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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맛집 스크랩 [맛집외전-순천] 팔마가든
민욱아빠 추천 0 조회 460 11.10.01 11:29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여름의 막바지에 받은 휴가는 순천에서 보내게 되었죠.  순천에서 만난 매제와 인사를 나눈 후 먼저 부탁한 것은 맛집을 소개시켜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름 맛집을 찾아다닌다고 아무렇지 않게 건넨 부탁이었습니다.^^  사실 남도에 대한 기대도 한 몫 했습니다.  음식이 맛있다는 전라도에서 그것도 남도의 음식이라니 그것은 막연하나마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매제의 대답은 시큰둥합니다.  군산출신이자 여수 순천에서 근 10여년을 살아온 매제는 '순천엔 맛집이 없소!'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니 전라도, 그것도 남도 순천에서 맛집이 없다니 이 무슨 기대를 망치로 두들겨 깨버리는 망발인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컴퓨터 앞에 앉아 순천맛집을 검색해 봅니다.  검색결과, 리스트에 나온 맛집들을 본 매제는 이렇게 말합니다.  '것 보소~~  생긴지 얼마 안되고 맛도 별로인 집이 다섯순위 안에 들어오쟎소~~' 

 

  여튼 순천에 맛집이 별로 없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였습니다.  인물자랑, 돈자랑 하지 말라는 순천에서 음식까지 자랑하면 너무하다 싶어 일부러 빼기라도 한 것일까요?  매제는 대신 직장동료들과 자주 가는 집들을 몇 곳 소개시켜줍니다.  이미 처남의 맛집포스팅을 보아온 사람인지라 오기 전부터 데려가려 준비하고 있었다구요.  그 첫번째 집은 오리탕집입니다.

 

  시가지와 맞붙은, 한적하게 산으로 올라가는 2차선 좁은 도로 옆에 마치 옛날 달동네를 연상케하는 계단과 집이 조그맣게 모여있는 집들 중 한 집이 오리탕집이었습니다.  물론 식당도 오래되어 보이고 구조도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들었습니다.

 

  메뉴도 딱 하나..  아주 단촐합니다.  복잡하게 주문할 것 없죠.  양만 따지면 되니..  누군가 조심스레 내던집니다.  '저 사진속의 귀여운 오리로 요리를 한단 말이지?'

 

  오리 한마리 반을 주문하고 나니 밑반찬이 나옵니다.  반찬에서도 느껴지는 남도의 맛깔스러움..

 

  전 이 김치에 홀닥 반해버렸습니다.  절인배추에 양념을 아끼지 않고 버무린지 얼마 안된 듯한 김치..  약간의 조미료맛도 나긴 했지만 이 김치 하나 손으로 주욱 찢어 흰 밥에 얹어 한숟갈 입에 넣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간절했죠.  오리탕도 오리탕이었지만 이 김치는 지금도 기억속에 잊혀지지 않고 군침을 돌게 만듭니다.

 

  한켠엔 부추와 미나리가 수북히 나옵니다.  오리탕이 끓으면 양껏 집어넣고 끓여 먹습니다.  무한리필이 가능하죠. 

 

  오리탕이 이제 곧 나오니 고기를 찍어먹을 양념을 만들어야죠.  들깨가루에 초장을 부어 양껏 만들어 놓습니다.  비율은 자기 마음대로..

 

  드디어 오리탕이 나왔습니다.  부추와 미나리로 위를 덮었네요. 

 

  들깨양념의 황톳빛 국물이 마음을 졸입니다.

 

  큼직한 오리고기도 보이구요.

 

  한수저 떠먹어보면 구수하고 깊은 맛이 하루이틀 만들어 낸 솜씨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딱 이거다! 하는 느낌은 그닥 없고 간도 약간 심심합니다.  문득 이 집 오리탕은 추운 겨울에 친구들과 마주앉아 소주 한 잔과 함께 먹으며 몸을 녹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순천에 왔으니 잎새주와 함께 해야죠.  약간의 달달함이 있는 소주입니다.   오리고기와 잘 익은 부추 미나리와 함께 ..

 

  오리고기는 잘 익혀나오기 때문에 조금 끓는다 싶으면 건져 먹을 수 있습니다.  미리 만들어놓은 들깨초장양념에 찍어서 뜯어야죠.  약간은 질긴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요?

 

  육수는 추가해달라고 하면 더 부어줍니다.  그렇게 먹고나면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야죠.  이 역시 별미.. 

 

  앞으로도 두 포스팅정도는 순천에서 들른 맛집을 소개할 것이지만, 이 집을 포함하여 느꼈던 것은 맛이 조금 평범했달까요?  제가 자극적이고 짠 음식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그런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순천에서의 맛집은 그닥 감흥이 덜했습니다.  하지만 남도음식이라는 명칭에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손맛과 깊이가 분명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하루이틀만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죠.  이 집도 그러한 집 중 하나였습니다.  순천에 가게 되면 이 집은 다시 찾아가고 싶습니다.  되도록 추운 겨울날 소주 한 잔과 함께 할 준비를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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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10.01 22:37

    첫댓글 오늘은 식탐이님도 그렇고 오리의 날이군요~ 배나무골 오리나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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