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적으로 브랜드 피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피자들의 기름진 모양과 그닥 마음에 들지 않는 토핑들.. 그리고 이것저것 보태면 기겁할 정도의 가격.. 그저 인스턴트 식품으로 구성된 고지방 고칼로리의 덩어리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사람들의 입을 유혹하는 것도 사실이긴 하죠. 참으면 습관이 되어 찾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맛을 볼 수 있는 피자집이 종종 있죠. 수제피자들인데 그런 피자집이 제주에도 있습니다. 사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맛집제목에 '다시쓴다'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 집이 왜 맛집에?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집은 맛집으로 분류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존재합니다. 미리 밝혀두자면 이 피자집을 동업해서 오픈한 분들 중, 한 분은 제주에서 한라산 학교를 통해 저와 잘 알게 된 분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주관적이지만 눈치 안보고 냉철한 판단으로 포스팅을 이어갈까 합니다.
이 집의 위치는 '오월의 꽃' 이라는 유명한 무인까페 바로 옆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오월의 꽃이 그 자리에서 장사가 된다는 것만큼 신기한 일도 없는데 그 옆에 피자집이 생겼다니.. 그만큼 이 곳 저지의 한 켠 도로변에 피자집이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던 거죠. 하지만, 이곳에 피자집이 생긴건 사실입니다. 의아함가득한 일이어도 사실은 사실이죠.. 그리고 장사가 됩니다.^^ 쥔장님이 말씀하십니다. 반경 5킬로 내에 피자집이 없다고..^^ 그리고 지나가면서 볼 수 있도록 저렇게 벽화를 그려넣기도 했습니다. 곳곳에 벽화라 무심결에 지나면서도 '아, 이곳이 피자집이구나' 하고 알 수 있습니다.
들어가면 이렇게 아담한 제주풍 시골집을 개조한 피자집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곳은 창고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했다는데 테이블 없이 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공간의 분위기나 특성으로 보아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이는데, 까페로도 손색이 없을 듯한 이 집은 우선 인테리어를 둘러볼 필요가 있습니다.
천장의 전기선과 조명은 마치 70년대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천장은 황토를 발랐다구요.
미장질 역시 신경써서 질감이나 패턴이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조명 역시 주변의 물건들을 활용하여 분위기를 자아내구요.
너른 창과 장판을 깔아놓은 방은 그야말로 온돌입니다. 이런 곳에서는 반드시 전통차를 마셔야 할 것 같지만 그런 인식을 깨고 여기서는 피자와 커피를 먹어야 합니다.^^ 참 신선하고 재치있는 느낌입니다.
이 집의 마스코트(?) 돌하르방.. 피자를 굽는다죠?
테이블 역시 옛날 문짝을 뜯어 올리고 테이블용 유리를 올려 만들었습니다. 한지를 깔아 더욱 분위기가 있죠. 요즘은 저 옛날 나무문짝이 인테리어용으로 쓰이면서 희귀해졌지만 일단 구하면 비싸거나 한 것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폐기되어야 할 것들이기에 아주 저렴한 아이템이 되죠.. 주인장의 아이디어로 직접 구상한 것이랍니다.
아내는 방명록을 보고 민욱이는 낮잠을 자네요..
주방에 연결된 준비실입니다. 개방되어 있다는 것은 자신있다는 반증이기도..
나름 이름에 어울리는 소품들과..
방명록까지.. 이 집 오픈한 지 얼마 안되어 요즘 협재에 게스트하우스를 준비하시는 메가쇼킹작가 고필헌씨께서 다녀가시며 귀여운 강아지 그림도 그려넣으셨더군요.. 그런데 정작 주인장은 못알아보았다능.. 충분히 이해합니다.^^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해야죠..^^
이게 압권인 메뉴입니다. 저도 실은 아직 맛보지 못했는데 정말 1미터짜리 피자입니다. 토핑이 4가지가 구역별로 나뉘어 나온다는..
메뉴 제목은 일단 따로 생각하구요.. 고구마피자.. 전 개인적으로 이 집의 대표메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불고기피자.. 이 역시 맛있습니다.
이름들이 대번에 확 들어오는 이름은 아니지만 설명을 보면 한번 맛보고 싶다는 생각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고르곤졸라까지..
보말스파게티.. 이것도 좋죠..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일종의 해물파스타랄까..
이집의 주인장 중의 한 분이신 자라바우님은 직접 로스팅도 합니다. 교과서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창의력을 발휘한 로스팅과 한라산학교에서 배운 드립실력으로 꽤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시죠. 평균수준 이상의 딱 안기는듯한, 포근한 맛의 커피랄까? 게다가 반경 5킬로 이내 피자집이 없는 동네에서 드립커피집이 있을리가 없죠. 동네를 생각하면 독보적인 맛입니다.^^ 너무 칭찬하나..^^
일단 물을 마시구요..
