜만에 꿀잠을 자고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새로 들어보면 이게 무슨 개소리야 실망하면서 그 자리에서 그렇게 공들여 만든 기계를 인정사정없이 해체해 버립니다.
노인이 되니 기계를 좋아하면서 왜 그렇게 못된 짖을 했는지 후회가 됩니다.
그리고 예전에 헤어진 기계들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예외가 된 물건이 있으니 바로 LP 레코드판입니다.
사실 음악을 좋아하게 된 시초가 중학교 음악 시간에 음악 선생님이
포터불 전축을 교실로 가지고 와서 소녀의 기도, 엘리자를 위하여, 은파, 터키 행진곡 등 피아노곡이 수록된
10인치 LP 레코드를 들려 주시고 또 다른 음악 시간에는 젊은 이태리 가수 디 스테파노가 부르는 오 솔레미오등 이태리 가곡이 수록된 10 인치 LP 레코드를 들려주니 뿅가서 오디오 병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중학교는 1950년대 이므로 시중에는 이별의 부산 정거장 같은 SP 레코드는 있었으나 LP는 구경 할 수 없던 시절입니다.
1960년대 대학 다 닐 때는 백판이라 해서 원판을 녹음하여 만든 잡음투성이 복사판 LP가 있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합창부에 가입 했는데 이유가 연습실에 미제 RCA 장전축이 있었기 때문 입니다.
미국 RCA 리빙스테레오 클레식 원판도 많이 있어 강의가 빈 시간에 가서 실컷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LP를 수집하기 시작 한 것은 1968년 취직하여 월급을 타고 오디오 장치를 구입하고 마침 국내 음반사 성음사가 데카등 유명 외국 음반사와 라이센스 계약을 한 후 원반 LP 레코드를 프레스하는 스탬퍼를 수입하여 국내에서 원반 제작을 시작할 때부터입니다.
당시 진짜 원판은 수입 금지 품목이어서 미군 PX에서 나오는 소량의 LP가 유통 되었는데 가격이 매우
비쌌습니다.
88 올림픽이 끝난 후 여행 자유화가 되자 여행객들이 외국에서 사오는 원판은 있었으나 여전히
수입 금지 품목이어서 가격이 높아 쉽게 사기 어려웠습니다.
88 올림픽 즈음 세계적으로 하이엔드 오디오 붐이 일어나 마크레빈슨등 전에 볼 수 없던 고가의 오디오가
출현하고 영국을 중심으로 가격이 착한 매우 품질 좋은 수입 오디오가 많이 보급 되었지만 이미 CD 시대로
세상이 바뀌어 LP를 목 말라 했는데 LP 애호가 중에는 부자들도 많아서 서울 명동에 있는 중고 원반 LP 가게에
가면 초반이라든지 녹음 잘되고 음질 좋다고 소문난 LP 판들은 부르는게 값 이어서 사지 못하고 구경만 했습니다.
드디어 LP 수입이 자유화되자 중고 LP 판매상들이 영국 미국 독일 등으로 다니며 중고 LP를 콘테이너로 들여오니 가격이 폭락 하여 마음대로 살 수가 있었습니다.
당시 외국 사람들도 CD에 미쳐서 LP를 모두 버렸기 때문에 1950년 1960년대 LP 골든 에이지 음질 좋다는 LP 판들이 중고 시장에 넘쳐 났습니다.
남 보다 먼저 발견하여 구입해야 보물을 건지는데 이것이 지식 없으면 물건을 앞에 보고도 알 수가 없습니다.
LP가 수입 자유화 되기 전에 기웃 기웃 하면서 중고 레고드 가게를 구경하고 좋은 음반 소문 듣고 공부 한 덕에
이때 좋은 LP를 값싸게 많이 수집 하였습니다.
소문난 좋은 LP판들은 발품을 팔아 여러 곳을 돌아 다녀야 되고 누가 오늘 컨테이너로 들여온 판들을 푼다더라
하면 만사 제겨놓고 먼저 달려가 고르는데 수천 장을 뒤져야 되므로 허리 아프고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수집한 LP레코드가 2500장 쯤 됩니다.(싼 것은 1만원 ,비싼 것은 5만원 정도 지불 했으니 적은 돈이 아닙니다.)
