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자 : 2011. 5.16 (월) ~ 5.19 (목)
코 스 : 수바시리구 5합목(須走口5合目) - 정상 – 수바시리구 5합목
시 간 : 5.17(화) 06:45 ~ 18:00
이 동 : 김포공항 – 나고야(名古屋) – 미시마(三島) – 누마즈(沼津) – 고텐바(御殿場) – 누마즈(沼津) –
미시마(三島) – 나고야(名古屋) – 김포공항
산행자 : GI-MIN, YB-KO, KY-KIM
올해 초 높이 3,776m의 일본 최고봉인 후지산을 5월 중에 오르기로 계획하였다. 하지만 지난 3월 동북지방
대지진과 후지산 폭발 루머,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로 포기할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일본의
지인과 신문기사 등을 통해 알아보니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어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당초 JS님, JM님, KM님 등 총 6명이 가기로 했지만 다들 바쁜 사정 때문에 다음으로 미루고 그동안 늘
원정산행에 함께 했던 KY님과 이번에 처음 동행하는 YB님. 이렇게 단 3명만이 산행에 나선다.
# 3박4일간의 여행을 함께 할 KY님과 YB님
16일 오전 10시 30분에 출발하는 김포발 나고야행 제주항공을 타고 12시 10분 중부국제공항에 도착,
나고야역으로 가서 소바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한 후 신칸센과 일반 기차로 시즈오카현 고텐바로 이동하였다.
고텐바역에서 최종 목적지인 수바시리구 5합목(해발 2,000m)까지 버스노선이 있긴 하지만 등산시즌인 7~9월
에만 운행하고 있어 부득이 택시를 타고 이동해야만 했다.
# 누마즈(沼津)에서 고텐바(御殿場)로 이동 중 차창 밖으로 후지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고텐바 이동수단 및 요금>
-----------------------------------------------------------------------------------------
10:30~12:20 김포공항 -> 나고야 중부국제공항, 제주항공 7C1682, 259,000원 (제세금 포함)
12:47~13:24 중부국제공항 -> 나고야(名古屋), 名鉄空港線特急岐阜行, 자유석, 1인당 850엔
14:33~15:54 -> 미시마(三島), JR新幹線ひかり474号
16:00~16:08 -> 누마즈(沼津), JR東海道本線
16:33~17:13 -> 고텐바(御殿場) JR御殿場線 * 나고야->고텐바 열차요금 : 1인당 8,730엔
17:20~18:00 -> 수바시리구 5합목(須走口5合目), 택시 6,880엔 (주행거리요금)
-----------------------------------------------------------------------------------------
# 수바시리구로 향하는 등산도로. 도로를 횡단하는 사슴들이 많아 조심해야 한다.
후지산의 공식적인 등산은 7월부터 시작되며 후지산 각 합목마다 있는 산장 대부분은 7~8월에만 영업을 한다.
그러나 수바시리구 5합목의 산장 2곳(기쿠야 菊屋, 히가시후지 東富士)은 유일하게 4월말부터 영업을 시작하
고 있어 그 중 규모가 조금 큰 기쿠야 산장(1박 2식, 1인당 7,000엔, 도시락 600엔) 으로 숙소를 예약해 두었다.
# 기쿠야 산장 전경과 2층 숙소 내부, 그리고 푸짐하게 차려진 저녁식사. 손님이 우리 밖에 없어 널찍하다.
산장 주인이신 와타나베(渡辺)님의 안내를 받아 2층 숙소에 여장을 풀고 나서 식사가 준비될 때까지 밖에
나가 어둠 속에 서서히 묻혀 가는 후지산을 바라본다. 멀리서 볼 때는 상당히 가파른 모습이었지만 막상
바로 밑에서 보니 생각보다 완만하다. 또한 신비롭고 수려했던 자태는 온데 간데 없고 단지 우뚝 솟은 하나
의 눈 덮힌 봉우리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역시 후지산은 멀리서 바라볼 때 아름답다라는 얘기가 실감난다.
# 수바시리구 5합목에서 후지산을 배경삼아 기념촬영
저녁 식사를 하는 중 와타나베님은 후지산 등산시 주의할 점에 대해 몇가지 말씀해 주신다. 산이 높기
때문에 맑은 날씨에도 갑자기 눈, 비가 내리고 천둥, 번개도 칠 수도 있으므로 늦어도 4시 이전에 꼭 하산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리고 지난 3월 대지진 때 후지산 바로 아래에 위치한 후지노미야시에서도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하여 후지노미야구(富士宮口)와 신고텐바구(新御殿場口) 등산로가 크게 훼손되었으며
바위, 돌 들이 쉽게 무너져 내리는 등 위험하니 반드시 수바시리 등산로로 다시 내려오라고 하신다.
