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며칠인가요?
여기 노트북 화면 아래를 보니 2월 2일인데, 여기는 한국보다 여덟시간 느리기 때문에 아직 잠을 자기 전의 2월 1일 밤이군요.
한국과의 시간차 때문에, 날짜 계산하기가 햇갈리기도 해서요.
그나저나 한국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보통 난리가 아닌가 본데,
그런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이런 까페 따위가 무슨 중요할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또 저 나름대로,
며칠 까페 글 올리는 것도 건너뛰다 보니, 뭔가 모르게 불안하고 또 뭔가 빼먹은 것 같기도 해서,
오늘은 일을 끝내고 자기 전에,
무엇보다도 까페에 글을 올린 뒤 잠을 자든 하기로 했답니다.
저는, 막바지 며칠을 보내고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큰 무리없이(하도 우여곡절이 많이 지나가서, 이제는 무슨 일이 또 다른 일이 생길까 싶기도 하구요. 생길 것 같지 않다는 얘깁니다.), 전시 준비 중입니다.
어차피 정식 전시도 아니어서(포스터 카탈로그도 없는, 전시 공간도 정식도 아닌) 마음 편히 먹자고 시작한 일인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됩니까?
다른 거야 그렇다 쳐도, 작품만큼은 최선을 다해(부끄러움 없는 작품을 내고 싶은데, 그건 나중에 관람객들이 평가하겠지요.) 하고 있기는 한데,
어쨌거나 제가 생각했던 작품은 완성을 해서 전시장에 걸려고 애쓰고(계획대로였다면 넉넉하게 했을 수도 있었는데, 중간에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 힘들었지만, 또 그런 악재가 있었기 때문에 더 다그친 결과) 있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작품을 완성해서 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제일 주안점을 둔 작품인 '똥배의 나라'를 시작했고, 또 그만큼 많은 생각과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요 며칠 사이에도 꾸꼬를 배경 장소에 데려가 모델을 두 차례나 세웠고),
아직 완성은 못했지만 2-3일 뒤엔 될 것 같습니다.
'똥배의 나라' 밑그림이 완성되었는데... (위)
실재 캔버스를 축소한 크기로 세 부분으로 나눠서 밑그림도 그렸다.
밑칠 물감이 마르지 않아 시간을 끈 대신, 그만큼 준비과정이 길어진(생각을 많이 한) 셈이기도 하다.
원래 모델이 '마놀로'인데, 전신이 다 나온 사진이 아니어서,
발의 움직임을 연구하기 위해 꾸꼬를 대신으로 세웠는데, 윗사진은 각도가 맞질 않아, 다시 가서 아래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요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가 내리고 있다.
그런데 아랫집은 지난 월요일 간 뒤, 주말까진 안 가겠다며 올라왔잖습니까?
그 말은 지키고는 있는데,
꾸꼬는 날마다 한 차례는 올라와, 제가 뭐가 필요한지 뭔가 도와줄 게 있는지를 묻곤 하면서,
작품이 돼가는 상황을 지켜보고는 있는데요,
날마다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이 재미있나 봅니다.
본인이 예상한 것과(?) 그 다음 날 와서 본 다른 느낌의 작품 진행을 보면서는,
아, 이래서 예술가의 생각은 다르구나! 하기도 하고, 신경써주는 건 고마운데요,
날마다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
언제 내려와서 밥 먹을 거야? 하기에,
제발, 주말 전에는 안 내려갈 테니 반복하지 마! 하면서,
'빌라 노바'에 가서 사진을 찍을 때도, 바로 그 집 옆을 지나면서도 들르지 않고 윗집으로 올라오곤 했는데요,
하루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내려가 보니,
뭔가 한 짐을 싣고 왔기에,
도대체 뭘 갖고 왔기에? 하자,
아델라가 줘서... 하는데,
제가 그 전 날 필요하다고 했던 '상추'와 '피망' 두 개를 사온 건 그렇지만(위), 무슨 냄비까지 들고 왔고, 그것도 모자라 웬 두툼한 종이백은?
그걸 열어보니, 옷이 한 보따리기에,
무슨 옷장사야? 하며 뭔가 심상찮아 물었더니,
아델라가, 오프닝 때 입으라고 남방 같은 걸 골라줘서 갖고 왔는데... 하기에,
뭐라고? 내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하면서 화를 내며, 아니, 내가 옷이 없어 전시 오프닝을 못할 것도 아니고, 작품을 보여주는 게 전시횐데 무슨 옷을 이렇게 챙겨왔냐고? 나, 안 입어! 하면서 화를 냈습니다. (지금 오프닝 옷 걱정할 땝니까? 그런 거 하나도 관심없는 사람이거든요. 특히 이번 전시는 더더욱...)
그리고 냄비를 열어보니, 닭을 감자 당근 콩 등과 푹 고와서 갖고 왔던데,
나, 안 굶어죽는다고! 하면서 이것 역시 짜증을 냈는데,
그래도 먹으면서 해야 할 거 아냐? 하기에,
누가 안 먹는대? 내가 알아서 먹는다는데, 왜 이리 귀찮게 일을 만들면서 난리냐고! 하는 식으로,
우리는 날마다 싸웁니다.
