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강구, 영덕까지 걸어가기(2) * 도보여행기
우리는 느릿느릿
마침내 칠포 가까운 백사장과
하천을 넘는 다리에 다다른다.

곡강천... 작은 강이지만 수량 풍부하고 주변 풍치 또한 아름답다.

곡강천 하류 바다와 만나는 곳...
일제히 팔 벌려서, 땀냄새 나는 우리를 환영해주는 방풍림...
5월의 칠포 해수욕장 근처 해변과 강은
봉긋하게 펼쳐진 사구砂丘와 어우러져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다리 위에는 여자 강태공도 있어,
혼자서 무언가를 낚고 있다.
설마, 그녀도 시간을 낚고 있는 걸까?
뒤태가 마냥 여유롭다.

칠포 파인 비치 호텔

호텔 뒤 쪽 산기슭의 도로를 걸어올라 얼마를 가니,
오도1리 표지석이 나타난다.
아차...이 곳에 당도하고 나서야 우리는 칠포암각화군을 놓치고 지나왔음을 깨닫는다.
칠포 해수욕장 근처 어디 있는 것으로 알았었는데...
후회막급이다.
승용차로 왔다면 당장 돌아가겠지만...
그러나 도보여행은 ‘한 번뿐인 인생’같아서
이제는 되돌아갈 수가 없다.
그래도 역에 내리면서 열차에 무언가 두고 내린 것처럼
아쉬움이 계속 뒤따라온다.
내 생애 잊고 내린 소중한 것들이/얼마나 많았던가/눈물나도록 감사했던 일들과/사랑했던 이름들과/
때론 추억까지도 잊고/훌쩍 내려버린 시간/아 내리기 전에/한 번쯤 살펴보는 것이었는데/다음 역/
내 생의 간이역에 내릴 때는/또 무엇을 두고 내리게 될는지
- 김상현의 ‘생의 간이역에서’ 부분.

오도1리 해수욕장 근처.
바람 한 점 없던 길가에 변덕처럼 바람 일더니,
‘산불조심’ 깃발...심란하게 나부끼고...

오른 쪽으로 바다가 보이는 언덕길에 올라서자,
구불구불 전방의 또 다른 언덕 멀리
노란색의 그리스풍 건물이 보인다.
햇빛 투명한 날이면
이곳을 지중해연안으로 착각하겠다.

오도1리 정류소...나들이 나온 아낙들도 더위에 지쳐가고...

아까 언덕에서 본 그리스풍의 건물이 여기에 있는데...

알고 보니 모 스튜디오 촬영 셋트장이다.
도대체 여기서 무얼 촬영하는 것일까?
들어가 보지 못해서 비교할 수 없지만...
용한1리 정류소 촬영장(?)도 만만치는 않았어. 으흐흐.

오도2리 해변 마을길 입구.
우리는 925번 도로를 벗어나
다시 아름다운 해변 마을길로 들어선다.
- 포항에서 강구, 영덕까지 걸어가기(3)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