17일 새벽 6시 식사를 마친 후 주먹밥(오니기리) 3개와 뜨거운 물을 채운 보온물통, 그리고 고산병을 대비
해 휴대용 산소(1개당 1,000엔)를 챙긴 후 바로 산행에 나선다. 아침 TV뉴스에서 일기예보를 보니 후지산
의 날씨는 맑다가 오후에 흐리고 비가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주인 아저씨는 다시 한번 4시 이전에는 꼭
하산하라고 재차 당부하신다.
# 수바시리구 등산로 초입. 통제소 앞에 입산금지라는 간판에 세워져 있지만 문은 열려 있다.
처음부터 오르막이 시작되고 키 큰 고산목과 나지막한 잡목들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바닥은 검붉은
화산재인 작은 돌들이 깔려 있어 걷기에 다소 불편하다. 6합목까지는 숲 길을 따라 오르도록 되어 있
지만 가끔 시야가 트이는 곳을 지날 때는 눈 덮힌 후지산 정상이 보이기도 한다.
# 5합목을 출발한지 1시간 즈음 지나 잡목 사이로 보이는 후지산
오전 8시 6합목에 위치한 오사다(長田) 산장에 도착하였다. 규모로 보아 20여명 밖에 묵을 수 없는 아주
조금한 산장인데 이 곳 역시 7월이 되어서야 영업을 개시한다고 한다. 합목(合目, 고메)이란 일본의 모든
산에서도 통용되는 단위로서 산 아래에서 정상까까지의 높이를 10등분해서 정하는 위치로서 후지산은
각 합목별 고도차가 300~400m 정도 난다.
# 6합목(해발 2,400m) 오사다(長田) 산장. 약간의 잔설만 남아 있을 뿐 대부분 눈이 녹아 있다.
6합목을 지나서부터는 본격적인 설상 산행이 시작된다. 경사는 약 40도 정도로서 정상까지 거의 동일한
각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두터운 구름이 끼여 있기는 하지만 가끔씩 구름 사이로 강렬한 햇빛이 내
리쬐고 그 빛이 하얀 눈(雪)에 반사되어 눈(目)이 시리기도 한다.
# 정상까지 이어지는 설벽. 이 곳부터 정상까지 고도 1,000m를 높여야 한다.
# 야외 휴게시설이 잘 되어 있는 본6합목 세토칸(瀬戸館). 후지산의 경사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본6합목(2,700m)을 거쳐 7합목(3,090m)으로 오르는 중 드디어 걱정했던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가쁘다. 게다가 무거운 배낭 무게 때문인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왜 이리 힘이
드는지.... 몇 해 전에 북알프스 호다카다케 산장(3,000m)에서 잘 때 고산병으로 잠 한숨 제대로 못 잤는데 그
때의 악몽이 되살아 나는 것 같다.
# 오르는게 힘에 부쳐 서 있는 채로 잠시 명상에 잠긴 KY님
# 약 3m 높이의 잔설로 덮여 있는 7합목의 타이요칸(太陽館)
가까스로 본7합목(3,200m)에 도착. 고산병 적응을 위해 컵라면과 주먹밥을 먹으며 30분 이상 휴식을 취했
더니 한결 나아지는 것 같다. 12시가 지나자 하늘이 어두워지고 싸래기 눈이 간간히 내리기 시작한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서둘러 정상을 향해 다시 무거운 발을 내딛는다.
# 기쿠야 산장의 와타나베 님이 손수 만들어 준 일본식 주먹밥 (오니기리)
# YB님이 저 멀리 앞서 나간다. 첫 해외 원정이고 산행경험이 적어 걱정 많이 했는데 기우였다.
8합목 부근부터는 구름에 쌓여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체감 온도는 영하로 떨어지고 경사도 급해
지다 보니 등반 속도는 점점 더뎌만 간다. 당초 정상 도착 예정시간은 1시였지만 2시 40분에서야 정상(3,7
20m)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상에는 굳게 닫힌 산장 여러개가 즐비하게 늘어 서 있다. 여름 등산 시즌에 일
출을 보기 위해 이 곳에서 수 많은 등산객들이 묵었으리라 짐작된다.
짙은 구름 안개 때문에 조망은 전혀 볼 수가 없다. 분화구 쪽이 궁금해 산장 뒤로 가 보았더니 수십미터의
아찔한 절벽이다. 장갑을 벗기가 무서울 정도로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지만 꿈에 그리던 후지산
정상을 밟았다는 기쁨에 추운 줄도 모르고 커피 한잔씩 마시며 잠시 여유를 부린다.
