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1만 성도 파송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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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이 코너를 통해 ‘어느 대형교회의 분화실험’이란 제목으로 글을 썼다. 더 높게, 더 많이 욕망의 바벨탑을 쌓고 있는 상당수 한국 교회와 달리 자기 교회로 찾아오는 성도들에게 제발 오지 말아 달라면서 기존에 있던 성도들도 29개 교회로 나눠서 내보내겠다는 목회자 얘기였다. 10년 전쯤 어느 새벽에 ‘너네 교회만 커지는 게 옳으냐’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29개 교회를 맡을 목회자들을 뽑아 성도들을 떠나보냈다. 성도들은 울면서 떠나갔다.
1년 전 1만 성도 파송예배를 드리면서 “이제 분당우리교회는 잊어주세요”라고 울먹였던 이찬수 목사 얘기다. 원래 40개 교회로 나누려던 마음의 짐이 있던 그는 성도수 50~100명 이하의 작지만 건강한 교회를 살리는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조금만 도와주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11개 교회를 올해 안에 뽑아서 4억원씩 지원하고 설교와 목회 노하우도 전수한다. 이들 교회 목회자를 수요예배 설교를 시작으로 주일예배 3부 설교 강단에도 세울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 수도권에 이어 내년에는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부 교회가 미자립교회에 재정적 지원을 하거나 젊은 목회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양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분당우리교회의 실험은 지원 금액이나 내용 면에서 파격적이다.
6만 한국 교회 중 미자립교회 비율은 70~80%에 달한다. 지금은 재정적 어려움이 있지만 미래에 자립할 수 있는 교회라는 의미로 미래자립교회라 부르기도 한다.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해 사명감으로 나선 대다수 목회자들이 최저생계비도 못 되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이중직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국민일보가 연재하고 있는 개척교회 목사 얘기를 다룬 ‘개척자 비긴즈’ 스토리를 보면 눈물겹다. 네 번이나 교회를 개척했지만 모두 실패한 경우도 있고, 재정과 목회가 해결되는 카페교회의 정체성 혼란 얘기도 나온다. ‘개독교’라고 세상으로부터 온갖 욕을 얻어먹고 목회자가 동네북이 된 요즘에는 단 한 명을 전도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한 작은 교회를 살리고 한국 교회가 다같이 살자는 분당우리교회의 실험이 주목된다.
일부 정치 목사의 일탈 때문에 한국 교회 전체가 도매금으로 욕을 먹고 있지만 인간적·세상적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해 묵묵히 사역하는 목회자도 많다. 그만큼 한국 교회에 희망이 있다. 이 목사의 말대로 크리스천들이 ‘믿는 사람답게’, ‘생팔’을 잘라 드리는 헌신이 아니라 변화된 삶을 각자의 삶 속에서 드러내면 매력적인 기독교가 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베스트셀러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저자인 릭 워런 미국 새들백교회 목사는 최근 사랑의교회 특별새벽부흥회 영상설교를 통해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지 않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그리스도인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그리스도인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후자의 경우 예수께서 말씀하신 대로 크리스천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고 사랑을 실천하지 않고 하나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예수를 안 믿는다는 것이다.
19일은 추양(秋陽) 한경직 영락교회 목사가 하늘의 부르심을 받은 지 23주기가 되는 날이다. 1978년부터 10년간 영락교회 부목사와 수석 부목사, 대리 당회장 등을 지낸 오창학 신촌교회 원로목사는 얼마 전 영락교회가 발간하는 교회 소식지 ‘만남’에 ‘한경직 목사님과 설교’라는 제목으로 추모글을 실었다. 그가 회고하는 한 목사의 설교 특징 중 하나는 언행이 일치하는 것이었다. 오 원로목사 또한 지난 41년간의 목회를 통해 느낀 수많은 설교의 어려움은 설교 작성이나 전달 방법에 있었던 게 아니라 설교와 행동에 괴리가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한 목사가 1992년 종교계의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템플턴상을 받은 뒤 한국에 돌아와 서울 63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수상 축하행사에서 회개한 일화는 유명하다. “저는 죄인임을 고백합니다. 저는 죄를 많이 지었습니다. 저는 신사참배한 사람입니다. 저는 죄를 많이 지어서 상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뒤 그는 상금 100만 달러를 전액 북한 선교기금으로 헌금했다. 평생 통장 한 번 갖지 않은 그가 소천한 뒤 마지막 거처였던 남한산성 6평 남짓한 우거처에 남은 것은 40년 이상 사용한 낡은 침대와 옷장뿐이었다. 가을 햇볕처럼 주변을 따뜻하게 해주는 추양 같은 목회자가 더욱 그리운 때다.mheel@kmib.co.kr
출처 : 더미션(https://www.themission.co.kr)
한 교회를 13개로 분립하여 각각의 담임목사를 세운 교회.