이제 오디오 바꿈질도 LP 수집도 멈추고 한 장 한 장 들으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음악이 좋아 행복 했지만 만족하지 못해 욕심으로 바꿈질과 수집의 고통의 시간을 보냈으므로 행복 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제야 진정한 행복을 얻었습니다.
오디오 장치도 오래 사귀며 돌보니 더 좋은 소리로 보답 합니다.
레코드 한 장이 앞뒷면 50분 x 2500장 = 125,000분 / 60분 =2,082시간 / 4 시간 = 520 일
한 2년이면 다 듣겠습니다.
1970년부터 시작하였으니 50년을 보낸 샘입니다.
지금도 서울 회현동 LP 중고 판가게를 가끔 기웃거립니다.
크렘페러 지휘 말러 교향곡 5번은 있는데 번스타인 지휘곡이 없어 혹시 있나 찿아 봅니다.
가지고 있는 번스타인 말러 교향곡 전곡집에서 5번이 빠져 있는데 이것을 불현 듯 듣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고 LP 레코드는 초반이 매우 비쌉니다.
유명 가수나 연주가 지휘자가 만든 음반도 처음 시장에서 얼마나 팔릴지 모르므로 초반을 많이 않 만들어 수량이 많지 않습니다.
LP 레코드 음질은 초반이 제일 좋고 두 번째 세 번째 판을 거듭 할수록 음질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중고 레코드 초반이 비쌉니다.
오디오를 잘 정비하고 유명 가수가 노래 부르는 LP 레코드를 돌리면 오래된 레코드 일지라도 죽은 가수가 살아
나와 앞에 서서 노래합니다.
이 생생함은 초반이 제일 좋기 때문에 이것을 수집 합니다.
이 초반 중고 구입이 수량이 없어 어려워지자 레코드 회사에서 가지고 있는 옛날 명반 마스터 테이프를 꺼내 재 생산을 해서 시장에 신품을 내 놓았습니다.
이러한 신품 레코드도 구입 하였지만 80%는 옛날 중고 레코드 원반입니다.대부분이 어느 레코드 애호가가 애지중지 사용하다가 후손에 의해 시장에 방출 되었을 것입니다.
LP 레코드는 레코드 해설이나 악보 또는 오페라 대사등을 수록한 속지가 있습니다.
이 속지를 보면 가끔 먼저 주인이 메모한 친필을 보는데 그 주인의 레코드 사랑을 보개 되므로 클래식 레코드는
대를 이어 사랑을 받는 구나 생각 하게 됩니다.
60년전에 만든 레코드 판도 얼마나 애지 중지 다루었는지 새반 같이 깨끝 합니다. 물론 중고 판을 고를 때 좋은
것을 골랐지만요.
이번 주인이 잘 쓰다 후손에 남기면 다음 세대 레코드 애호가들에게 전달 될 것입니다.
레코드 판은 사용하는 사람이 수준급 카트리지와 다이아몬드 바늘을 사용하면 예상외로 수명이 깁니다.
(CD는 CD에 음악이 기록된 알미늄 박이 산회되어 못쓰게 되므로 수명이 짧습니다.)
레코드 애호가는 바늘이 마모되어 교체시기가 되면 소리를 듣고 알아 채리 므로 마모된 바늘이 레코드에 상처를 주기 전에 바늘을 새것으로 교체 합니다.
아래에 레코드 애호가 한 사람의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들려 드립니다.
https://youtu.be/I6vFJWO8ozU
첫댓글 김om님의 오디오 입문과 과정 그리고 사랑에 빠지게 된 스토리를 듣자니 정말 대단한 메니아라는 생각이
듭니다.
LP 수입 업자들이 콘테이너 푼다는 정보를 들으면 대물(명반)을 기대하며 건지러 다녔다는 이야기에 저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되돌아 보면 저도 김om님처럼 수입전자&계측기 고물 콘테이너를 어디서 풀었다더라 하면
물어물어 찾아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거든요? 그 때 건졌던 부품이나 계측기들을 지금까지 사용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매번 기대와 즐거움을 준 것은 사실이었으니까요? hi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혀(맛)의 권태는 동일한 음식을 적어도 며칠은 먹어야 느낀다고 하던데 귀(소리)의
권태를 느끼는덴 그 시간이 훨씬 짧다고 알고 있는데 오디오 기기 바꿈질은 한계가 없어 일종의 마약과 같다지요?
