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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白頭大幹) 5 – 장수 德裕山
서봉 남덕유 아래 할미봉
양산박
큰아들 작은아들 먼 발치에서
살아가는 모습만 바라다 본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하염없이 앉아서 쳐다만 본다
언제나 듬직한 두 아들 품고서
영원히 잘 살라고 기도 올린다
육십령에서 산행 출발하기 전에 단체사진
지난번에 안개로 인해 조망을 즐길 수 없었던 것을 두 배로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 쾌청하고 맑은 날씨다. 토요일 하루종일 비가 내려서 미세먼지 하나없이 깨끗한 공기에 기온도 올라 산행하기 맞춤형 날씨다. 어쩌면 올해들어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등산하는 것이 처음인 것 같다.
산행 진행은 여러모로 스텝이 엉킨 날이기도 했다. 한문희 총대장님이 양재를 출발하고 나서 회원들에게 멋진 인물사진 찍은걸 나눠주면서 깜빡하고 죽전에서 회원 한 분 태우는걸 잊어버렸다. 죽전 휴게소에 도착하고서야 알아차리고 그 회원이 다른 산악회 버스를 타고 휴게소에 도착하여 조인할 수 있었다.
시작은 작은 발걸음이나 그 성과는 장대하다
이번에 새로 두 명이 합류했는데 부부간인듯한 그 두 사람은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듯 처음부터 뒤에 쳐지더니 할미봉을 지나 한참 후 점심식사를 했는데 식사를 다 마친 시간에 겨우 도착했다. 매우 힘들어하면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걸 보고 총대장님이 판단하여 삼자봉에서 경상남도 교육원 및 영각사쪽으로 나 있는 길로 중간 탈출시켰다. 나중에 서봉과 남덕유를 거쳐가는 코스가 제법 힘들다는 걸 생각하면 총대장님이 올바른 판단을 빨리 내린 것 같다.
은방울꽃 - 이 꽃을 본 떠서 방울을 만든것이 아닐까?
또 하나 좀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산을 다 내려와 황점에서 대충 몸을 씻고 버스에 탑승하면서 알아차렸다. 회원중 두 명이 아직 도착을 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제일 후미에서 총 6명이 움직였는데 우리가 내려오고 나서도 한 시간 가까이 되었는데도 소식이 없다. 그 두 사람이 하산기점인 월성치를 지나 삿갓재를 거쳐서 내려오고 있다면서 총대장이 우리에게 어떻게 할 건지 의견을 물었다. 시간이 오후 7시가 넘어 서울에 가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힘들어 한다는 걸 염두에 두고 그 두 사람과 총대장이 뒤에 남아 다른 교통편으로 올라가는 방법이 그 1안이요, 다른 하나는 동료애를 발휘하여 7시 40분까지 기다렸다가 그 두 사람을 태우고 함께 올라가는 것이다. 평소 다른 회원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는 두 사람에 대한 호의적인 생각은 그리 커보이지 않았으나 사람들은 만일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해있을 경우를 상상하면서 다수의 의견으로 2안을 선택했다.
둥굴레
우리가 설정한 최후 시간인 7시 40분이 되어서야 겨우 하산을 완료하여 버스가 출발할 수 있었으나 그 두 사람은 우리가 자신들 때문에 오래 기다린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지 본인들이 삿갓재로 하산하게 된 이유를 불만섞인 목소리로 토해낸다. 원래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는대로 삿갓재나 월성치에서 하산코스를 잡으면 된다고 처음에 얘기했다가 전체적으로 시간이 지체되면서 모두 월성치에서 하산하는 것으로 변경하고 통보하였는데 자신들은 그 변경된 내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래 기다린 사람들에게는 좀 언쨚은 변명이었지만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말이다. 어찌 보면 선두대장이 변경된 스케쥴을 회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선두대장은 처음 합류한 사람인데 야무진 면은 없고 그저 사람좋은 인상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은 앞으로 남은 여정을 이어나가면서 모두가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중요한 일이었다.