http://blog.daum.net/neupower/16144480
교회의 신관 4층에 있는 강당 내부 모습. 이곳은 주중에 중앙기독학교 교실로, 주일에는 작은 교회 예배실로 사용된다. 수원=강민석 선임기자
2006년 건축된 교회의 신관 전경. 수원=강민석 선임기자
경기도 수원 월드컵로에 위치한 원천침례교회는 ‘13개’의 작은 교회들로 구성돼 있다. ‘1교회’부터 ‘12교회’까지 교회 앞에 붙여진 숫자가 각 교회의 이름이다. 시니어 사역을 주로 하는 13교회만 ‘안디옥교회’로 불린다. 각 교회는 시간대별로 나눠 교회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각각의 교회 목회자들은 가정과 다음세대를 향한 비전을 공유하며 교육·행정·미디어사역을 함께 진행한다. 하지만 선교·긍휼·목양·예배 사역 등은 독립적으로 진행한다. 원천침례교회를 개척했고 현재 11교회를 담임하는 김요셉(54) 목사를 최근 원천침례교회에서 만났다.
◇담임 목사의 사역 과부화를 극복한 ‘작은 교회’=김 목사의 부친인 김장환 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는 1994년 사재를 털어 경기도 수원에 중앙기독학교를 설립했다. 김 목사는 이 학교 교장으로 파송돼 이듬해 학교 내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며 원천침례교회를 개척했다.
학교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교회도 함께 성장했다. 하지만 2000년 교회가 1000명 규모로 성장했을 즈음 영적 공허감을 느꼈다. 김 목사는 “교인이 100∼150명일 때 느꼈던 끈끈하고 강력했던 영적 공동체성이 깨지는 것을 보았다”며 “사역 과부화로 가정에까지 소홀해지면서 여러 가지로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2001년 영육의 회복을 위해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이듬해 5월 한국에 돌아온 김 목사는 깜짝 놀랐다. 교회는 더욱 건강한 공동체로 성숙해 있었고 교인 수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자리를 비운 사이 부교역자들이 섬세하게 교인들을 섬겼는데 그들에게도 놀라운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신했다”며 “이를 보면서 작은 교회로 나누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200명’ 단위로 13개 교회 분립=김 목사는 작은 교회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했다. 2003년 1월 원천침례교회를 200명 단위인 1∼5교회로 나눴고 교회별로 담임 목회자를 세웠다. 200명은 목회자와 교인들이 친밀하게 영적 교제를 할 수 있는 단위다. 2006년 원천침례교회는 학교와 교회의 사역을 모두 할 수 있는 구조의 신관 건물을 완공했다. 2007년 김 원로목사가 시니어를 위한 안디옥교회를 맡았다. 1∼5교회가 커지자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각 교회에서 6∼12교회를 분립했다. 올해 말에는 7교회에서 다시 14교회를 분립할 예정이다.
◇개성있는 작은 교회들, 협력하며 공존=원천침례교회에 처음 온 새 신자는 13개 교회를 둘러보고 출석교회를 선택할 수 있다. 각 교회는 목회자와 공동체의 비전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갖는다. 목회자들은 중보기도 선교 행정 예배 등 분야별 사역을 담당하며 협력사역도 한다.
김장환 원로목사가 섬기는 안디옥교회는 젊은 부부가 많은 원천침례교회에 정착하기 어려운 시니어 그룹들을 위해 생겼다. 6교회는 ‘스포츠 선교’를 가장 잘하는 공동체다. 야구팀과 농구팀, 축구팀으로 구성된 ‘요단 아카데미’에서 스포츠 관련 교인들이 재능기부 방식으로 지역사회 아이들에게 스포츠를 가르친다.
8교회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예배를 위해 ‘어린이 설교팀’을 만들었다. 캐릭터 인형과 그림책 등 아날로그 콘텐츠로 기획된 예배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11교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가정예배’ 사역이다. 특히 아버지가 가정의 영적 리더가 되어 믿음으로 가정을 세우는 것에 사역의 초점을 맞췄다. ‘가정예배 서약식’을 비롯해 ‘부모와 자녀 관계’ ‘아버지 역할’ 등을 다룬 아버지를 위한 교육, ‘4∼5세 자녀를 둔 아버지를 위한 다니엘 예배’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9교회와 10교회는 온 가족이 함께 드리는 ‘전 세대 통합예배’를 드린다.
김 목사는 “원천침례교회에선 목회자들이 목회에 대한 야심을 내려놓고 협력하며 사역하고 있다”며 “특히 관계 중심적인 사모들이 목회자 사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함께 하는 사역이어서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수원=김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