(꾸꼬 내려가는 길에, 만약 또 음식을 갖고 오면 그걸 먹어야 하니까 나는 2-3일 더 안 내려갈 테니, 알아서 해! 하고 단단히 일러 보냈는데요......)
한 끼 먹으라고 갖고 온 모양인데,
이걸 어떻게 한 끼에 먹느냐구요.
그래서 결국 두 번에 걸쳐(이틀) 먹게 되었는데,
데우느라 끓였더니, 닭곰탕국 같이 담백하고 시원해서, 찬 밥을 말아서 먹기는 했답니다.
더구나 제가 여기 올 때 제 친구가 사업하는 '장아찌'를 썰어왔는데, 이럴 때(음식이 느끼하면서 밍밍할 때) 아주 요긴하게 써먹는 반찬이 되어주고 있구요. (장아찌라 냉장고 안에 넣고 먹으니, 한 달도(두 달도) 더 갈 것 같구요.)
정말 '닭곰탕국' 같았다. 장아찌와 궁합도 잘 맞았다.
그리고 '똥배의 나라'가 작품이 크다 보니 제가 머무는 작은 방에선 전체적인 구도 잡기도 힘들어(그 좁은 공간에서 하려니 정말 힘들군요.), 아예 아래층으로 내려와 바닥에 깔고 전체적인 제도를 하면서 구도를 잡긴 했는데요.
날마다 비는 내리구요,
저는 비가 오기 때문에 더더욱 나갈 일 없이 방안에 처박혀 그림에만 몰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것도 지금,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 작품이 돼가서 그런 거지, 사실은 작품을 못하게 되면(차질이 생기면) 어떡할지 여간 걱정이 아니었답니다. 불안 초조하고 신경은 극도로 날카로와져, 밥맛도 없고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아 고전이었거든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진척이 느리다 보니 너무 한심하기도 해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다가도, 오후 내내 그리고 저녁까지 작업을 하다 보니, 그나마 돼가는 모양새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거든요.)
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물론 아직도 진행 중이긴 해도)
이렇게 오직 그림만을(전시를 위해) 생각하며, 이런저런 잡다한 문제를 잊고 지내고 있는 요즘이, 어쩌면 행복한 거 아닐까...... 하기도 했구요.
왜냐면, 한국에 있다면, 최소한 살림에 대한 걱정 등 다양한 걱정거리와 함께 지낼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요......
그렇게 하다 보니, '똥배의 나라'도 두 캔버스는 웬만큼 해서 자리가 잡혔는데,
맨 마지막이 문제였습니다.
거기에 '마놀로'가 등장하는데, 어떻게 배치하고 크기를 정해야 할지 등등.. 여간 애를 먹이는 게 아니었답니다. (밑그림을 그렸는데도 본 그림에 들어가려니 뭔가 자꾸만 어긋나는 느낌이기도 해서, 그렇게 되면 그림을 포기해야 할 경우도 생기는 거라, 보통 신경이 쓰이지 않았으며, 모델 문제도 마놀로는 여기엔 없기 때문에, 그 대신 꾸꼬를 세웠던 거구요.)
그런데 아무래도 세 개를 한꺼번에 세워놓고 작업을 해야만 해서,
연구 끝에 여기 2층 복도로 작업공간을 옮기기로 했답니다.
그리고 이 집의 문제점이던 '보일러 문제'는 '가스가 다 떨어져서' 그랬다는 판정이 내려져(그렇게 금방 가스가 떨어질 줄을 꾸꼬도 저도 몰랐던 건데요,),
다시 가스가 들어와, 오늘 시험 가동을 시키는 김에 저도 아예 복도로 나가 작업을 했던 겁니다.
그렇게 캔버스 세 개가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 조화가 이루어지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고,
제가 준비 중인 '동영상'도 이런 작품이 완성이 돼야만 함께 완성되는 거라,
동영상도 거의 다 된 상태고, 전시에 출품할 그림도 다음 주 중반까지는(화, 수?) 완성될 터라,
금요일 오프닝이니,
그럭저럭 전시는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며칠 안 내려갔더니, 오늘은 꾸꼬가,
내일(일요일)은 꼭 내려와야 돼! 하기에,
작품 상황에 따라 갈 수도 못 갈 수도 있어! 하자,
그래도 내일은 내려와서 밥을 먹어. 내가 시간 맞춰 데릴러 올 거고, 밥 먹자마자 다시 데려다 줄 테니, 내일은 꼭 내려와야 해! 하기에,
내일 봐서...... 하기는 했지만, 내일은 내려가줘야 할 것 같네요.
다른 작품들도 거의 완성이 됐고(이미 서명도 했고, 하나가 남았는데, 그건 아주 단순한 거라 내일 모레 사이에 뭔가 얘기가 될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이런 식으로나마 여러분께 소식 전하고,
저도 잠을 자야겠습니다.
첫댓글 고생하셨습니다.
요즘같은 분위기라면 한국에 계시지
않는 게 더 잘 된 일일 수도 있습니다.
난리거든요.
그러게요.
저도 가끔 그 생각을 하면 아찔하거든요?
그 때문에, 여기 있다고 제 마음이 편한 것만도 아니구요.
어서 빨리 이 터널에서 빠져나가야 할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