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봄...
출근을 하여 오전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은 후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나는 매일 나무 지팡이를 가지고 사무실
뒷 산을 한바퀴 돌며 산책을 한다
걸음수로 미루어 짐작컨대 대략 2키로 남짓의 거리에.. 걸리는 시간은 삼십분 내외 정도..
하지만 명색이 산길이라 산책이라 하기엔
제법 힘이 들고 그렇다고 등산이라 하기엔
너무 가볍다
삼년째 일년 사철을 그리하다보니
이제 익숙해지기도 하련만은
단련이 됨과 동시에 세월에 따른 체력의
노쇠화 탓인지 매번 힘들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그나마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무료 운동이기에 나름 꾸준히
누리고 있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그것 말고도 또 한가지의
즐거움이 있다면
늘 반복되는 일상속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이랄까..
봄이면 신록의 푸르름과 새 생명의 경이..
여름에는 열기속의 왕성한 생명력..
가을이면 낙엽과 단풍든 잎새들을 보며
낭만과 더불어 인생의 무상함도 느끼고
겨울에는 백색의 차가움 속에서도
결코 편안하지 않은 휴식을 느끼는 등
계절마다 다른 감상을 갖게 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또 다시 봄..
얼마전에는 매화가 꽃을 피워 봄인가 싶더니
연이어 노란 산수유..짙은 분홍빛 진달래가
피었나 했는데 어느덧 벌써 진했던 진달래꽃
색깔이 옅게 바래고.. 그 대신 노란 개나리에
백목련 자목련에 이어 아이보리색 벚꽃까지
산과 거리를 색칠중이다
하지만 무엇 보다도 봄의 백미는
꽃이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초록 초록
짙어지는 나무들의 새살.. 신록이 아닐지~
불과 열흘 전 쯤만 해도
나무들은 하나같이 앙상한 모습 그대로
추위에 떨고 있는 듯 보였는데
어느틈에 슬그머니 연두빛을 비치기
시작해 이제는 더 짙어진 초록으로
자기 몸을 감싸니 진정한 봄의 대명사는
잠시 피었다 지는 꽃들이 아니라..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안구를 정화 시켜주는
초록.. 그것이 봄의 주인공이 되어야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찌되었든 봄은 이렇게..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생명의 경이.. 새로운 희망..
화려한 눈 호강을 시켜주고 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이라니..
어쩌면 봄이 인간에게 참 섭섭해 할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다르게 초록 초록해지는
산과 들판.. 그리고 섭섭함..이라는 단어가
겹치니
문득 옛 시 하나가 떠오른다
봄은 이별이 아니라 만남과 연결 시켜야
어울릴 듯 싶은데.. 왜 굳이 이별의 섭섭함을
가을,겨울이 아닌 봄에서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봄이면 떠 오르는 시다
아마..어제 거북섬에서 식목행사를 하며
시화 방조제의 긴둑을 보고 문득 떠오른건지도~
雨歇長堤 草色多 우헐장제 초색다
送君南浦 動悲歌 송군남포 동비가
別淚年年 添綠波 별루년년 첨록파
大同江水 何時盡 대동강수 하시진
비 개인 긴둑에 초록은 짙어졌는데
남쪽 포구에서는 님과의 이별 노래가 슬프네
해마다 이별의 눈물을 강물에 더하니
저 대동강의 물은 언제 마를날이 있을까~
비록 옛 시인께서는
봄의 포구에서.. 사랑하는 이들의
이별의 슬픔을 노래 하셨지만..
난 새로운 봄에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희망을 노래 해주고 싶다
표현력의 한계를 떠나..
누구나 시인이 되게 만드는
봄..가을이 나는 좋다
또다시..봄이다
첫댓글 연두빛 아기순이 너무 귀여운 봄.
갓 태어난 새생명처럼
해마다 새롭게 단장해 주니 보고 즐기는 기쁨도 나이들어 더 새롭다.