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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토이 스토리>(Toy Story, 1995)의 등장은 만화영화 제작에 일대혁신을 불러왔다. 영화역사상 최초로 컴퓨터생성화상(CGI)로 만들어진 영화는 성우 라인업에서도 가히 발군이었다. 그야말로 최상의 목소리출연진 대동. 덕분에 주인공 캐릭터 우디와 버즈 라이트이어는 순식간에 스타로 부상했고, 버즈가 촉발시킨 명대사 "to infinity and beyond"(무한의 세계를 뛰어 넘어 비상)는 국제적 유행어가 되었다. 디즈니(Walt Disney Pictures)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Pixar Animation Studios)에 영화제작을 진전시킬 전권을 위임했다. 2년 전 <벅스 라이프>(Bugs Life)의 기록적인 성공 이후 <토이 스토리>의 속편 <토이 스토리 2>(Toy Story 2)의 재창출은 필연적 숙명이었단 말씀.
새로운 만화영화시대를 연 존 라세터(John Lasseter) 감독을 위시해 원작의 친근한 캐릭터들이 전원 재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토이 스토리 2>는 비디오발매로 직행할 뻔했다. <라이온 킹>의 속편 <라이온 킹2: 심바의 프라이드>(Lion King 2: Simba's Pride)와 <알라딘>의 속편 <알라딘과 도적 떼의 왕>(Aladdin and the King of Thieves)과 같은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으나, 라세터 감독과 그의 천재적인 애니메이터들에 의해 창출된 초기 자료화면을 본 디즈니 실무자들은 그 즉시 극장개봉으로 최종결정을 내렸다. 애니메이션 기술은 그만큼 더욱 디테일해졌고 복잡해졌다.
종전과 다른 설정으로 대략 손을 본 속편의 이야기에서 우디(톰 행크스)와 버즈 라이트이어(팀 앨런)는 앤디의 다른 장난감들과 함께 상자 속에서 조화롭게 살고 있다. 새로이 정립된 하모니는 그러나 곧 삼분오열로 깨진다. 나쁜 장난감 수집광 알이 우디의 진가를 알게 되면서 부터다. 우디는 “Woody's Roundup”(우디의 가축몰이)으로 불린 1950년대 TV 쇼에서 나온 장난감으로 매우 수집가치가 높은 피규어(Figurine)라는 사실. 중고품세일에서 우연히 횡재한 악당 알은 우디를 동양박물관에 팔아치울 계획을 세운다. 이에 우정과 사랑으로 똘똘 뭉친 버즈와 장난감 친구들은 앤디의 울타리에서 빠져나와 절친 우디를 구하러 모험에 나선다. 카우-걸 제시(조앤 쿠삭)의 새로운 등장과 실로 현인다운 무게감을 주는 우디가 주제가를 부르는 장면은 시선집중 포인트.
작곡가 랜디 뉴먼(Randy Newman)도 원작의 흥행성공 공신들과 함께 스코어링 임무에 복귀했다. 결과는 원작 못지않게 유쾌하다. 하지만 구성방식에서는 이전보다 다소 혼란스럽다. 뉴먼에 대한 보편적 신뢰감에 대해 그는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고유의 드라마적 영화로 대했다. 최첨단 기술에 의해 생성된 무생물에 불과한 장난감들의 이야기에 회고와 온정의 기운을 불어넣은 것. 자신의 음악세계 안에 거주하는 장난감 캐릭터들을 결코 인공적으로 대하지 않았다.
