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고택의 기둥 글씨(柱聯)
충남 예산에 있는 秋史 김정희 선생의 고택에는 그의 명필을 감상할 수 있는 자료들이 많은데,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기둥에 쓰여진 글씨 즉 주련(柱聯)이다. 많은 주련 중 추사의 고매한 사상을 조금이나마 엿 볼 수 있는 싯구 몇점을 뽑아 여기 붙이니 감상하시기 바람.
好古有時搜斷碣 호고유시수단갈 硏經婁日罷吟詩 연경루일파음시
옛 것을 좋아해 때때로 깨어진 비석을 찾고, 경전연구로 여러날 시를 읊지 못했네
碣 : 둥근비석 갈 婁 : 별이름 루, 자주, 여러번, 罷 : 그만둘 파, 쉬다 그치다
*호고(好古)는 공자가 평생 이어간 사상인 신이호고(信而好古)에서 유래한 것으로 "옳은 것을 믿고 옛 것을 좋아한다"는 뜻
(다른 자료에 따르면 이 글씨의 본문 옆 글(款記)에 이런 말이 있다. "근래 예서(隸書)를 쓰는 법이 모두 등완백(鄧完白, 鄧石如 1743~1805 淸)을 으뜸으로 하고 있으나, 사실 그의 장기는 전서(篆書)에 있다. 그의 전서는 진대(秦代)까지 올라가 변화불측의 묘미를 지니고 있으나, 예서는 그 다음이다. 이병부(伊秉綬, 1754~1815 淸) 같은 이는 기이하고 옛스런 맛은 있으나 역시 옛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니 예서를 쓰는 방법은 서한(西漢)의 오봉, 황룡 시대(五鳳, 黃龍代, B.C. 57~49)를 따르고, 촉나라 비석(蜀碑)를 참고로 해야 바른 길을 얻게 된다." )
夏鼎商彛周石鼓 하정상이주석고 秦碑漢隸晉銀鉤 진비한예진은구
夏나라 솥과 商나라 *이기(彛器) 秦나라 비문과 한나라의 예서, 晉나라의 *초서(銀鉤)
周나라의 *석고문(石鼓文)
*이기(彛器): 옛날에 나라의 의식에 쓰는 그릇
*석고문(石鼓文) : 현재로서는 제일 오래된 문자로 글자 크기는 4cm정도이다. 대전자체의 가장 구체적인 작품이며 비교적 초기의 석가문자이다. 그 형상이 마치 북과 같았으며 모두 10개였으므로 '진창십고"라고 이름을 붙였다.
*은구(銀鉤) :초서를 아름답게 쓴 것을 이름
萬樹琪花千圃藥 만수기화천포약 一莊修竹半牀書 일장수죽반상서
만 그루는 기이한 꽃이요 천 이랑은 작약밭이요 온 집안은 대나무가 꽉 차있고 책상 위에는 책이 반이다.
琪 : 옥 기, 진기하다, 圃 : 밭 포, 채미밭, 莊 : 엄숙할 장, 시골집, 별장, 修竹(수죽) : 가늘고 긴 대
(다른 자료에 따르면 옆 글씨에 "권돈인(權敦仁,1783~1859 조선 정치가로 추사의 절친한 친구)의 부탁에 응해 써 드리니 대방가(大方家 학문이나 문장이 뛰어난 사람)는 이를 바로 잡으시오." 라 쓰여 있음)
春風大雅能容物 춘풍대아능용물 秋水文章不染塵 추수문장불염진
봄 바람처럼 큰 아량은 만물을 용납하고 가을 물같이 맑은 문장은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
*공자가 그때까지 전해지는 각지의 노래를 모은 것이 시경(詩經)인데 여기에는 풍(風)과 아(雅)가 있다. 풍(風)은 여러 나라와 지방의 노래이고, 아(雅)는 궁중에서 부르는 노래이다. 열다섯 나라의 광활한 풍토 위에서 펼쳐진 국풍(國風)은 인생의 각종 애환이 모두 담겨 있다. 아(雅)는 다시 소아(小雅)와 대아(大雅)와 나눠지는 바, 소아는 연회, 곧 잔치에 쓰이는 것이고, 대아는 조회 등 공식 의례용이다. 대아(大雅)는 정치지도자가 천명(天命)을 받들고 민심을 따르는 도덕적 지도력으로 전체 인간들의 안녕과 행복을 보장하는 덕치인정(德治仁政)의 도량을 묘사하고 있다. 공자가 시경을 편찬한 것은 단순히 그 때까지의 노래를 모아놓자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노랫말 속에서 천하를 평안하게 하는 마음을 배우게 하자는 원대한 뜻이 있었던 것이다.
*秋水文章不染塵(가을 물같이 맑은 문장은 티끌에 물들지 않는다) : 이 말은 중국에서 성리학(性理學)의 세계를 열어놓은 정명도, 정이천 두 학자를 묘사한 글이라고 한다. 추사는 이 글씨를 만년에 머물던 봉은사에서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찍부터 당쟁에 휩쓸려 오랜 세월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한 추사로서는 당시 펼쳐지는 정치에 대해 할 말이 많았지만 이런 문장으로 대신한 듯 싶기도...
唯愛圖書兼古器 유애도서겸고기 且將文字入菩提* 차장문자입보리
오직 그림과 글을 사랑하되 옛 그릇도 또한 아낀다 또한 문자*를 통해서 큰 깨달음*에 이른다
*문자(文字)는 불교 경전을 말함
*보리(菩提)는 불교 용어로 큰 깨달음(大覺)
碧玉盤中弄水晶 벽옥반중롱수정 黃金合裏盛紅雪 황금합이성홍설
푸른 옥쟁반 안에 옥수정 놀고 황금반합 속에 홍설차를 담아놓은 듯하다.
合 : 합할 합(놋그릇을 뜻하는 盒와 같이 쓰기도 함)
紅雪(홍설) : 홍설차를 지칭, 홍설차란 말라 죽은지 100년이 넘는 고목에 자생하는 이끼로 만든 차로 금사설차(金絲雪茶)라고도 하는데, 이는 건조시 마치 빨갛게 녹슨 철사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차는 끓는 물에 우려내면 아주 붉은 선홍 빛을 띄기 때문에 홍설차라 한다.
첫댓글 지난 토요일 집사람과 둘째놈 데리고 양수리 부근 다산 정 약용 기념관을 방문......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눈에 익은 글체를 발견.....
어! 이건 분명 추사 글씬데 하고는 아래 해설을 보니 추사가 다산을 위해 써 준" 寶丁山房 ".
옆에서 듣던 집사람이 신통한 듯 한 마디 " 맨날 술만 먹고 다니는 사람이~~~ "
전부 우리 청계거사 덕분이유~~~
자신감과 건방이 하늘을 찔렀던(?) 추사선생께서 존경했던 당대의 인물로는 그의 스승으로 학자이며 서예가인 청나라의 옹방강과 완원(추사의 다른 호 완당의 유래와 관련이 있음) 그리고 조선의 대학자인 다산 선생 뿐이 아니었던가 생각됨다. 이 寶丁山房이란 게 옹방강이 소동파를 숭상하여 '寶蘇' 라는 당호를 쓴 데서 유래했다지요. 정형! 다산 기념관이 어떻게 가는지 갈켜주슈
아니! 양평따라 가다보면 이정표도 있는데 여태~~~
양평가는 구길로 가면 됩니다. 네비 여사에게 물으면 잘 아르켜줍니다.
서울에서 평일 30-40분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