애기나리
미리와 윤이는 전주를 거쳐 여수까지 다녀오는 코스로 여행을 떠난 관계로 새벽에 일찍 일어나 대충 준비할 수 있었다. 아침밥은 전날 내가 다 태워서 냄새가 나는 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김치와 두릅 삶은 반찬으로 먹었다. 점심으로는 계란을 여러 개 삶아서 과일과 같이 챙겼고 풍납시장을 지나면서 김밥 ( 2천원 ) 한 줄 사서 넣었다. 이렇게 가니 무척 간편하니 좋다.
토요일에 비가 많이 내린 후 일요일에는 대부분 지방에 오전 일찍 그칠거라는 일기예보에 따라 비옷도 우산도 들지 않고 출발하였다. 이렇게 비가 내린 후에는 미세먼지가 비에 섞여 다 사라지고 맑고 깨끗한 공기를 선사할거라는 기대감으로 충만하였다. 총대장님은 그래도 어찌될 지 모르니 우비를 챙기라고 하는데 난 비가 오더라도 아주 조금 내릴거라 생각하며 아무것도 없이 집을 나섰다. 덕유산 휴게소가 가까워지면서 왼편으로 나타나는 산에 하얀 안개구름이 중턱까지 걸려 있어 어쩌면 지난번과 같이 안개속을 걷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생겨난다. 산을 오르면서 삿갓재 대피소에서 숙박하고 내려가는 사람들을 몇 몇 만났는데 실제로 간밤에 비가 내렸고 오전까지도 비와 안개 때문에 전망도 트이지 않았다 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11시쯤 도착하여 산행할 때는 이미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날씨도 조망도 매우 훌륭한 수준이었다.
산앵도나무
나는 중간쯤에 끼어 가다가도 어느새 야생화 꽃을 사진에 담느라면 하나씩 둘씩 나를 추월하고 앞뒤로 아무도 없는 호젓한 산행이 된다. 앞 팀은 저 멀리 달아나고 뒷 팀은 나보다 조금 떨어져 오고 있다. 3주만에 걷는 대간길에는 계절이 멈춰선 듯 큰 변화가 없다. 나뭇잎은 이제서야 겨우내 봉오리에 말아두었던 새 잎을 오골오골 피어낸다. 솜털달린 새 잎은 햇볕이 드는 만큼만 자라나 마치 마술사가 막대기 끝에서 기다란 리본을 끝없이 내놓듯이 겨울가지 끝에서 끊임없이 돋아난다. 신갈나무, 단풍나무, 고로쇠 나무나 회잎나무 등 부지런한 나무들은 잎과 함께 꽃도 피워낸다. 태양이라는 마술사가 한 번 손을 뻗으면 갈색으로 뒤덮인 산이 온통 녹색으로 변한다.
벌깨덩굴
백두대간 길가에 무리지어 자라는 은방울꽃도 이제 하얀 방울꽃을 피워내고 있다. 아직 만발한 것은 아니지만 벌써 활짝 피운 꽃대가 여럿 보인다. 어쩌면 꽃 모양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신비스럽다. 방울을 닮아서 은방울꽃이라 부르는 게 아니라 어쩌면 이 은방울 꽃을 보고 흉내내어 방울을 만들었을 거라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땅에서 넓은 잎새가 서너줄기 돋아나고 나서 그 옆에 아주 작은 꽃봉오리를 단 꽃대가 자라나고 그 꽃봉오리가 하나씩 차례로 터지면서 하얀 은방울을 만들어낸다. 바람불면 그 꽃대가 흔들리면서 은방울도 따라 흔들려 맑은 소리 들릴 것 같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본 풍경
은방울꽃과 덩달아서 둥굴레꽃도 피어난다. 길다란 꽃대에 먼저 잎이 날개처럼 돋아나고 그 잎겨드랑이에 꽃자루가 짧게 나와 그 끄트머리에 연한 녹색의 꽃이 피어난다. 기다란 원통모양으로 핀 꽃의 끝은 진한 녹색띠모양이다.
꽃이 하얀 솜 같은 풀 <풀솜대>는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꽃망울이 바야흐로 막 터질 듯 한데 아랫부분은 이미 몇 개씩 터져서 하얀 솜을 펼쳐내고 있다.