<토이 스토리 2>에서 그의 스코어는 노골적인 미키 마우징(mickey mousing)과 액션에 밀착된 효과로 일부 작용하지만, 대부분 즐겁고 쾌활하며 정감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탁월한 재기의 순간들로 감정을 물들이기도 하면서 훈훈한 감동을 곁들여 주는 식. 그와 같은 순간들은 서사적인 액션에서 주로 발생한다. 'Zurg's Planet'(저그의 행성)과 'Emperor Zurg vs. Buzz'(저그 황제 대 버즈)와 같은 장면의 지시악절들이 그러하다. 이 곡들에서는 파편적으로 제론 모로스(Jerone Moross)의 <빅 컨츄리>(The Big Country, 1958)의 감각이 가미된 제임스 호너(James Horner)의 컬트 클래식스코어 <우주의 7인>(Battle Beyond the Stars, 1980)의 감흥을 불러내기도 한다.
그 사운드의 질료들은 비범한 동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특히 극중 중대한 역할을 하는 카우보이 우디와 우주 보안관 버즈에 집중된다. 동등하게 효과적인 음악들은 유쾌한 'Woody's Dream'(우디의 꿈), 활발한 'Jessie and the Roundup Gang'(제시와 라운드업 갱) 그리고 'Woody's A Star'(우디는 스타야)와 경쾌하고 애정 어린 매력의 'The Cleaner'(청소부,세탁기,세제)와 같은 지시 곡(cue)들이다.
다수의 악곡들 중 최고는 그러나 결정적인 세 곡 'Use Your Head'(머리를 써), 'Jessie's In Trouble'(곤경에 빠진 제시) 그리고 'Ride Like The Wind'(바람처럼 쏜살같이 달려)이다.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이 가미된 만큼 감정적 경험의 폭도 넓다. 특히 영웅적 카우보이 우디와 그의 충성스러운 말이 카우걸 제시를 죽음의 위험에서 구하는 장면에 쓰인 서부영화 웨스턴 풍의 액션테마는 각인될 만하다.
단지 문제는 기억할만한 후속 테마음악이 부재하다는 거다. 배리 레빈슨(Barry Levinson)감독의 <아발론>(Avalon, 1990)과 의학 감동드라마 <사랑의 기적>(Awakenings, 1990)에서 익숙한 뉴만 풍의 현악화음진행이 상술한 일부 개개의 큐들에서 친근하게 나타나긴 허나 감흥의 맥동이 깊진 않다. 음악은 흥미로운 관현악편곡과 훌륭한 연주로 영화에 확실히 들어맞는다. 그럼에도 작곡가로서 랜디 뉴먼의 재능을 생각한다면 만족스럽지 않다. <사랑의 기적>의 메인타이틀과 <벅스 라이프>의 금관악 팡파르 그리고 <플레전트빌>(Pleasantville)의 벽화 같은 테마를 주저 없이 되뇔 수 있는 반면, 휘발성이 강한 탓에 인상 깊은 감동의 빈도는 낮다.
랜디 뉴먼의 음악팬이라면 여전히 큰 기대를 살 만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한 영화들을 포함해 예전 초창기에 비하면 신뢰도는 떨어진다. 오케스트라의 지휘는 존경스럽고, 멜로디는 사랑스러우며, 노래들도 절묘하다. <토이 스토리 2>에서 그는 그러나 일시적 슬럼프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때론 기존의 것을 능가할 정도로 영화에 합당하다 하더라도 저명한 이전 모델을 답습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작곡자에 대한 호감도는 당연히 감퇴할 수밖에 없다. 영화음악의 딜레마이기는 하지만, 영화적 실속이 반드시 음악적 우수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수록곡-
01. Woody's Roundup-Riders in the Sky
02. When She Loved Me-Sarah McLachlan
03. You've Got a Friend in Me-Robert Goulet
04. Zurg's Planet
05. Wheezy and the Yard Sale
06. Woody's Been Stolen
07. Chicken Man
08. Woody's Dream
09. Jessie and the Roundup Gang
10. Woody's a Star
11. Let's Save Woody
12. Off to the Museum
13. Talk to Jessie
14. The Cleaner
15. Al's Toy Barn
16. Emperor Zurg vs Buzz
17. Use Your Head
18. Jessie's in Trouble
19. Ride Like the Wind
20. You've Got a Friend in Me-Instrum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