# 후지산 정상에 도착했음을 알려 주는 토리이(鳥居, 신사의 입구를 알리는 문)와 해태 석상
# 정상에서의 기념 촬영. 카메라를 바위 위에 올려 놓고 찍었더니 사진이 기울어졌다.
정상에서의 환희를 만끽하다 보니 어느새 3시다. 날이 어두어 지기 전에 5합목까지 내려가려면 서둘러
야만 했다. 9합목에 도착할 즈음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내리 치고 싸리눈은 눈보라로 바뀌어 버렸다. 이
대로 하산한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YB님의 의견에 따라 본8합목의 건물 옆에서 천둥과 눈이 멈추기를
기다려 보지만 1시간이 다 되어가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이 곳에서 지체하다간 날도 어두워지고 기온도 떨어져 더 위험해 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 4시 30분
하산을 강행한다. 내려갈 때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레인팬츠와 스패츠를 착용한 후 수나하시리(砂走り)라
는 하산로를 이용 엉덩이 썰매를 탔더니 엄청 빠른 속도로 내려 간다. 지금까지 설상 산행 중에서 이 처럼
길고 스릴 넘치는 엉덩이 썰매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 스릴 만점의 엉덩이 썰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쭉 쭉 내려간다.
엉덩이 썰매 덕택에 8합목에서 수나하라이 5합(砂払い5合)까지 30분만에 내려 올 수 있었다. 수나하라이
5합부터 수바시리구 5합목까지는 40분 거리의 화산재 길로 이어지는데 지진 여파인지 아니면 눈 녹은 물
이 흘러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길이 많이 갈라지고 패여 있어 걷기가 좀 불편하다.
# 수나하라이 5합을 지나면서 바라 본 후지산. 새 하얀 소복으로 갈아 입은 모습이다.
# 총 11시간의 춥고 고된 산행으로 몸은 비록 지쳤지만 마음은 한결 가볍고 뿌듯하다.
정확히 6시 수바시리구 5합목 기쿠야 산장에 도착. 와타나베님과 작별 인사를 한 후 어제 이용했던 고텐
바 택시를 타고 고텐바역 근처에 있는 루트인 호텔(2인 1실, 조식 포함 1인당 5,650엔)로 직행한다. 샤워를
한 후 역 근처 식당에서 미소라면, 사시미정식, 그리고 사케 등을 시키며 못다한 후지산 등산 뒷얘기를 나
누며 하루를 마감한다.
<김포 이동수단 및 요금>
-----------------------------------------------------------------------------------------
18:40~19:20 수바시리구 -> 고텐바(御殿場), 택시 7,000엔
09:00~09:24 (익일) -> 누마즈(沼津), JR急あさぎり1号
09:31~09:36 -> 미시마(三島), JR東海道本線 熱海行
09:48~11:10 -> 나고야(名古屋), JR新幹線ひかり465号 * 고텐바->나고야 1인당 9,040엔
10:31~11:06 (익일) -> 나고야 중부국제공항, 名鉄名古屋本線特急, 1인당 850엔
13:10~13:20 -> 김포공항, 제주항공 7C1681
-----------------------------------------------------------------------------------------
원래 YB님과 KY님은 2박3일 일정으로 왔기 때문에 새벽 나고야로 이동하여 귀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모처럼 만에 온 여행에다 산행에 따른 피로로 인해 하루 연장하기로 하고 이튿날 오전 9시 나고야로 이동.
오후부터 시티투어 버스 메구루(メ-グル, 1일 1인당 500엔)를 타고 나고야성(名古屋城)과 도쿠가와엔(徳川
園), 그리고 도요타 그룹의 발상지인 도요타산업기술기념관(豊田産業記述記念館)를 둘러 보는 등 관광을
즐겼다.
#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 家康)가 천하통일 이룩 후 축조한 나고야성
# 도쿠가와 가문의 정원으로 숲속에 폭포, 산책로와 넓은 연못 등으로 조성되어 있다.
# 방직기술의 변천사를 설명하고 있는 도요타산업기술기념관내 방직관의 안내 도우미
# 1930년대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을 재현해 놓은 도요타 자동차관
시내관광을 마친 후 나고야 신칸센역 바로 옆에 위치한 비지니스 호텔 이나호(稲穂, 조식포함 1인당 6,150
엔)에 여장을 푼 후 근처 불고기집(焼肉店) 및 이자카야(居酒屋)에서 후지산 등반을 포함한 3박 4일간의
여행을 무사히 마친 것을 밤 늦게까지 자축하였다.
산에 다니게 된 이후 언젠가 후지산은 꼭 한번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졌었다. 그러다 작년 가을 하코네
에서 눈 덮힌 후지산을 보고 나서 확실히 결심하게 되었고, 이번에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이번
산행은 잔설도 많이 남아 있고 날씨도 좋지 않아 좀 위험하기는 했지만 검붉은 화산재와 많은 인파로 줄 서
서 가야하는 여름 등산시즌 보다는 한적하고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일찍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백두대간을 시작한 지 벌써 3년째가 되어 간다. 진작 끝냈어야 했는데 차일피일하다 아직도 소백산도 끝내
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즈음 산에 대한 애정과 정열이 예전만큼 못하고 몸도 많이 불어 게으름만 피우
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3,700m라는 생애 최고봉에 올라 선 것을 계기로 다시금 산을 자주 찾을 수 있도록
분발해야겠다.
[출처] [2011. 5.16] 후지산 (富士山)|작성자 뿌리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