할미봉과 그 너머 남덕유산 봉우리
할미봉에 올라서면 전면에 서봉과 남덕유산이 시야에 꽉 차게 펼쳐진다. 덕유산이라는 뜻이 크게 여유가 있다는 것인데 이 할미봉에 서서 서봉과 남덕유를 바라보면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 눈 앞에 펼쳐지는 그 장엄한 광경이 입을 쩍 벌어지게 한다. 조그만 구릉을 사이에 두고 두개의 준봉이 의연하게 서 있는데 그 봉우리 밑으로 두 세 줄기 능선이 아래로 뻗어내린다. 할미봉에 서면 그 두 개의 높다란 봉우리와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어쩌면 이 봉우리를 할미봉이라 부르는 연유도 그런 듬직한 아들과 손자들을 지긋이 바라보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오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대포바위 - 가까이 가기엔 너무 부족한 시간이었다.
원래 이 봉우리 아래에 돌로 쌓은 성벽이 있는데 할머니가 돌을 앞치마에 담아 날라서 성을 쌓아다고 하여 할머니봉이라는 설도 있다. 또한 이 봉우리의 바위모양이 쌀부대를 쌓아 놓은 모습이라 하여 합미봉(合米峰)이라 부르다가 할미봉으로 바뀌었다는 설이 조금 더 설득력이 있어보인다.
할미봉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선두팀의 끄트머리를 만났다. 급한 내리막 경사길에 변변치 않은 나무 사다리가 있어 회원들이 조심해서 내려가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 한다. 그 내리막길 문턱에 왼쪽으로 대포바위와 반송마을 방향으로 가는 길표시가 되어 있기에 대포바위를 보겠다고 급경사길을 내려갔다. 하지만 전망이 트인 바위까지는 내려갔는데 그곳에서 보이는 대포바위까지는 내려온 것보다 한참을 더 내려가야 한다. 야생화를 찍으면서 후미를 따라가야 하는 형편이라 대포바위까지 다녀오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 같아 아쉽지만 먼발치에서 사진에 담고 발길을 돌렸다. 남들이 써 놓은 블로그를 읽어보면 그 대포바위가 소개되어 있는데 막상 그걸 보기 위해 가려면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후미에 뒤쳐져 오고 있는 신입회원 부부를 염두에 두고 천천히 야생화를 찾아가면서 여유부리며 한참을 걸어가니 앞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우리 회원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점심먹는 모습이 나타난다. 아직 1시가 안되어 그리 허기진 줄은 모르겠지만 이제 얼굴을 익힌 회원들틈에 앉아 김밥을 꺼내 먹었다. 사과와 오이 그리고 다른 회원님이 건내준 토마토 등으로 요기를 하니 뱃속이 든든하다. 나름대로 살을 빼겠다는 의지는 뼛속까지 새기면서 입맛이 땡기는대로 절제하지 않고 먹다보니 몸무게는 줄지 않는다. 이런 산행에 물병 하나 달랑 들고 다니면 몸속에 숨어있는 살이 스멀스멀 빠져나갈 것 같은 기분이나 그런 기분과 입맛을 땡기는 본능이 서로 합의를 보지 못해 다이어트는 늘 마음속으로만 하게 된다.
장수덕유 서봉 - 오르는게 힘들면 또 그만큼 성취감도 커진다.
어디를 바라 봐도 빼어난 조망이다.
장수덕유와 남덕유
빼어난 조망을 보려면 위로 위로 올라 가야 한다.
오른쪽으로 남덕유 안부도 눈에 들어온다.
아랫쪽에는 이미 져버린 철쭉꽃이 고도가 높아질수록 생생하게 피어 있다. 잎모양은 철쭉처럼 둥글지 않고오히려 진달래 잎처럼 길쭉한데 진달래와 달리 잎이 꽃과 함께 달려있는 철쭉도 있다. 개량종인 산철쭉과 흡사하다. 꽃도 일반 철쭉보다 색이 더욱 짙다.
서봉이 가까워질수록 경사가 급해지고 주변에 키큰나무 없이 바위틈에서 자라는 풀들만 무성하다. 이 덕유산이 자랑하는 <원추리>와 이제 곧 피어날 <산오이풀>도 짙푸른 잎을 피우고 뜨거운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 바위틈 메마른 곳에서도 잘 자라는 <구상나무>에 연록색 새순이 올라온다. 이 새순 위로 탑처럼 솟아나는 구상나무 솔방울의 멋진 모습이 기대된다.
