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詩選(33)
봄 산 외 11 편
友堂김종식
따사사한 봄날엔
거한 사랑놀이 한번 구경해 보고 싶다
진달래 꽃망울처럼
여린 사랑이라도 괜찮겠고
바다 위를 훨훨 나는
사랑이면 둥기둥기 더 좋겠다
여차하면 날을 잡아
저 앙큼한 앞산
깊숙한 골을 한번 헤쳐보자
은밀하게 타오르는
사랑불이 어디서
발화되었는지 몰래 지켜볼 일이다
봄바람은 불어오고
들불은 번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타닥타닥
사방이 요동치고
부끄러운 봄 산에
붉은 아우성이 활활 탄다
에라!
이 미친 사랑놀이는
기왕에 휘청휘청 취해도 좋겠다
이 골 저 골 싱숭생숭 마냥 좋겠다.
2월의 봄 마중
友堂김종식
언 땅속에 웅크려
꼭꼭 숨어있는 봄을 만나려고
해변 길에서 바람이 잦아들길
기다려보았다
남쪽 머언 수평선 위로
해무가 길게 띠를 두르고
뭍을 향해 다가오니
나른한 봄을 깨워오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바다 위를 걷다가
잠시 눈을 감았다
하늘과 바다가 이어진 길은
새털처럼 가볍고 경계가 없어
잡히지 않았다
뭍을 둘러본들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
바닷가 갯바위나 산비탈 작은 텃밭
어디에도 나를 반겨주는 꽃은
아직 피어나지 않았다
귓불이 차가워
터덜터덜 내려오는 겨울언덕길
어디선가 익숙한 내음이
뭉클하게 코끝을 간질인다
그렇구나!
나도 몰래 봄이 내게 와
이미 살고 있었구나
주인인 양
꽃밭을 펼쳐놓았구나
그새 봄을 가슴에
한 아름 담아놓았었구나.
봄 손님
友堂김종식
아롱아롱
향기 타고 오네
날개 달고
나풀나풀 날아오네
그대가
사랑한 봄이
내가
기다린 봄이
멀리서 손 흔들며
살랑살랑 걸어오네
꽃 나팔 불어대며
건들건들 흔들어싸네
고대고대 오는 봄
두 팔 벌려 가득 안네.
사랑의 이론
友堂김종식
사랑은 봄이다!
아롱아롱 어른대다
어느 순간에 가슴을 점령해버린다
사랑은 늪이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점점 더 깊게 빠져든다
사랑은 농사다!
주인의 발길이 잦아야
알찬 수확을 거둘 수 있다
사랑은 화롯불이다!
그냥 두면 사그라들고
쑤석대면 되살아난다
사랑은 약술이다!
정성으로 빚어
세월에 스며들어야 맛과 향이 깊다.
들국화 5
友堂김종식
약속된 시간이 지나도
임은 오지 않았다
슬퍼도 외로워도 곱게 단장하고
외딴 바위섬을 들고나는
바람 편에 그리운 입 소식을
기다릴 뿐이다
예정된 시간은 무심에 이르고
여인의 치맛자락이
갈바람에 길을 잃고 나부낀다
싸늘한 시간의 길은
이별이기에
아! 이 깊은 신음(信音) 어찌하랴
찬바람 슬픈 계절에
이젠 잊혀가는
저 가냘픈 시월의 바람꽃 여인.
*신음(信音): 먼 곳에서 소식을 전하는 편지.
詩의 외침
友堂김종식
한 줄의 詩句를 갈고
詩語를 뿌리며
몇 날이 걸려도 詩人은
詩의 꽃밭에 기쁘게 농사를 짓습니다
꽃이 피면
모두가 넉넉한 미소로 평안과
희망을 안으면 그뿐이지요
가슴 메마른 사람들이
詩와 함께 사랑의 꽃을
피운다면 그 향기는
오래도록 지속될 것입니다
그땐
詩人은 무대 뒤 조연이 되어
말없이 갈채를 보낼 것이며
더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서정의 맑은 샘물을
정갈하게 길어 올리고
결 고운 향기를 찾는 일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꽃보다 더 탐스럽게
詩의 꽃을 피울 것입니다
누구라도 詩의 꽃밭에서
작은 위안을 얻는다면
詩人은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입니다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시인이 가꾼 꽃밭에
향기로운 꽃이 사방에 피어나니
그 꽃밭 영원히 아름다울 것입니다.
