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의 궁금증 / 이임순
일곱 살 손녀는 궁금한 것이 많다. 시도 때도 없이 물어 성가시다. 어제는 길가에 한참을 앉아 있더니 “할머니, 개미는 기어 다니는데 나비는 왜 날아요.”하고 물었다. 바람에 떨어진 대추나무 잎을 주워 보여주면서 “감나무 잎은 큰데 대추나무 잎은 왜 작아요.”한다. 사람도 키가 큰 사람이 있고 작은 사람이 있듯이, 나무에 따라 잎의 크기가 다르다고 말해 준다. 고개를 끄덕이길래 궁금증이 풀린 줄 알았는데 돌멩이 모양이 왜 다르냐고 한다.
손녀는 남편한테서 하루 20분씩 수학 공부를 한다. 현관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데 평소보다 크게 남편 음성이 들린다. 아니나 다를까 공부를 마치고 내 옆으로 온 손녀가 “할머니는 할아버지랑 왜 결혼 했어요.”한다. 얼른 대답을 안 하고 있으니 “할머니는 무서운 사람이 좋아요.”하고는 혼자 딴전을 피운다.
공부할 때 집중을 않으니 남편이 욱박지른 것이 싫었나 보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도 잠깐씩 마음이 변할 때가 있는데 꼭 미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일러준다. “아까 동생하고 놀다 소하가 소리를 지르던데 왜 그랬어.”하고 물으니 블럭 쌓기를 방해하여 그랬다고 한다. 동생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화가 나서 그런 거란다. 할아버지도 소하가 집중하지 않으니 말소리가 크지 않았을까 하니 묻는 말에 대답을 머뭇거렸다고 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올라간다고 하니 헤헤거리며 웃는다. 본인도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동생이 함부로 가지고 놀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른 적이 있다고 한다. “할머니, 그런데 왜 마음이 바뀌는 거예요.”하고 묻는다. 어제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두고 오늘은 다른 것을 가지고 놀고 싶었다는 것이다. 사람 마음이 바뀌는 것은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하니 그 느낌이 왜 다르냐고 재차 묻는다. 감정은 변하는 것이고 느낌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하니 어른들은 어려운 말만 한단다.
하기야 세대 차이가 있는데 내 말을 손녀가 알아듣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내가 안다고 손녀도 이해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사람은 키만 크는 것이 아니고 느낌이나 감정도 함께 크는 것이라고 하니 오늘은 내가 다른 날과 다르다고 한다.
내가 책을 읽고 있으면 손녀도 동화책을 가져와서 옆에서 보고했다. 내용이 재미있어 웃으며 읽으면 “할머니 책 속에 뭐가 있어요.”하고 물었다. 어느 날 손녀가 웃으며 책을 보고 있어 “책이 재미있는 모양이구나.”했더니 “책을 보면서 할머니가 웃는 것을 이제 알겠어요.”하며 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저녁밥을 먹으면서 남편에게 “소하가 당신하고 왜 결혼했느냐고 묻습디다. 당신이 화를 내니 소하도 싫어서 그렇게 물었을 거요.”했다. 어리게만 생각하지 말고 손자들 앞에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자고 하니 남편 왈 “가시네 속에 여우가 있네.”한다. 우리가 행동거지를 바르게 해야 아이들 심성이 곱게 자라지 않겠느냐며 무뚝뚝한 남편의 성격을 우회적으로 말하니 대답이 없다. 며칠 전에 남편이 닭 모이를 한꺼번에 많이 주어 무뚝뚝하게 말을 했는데 손녀가“할아버지는 할머니 어디가 좋아 결혼했어요.”하고 물었다고 한다.
손녀한테서 우리 부부는 배운다.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라는 것을.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티격태격하지 말고 오순도순 살자고 한다. 서로 아끼며 살아도 가는 시간이 야속한데 이 나이에 입씨름해서 무엇 하느냐고. 전에 없이 다정한 우리 부부를 보고 손녀가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해 본다.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진다. 아이의 시각으로 보고 느끼려고 애써서 순해진 것일까. 툭명스런 말씨는 부드럽게, 내 주관으로 판단하던 것은 상대방이 느꼈을 관점으로 이해심을 넓히려고 노력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애쓴다. 손녀가 자주 쓰는‘왜’라는 질문이 꽉 막힌 나의 소통의 문이 열게 한다. 그래서 세 살 아이한테서도 배울 것이 있다고 하나 보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동네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누구나 세심하게 살피라는 것이 아닐까. 손녀가 물으면 귀찮아하지 않고 대답해주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칭찬해 주며 호기심을 자극하련다.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 손녀가 고맙다.
첫댓글 영특한 손녀 보는 재미에 푹 빠지셨군요.
질문쟁이 손녀에게 대답을 잘 해 주시는 자상한 할머니네요.
성가실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대답은 늘 웃으면서 해줍니다.
손녀를 돌보는 조부모의 사랑이 느껴집니다. 질문이 많은 걸 보니 폭풍성장하고 있나 봐요.
이런 것이 사는 재미러니 합니다.
보통 녀석이 아니네요.
질문쟁이라고 놀리면 할머니는 대답쟁이잖아요 하며 한 수 더 뜸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랑 왜 결혼 했어요?” 정겹게 느껴지는 글이네요. 고맙습니다.
보고 궁금한 것은 물어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입니다.
감사합니다.
똘똘한 아이네요. 너무 귀엽습니다. 아이들 눈치가 참 빠르지요?
그래요.
아이들 눈치가 장난이 아니게 빨라요.
질문이 많은 아이인 걸 보니 분명 할머니 닮은 똑똑한 사람으로 자라겠군요.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똑똑한 아이는 대답을 잘 듣는 아이라는데
때로는 질문을 많이 하는 할머니가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