옆 테이블에서 1미터짜리 피자가 나오길래 얼른 사진만 좀 찍었습니다. 길이가 정말 1미터입니다. 이걸 어른 7명 정도가 만족스럽게 드시더군요. 맛을 보지는 못했으니 패쓰..
주문한 보말스파게티입니다. 그릇이 뜨거운 것을 보니 오븐에서 토핑한 피자를 녹인 듯 합니다.
보말이 보이시나요?
파스타는 재료의 구성면에 있어 충분히 훌륭합니다. 하지만, 간이 약간 싱거운 듯한 느낌이 있고 소스에 수분이 조금 많아보입니다. 발사믹 식초를 조금 더 가미해서 단맛과 신맛을 적당히 살려보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스도 조금 더 걸쭉하게 만드는 건 어떨까 생각도 들구요..
불고기피자를 주문해 보았습니다. 나무도마 위에 올려져 나옵니다.
토핑이 간략해보이지만 화려하면서도 그닥 먹을 거리를 찾지 못하는 브랜드 피자들과는 다른 면이 많습니다. 우선 이 집은 거의 모든 재료를 로컬푸드 개념으로 구입합니다. 쉽게 말해 대부분의 재료들이 제주산이라는 거죠. 도우 반죽에는 근거리에 있는 오설록에서 가져온 녹차가루를 첨가하여 만듭니다. 그래서 도우 색깔이 조금 파랗죠. 고기나 고구마, 버섯, 브로콜리, 당근, 단호박 등은 모두 제주산입니다. 지역사회이고 주인장들이 다들 제주분들이시니 저렴하고 쉽게 제주산으로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재료의 품질이나 고유한 맛에 있어 인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죠.
불고기피자는 처음에 간이 심심해서 조금 아쉬웠는데 두번째 먹었을 때에는 고기에 간이 잘 되어 있어서 맛있었습니다. 도우 역시 기름지지않으면서 적당히 두꺼워 부담스럽지도 않구요. 씬피자를 좋아하는 저로서도 마음에 들었던 도우였습니다. 녹차가 들어가니 느끼함도 없습니다. 이 집의 피자는 재료 자체의 고유한 맛들이 조화를 이루는.. 그래서 만들어낸 맛이라기 보다는 조화로운 맛이라 표현하는 것이 옳을 듯 합니다.
그렇게 다 비워냈습니다. 여행에서 피자를 먹는다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닙니다만, 제주에서 돌하르방 피자를 먹는 것은 그닥 어색한 일은 아닐듯 합니다. 앞에서 말한대로 로컬푸드의 개념으로 거의 모든 재료들이 제주산이다보니 이 역시 제주의 특색있는 음식이라 해도 무방하니깐요.
이렇게 먹고 자라바우님이 내려주시는 드립커피를 맛보는 것도 좋을 듯 해요. 입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으니깐요. 섬세함은 덜하지만 포근한 느낌의 커피가 좋습니다.
이건 테이크아웃용으로 가져온 고구마피자인데 이렇게 포장도 가능합니다. 사실 이 집의 가장 주메뉴는 고구마피자가 아닐까 싶어요. 가장 정성스럽고 또 맛있으니깐요. 도우위에 올려진 고구마무스는 제주고구마를 가져다가 직접 쪄내고 으깨어서 올린 것입니다. 무스도 두텁게 올라가 있습니다. 적당히 단맛이 있고 야채들만 있다보니 깔끔하고 신선합니다. 다만, 테이크아웃을 하면 피자가 식어버리니 따뜻할 때 먹는 피자보담 맛이 좀 덜하긴 하죠. 따뜻한 돌하르방 고구마피자, 개인적으로는 강추메뉴입니다.
시작하신지 얼마 되지 않아 이 맛이 끝까지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맛의 유지라는 것은 맛집들의 화두이지요. 사람이 많아지거나 물가의 유동, 그리고 생각의 변화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힘든 요소입니다. 일단 '다시 쓴다'는 표현없이 맛이 있기에 소개한 포스팅입니다. 맛집으로서 이름이 알려져도 지금의 맛이 변함없기를 기대하며 독특하면서도 맛있는 제주의 피자집으로 적극 추천합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
첫댓글 보말스파게티 먹어보고 싶어요
다음달 정도에 제주에 가게될듯합니다
저녁에 맥주라도 같이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