여보게 詩를 피우세
友堂김종식
서정의 샘에는
영혼의 맑은 물이 솟는다네
그곳은 자아의 땅 시의 세계
시를 일구는 농부여
계절이 없는 시의 밭에
꽃씨를 뿌리세
사랑으로 예쁜 꽃을 피워내세
어둠 속에 피어나는
달맞이꽃은 많이 심으세
그 꽃은
스스로 영롱하여
밤하늘을 밝히는 별꽃이 된다네
시의 밭에
서정의 꽃씨를 많이 뿌리세
그리하면 영원불멸의 꽃이
세월을 건넌다네
해해연년 피어난다네.
수석(壽石)
友堂김종식
누가 돌을
그냥 돌이라고 부르는가?
누가 돌은
감정이 없다고들 해싸는가?
태초(太初)에 조물주가
인간을 빚기 전
돌을 먼저 만들어 냈다
그런 돌을
함부로 대하면 되겠는가
보라!
돌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돌에는 다른
특별함을 부여했다
돌에 문양(文樣)을 새겨
영원히 살아 숨 쉬게 한 것이다
돌은 죽은 게 아니다
그러니 다시 보자 생명이 있다
돌에도 눈이 있고 귀가 있어
다 보고 다 듣는다
살아 있는 예술품이요
삼라만상을 다 품고 있는 것이다.
사랑을 찾아서
友堂김종식
사랑의 샘에서 솟는 물은
마르지 않는 신비의 물
목마르면 적셔주는
구원의 물이요
퍼내도 마르지 않는
요술의 물이요
신비로워 찾아가는
환상의 물이요
힘들 땐 위안 주는
안식의 물이요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불멸의 물이요
인생길 내내
마시는 희망의 물이요
그래서 끝없이 찾아 헤매는
사랑의 샘물이라네.
동백꿈길
友堂김종식
내게 유일한 낙
그대를 만나는 시간
내 품에 잠들어
내 꿈길에 오신 그대를 만납니다
짙은 눈매
유혹의 시선
새근대는 숨결
붉은 입술
정열의 핏빛이
시야를 가리는 숲에서
오늘도 나는
사랑을 펼칩니다
가슴의 문이
바람에 덜컹대니
여린 몽우리가 화들짝
꽃술을 열어젖힙니다
가슴이 뜨겁습니다
붉디붉은 신음이 애절합니다.
안전 시거(安全視距)
友堂김종식
부딪침은 곧 사고다!
위험한 질주는 위장된 자유며
불통의 대명사다
충돌은 흔적이 남는다
사고의 함수(函數)는 그런 것이다
우리 서로가 방해하지 말자
양보하자!
양보는 서로가 하는 것
질서는 기본이요, 미덕이며
또한 최선의 룰이다
일방독주는 늘 위태롭다
부드러운 흐름은 선의 미학이고
세상을 움직이는 원칙이다
위험한 이기주의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를 때
세상은 온갖 역병이 창궐하고
더러운 말들이 공중을 둥둥 떠다니며
폭풍을 부른다
금도(襟度)를 지키자!
선을 지키지 않는 거리는 어지러워
눈은 빙빙 돌아 커브 길이 직선로로
착시(錯視)를 가져와 사고를 불러온다
선을 지키는 적절한 거리는
곧 우리 모두의 안전이고 일상이다.
꽃
友堂김종식
철 따라 피어나는 꽃을 보면
참 신기하고 아름답지요
가느다란 줄기에
야윈 몸매
그 어디에 저런 이쁜 모습이
감추어져있었을까요
어디 꽃이, 무슨 꽃이
나무와 풀에서만 피어날까요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세요
생글생글 웃는 모습
찡그림 없는 미소
모두 다 예쁜 꽃입니다
우리 인생
얼마나 산다고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
더 많이 아껴주고
순간순간 사랑하며 쳐다보세요
금세 얼굴에 꽃이 피어납니다
꽃은 꽃밭에서만
가꾸는 게 아니지요
지금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에 꽃씨를 많이 심으세요
사랑의 물을 흠씬 뿌려주고
다정하게 자주 쳐다봐주세요
꽃은 저절로 피어납니다.
友堂김종식 詩人:
전남 완도출생
여수 수산전문학교
°월간 문학세계 등단
°환경문학 시 부문 금상수상 등단
°2014, 2015 한국을 빛낸 문인선정
°국제문단 초대작가
°월간문학세계 예술공로상 수상
°국제문단 문학상 수상
°시집: 들꽃. 책속의 소시집
°공저:하늘비산방
°동인지: 명작선 외 다수
kim681013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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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시조 房
<특집> 詩選(33)/友堂 김종식
趙南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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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1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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