노랑제비꽃
쇠물푸레나무
꽃사과 - 할미봉 근처 비탈에 자라고 있다.
선백미꽃
산오이풀
구상나무 새 순
원래 봉황산이라 불리던 서봉은 그 높이가 1510 미터로 남덕유산의 1507 미터보다 3 미터나 높았으나 정상에 헬기장을 만들면서 18 미터를 깍아내리는 바람에 1,492 미터로 남덕유의 최고봉 자리를 빼앗기게 되었다고 한다. 서봉정상에 올라가자 자동센서로 작동하는 듯 스피커를 통해 산정상에서 취사 및 행사를 금지한다는 방송이 큰 소음으로 들린다. 누군가 이 정상에 오를때마다 시도때도 없이 이런 소음이 들린다고 생각하니 높은 산에 정령이 살 것 같은 그런 신비감이 멀찍이 달아난다. 맞은편 동쪽에는 남덕유의 고봉이 우뚝 서있고 남쪽으로는 우리가 지나온 육십령에서 할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아련하게 보인다. 남덕유산 왼쪽으로는 삿갓봉, 무룡산 너머로 설천봉까지 이어지는 북덕유의 늠름한 등줄기가 들리고 그 위로는 지난밤에 계곡에 머물렀던 안개가 하얀 뭉게구름이 뒤어 둥실거린다.
오르면서 가야 할 길을 올려다 보고
지나온 길을 내려다 본다.
그리고 장수덕유산 정상을 밟는다.
헬기장과 덕유산의 등줄기 위에 희구름이 두둥실
남덕유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서 있다.
서봉에서 남덕유로 넘어가는 길에는 고산지의 꽃밭이다. 철계단을 내려가면서 본 <시닥나무꽃>은 처음 보는 신기한 모습이다. 그 줄기나 잎은 마치 당단풍과 비슷한데 꽃은 완전히 다르다. 길게 올라 온 꽃대위에 7~8개의 꽃이 피었는데 꽃잎이 8장이다. 꽃색깔이 노란빛을 띠는 미색인데 막 피어나는 단풍잎과 함께 자기만의 세상을 즐기는 모습이다. 이제 막 피어나고 있어 일주일 후에는 활짝 피어나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처음 만난 건 <왕괴불나무꽃>도 있다. 올괴불나무꽃은 이른 봄에 잎이 나기 전에 눈에 띌 듯 말 듯 피었다가 져 버려 그 존재감이 별로 없는데 왕괴불나무는 파란 잎 사이로 미색으로 제법 큰 꽃을 피워 지나가면서도 금방 눈에 띤다. 두툼한 입술 사이로 수술이 여러 개 삐져나와 있는데 꽃 두 개가 뭉쳐서 핀다.
낮은 곳에서는 벌써 한달전에 피었다 져버린 <귀룽나무>의 하얀꽃도 이 곳에 만발해 있다. <나래회나무> 꽃도 주렁주렁 매달려 빨간 열매를 맺을 준비로 바쁘다. 산길옆으로 노란 <양지꽃>이 밝게 피어 있고 <금강애기나리>의 귀여운 꽃도 만발했다. <송이풀>과 <각시서덜취>도 무리 지어 자라고 있다. 두어달 지나면 화려하게 피어나 이곳 대간길 걸아가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위안을 선사할 것이다. <큰앵초>는 털이 보송보송하게 난 널따란 잎을 펼쳐놓고 그 사이로 안테나처럼 꽃대를 올리고 그 끝에 진보라색 꽃이 막 피어나려는 찰나의 모습이다. 다음주에 찾아 오면 활짝핀 큰앵초꽃을 볼수 있을 것 같다.
시닥나무꽃
꽃마리
금강애기나리
큰앵초꽃 봉오리
한참 뒤에 따라오던 후미팀의 이현구 후미대장과 박선생님이 야생화를 찍고 있는 나를 지나친다. 난 그때까지도 이번에 새로 참여한 부부도 따라오고 있는 줄 알았는데 후미대장이 그 사람들은 총대장님의 인도로 중간에 탈출하여 이미 산에서 내려갔다 한다. 그러면서 시간이 늦어져서 삿갓재를 가지 않고 월성치에서 황점으로 모두 내려갈 것이라 한다. 시간 여유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여유를 부렸는데 갑자기 그 얘기를 듣고는 마음이 급해졌다. 눈에 띄는 예쁜 꽃만 사진에 담으면서 부지런히 남덕유산 봉우리를 올랐다.
