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4일 일요일
여행 닷새째.
5시에 일어났다. 어제저녁에 빨아 널은 옷들을 살펴보니 빠짝 다 말라 있었다. 거의 사막기후와 같은 벌판에 세워진 호텔이라서 그런 거 같다.
호텔에서 아침을 간단히 조금만 먹었다. 오늘 오전에는 걷는 일이 없고, 차량 이동과 지프 투어만 있기 때문이었다.
8시에 전용버스를 타고 98, 160번 도로를 지나고, 나바호족의 거주 중심지인 카이옌타라는 작은 마을에서 163번 도로로 들어섰고, 얼마 후에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에 도착하였다. 2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가는 도중에 현지 가이드로부터 미국 역사에 관한 얘기를 들으며, 98번 도로를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들곤 했다.
지프(12인승)를 타고 계곡 투어를 2시간가량 했다. 어제의 예보와는 달리 날이 맑았다.
모뉴먼트 밸리는 나바호족의 성지라고 하는데, 장엄하고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풍경에 경외감마저 느껴졌다. 이곳은 서부영화 '역마차'를 비롯하여 많은 영화 속에 등장했던 곳이라는데, 와서 보니 정말 그럴만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도 엔텔로프 캐년과 마찬가지로 사암으로 이루어진 지형이 오랜 세월에 걸쳐 물과 바람의 침식작용에 의해 약한 부분은 깎여나가고 단단한 부분만 남아 지금의 멋진 모습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최고의 뷰 포인트라는 자매봉 옆에 있는 존 포드 포인트로 가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사진에 담았다.
이어서 큐브(Cube) 바위로 가서 토템 폴(Totem Pole) 바위를 조망하였다. 이 바위는 과거에 원주민들의 신앙 대상이었다고 한다.
노스 윈도우(North Window) 포인트로 이동하여 창문 모양의 바위와 엄지손가락 모양의 덤(Thumb) 바위를 감상하였다.
이 지역은 어제 관광한 지역과 마찬가지로 나바호 인디언들 보호구역이라고 하는데, 백인들의 탄압에 삶의 안주터 고향에서 쫓겨나 황량한 벌판을 떠돌며 굶주림 속에서 죽어가던 그들….
나바호족의 슬픈 역사가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점심은 나바호 타코라는 나바호족 음식을 먹었다.
점심 후에 163번 도로를 따라 숙소가 있는 모압(Moab)으로 이동하다가 중간에 구스넥스(Goose Necks) 주립공원에 들러 구경하였다. 콜로라도강 상류의 지류인 산후안강에 자리 잡은 구스넥스는 강의 침식작용에 의해 몇 굽이 휘감아 돌며 깊은 절벽이 만들어졌는데, 절벽을 따라 가로 지층이 일정한 패턴으로 선명하게 드러난 특이한 지형이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2'에 나오는 장면 중의 하나인 곳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해줬다.
다시 163, 191번 도로를 따라 2시간 넘게 달려 모압에 도착하였다. 이 도시는 인구 5천명의 작은 도시인데, 산악자전거와 산악오토바이 등 아웃도어의 메카이고, 아치스국립공원으로 가는 관문이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잭스모압(Zax Moab) 레스토랑에서 연어구이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음식이 아주 훌륭했고, 더욱이 로키산맥 줄기에 있는 흰 눈에 덮인 필레산(3,891m)을 바라보며 하는 식사였기에 아주 기분이 좋은 시간이었다. 오늘이 마더스데이라 현지 손님들로 북적이는 분위기였고….
191번 고속도로 옆에 자리잡은 엘리먼트 모압 호텔(Element Moab)에 투숙했다. 이 호텔은 최근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시설이 아주 훌륭했고 헬스장과 야외수영장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 30분 정도 주변을 산책하고 들어와,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30분 정도 강하게 하고 샤워를 하고 내일 일정을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