바꿈질의 희생양이 되어 이별한 기기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느끼게 된 것도 그렇고
'오디오 장치도 오래 돌보며 사귀다 보니 더 좋은 소리로 보답한다' 그래서 '이제서야 행복을 찾았다' 는 결론적인
멘트는 오디오 인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소중한 말씀입니다.
그러고 보니 고물업자 하치장에 제일 먼저 방문해 건진 것이 하나 생각나네요?
바로 TV-7D/U, 그리고 현재 사용중인 KWM-380은 미국 NASA에서 폐기 처분한 각종 계측기 및 전자 장비들을
국내에 들여와 재활용 또는 소위 도시광산 금채취 하는 업자 손에 들어간 것을 제가 웃돈 많이 주고 구입했습니다.hi
@HL5IL 오디오에 비해 무전기는 별로 바꿈질을 않했습니다.
이별을 하긴 했으나 햄 동료가 제것을 사용하고 싶다고 졸라서 넘겨 주었지 자청해서 이별은 않했습니다.
주로 콜린스 기계들인데 후에 똑같은 모델을 구입해서 지금껏 가지고 있습니다.
오디오는 레코드 음악이 함께하여 공부도 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도 외우고 심심할 일이 없습니다.
수많은 음악을 장시간 들으니 교향곡이나 협주곡등 긴시간 음악도 대부분 선율을 외우게 되어 오디오 장치가 없어도 명상을 하며 음악을 불러오면 귀애 들립니다.
감옥에 무기징역형을 살아도 언제든지 귀에 행복한 음악을 불러 올수 았으므로 괜찬다는 생각이 듭니다.
IL 오엠님이 죽은 KWM-380에 생명을 주신 스토리는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워낙 실력이 좋으셔서 가능한 일이지 아무나 할 수 없는 좋은 일을 하셨습니다.
실전에 사용해도 동작 잘하고 음질도 좋습니다.
오래 오래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HL2IR 일란성 쌍둥이도 자세히 보면 다른데가 있는데 한 장인이 만든 오디오 장치 역시 소리가 다르겠지요?
우리가 추구하는 최종 목적지라면 연주 현장과 동일한 소리의 재현이겠는데 실제 오디오 메니아들은
연주현장의 소리보다 더 좋은 음향을 추구하는 것 같더군요?
그러니 끊임없이 바꿈질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요? hi
저는 주말이면 1회용 개스라이터 만한 크기의 라디오에다 이어폰을 꽂고 KBS FM들으면서 자전거를
타는데 음악 자체에 몰입하다 보니 그걸로도 즐겁습니다.
사람 이름은 돌아서면 잊어버려 난감할 때가 많은데 긴 크래식 관현악곡도 반복해서 듣게 되면 선율을
끝까지 다 외우게 되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지요?
이제 우리도 언젠가 다 놓고 하늘나라로 이주해야 할텐데 아끼며 갖고 놀던 이 장난감들을 어떻게 다
처리해야 할지 저도 가끔씩 고민하고 있습니다. hi hi
@HL5IL 위 동영상에 나오는 김갑수는 모두 가지고 있다가 후손이 처리 하도록 한다 합니다.
@HL5IL 오디오는 연주 현장의 소리를 재현 하는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실재는 다릅니다.
녹음과정과 재생과정에 여러 오디오 장치들이 들어가 있고 녹음 엔지니어는 더 좋은 소리를 만들라는 자본가의 명령을 들어야 하므로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생산된 레코드를 아름다운 소리로 들리도록 여러가지 노력을 하는 사람을 레코드 연주가라고 합니다.
IL OM 잘계시죠?
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애들은 직장일로 여전히 바쁘게 살다보니 아직 외식이나 여행은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곳 도착 이후로 비가 오는 날이 많아 주로 집안일과 봄맞이 준비하느라 앞뒤뜰 정원의
잡초 제거와 가지치기나 하면서 몸을 풀고 있고 강아지 2마리랑 동네 산책 가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5/8일에 1주일 계획으로 애틀란타 (조지아주)에 사는 처남댁 방문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침 올타 QSO에 나가지 못하니 민om님의 굵직한 목소리가 그립습니다.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