6시까지 하산을 왼료해야 한다고 하니 남덕유산 정상을 들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른 걸음으로 헐떡거리며 한참을 올라오니 넓은 공터에 갈림길 이정표가 서 있다. 여기서 남덕유산까지 100 미터를 올라갔다가 되돌아오면 된다. 회원 한 명이 배낭을 벗어두고 남덕유산으로 간 표시가 있어 나도 배낭을 두고 부지런히 남덕유산으로 향했다. 작년 겨울에 영각사에서 출발해 남덕유산에 오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대간길을 걸으면서 꼭 들러보고 싶었다. 다행히 후미 대장도 내 뒤를 따라 올라온다. 서로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고 눈이 미치는 만큼 멀리 덕유산 주능선길을 바라보고는 서둘러 내려갔다. 뒤에 따라오던 후미조의 박선생님과 다리가 아파 힘들어하는 여성회원이 갈림길에 올라와 있다. 이제 후미조 6명이 다 모였다. 잠시 숨을 고르고는 시간에 쫒겨 서둘러 하산길을 따라 내려갔다. 여성회원분은 무릎이 아파서 굉장히 힘들어 한다.
덕유산 남쪽을 지키는 봉우리 - 북쪽 끝에는 향적봉이 지킨다
덕유산 등줄기
남덕유산처럼 후미조를 책임지는 후미대장님
이제 다 와 갑니다.
월성치에서 황점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철쭉꽃>이 만발했다. 경사도 그리 급하지 않으나 가끔씩 너덜길도 있어 아주 편한 길은 아니다. 하지만 삿갓재에서 내려가는 길보다는 훨씬 쉽다. 특히 내려가서 계곡을 지나면서 이어지는 평탄한 길은 뛰어가도 될만큼 편안한 길이다. 왼쪽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요란하다.
시간에 쫒겨 달려가면서도 오른쪽 산쪽으로 피어 있는 야생화를 살피면서 가다가 <감자난초>를 보았다. 재작년 소백산에서 내려오면서 처음 만났고 작년에는 방태산 산행길에 만났는데 올 해는 일찌감치 이렇게 대간길 내려오는 곳에서 만나게 되니 반갑기 그지 없다. 시간에 쫒기면서도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서둘러 일행을 따라갔다.
월성치에서 우리는 황점마을로 하산한다.
아쉬움이 남나요? 삿갓재는 다음 기회에
오후 5시 월성치를 떠나 황점으로 향한다.
철쭉이 만발해 있는 고즈녁한 산길이다.
하산 코스 가파른 길이다.
풀솜대는 아직 덜 피었고
노루삼은 이미 꽃이 졌다.
감자난초도 이제 꽃이 지고 있다.
계곡을 따라 난 오솔길을 걸어
하산 완료 - 지나온 길을 뒤짚어 본다.
6시 30분에 황점 버스 주차장에 도착하니 앞서 내려 온 회원들은 무리지어 앉아서 막걸리와 맥주를 마시고 또 한 곳에서는 불고기를 요리하고 있다. 맥주 한 잔을 마시고는 계곡으로 내려가 웃통을 대충 찬물로 씻고 옷을 갈아 입으니 한결 시원하다.
삿갓재에 갔다가 내려온 두 회원분들이 도착한 7시 40분 황점마을을 출발하여 중간에 휴게소 한번 들르고서울 양재에는 세 시간 조금 더 걸려 11쯤 도착하였다. 비록 귀경시간은 좀 늦어져 멀리 사는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불편했겠지만 모처럼 좋은 날씨에 꽃구경하면서 산행을 맘껏 즐긴 멋진 하루였다. 특히 오고가면서 옆자리에 앉은 손정환 회원님과 여러가지 나눈 얘기들이 나에게는 참 유익했다. 내가 은퇴하고 나름대로 남은 시간을 살아가는데 좋은 귀감이 되시는 것 같다.
주차장옆 계곡에서 발을 씻고 더위를 씼어 낸다.
주차장에서 날이 어두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