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노트 31
3. 질문 : 좌선 중에 몸을 알아차릴 때 몸의 한쪽은 덥고 다른 한쪽은 차가울 때가 있습니다. 혹시 이런 현상이 위험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답변 : 몸이 덥거나 차갑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진짜로 차고 덥고 한 것이 아니고 자기가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이런 현상이 있을 때는 그냥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라. 이런 상태가 위험한 것은 아니다.
< 참고 >
몸에는 지수화풍이라는 4대의 요소가 있습니다. 지대는 땅의 요소로 몸의 단단함과 부드러움입니다. 수대는 물의 요소로 몸을 구성하고 있는 수분의 요소입니다. 화대는 불의 요소로 몸의 뜨거움과 차가움입니다. 풍대는 바람의 요소로 몸의 진동과 호흡입니다. 몸에서는 바로 이러한 4대의 요소가 기능을 합니다. 이처럼 몸은 네 가지의 요소들이 결합하여 복합적인 기능을 하기 때문에 단지 하나의 대상으로 알아차리는 것이 좋습니다.
몸의 뜨거움은 인간이 사는데 필요한 온도입니다. 이러한 온도는 성장을 돕고 음식물을 소화하게 하고 몸에 들어온 병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등등의 다양한 기능을 합니다. 이러한 온도는 항상 차가움과 함께 있습니다. 몸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지만 몸이 외부와 접촉할 때는 몸의 온도가 아닌 외부의 온도에 따라 차갑게 느낄 수 있습니다.
가령 손으로 차가운 물건을 만졌을 때 차갑게 느끼는 것은 몸의 온도와 외부의 온도와 접촉해서 강한 쪽의 느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몸의 온도보다 차가운 것을 만졌을 때는 차갑게 느끼고 뜨거운 것을 만졌을 때는 뜨겁게 느낍니다. 그러므로 몸으로 느끼는 뜨겁거나 차가운 느낌은 항상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몸에 이상이 있어서 특별하게 나타나는 느낌이 아니라면 몸에서 뜨겁거나 차갑게 느끼는 것은 일상의 일이지 위험한 일이 아닙니다.
몸의 4대는 몸이 가지고 있는 실재하는 요소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나를 죽이는가 하면 4대가 나를 죽입니다. 몸이 부드럽다가 단단하면 죽습니다. 몸의 수분이 흐르다가 멈추면 죽습니다. 몸이 따뜻하다가 차가우면 죽습니다. 몸의 호흡이나 진동이 멈추면 죽습니다. 그래서 4대는 몸의 기능을 측정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행 중에 느끼는 4대의 느낌은 단지 하나의 현상으로 알아차리는 것이 좋습니다.
4. 질문 : 경행을 할 때 발의 움직임 하나에서 “들어서, 앞으로, 놓음”으로 세 단계로 나누어서 알아차립니다. 그러나 세 단계를 느낄 때 “들어서”와 “앞으로”를 할 때와 “앞으로”에서 “놓음”을 할 때 사이사이에 정지된 상태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놓음”을 한 뒤에 다시 발을 들을 때의 “들어서” 사이에 짧게 정지된 상태가 느껴집니다.
답변 : 집중력이 생겨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어느 것이나 좋고 나쁜 것이 없으니 그냥 느껴지는 대로 알아차려라.
< 참고 >
위빠사나는 몸과 마음을 알아차려서 집중을 한 뒤에 지혜를 얻어 모든 번뇌를 소멸시키는 수행입니다. 그러므로 이 수행은 그냥 막연하게 하지 않고 반드시 정해진 길을 갑니다. 먼저 몸과 마음을 알아차려서 집중을 한 뒤에 일정한 지혜의 단계를 거칩니다. 집중이란 알아차림을 지속해서 마음이 고요한 상태로 대상에 머물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집중의 단계에 이르면 전에 경험하지 못한 여러 가지 새로운 현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집중이 되지 않았을 때는 들뜨고 흥분한 상태라서 대상에 머무는 시간이 짧습니다. 하지만 대상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마음이 고요해져 집중이 됩니다. 이때 전에 알지 못하던 것을 아는 힘이 생깁니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7가지 청정과 16단계의 지혜입니다.
예를 들면 경행을 할 때 처음에는 발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집중이 되면 발의 움직임의 전 과정을 면밀하게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래서 발을 들을 때의 가벼움과 발을 밀 때의 무거움과 발을 놓을 때의 무거움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발을 들 때와 발을 앞으로 내 밀 때와 발을 바닥에 내려 놓을 때의 세 단계에서 사이사이에 작은 여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동작이 끊어져서 느끼게 됩니다. 또 단지 발의 움직임만 아는 것이 아니고 모든 움직임이 반드시 움직이려는 의도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을 아는 단계도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앎이 집중의 힘입니다. 이런 집중이 되면 모든 것들이 최소의 단위로 모여서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집중의 과정을 거치면서 차츰 무상의 지혜가 성숙됩니다.
전에 모르던 것을 더 많이 알게 되면 법의 성품을 아는 것으로 수행의 발전입니다. 하지만 지혜가 성숙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만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다. 자기 내면에 있는 온갖 고정관념과 잘못된 습관이 심각하게 저항합니다. 그래서 수행을 포기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이 수행은 처절하게 자기의 문제를 직시해야 하지만 누구나 처음부터 이런 힘을 가지고 수행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면담과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