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호수> 첫눈 구경
소재지 : 경기도 군포시 둔대동
방문일 : 2021.11.22.
아름다운 첫눈 겨울 호수를 감상한다. 다른 계절에 찍은 사진은 몇 차례 올려 겨울모습도 보인다. 인근에서는 이만한 호수가 없다. 분위기좋은 커피숍과 우아한 레스토랑도 있다. 가끔은 주말음악회도 열린다. 군포 사람들에게는 허파같은 호수다.
오늘은 첫눈이 바람 속에 비끼며 매섭게 내렸다. 물속으로 바로 잠겨 사라지건만 땅에 내려앉을 때까지는 기세가 매서웠다. 어제 내린 비로 물이 불어, 눈은 내리는 족족 호수에 먹혀버렸다. 게다가 양이 적어 눈의 맛만 보여줘서 첫눈이란 타이틀을 붙이자고 하기도 좀 그렇다. 아직은 추위 기세가 약해 파란 풀잎과 가을 단풍과 낙엽이 모두 한꺼번에 있다. 삼계가 있는 거 같다.
요즘 부쩍 철새도 많아졌다. 가마우지와 오리가 특히 많이 보인다. 철새 오리는 요즘 여름에도 안 돌아가 텃새화하고 있다고도 하는데, 천적이 없어선지, 물새 철새가 지천이다. 나란히 앉은 가마우지, 새들의 수효만큼 공간을 공평하게 나누어 앉는다. 서로 날갯짓할 공간을 배려해주며 앉는 거다.
자연이 최고의 선생이라는데, 가마우지한테 욕심내지 않고 서로 배려하는 것, 한 수 배우고 간다. 삼계의 공존에서는 무엇을 배울까.
반월호수 레스토랑 <하니듀>
먹은 날 : 2021.11.4.점심
먹은 음식 : 점심정식 2인 50,000원
음식이 기대만은 못해도 먹을만하다. 풍광이 부족한 맛을 채워 줘서 결핍감이 조금은 감소된다.
풍광도 아름답고 , 음식도 아름답다. 대화가 필요한 식사라면 추천할 만하다.
수프가 달다. 것도 가벼운 단맛.
김치볶음밥.
*카르보나라 크림파스타
셋트 메뉴에는 커피도 함께 나온다.
#반월호수 #가마우지 #하니듀 #군포가볼만한곳 #호수첫눈
2023.1.12. 재방문
호수가 얼었다. 호수물이 둘로 나누어져 있는 줄 얼음을 보고 처음 알았다.
공사로 1년 반여를 막아놓았던 오른쪽 데크길을 열어 놓았다. 이제 한 바퀴 통으로 돌아볼 수 있다.
양쪽 물이 가운데를 중심으로 이원화되어 있나보다. 양쪽에서 이쪽으로 부딪쳐와서 이곳에서 합류한다. 통으로 도는 거 같아도 물이 서로 이렇게 이동하고 부딪치고 있었나 보다. 서로 미는 물이 이곳에 와서 간발의 차로 시차를 두고 어는 얼면서 서로 밀어내고 있다. 장관을 이루는 장면을 처음 만났다. 대자연이 이동하여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에 비하면 인위적인 작품의 아름다움은 조족지혈이다.
지몸들끼리 부닺쳐 만드는 얼음 파도가 호수를 관통한다. 얼음만으로도 또 다른 얼굴인데, 부딪쳐 만들어내는 얼음 파도는 자연의 또다른 엄정한 얼굴이다. 조그마한 차이도 확실히 보여주는 엄정함, 물리적 엄정함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자연의 도리 앞에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다.
2023.2.7.
공사로 1년 남짓 박혀 있었던 둑길이 한두 달 전에 풀리었다. 날도 풀려 봄기운 스며 있다. 계절도 풀리고, 길도 풀리었다. 한 바퀴 다 돌아보니 마음도 풀리었다.
<반월호수가 하는 말>
오늘 호수는 물 반, 얼음 반, 새 반이다.
호숫가 산책하는 사람들도 반, 호수도 반이다.
우리 모두 고르게 호수를 나눠가졌다.
호변에 푸석거리는 흙은 겨울 반, 봄 반이다.
계절도 나누었다.
모두모두 나누어 살자고 호수가 말한다.
"계절이 지나가는 호수에는 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없이 호수에 사는 것들을 다 헤아릴 듯합니다."
윤동주의 별헤는 밤에 얹어 호수를 노래해본다.
그러나 오늘은 정월대보름 이튿날, 밤 하늘은 만월이다.
호수의 이름은 반월, 달을 나눈 호수, 나눈 달 호수다.
만월보다 나누는 달이 좋다고
오늘 낮에 호수가 한 말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